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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션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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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은 내가 걷는 길을 감싸듯 계속 자라고 있었다. 번식 속도도 “이 세계”다운 속도였기에 내가 걷는 속도를 따라잡곤 했다.


여러 생각들이 뇌리를 맴돌면서 중심지에 도착했다. 중심지는 전근대 동양의 성들처럼 성벽으로 둘러싸있었고, 성벽의 높이를 훌쩍 넘는 건물들로 가득했다. 가장 중심에 있는 건물이 제일 높은 듯 했다. 우연인건지 인위적인 건지 성벽들은 아까 내가 오면서 본 풀들로 감싸져있었다. 일단 중심지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가니 문은 닫혔고, 문을 구성하던 낡아빠진 나무는 전자 스크린으로 바뀌며 하나의 글자를 보여줬다. “Dimension”. 이 글자가 정확히 무엇을 상징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심지의 이름이거나, 아니면 그토록 궁금해왔던 “이 세계”의 정확한 명칭일지도 모르겠다.


돌아서려던 순간 Dimension 아래에 또 다른 글자가 생겼다. “4차원”. 아마도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우리가 살던 세계가 바로 3차원이었고, 3차원에 사는 우리는 4차원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여기가 4차원이라고? "여긴 어디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질문 속 ”어디“가 직접 알려줬지만,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여기는 4차원이었다.


머릿속이 아까보다 훨씬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형용할 수 없는 세계가 과학자들이 그토록 연구해오던 4차원?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할 수 없었다. 우선 이성적으로 본래 목적인 중심지를 들어가 보기로 했다. 중심지 속은 우리가 살던 세계, 아니 짧게 3차원의 중심 도시들처럼 높은 건물들로 빼곡히 차있었다. 제일 궁금했던 중심의 제일 높은 건물, 거기를 먼저 가보기로 했다.


“@#*$@%(@(!@"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 오고부터 이상한 소리는 많이 났지만, 이 소리는 유난히 이상했다. 어쩌면 생명체의 소리 같기도 했다. 아니면 생명체라고 할 수 없는, 그러니까 “이 세계”의 특징인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또 다른 무언가의 소리일 수도 있다.


중심의 건물은 내가 아까 봤던 것보다 훨씬 컸다. 높다고 자랑할 만한 일반적인 중심지의 건물들보다 2배 이상 컸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건물에는 “템퍼스 본부”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템퍼스가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템퍼스라는 무언가의 본부임이 틀림없었다. 본부는 보호받는 듯이 공중전화 정도 크기의 어떤 건물 여러 채로 둘러싸져있었다. 글자가 작아 자세히는 못 봤지만, 아마 시간을 구매하는 그런 곳으로 기억한다.


그 외에 중심지는 딱히 볼 것이 없었다. 대부분 누군가가 사는 듯한 주택가였는데, 누가, 아니 무엇이 사는 주택가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


아까 들었던 그 소리가 또 났다. 아까보다는 소리가 큰 걸 보아 이번에는 소리를 낸 무언가가 나와 가까이 있는 듯 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따라가 보니, 1m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둥그렇고 어찌 보면 귀여운 무언가가 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 무언가는 움직이고, 나를 아는 듯해 보였다.


“너가 그 소년이구나!”


오랜만에 친근한 언어를 들었다. 나를 아는 것이 맞았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곳은 “잉코니토”라 불리는 생명체들이 사는 4차원, 그러니까 “디멘션”이 바로 이 세계의 이름이었다. 원래 십만 년에 한번씩 차원의 문이 다른 차원에 열리고는 하는데, 그동안 사람은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가 이번에 사람이 들어와서 4차원도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같이 들어온 친구들은 어디로 갔냐고 물어보니, 차원 이동이라는 건, 특히나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으로 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 이동하던 중 무(無)차원의 세상으로 빠져버린 것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러다가 나만 살아남아 디멘션에 도착한 것이라고.


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너가 이곳에 들어온 것을 보고 그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 집에서 잠시 머물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여러 궁금증들을 풀었다. 이곳이 어디냐는 대략적인 설명까지 들었다. 어찌저찌 하다가 거주지와 좋은 친구도 만났다.


그런데, 나는 3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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