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여전히 햇빛이 머무르는 곳. 모종의 이유로 아직 태양의 축복으로 충만한 지형으로, 볕자리는 황금시대 때와 변함없이 생명과 온기로 가득 차 있다. 볕자리는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으며, 푸른 하늘이 유지된다. 그러나 볕자리를 조금만 벗어나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깊은 어둠이 사람들을 반긴다. 그 대부분은 성전을 중심으로 구성된 에스타로토이나, 남부 산악지대의 높은 봉우리들은 오래도록 빛이 축성되어 여전히 볕자리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또는 의도적으로 황금률의 성직자들이 기적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볕자리를 강림시키기도 한다.
볕자리 지형은 특성상 가장 많은 인류가 남아있으며, 어둠에 침식되지 않은 식자재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상세

대륙이 고리의 지배에 접어들기 이전엔 이교도의 땅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볕자리였다. 심지어 동굴이나 하수도 등, 일반적으로 햇빛이 들지 않는 지역 역시 엄연히 볕자리였

실제 세상과 괴리되는 이유는 햇빛에 있다. 그림자놀이 세계관에서 햇빛이란 단순히 태양에서 오는 빛이 아니라 축복에 가깝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에서 축복이 내려지며 황금률을 따르는 이들은 그 축복을 통해 세상을 밝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대륙 전역에 흩뿌려지는 축복은 모든 존재(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는다)가 자신의 그릇 만큼 받아가며, 다 받지 못한 축복은 그들을 투과하여 더욱 뻗어나간다. 그렇기에 태양을 가로막는 존재가 많을수록, 또 두꺼울수록 투과된 축복의 양은 현저히 줄어들고, 지하로나 동굴과 같은 곳에는 실낱같은 축복만이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그렇기에, 엄연히 동굴이나 하수도와 같은 (실제 세계에선)빛이 닿지 않는 곳이라도 엄연히 태양의 축복이 닿아있으며, 그 양이 현저히 적기에 지하에 들어선 생명체는 주변을 어둡게 인식하게 된다. 또한 지하는 축복의 양이 적어 온기를 느끼기도 힘들다.

결국 용어만 다르지 똑같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는 명확하게 다른 개념이다. 물리적 빛은 본질적이며 객관적인 힘으로 빛과 닿는 물체에 작용하지만, 세계관 내의 축복으로서의 햇빛은 이를 받아들이는 자의 감각적인 영역을 일깨우는 영적 힘이다. 따라서 같은 공간, 같은 위치에 있어도 이교도는 햇빛을 전혀 받지 못하며, 따라서 햇빛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거나 온기를 느낄 수 없다.

또한 햇빛은 근본적으로 실제하지 않는 빛인 반면, 인간이 만들어낸 불꽃은 실제하는 본질적이며 객관적인 물리적 빛을 뿜어낸다. 당연히 불꽃의 빛은 축복이 없기 때문에 축복이 닳아 문드러져 죽어가는 자를 살릴 수도 없으며, 기적을 꽃피우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불꽃의 빛은 세계관 내에서 천한 빛으로 여겨지며, 축복이 만연하던 황금시대에는 불을 피우고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천박한 행위로 여겨졌다.

고리의 지배 이후 생명과 온기의 근간이 되었던 태양이 죽었으며, 따라서 대부분의 땅은 차갑게 식고 죽어버렸다. 그러나 상술하였듯 햇빛이 축적된 높은 산봉우리나 탑, 그리고 황금률 성전의 경우 여전히 햇빛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에 들어선 이들은 다시 햇빛을 감각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러한 지형을 여전히 볕이 드는 자리라고 하여 볕자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볕자리는 따뜻한 온기와 산들바람, 푸른 하늘과 생명력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땅 등, 황금시대와 완전히 동일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볕자리는 광활히 펼쳐진 겨울황무지 속에서 매우 국지적으로 존재하는 장소이며, 볕자리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추위와 어둠이 닥쳐온다. 중심에서도 저 멀리를 바라보면 하늘이 저녁 밤하늘마냥 새카맣게 물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최대한 볕자리의 중심지로 몰려들게 되고, 이러한 특성이 도시화로 이어진 것이 바로 에스타로토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 참고.

에스타로토 외에도 황금시대의 오랜 시간동안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장소, 혹은 태양 바로 아래서 태양의 힘을 한껏 머금었던 곳은 긴 시간 햇빛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볕자리가 되었다. 때문에 현실의 세계와는 다르게, 긴 겨울의 땅에선 세상이 눈으로 만연하나 높은 봉우리만큼은 눈이 녹아있는 (현실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봉우리를 두고 일반적으로 너머의 봉우리이라고 부르며, 오래되고 신성한 곳으로 여겨진다.

본래 황금시대에도 너머의 봉우리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장소로 여겨지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황금시대는 워낙 축복으로 가득차있던 시대인지라 많은 주목을 받진 못하였다. 그러나 태양이 죽은 이후, 에스타로토가 형성되었으나 협소한 볕자리 특성상 많은 이들이 에스타로토의 가장자리에 내몰려 추위에 떨게 되었고, 그 결과 일부 성직자나 여력이 남은 이들은 수사(修士)를 자처하여 너머의 봉우리에 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기도 하게 되었다.


영향력

기본적으로 태양의 축복은 이들의 어둠을 걷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밤의 야수나 달의 존재들과는 완전히 상극이다. 따라서, 엄연히 달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모험가들 역시 볕자리에 들어설 수 없다. 그렇기에 태양의 강력한 축복이 사라진 지금, 더이상 볕자리라고 부를 수 없게 된 에스타로토의 하수도에 모험가 길드인 가랑카이가 생기게 되었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 참고.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