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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C3, A3, C6.."<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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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입에 중얼거리게 된다. 사회교육원 시절, 룸메이트랑 같이 담을 넘어서 도망갔을 때 우리가 받은 처벌이 바로 벨라리티였다. 머리를 너무 강하게 맞은 탓인지, 아니면 룸메이트가 죽은 충격인지. 나는 수시로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다. 왜 나는 교육원에 갇혀있어야 할까. 왜 태어난 모든 인간은 평가받아야 할까. 내 룸메이트는 왜 죽었어야 할까. 답은 명료하다. 이 사회.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BR>
습관처럼 입에 중얼거리게 된다. 사회교육원 시절, 룸메이트랑 같이 담을 넘어서 도망갔을 때 우리가 받은 처벌이 바로 벨라리티였다. 머리를 너무 강하게 맞은 탓인지, 아니면 룸메이트가 죽은 충격인지. 나는 수시로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다. 왜 나는 교육원에 갇혀있어야 할까. 왜 태어난 모든 인간은 평가받아야 할까. 내 룸메이트는 왜 죽었어야 할까. 답은 명료하다. 이 사회.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BR>
"B613, 제발 닥쳐"
"B613, 제발 닥쳐"<BR>
보다못한 기동대가 내게 말한다. 내가 닥치길 바라는 모양이다. 맞다. 사회는 내게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이 호송차에 끌려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 형편없는 크레딧이 내 가치를 형편없게 만드니까. 반사회적인 내가 누구 하나라도 살해한다면, 사회 전체의 손실이란 논리일 것이다.
보다못한 기동대가 내게 말한다. 내가 닥치길 바라는 모양이다. 맞다. 사회는 내게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이 호송차에 끌려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 형편없는 크레딧이 내 가치를 형편없게 만드니까. 반사회적인 내가 누구 하나라도 살해한다면, 사회 전체의 손실이란 논리일 것이다.<BR>
"씨발. 씨발. 씨발."<BR>
답답한 세상에서 더 좁은 답답한 감옥으로. 악에서 최악으로. 좋은 게 없다. 나아질 것이 없다.<BR>
"마지막 경..."<BR>
난 앞을 어슬렁거리는 기동대에게 달려들었다. 손이 묶여있으나, 오히려 좋다. 손목을 강하게 묶고있는 쇠수갑으로 기동대의 얼굴을 내리찍었고, 그 옆에 있던 수감자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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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6일 (화) 13:53 판

단편선


"A1, C3, A3, C6.." 벨라리티 구호의 일부. 뜻은 반복해라.
반복, 지겹도록 반복. 미치도록 반복. 유한한 인간의 삶을 좀먹는, 영원하지 못할 모순의 반복.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의도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다른 곳에 신경쓰지 못하게 하려고. 그저 눈 앞에 선 고통에만 집중시켜서, 그것 외에는 부차하다고 생각토록 유도하려고.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
"알거 없어"
"웃긴 새끼네"
"A1, C3, A3, C6.."
습관처럼 입에 중얼거리게 된다. 사회교육원 시절, 룸메이트랑 같이 담을 넘어서 도망갔을 때 우리가 받은 처벌이 바로 벨라리티였다. 머리를 너무 강하게 맞은 탓인지, 아니면 룸메이트가 죽은 충격인지. 나는 수시로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다. 왜 나는 교육원에 갇혀있어야 할까. 왜 태어난 모든 인간은 평가받아야 할까. 내 룸메이트는 왜 죽었어야 할까. 답은 명료하다. 이 사회.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
"B613, 제발 닥쳐"
보다못한 기동대가 내게 말한다. 내가 닥치길 바라는 모양이다. 맞다. 사회는 내게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이 호송차에 끌려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 형편없는 크레딧이 내 가치를 형편없게 만드니까. 반사회적인 내가 누구 하나라도 살해한다면, 사회 전체의 손실이란 논리일 것이다.
"씨발. 씨발. 씨발."
답답한 세상에서 더 좁은 답답한 감옥으로. 악에서 최악으로. 좋은 게 없다. 나아질 것이 없다.
"마지막 경..."
난 앞을 어슬렁거리는 기동대에게 달려들었다. 손이 묶여있으나, 오히려 좋다. 손목을 강하게 묶고있는 쇠수갑으로 기동대의 얼굴을 내리찍었고, 그 옆에 있던 수감자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