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국제 기구의 통계가 잘 안먹히는 편이긴 하지만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OECD의 모든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유리천장 지수를 기록했습니다.
유리천장 지수는 높을수록 남녀간 임금이 평등하다는 뜻이고 낮을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입니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1.5%였고 OECD 평균은 13.5%였습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의 통계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 2022년 국민연금공단의 통계를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단위는 천원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남성의 1년 평균 급여는 4,875만 3,000원이며, 상위 25%는 6,008만원입니다.
여성의 1년 평균 급여는 3,374만 1,000원이며, 상위 25%는 3,801만 8,000원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봤을때,
1. 평균적인 남성은 평균적인 여성보다 144.5%정도를 더 벌고,
2. 남성 상위 25%는 여성 상위 25%보다 158.0%정도를 더 벌고,
3. 평균적인 남성은 여성 상위 25%보다 128.24%를 더 벌고 있습니다.
즉, 가장 고소득을 올리는 여성들조차 남성 평균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며, 이코노미스트의 수치보다 한국의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한 수치가 더욱 남녀 평균 소득 격차가 큼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20~30대들이 남녀간의 임금 격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세대별 소득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른 세대별, 성별 소득 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표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25세~29세와 30~34세 계층에서는 남녀간의 임금 격차가 미세하게 존재하더라도, 거의 무시할만큼 적다는것입니다.
그러나 35세를 지나면서 여성의 임금이 정체되는 것을 넘어 감소하는 반면, 남성의 소득은 50~54세에 이를때까지 꾸준하게 증가합니다.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40대에 이르는 세대들은 남녀간 임금 격차가 거의 2배에 달합니다. 이전 세대의 폐단이라고 단정하기에는 2020년대의 40대들이 1980년대생에 속한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즉 1990년대생을 의미하는 현재 20~30대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세대와 거의 나이 차이가 안나는데도, 소득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세대의 문제라기보다 경제 체제의 문제라고 보는게 더 맞을듯 합니다.
이를 그래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위 25%의 소득을 정리하면 그래프 모양이 더욱 적나라합니다.
경제 고위층 사이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격차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지는 모양세를 띄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가 함축하는 것은, 여자가 고소득 직종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남성이 비해 극단적으로 드물다는 것입니다.
재미삼아 남성 평균 소득과 여성 상위 25% 소득도 비교해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과 달리 35세 이후로 여성 상위 25%는 남성 평균보다도 적은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간다고 할지라도 평균적인 남성에 비해 적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며, 이러한 것을 두고 남녀차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생각해보아야할 것은 1년치 평균 급여의 정점입니다.
여성은 30~35세 구간 이후 급여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남성은 50~55세 구간 이후 급격하게 꺾이는 경향성을 나타냅니다.
한국의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31.3세이고 남성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1세입니다. 이것이 우연일까요?
여기까지의 수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남성과 여성의 수입 격차가 나이들수록 커진다 -> 여성들이 출산과 결혼을 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하고 가사에 매달린다. 즉, 여성들은 (50세 퇴직 이후의 남성과 같이)35세 이후 불안정한 직장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2. 이로 인하여 여성에게는 고소득 직종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으로 주어지며, 설령 고소득 직업을 얻는다고 할지라도 상류층 여성이 평균적인 남성보다도 적은 소득을 올린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만큼은 소득 불평등이 계급이 아니라 성별에서 더 심각하다는 뜻.
3. 결론적으로 여성은 경제적 자립권이 극도로 저하됨 -> 가부장제가 심해질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대 한국에서는 가부장제가 터부시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남자도 여자도 모두 불행해진다. 왜?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권과 안정적 직장을 잃다보니 남성에게 매달릴수밖에 없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아무 역할도 못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에게 돈을 대주는 ATM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할까요?
남녀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해결책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www.insight.co.kr/news/382620
위 링크는 서울대 교수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지적한 것을 다룬 뉴스 기사입니다.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남녀차별 보다는 모든 인프라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하게 남녀차별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오히려 남녀차별이 훨씬 더 만연했던 20세기 중후반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저출산이 더 극심하지 않았을까요? 남녀차별 역시 저출산의 문제에 공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 나아가 남녀차별의 해소가 저출산의 가장 획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 맞벌이 비율이 적고 전업주부로 종사하며 부업을 하는 인구가 많으며 남녀의 종사직종의 차이가 큰편인데, 스위스와 한국으로 예를 들면, 금융업 중심국과 제조업 중심국이라는 완전히 산업 구조부터가 다른데다가, 제조업은 공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므로 당연히 이공계 전공자의 성비와 제조업 임금격차 성비는 비례하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 임금격차 지표는 동일 직종에서 같은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유리천장'을 대표하기에는 부적절한 자료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1707031423001
" 한국은 외벌이가 맞벌이보다 더 높으며, 일본은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조금 더 높다. 서구권 선진국은 양성이 동등하여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며, 개발도상국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다수가 맞벌이를 한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해 여성이 아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직업을 갖지 못하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맞벌이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대세다. 단 선진국이나 고학력층에서는 자아실현형 맞벌이가 주류고, 개발도상국이나 저학력층에서는 생계형 맞벌이가 주류다. 한국의 낮은 맞벌이 부모 비중은 남성의 장시간 노동, 낮은 가사분담률(무급노동시간 비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OECD 국가 중 일본(17.1%)을 제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45분에 불과했다. 반면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23.1%로 OECD 평균(13.0%) 보다 10.1% 포인트 높았다. "
그리고 첨언하자면, 전 가부장제의 피해자가 남성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1960년대에 이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가부장제로 인해 남성에게 너무 많은 책임이 주어지고 여성이 종속된다는 점이 저출산의 문제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일례로 <성 정치학>의 저자인 케이트 밀럿은 텍스트의 차원으로도 가부장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현저하게 낮은 국가는 가부장제 국가이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가부장제가 아닌건 아니라는거죠.
비유해 말하자면, 모든 a가 b일수는 있어도 모든 b가 a는 아닌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출산율 회복 자체에 성평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 스페인, 포르투갈이 프랑스에 비해서 성평등 수준이 두드러지게 떨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경우 남녀의 소득 비율이 1.386(2011)로 프랑스 남녀의 소득비율 1.421(2011)보다 낮았으며 스페인(1.553)도 크게 차이나는 편은 아니었다. 각종 성평등 지수(성격차지수, 성불평등지수)등에서도 이들 국가간 큰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며 모두 상위그룹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최근의 OECD 남녀임금격차를 보면 오히려 저출산국가 이탈리아(2022)는 유럽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프랑스보다도 임금격차가 적었다. "
라는 점처럼 단순히 임금 문제만으로 유리천장과 저출산을 연결시키는 점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대표적인 이민자의 수는 적으며, 고소득 선진국이자 성평등 지수가 높은 핀란드에서도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1-26/finland-records-fewest-births-in-150-years-ending-pandemic-bump
2022년에 들어서서 출생아 수가 다시 급감하고 있다는 점 역시 유리천장과 저출산의 관계를 계속 연결시키는 것에 회의가 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