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란 것이 거창한게 아님. 청소 잘하는것도 능력이고 위키질 잘하는 것도 능력임. 틀 잘만드는것도 능력이고 지도 잘만드는 것도 능력. 한마디로 말해, 무엇인가 하나를 굉장히 잘하면 그게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음.
문제는 우리 사회가 "능력주의" 담론에 치우쳐져있으면서도 그 능력의 기준으로 삼는게 시험 원툴이라는 점임. 물론 시험은 능력을 판가름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중 하나이지만, 시험에 모든 것을 기대는 그러한 세태가 우리 사회 전체를 파괴하고 있음.
가령 국어 비문학을 잘 푼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님. 우리 한국의 수능 비문학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독해력을 요구하지만, 정작 "사흘"의 의미를 모른다거나, "3줄 요약"을 요구하는 것만 보더라도 시험이 실제 능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시험은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를 측정하는 것이지, 능력 그 자체가 아님. 이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아서 한국인들은 실제 생활에서는 별로 도움도 안되는 것을 "능력"으로 치부하고, 정 반대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능력은 경시하는 풍조가 심한 것 같음.
청소부보고 실패한 인생이라느니 퐁퐁단이니 뭐니 하는 각종 혐오 용어가 판치는 것이 이것의 예시임. 환경미화원 없으면 누가 담배 꽁초 주움? 공장노동자 없으면 누가 GDP에 기여함? 건물경비원이 없으면 비싼 돈 들여서 사설 경찰 배치해야하는거임?
이런 사소한 직종, 사소한 분야의 능력 하나 하나가 뭉쳐서 우리 사회를 효율적이고, 더 안전하고 더 낫게 만드는 것이 바로 능력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음. 한데 우리 한국의 능력주의는 그런 사소한 능력을 모두 무시하고, 그냥 멋져보이는걸 하는게 능력주의라고 착각함.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능력주의는 능력주의가 아니라 서울대 원툴, 수능 원툴, 시험 원툴임. 이런 식의 풍조가 만연하다면 사회는 병들 수밖에 없음.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미래고 헬조선 지옥불반도의 원인임
또한 예시로 든 직업군들을 무능력자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만, 그 직업군은 어떤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음. 본인이 가진 능력이 남들도 다 가진 것이면 그것은 능력이라 말할 수 없다고 봄. 그 직업군들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기회가 됐거나 본인이 다른 능력이 있었으면 예시로 든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음.
엘리트주의 혹은 학벌주의라고만 한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시험 위주의 능력주의나 사소한 분야의 능력이 능력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에는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없음.
개인적으로 저는 능력의 기준을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느냐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느냐의 차이로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