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 중위의 몸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보인 건 1차대전의 참상이였다.
참호전의 참상은 나도 '서부전선 이상없다', '1917' 같은 여러 소설과 영화, 그 당시를 다룬 각종 유튜브 영상과 대체역사 등으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안전한 방 안에 앉아서 감상하는 것과 실제 상황에서 직접 참여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참호전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지옥이였다.
참호 사이에 있는 무인지대에선 온갖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으며, 무인지대에서는 고양이만하게 살찐 쥐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참호 안에서도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잠시 전선의 상황을 보고 있을 때, 한 연락병이 뛰어와서 전선의 상황을 알렸다.
"중위님! 대대장님과 선임 중대장님이 전사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저희 대대의 대대장은 로엔그람 중위님입니다."
"알겠네. 그런데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
"4월 8일 입니다. 대대장님."
"그런데 올해 부활절은 며칠인가?"
"4월 23일 입니다."
"그렇다면 전 대대에 알리게, 절대 공세는 가하지 말고, 방어에만 집중하라고. 예수님이 다시 부활하시던 날, 토미(영국군, 영국인들을 뜻하는 멸칭)들을 하늘로 보내준다고."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보지, 자네 이름이 뭔가?"
"제 이름은 아돌프, 아돌프 히틀러 입니다."
히틀러? 분명 상태창에서는 이놈이 1차대전 때 죽는다고 하던데, 아직은 안 죽은 건가?
"그럼 빨리 가서 대대원들에게 전하게. 절대 공세는 가하지 말고, 참호에 들이박혀서 공격해 오는 토미놈들을 모조리 몰살시키라고. 아, 그리고 상부에 충분한 양의 수류탄과 기관총탄, MP18 기관단총과 그 탄알을 충분히 공급해 달라고."
"예,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병, 히틀러는 내가 지휘하게 된 대대가 주둔하고 있는 참호 곳곳을 돌아다니며 신임 대대장의 명령을 전하고, 상부에도 내 요청사항을 전하러 갔다.
그동안 영국군은 많은 공세를 가했지만 공세를 가해온 토미들은 싹 다 시체로 변했다. 그리고 그건 공세를 가해온 독일군도 마찬가지고.
수만명이 돌격하면 기관총에 수만명이 바로 시체로 변해버리는 지옥이 바로 1차 세계대전 시기의 참호전이다.
영국군들은 계속 포격과 돌격을 반복했지만 모두 시체가 되었고, 내가 지휘하게 된 독일군 대대는 내 명령으로 절대 다시 명령이 내려오기 전까진 공세를 가하지 않고 방어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보급품이 도착했고, 드디어 부활절 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