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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공방] 창작의 모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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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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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공방 사설

창작의 모퉁이에서

 


 

모든 창작은 존중받아야 한다.

 

나에게 창작이란 세계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20년 전. 처음으로 CRT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을 경험했을 때. 내게는 그 모든 순간이 공포였다. 손길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과 사운드는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 그렇지만 차츰 익숙해지니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바로 즐거움이다. 덧붙여 나는 이때 스타크래프트 안에 있는 게임 에디터를 처음 열었다. 그리고 에디터를 사용했고, 게임이라는 베이스 위에서 내가 생각하는 창작을 펼칠 수 있었다. 세계관 창작이라는 장르를 만나기 전부터, 나는 그와 유사한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내게 창작은 곧 세계 그 자체였다.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오히려 어릴수록 쉬웠다. 왜냐하면 창작이란 제한된 정보 속에서 단서를 맞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원리 따위를 알지 못했기에, 대충 이것은 나라이고 이것은 바다이고. 가벼운 상상 속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친구보다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게임 에디터를 통해 내가 개체를 생성하고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 그 강렬한 기억 덕분에 게임과 연애마저 이겨내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관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탱하고 있다.

 

물론 인정받는 장르는 아니다. 또한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처에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게 어떻게 창작일 수 있느냐. 그것은 그저 망상이다.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반론할 수도 있었겠지만, 말을 한 주체는 기성작가였다. 세월이 지나 이제 내가 그 작가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쓰라린 상처로 남아있다. 누군가의 수준낮은 창작이란 발언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체 스스로 뭘 하고 있는건지 무거운 마음을 가질 때도 있었다. 능력이 없어 창작의 축에 못끼고, 창작의 모퉁이에서 서성이는 사람에 불과한 걸까. 그런 자조 섞인 말이 마음에 울렁였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내가 세계관 창작에 진심이었기에 일어난 여파였으리라.

 

내게 위키는 그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줄 가장 큰 대안이었다. 내가 어떠한 방식을 만들든 관여하지 않는 곳. 동시에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곳. 다양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분류하고, 콘텐츠와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는 커뮤니티. 그리고 난 이곳에서 인연이 되어 프로젝트 팀을 만났고, 5권의 독립출간과 게임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내가 상상한 세계를 실체로 구현하는 것. 만약 타인의 비방을 의식하고 관두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미래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그저 실없이 알량한 외침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의 창작을 신뢰해야 한다. 창작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목소리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그들의 아우성에 구태여 응답해줄 의무가 없음을, 우리 스스로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월간공방 3대 편집총괄

기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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