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어물, 다크 판타지, 정치물 같은 어두운 애니메이션을 보는걸 좋아해서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고른 것이다(이중에서 코드기아스가 제일 분위기가 밝다). 그러나 개취와 상관 없이 이 애니들은 진입 장벽이 낮고 내용도 훌륭하며 전반적으로 무난하기에 일본 애니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충분히 잘 볼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사이코패스 2기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Joycc50LeuA
장르 - SF, 사이버펑크
철학적으로 생각해볼만한 주제와 사이버펑크 세계관 그리고 SF적인 설정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수작이다. 온 시민들의 범죄 계수를 측정하는 시빌라 시스템과, 그런 시빌라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서 저항하는 악역들, 그리고 그런 악역들로부터 시빌라 시스템 하에 유지되는 치안과 안보를 지키려는 주인공측이 작품 내에서 3대 축이 된다. 본지가 오래되서 약간 까먹기는 했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전반적으로 불의한 시스템에 대한 반항과 법치주의의 관계인 것 같다. 1기보다는 2기를 더 재밌게봤는데 아마 1기의 악역에 비해 2기의 악역이 훨씬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자세한 것은 본편을 보면 알게 된다).
다만에 TV판상 시간의 제약 때문에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할만한 애매모호한 결말을 냈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다. 조금 혼란스럽긴하지만 작품의 주제관과 의미를 알고나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2.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1997)
https://www.youtube.com/watch?v=zc6KUlXP--M
장르 - 메카닉, 세카이, 스릴러, SF
신세기 에반게리온 본편의 결말도 충격적이었지만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줄거리 전개는 그야말로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카리 신지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내면 상태에 대해 상세히 묘사한것으로만 치면, 내면의 심리를 이렇게나 잘 묘사한 애니메이션도 잘 못 본것 같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자신의 종족의 운명 전체를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과, 어머니의 행방 그리고 아버지로부터의 외면 등에 있어서 얼마나 심리적으로 나약해질 수 있는지를 잘 나타낸 작품이다. 작품의 주제와 상관 없이 이카리 신지 개인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결말 부분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
3. 코드기아스 : 반역의 를르슈 1~2기 (2006~2008)
https://www.youtube.com/watch?v=FHyQL4bnoZ4
장르 - 정치, 메카닉, SF
여기에 써져있는 애니중 가장 분위기가 밝다. 기본적으로 중2병 감성이 기반이긴 하지만, 1인 중심의 서사시라는 면에서 내용이 적당히 흥미롭고 오락용으로 즐길거리가 많다. 주인공 를르슈 람페르지가 복수감 하나만으로 세계 1/3을 차지한 대영제국을 차차 자신의 지략으로 무너트려가고, 끝내는 세상까지 바꾼다는 내용은 좀 유치해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보면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를르슈 람페르지 1인의 매력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설정이 잘 된 캐릭터이다. 과장이 아니라, 를르슈가 곧 코드기어스고 코드기어스가 곧 를르슈이다. 주인공 한명만 잘 설정해도 애니메이션 전체가 대단해진다는것을 보여준다. 2기는 1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별로이지만, 결말은 역사상 모든 애니를 통틀어 가장 훌륭하다.
내가 맨날 올하일 브리타니아 외치고 다녀서 그렇지 영뽕과는 거리가 먼 애니메이션이다. 애초에 주인공부터 반영사상을 가지고 있는 불순분자 그 자체이다. 를르슈 람페르지에 대한 묘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대강의 모티브를 얻은 것 같기도 하다.
4. 진격의 거인 2~3기 (2017~2019)
https://www.youtube.com/watch?v=XULerl4wvfo
장르 - 정치, 다크 판타지
여기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일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진격의 거인 1기를 명작으로 꼽는데, 개인적으로는 2기와 3기가 훨씬 더 완성도있고 조밀한 구성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1기는 단순히 알수 없는 외부의 적과 내부의 인간의 대결로 그려지는데, 2기와 3기에 들어서는 그러한 대결의 구도가 더 복잡해지고, 알수 없는 구도로 흘러간다. 그리고 3기 후반부에서 그 내막을 모두 까발리며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 군사적 투쟁에 있어 활동하는 캐릭터 하나 하나의 매력도 정말 대단하다. 코드기아스가 등장인물 한명의 매력으로 전체 애니메이션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면, 이 애니는 캐릭터 한명 한명과 조직 하나 하나, 그리고 설정 하나 하나가 뭉쳐 정말 대단한 줄거리를 만들어낸다.
순전히 주관적인 평이지만 2010년대 애니중에서 완성도 면으로 진격거 2~3기 이상이었던 애니가 없었던 것 같다. 올타임으로 넓혀봐도 강철의 연금술사나 데스노트, 코드기아스 1기 정도. 진격거 4기의 내용이 워낙 엉망이었던지라 2~3기가 더욱 빛나보이는 면도 있다.
5.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2011) (+반역의 이야기 극장판, 2013)
https://www.youtube.com/watch?v=MLVlPTLyy0Q
장르 - 마법소녀, 스릴러, 루프
사회적 이미지 때문에 대놓고 말을 못하는것이지 개인적으로는 이게 최애 애니메이션이다. 3화부터 주인공 일행의 목을 짜르면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더니 결말까지 꿈도, 희망도 없는, 일반적인 마법소녀물이라고 볼 수 없는 충격적이고 어두운 묘사가 특징이다. 그냥 배경만 마법소녀인 것이지 줄거리나 설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가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취하고 있는 연출이다. 주인공의 내면이 그대로 반영되는 배경 묘사와 장면 전환이 굉장히 좋다. 연출 면으로만 따지면 이게 진격거나 코드기어스보다 10배는 위인 것 같다. 일본어를 단 1도 못해도, 연출만 봐도 주인공의 심리가 느껴진다.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알겠지만 난 여자가 많이 나오는 애니를 그야말로 혐오한다. 남자가 단 한명도 안나오는 이 애니를 5위권 안에 넣었다는건 그만큼 볼 가치가 있다는것을 시사한다. 주제와 제목이 너무 거부감이 들긴하지만 츄라이 츄라이한다.
올 하일 브리타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