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회원의 마인크래프트 멀티서버의 전경과 팔랑스테르(붉은 원 위치)의 모습 (5월 19일자 촬영)
그대는 팔랑스테르(Phalanstère)를 기억하는가? 팔랑스테르는 이전 모 회원을 주축으로 함께하였었던 마인크래프트 멀티 당시, 스폰마을에 지어졌었던 가장 큰 건물의 이름이다. 이 거대한 건물은 스폰마을의 중앙에 위치하면서, 처음 서버에 들어오는 자들에게는 호기심을 해소할 탐색거리 및 무료 아이템 수급 장소로서, 짬이 찬 회원들에게는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안개의 형태로 자신이 있는 대략적 위치를 파악하게 해주는 등대로서 기능을 하였다. 서버 초창기에는 안타까운 사건인 테러를 당하였다지만은 다행스럽게도 골조는 남겨졌었고, 이후 심층암 벽돌로 어설피 외벽이 채워지는 형태로의 복원이 되면서 대중적으로 기억되는 형태인 '커다랗고 까만 그 건물'이 탄생하였던 의외로 가슴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팔랑스테르는 이후 그 서버를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매김함으로서, 아직도 해당 멀티서버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헌데, 이 건물의 이름은 왜 그렇게 붙여졌는가? 원래 의미의 '팔랑스테르'는 무엇인가? 사회주의에 정통한 몇몇 회원분들은 아차, 하겠지만은 팔랑스테르는 19세기 초엽 활동하였었던 공상적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가 구상한 공동체의 이름이다. 이론으로만 설계되었지 실제로 현실화된 적이 없는 팔랑스테르 안에서 사람들은 일상생활과 노동을 공유한다. 해당 공동체의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면, 지속가능한 유지를 위하여 구성원들의 '정념'(passion)을 의도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가령 과시욕을 충족시키거나 이성에 대한 성욕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게 팔랑스테르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푸리에의 이런 생각은 맑스주의에 영향을 주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서 노동에 대한 견해가 있다. 팔랑스테르의 구성원들이 하기 싫지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이 곧 쾌락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정념을 조절하면 노동 또한 즐거운 것이 된다는 논리다. 노동과 쾌락의 일치, 이것이 팔랑스테르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원리이다.
그렇다면 단지 게임 서버 속의 건물에 왜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는지 지레짐작할 수 있겠다. 노동과 쾌락의 일치, 그것이 서버의 모토였던 셈이다. 강제되고 고통스러운, 소외된 게임(노동)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기실현을 위한 건축과 공동체를 위한 자발적인 아이템 수급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것. 그것이 마인크래프트 서버 속에서 현실화된 팔랑스테르가 구현하고자 했던 소중한 가치였다.
-. 참고문헌
한형식, 『맑스주의 역사 강의 -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그린비, 2010), 40-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