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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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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

https://youtu.be/BbDHmw8NJQw

 

나는 내일.jpg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이 사랑이 끝나는 순간

 

 

코로나에 걸렸다. 여자친구도 같이 걸렸다.

어쩌다보니 집에서 잔뜩 쉴 기회가 생겼고, 덕분에 이 영화를 봤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다른 영화를 볼 때도 늘 그랬지만 엔딩크레딧까지 꼼꼼하게 다 봤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장르의 일본영화를 많이보고 최근엔 〈오늘 밤 이 세계에서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를 봐서

울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봤을 때 만큼의 깊은 여운이 계속 마음을 맴돌았다.

그건 아무래도 여타 영화처럼 단편적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순환구조라는 점이 더욱 그렇지 않나 싶다.

 

 

죤내 슬픕니다.

미나미야마 타카토시(남자 주인공)은 후쿠쥬 에미(여자 주인공)을 열차에서 마주치고 한 눈에 반한다. 그리고 평생 처음으로 에미에게 사랑을 배워간다. 그러나 에미는 남자 주인공과 정반대의 시간선을 살아가는 이세계의 사람이었다. 즉 여자 주인공의 내일이 남자 주인공의 어제였던 것. 제목 그대로 생각해보면 ぼくは明日、昨日のきみとデートする 라는 말은 결국 에미가 타카토시를 만나러가는 제목인 셈이다. 타카토시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미래를 전부 알고 있는 에미가 왜 자신과 무의미한 사랑을 하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정론적인 세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은. 에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이것에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할수록, 너는 나를 모르게 된다.(남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질수록, 여자주인공의 기준으로 과거이기 때문에) 에미가 그토록 영화 초반에 울음을 터트린 건, 타카토시는 알 수 없지만 에미에게는 이별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타카토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이별의 고통을 참아내고 견뎌낸 에미를 떠올린다. 그리고 타카토시 역시 에미의 첫만남까지 무사히 견뎌내고, 이별한다.

 

두 사람의 시간은 공존할 수 없다. 영화의 설정상 불과 5년마다 30일. 그래서 두 사람은 20살의 30일만이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다. 그 외에 만날 수 있는 10살, 15살의 시간은 완전한 사랑이 성립할 수 없었다. 35살이 된 타카토시가 자신과의 사랑을 알지못하는 에미를 만났을 때 타카토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둘은 단 한 달의 기억에 의존해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가야 한다. 잊을 수도, 행복할 수도, 선택지가 없는 사랑에 두 사람은 그 짧은 만남의 유한한 순간을 위해서 희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一目惚れした。
첫눈에 반했다.

彼のもとに辿り着いた
그의 곁에 도착했다.

영화는 원작 소설 원문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두 대사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타카토시가 에미를 처음 만난 순간 첫눈에 반했다(一目惚れした。)라고 말하고, 에미가 타카토시를 이별을 준비하는 순간(彼のもとに辿り着いた)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별과 만남이 이뤄지는 하나의 공간에서 나오는 대사란 점이 재밌다. 첫장면이 제일 아련하다는 뜻이다. 이 점이 영화를 두 번 봐야되는 치명적인 이유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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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엇갈리는 게 아니야

끝과 끝이 이어지는 원이 되어서 하나로 이어지는 거야

 

이 영화는 시작과 끝이 기차역에서 이뤄진다. 타카토시가 에미를 처음보고 한 눈에 반해 고백하는 장소도 기차역이고, 이별의 순간이 다가와 서로가 헤어지는 순간도 기차역이다. 영화 자체의 메인스트림은 서로가 엇갈리는 것 같지만 연결(がる)되어 있다는 표현이 장면 그대로 기차가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차는 늘 떠난다. 떠나지만 다시 열차 궤적을 따라 돌아온다. 그리고 순환된다. 35살의 타카토시가 구한 5살의 에미는 언젠가 만날 20살의 타카토시를 기다리고, 35살의 에미가 구한 5살의 타카토시는 먼 훗날의 20살의 에미를 만난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비록 중간의 갈림길에서 두 사람은 고통받고, 슬퍼하겠지만 행복 역시도 반복된다. 그래서 난 영화가 아름다웠다.

 

 

총평 4.5점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케이크가 떠오를 만큼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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