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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증이 암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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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사람에게는 우울함이란 감정이 있다. 우울이란 완전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의욕이 없으며 활기가 없고 슬픈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슬픔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사람을 괴롭힌다. 그리고 나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우울을 만나보았고, 대부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득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우울증을 앓던 친구와 연락이 닿으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임상심리학적으로 우울증은 굉장히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병이지만 해결책은 완전하지 않으며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병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자신의 의지로 해결되기란 아주 어렵다. 또 일반 병세처럼 증상은 더 악화되며 말미에는 다른 정신질환도 동반되는데, 다행히도 대부분은 이 단계까지 가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래도 사람이 이상증세(신호)를 보이면 주변으로부터 가능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사람은 잠재적인 인적 자원에 둘러쌓여있는 셈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에서도 나라와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을 케어할 수 없고, 대신 클라이언트(내담자)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즉 자원을 관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곧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우울증은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말이랑 다르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내 친구들은 다수가 후자의 영역이었고, 소수만이 전자였다. 감히 이야기하길, 그 소수인 내 친구 A의 이야기가 있다. A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에서 학업에 대한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A는 영재였고, 멘사 회원이었다. 문화와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서 글로 상도 여러번 탔고 작곡도 했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어린 시절에 자살시도도 했었던 적도 있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져서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다. 다행인 케이스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으니까.

 

이번에는 B에 대한 이야기다. B는 후자의 사람이었다. 부모님이 없이 조부와 자랐고 형제가 있었지만 동생도 비슷하게 사회성이 없고 강한 우울증을 겪었다. 나는 참 신기했던 게, 동생은 무려 군대를 다녀왔는데도 똑같이 무기력하고 힘이 없었다. 이 상태를 우울증이라고 하는게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나는 학사 나부랭이니까) 아무튼 B는 성인이 된 이후 5년에서 6년이 넘도록 굉장히 괴롭다고 고백했다. 그 친구가 한 말 중 가장 인상깊은 말은 "자신이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친구도(심지어 나를 앞에두고도) 없으며, 가족은 모두 싫고,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이며, 하등 죽는 게 낫다라고 몇 번이고 이야기한다.

 

나는 A의 케이스를 알기 때문에 B의 케어를 많이 노력했다. B와 가까웠던 친구들도 다시 연결시켰고,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목표를 가지는데 집중했다. 당시 내 꿈은 상담사였으므로 그렇게 하면 B가 호전될 거라고 보았지만, 그것은 마냥 이상이지 현실과는 달랐다. B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갔고, 우울하다고 말하면서도 하루종일 게임을 했다. 게임은 B에게 도피처였겠지만, 동시에 B를 가둔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 B는 지금도 그냥 살아가고 있고, 가끔씩 우울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정말로 우울한건지, 아니면 그게 B의 습관인건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이건 나 스스로도 타인이 말하는 '우울함'에 대해 굉장히 익숙해졌음을 시사하는듯 하다.

 

그 이후에도 나는 대학생활, 동아리, 짧은 직장 생활을 하며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자살 기도도 보았으며, 싸움도 보았고, 모든 사람과 연을 끊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느끼기를,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님에도 이만큼 많은 우울증을 만났다면 나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얼마나 많은 우울함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그 사람들을 돕고 싶었지만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실은 잔인했다. 우울함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의 진심어린 조언이나 도움이 아니라, 사실 8할은 약물의존이란 사실이다. 물론 남은 2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까 얘기했던 A의 사례는 약물로 회복되었지만, 결국 약물로 정신건강이 나아졌을 때 주변의 도움으로 남은 20%까지 치료를 마쳤기에 회복세를 보인거다.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건, 약물로 회복을 한 다음 그 다음의 20%다. 그나마도 사람을 고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란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굉장히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우울증이 암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암이 계속 커지고, 또 흔적이 남듯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계속 확장되고 흔적이 남는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 상처가 아물어도, 계속 마음 한켠에 기억과 감정의 형태로 남아있다. 그리고 암을 99%회복해도, 일부가 남으면 재발할 수 있듯 우울증도 1%의 우울감이 남아있다면 언제든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비가시적인 정신질환이 암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암은 살고자 하면 노력할 수 있지만, 우울증은 살고자 하는 노력을 뿌리째 흔드는 근본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정리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우울증 혹은 DSM에서 말하는 경증 우울증.. 우울감.. 그 전반적인 모든 '우울'. 우리는 그 병을 피해갈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 잠재적인 환자다. 우울증을 쉽게 생각해선 안되며,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슬프게도 절대적으로 약물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그럼에도 약물이 치료의 끝은 아니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서 치료를 마무리해야한다. 주변 사람들이 겪었던 슬픈 기억때문에 주절주절 떠들었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유치한 말 같겠지만 인간은 행복하려고 사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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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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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모니터링
    2022.05.22
    좋은글이네요
  • 공산1968
    2022.05.22
    맞는말.
  • 감동란
    2022.05.22
    ㅇㅈ
  • 와르샤와
    2022.05.22
    우울증에 대해서 자신이 만나본 친구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생각, 그리고 우울증이 암에 비유한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 리반
    2022.05.23
    본인도 우울증 약 먹고있음 2년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약을 끊고 우울증 '판정'을 받기 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면 의문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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