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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본토파(Localist)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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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1968

카미죠 토마.jpg

<영광이 다시 오길> 보다가 삘 받아서 작성함. 

 

홍콩의 정치는 크게 보자면 보수 친중파(건제파)와 진보 반중파(민주파)의 양강 구도로 이뤄져있다고 할 수 있음. 좀 복잡해지는 것은 반중파가 또 민주파와 본토파로 갈린다는 점임. 흔히 본토파는 보수주의 성향으로, 민주파는 진보주의 성향으로 가르곤 하지만 실제는 이와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음.

 

우선 민주파의 역사를 되짚어보자면, 민주파가 본토파보다 더 오래된 조직임. 본토파는 민주파의 파생 조직으로 생긴 것에 가까움. 민주파는 영국 식민지 시절 자치 운동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뿌리가 되는 것이고, 본토파는 2000년대 이후 홍콩이 제 모습, 즉 영국 식민지 시절의 모습을 잃고 있다는 일종의 향수에서 생긴 분파임. 일단은 "반중"이라는 타이틀 하에서는 하나로 묶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거의 같은 점이 없는 분파라고 할 수 있음.

 

본토파가 창립되게 된 계기는 홍콩의 자유방임주의 경제에 대한 반발이 컸음. 홍콩은 부동산이 모두 국유화된 대신, 기업이 땅을 임대하여 건물을 짓는 특이한 방식의 부동산을 추구하고 있음. 문제는 땅의 임대 방식이 공개 입찰로 정해지다보니, 땅값이 너무 비싸져서 좀 쓸모가 없어보이는 건물들이 대거 철거되어 입찰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임. 2006~2007년 경에 에딘버러 플레이스 페리 부두나 퀸스 부두가 비슷한 운명에 처해졌는데, 이때 좌파 성향 대학생들과 운동가들이 중국식 천민 자본주의가 홍콩의 옛 모습을 파괴하는 것을 막자면서 시작된게 본토파 운동임

 

다만 이 온건한 옛 모습 보존 운동이 결국 실패로 끝나자 본토파 운동을 주도하였던 초기의 좌파 세력은 본토파 내에서 입지가 다소 위축되었음. 따라서 2010년대 이후로는 본토파 내의 주류 세력이 좌파에서 우파로 이동하게 됨. 2011년 학자 친 완(Chin Wan)이 책 <The Hong Kong City State>를 발간하여 홍콩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음. 이 책은 "중국이 홍콩을 식민지화하고 있다" "번체자에서 간체자로의 변환, 일상 생활에서 영국식 문화의 퇴색 등 홍콩 고유의 문화가 사라진다" 등을 주장하였음. 이 책이 가지는 몇가지 의의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동안 경제적인 문제로 홍콩 고유 풍토의 상실을 주장했던 본토파의 패러다임이 이후로는 문화적인 문제로 옮겨갔다는 점임. 따라서 2011년 이후로 본토파는 경제적으로 중국의 천민자본주의를 쫓아내자는 진보적인 어젠다보다는, 영국의 식민지 시대를 재평가하고 고유 문화를 지켜내자는 문화보수적 어젠다에 집중하게 되었음.

 

이와중에 2014년 홍콩 사태가 터졌음. 결국 우산 시위가 실패로 끝나면서 홍콩 내에서는 기존 민주파가 무능하다는 의식 +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었다는 경각심이 퍼지면서 본토파의 지지율이 올라가기 시작함. 2016년 신계 동구의 재보궐 선거에서 본토파의 에드워드 렁(Edward Leung) 후보가 15%를 득표하면서 생각보다 선전. 이후 2016년 총선에서 본토파는 6석을 확보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편입되게 됨.

 

2019년 홍콩 사태 당시 중국의 노답 대처로 인하여 본토파가 지방 의회 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했고, 따라서 다양한 주장을 외치는 세력들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었음. 지금은 이중 대다수가 몰락했지만 2019~2020년 기준으로 본토파의 계파는 다음과 같았음.
1. 혐중 세력: 홍콩의 생활 양식 보존을 주장. 이민자 유입 거부함.
2. 자결파 세력: 정치적인 문제에 더 집중함. 이쪽은 좌파 성향임. 데모시스토 조슈아 웡이 이쪽임.
3. 독립파 세력: 자결에서 더 나아가 홍콩 그 자체의 정체성을 주장, 싱가포르와 같은 독립을 요구함. 이건 보수적인 성향.
4. 식민지 복귀파 세력: 영국으로의 식민지 복귀를 주장함. 극우 성향.
5. 친영파 세력: 식민지 복귀는 안외치지만, 영국과 주권 국가대 국가로서 친선 관계를 맺는 것을 지지함.
6. 호헌파 세력: 중국이 기본법을 준수하여, 입법원을 전원 민선으로 하고 홍콩에게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주장.

 

아무튼 이런 면에 있어서 본토파의 성향은 꽤나 복잡하다고 할 수 있음. 비교적 우파 쪽인 친중파나, 비교적 좌파 쪽인 민주파와는 좀 다른 양상. 이건 본토파 자체가 문화적인 면에 더 집중하기 때문임. 쉽게 말하자면, 민주파는 홍콩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면서 자치권과 경제적 평등을 주장한다면, 본토파는 아예 홍콩이 중국과는 별개임을 주장함. 따라서 한국의 보수 정당과는 그 성향이 굉장히 다른 편임. 이 본토파가 보수라고 하는건, 문화를 지키자는 의미, 그러니까 영국 보수당식 정통 보수 성향이라서 한국 내 특정 세력에 비견되기는 어려울 것 같음.

 

추가로 보자면 한국이나 다른 서구권 국가에서의 긍정적인 시각과는 별개로 홍콩 현지인들이나 전문가들의 본토파에 대한 의견이 많이 박한것 같음. 일단 홍콩 독립 자체가 망상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고(홍콩은 당장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면 전기도 못쓰고, 물도 못먹는 지경임) 대다수의 홍콩인들은 홍콩 문화 지키는데에는 관심이 없음. 반중 민주파 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먹고 사는 문제로 중국의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쪽이기 때문에, 본토파의 의제 자체가 장기적으로 홍콩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기 어려운 면이 큼. 그리고 이런 시각 그대로 본토파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망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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