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연계되어있는 면이 강한 한국, 대만과 달리 일본은 중앙 정치와 지방 정치가 철저하게 분리되어있다. 상호간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대단히 적다. "궨당" 정치가 심하다.
카다 유키코 시가현지사,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같이 지방 정치인이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이다. 일본에서는 중앙 정치인이 도도부현 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유별난 경우이다. (물론 기시모토 슈헤이 같은 예외 경우도 있지만)
일본의 지방정치는 크게 3개의 세력으로 굴러간다고 볼 수 있다.
① 지방 유지
② 자유민주당
③ 일본공산당
일본인 특유의 대상성(각자는 각자의 위치를 찾아야한다)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이 중앙집권제를 추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각 지역이 번국 시절의 독자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개인의 표보다는 조직의 표가 더 중요한 일본 정치의 특성에 있다. 일본에서는 시민 한명 한명의 표가 중요하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종교, 정치, 노동 단체에 의해 지지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어차피 지방 선거는 복잡하고 찍어야할 후보도 많아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투표를 안하므로, 확실한 기반이 되어주는 조직의 표를 더 고려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지방선거에서는 주요 정당들이 공천을 포기하고 대신 지역의 유지들, 노동조합원(일본에서 노조는 대부분 "기업이 잘 되어야 우리도 잘 된다" 수준의 어용노조다), 지역 건설업체 사장들 같은 유력 인사들의 출마를 "돕는다". 이들은 대부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각 정당들은 이들을 지지하는 형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당의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
현의회 단위로 가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져서, 자유민주당 정도를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구석 구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보니 일단 입헌민주당 같은 정당들은 공천부터 포기해버린다. 대신 자민당에 맞설 지역 유지 후보를 지지하며, 자민당은 이에 대항해 또다른 지역 유지를 자당에 입당시킨다. 물론, 자민당은 전국적으로 조직이 튼튼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따로 후보를 지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의회에서는 무소속 유지들과 자유민주당 소속 현의원들이 거의 동수를 이뤄 양당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제한적이며 자민당에 입당해 출마하는 지역 유지들도 꽤 많다.
이런 현상이 있다보니, 일본의 도도부현지사들이 거의 대부분 무소속인 것이다. 이들은 지방 내에서 신망을 받는 인사들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정당은 굳이 그들을 입당시키기보다는 무소속으로 지원한다. 설령 정당 소속의 정치인이 출마하더라도 이들은 더 많은 조직과 정당의 지지를 받기 위해 자신이 속한 정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당연히 지역 유지들이 갑이 되고 시민이 을이 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엄청나게 피해를 보는데, 이들은 어느 지방이든지간에 전체 인구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이 사람들이 전부 다 일본공산당에 투표해서 일본공산당의 지방 기반은 생각보다 튼튼한 편이다. 시구정촌 의회 단위에서는 일본공산당이 자유민주당보다 더 많은 의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 부라쿠민, 재일조선인, 성소수자, 피폭 피해자, 재개발 반대파, 환경운동가, 여성운동가, 외국인 노동자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은 지역 유지들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공산당을 지지하고, 공산당에게 한푼 두푼 기부를 하면서 공산당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찰서, 관공서에 말해도 안되면 공산당 사무실에 가라"라는 말도 있다.
그 외에 90%는 지역 유지나 자유민주당을 뽑으므로, 일본 지방 정치는 자유민주당, 지방 유지, 일본공산당의 삼당제라고 보면 되겠다. (입헌민주당 놈들은 지방 정치 단위로 가면 이와테현 말고는 전부 무능함과 의지 없음의 끝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