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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의 증손자와 코로나19의 총책임자가 대결하는 타이베이 시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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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1968

대만은 총선거를 대선 직후에 치르기 때문에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총선에서도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 반면 한국의 지방선거 격에 속하는 지방공직원 선거는 대선 2년 이후에 치르므로 대만의 지방선거는 정권의 중간 평가 겸 차기 대선 및 총선의 방향을 판가름하는 중간 선거의 기능을 갖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진당이 대승을 거두었다. 여당을 지위에 있던 국민당은 지방선거 직후 급속도로 인기를 잃었고 마잉주 총통(대통령)은 지지율이 9%로 떨어져 9총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후 2016년 대선에서 차이잉원이 이끄는 민진당이 20% p가 넘는 차이로 압승하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압승했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차이잉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민진당의 정치적 기반인 가오슝의 시장으로 당선된 한궈위가 국민당의 대선 후보로 나왔으므로 지방 선거의 결과가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의 의의

 

타이베이 시장 선거는 미니 대선이라고 불리는 대만 최대의 관심 선거 지역 중 하나이다. 대만의 옛 총통을 지냈던 천수이볜과 마잉주는 둘 다 타이베이의 시장직을 역임했다. 지금은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현 타이베이 시장인 커원저는 안철수 현상과 비슷한 제3지대론으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커원저에 대항해 2014년 지선에서 타이베이 시장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롄성원은 대만의 이회창으로 비유할 수 있는 롄잔 전 행정원장(국무총리)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각 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분류되었다. 그만큼 타이베이 시장직은 대선으로 가는 발판이다.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제3지대 성향의 후보이자 유명 외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었던(한국으로 치면 이국종과 안철수를 합쳐놓은 이미지이다) 커원저가 타이베이 시장직을 가져갔다. 하지만 대만의 지방선거는 3선을 제한하기 때문에 커원저는 더 이상 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민당과 민진당 양당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였고 그런 만큼 타이베이 시장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타이베이 시장직이 치열해진 또 다른 이유는 점점 변화하고 있는 타이베이의 정치 지형이다. 과거에는 가오슝이 민진당의 근거지로 여겨졌다면, 타이베이는 국민당의 근거지로 여겨졌다. 천수이볜이 유력한 총통 후보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당의 텃밭이었던 타이베이에서 기적적으로 시장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며, 사실 천수이볜 역시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당선된 것이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천수이볜이 물러간 이후 타이베이 시장직은 줄곧 국민당이 차지해왔고 특히 2002년의 선거에서는 마잉주 후보가 무려 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타이베이는 스윙 스테이트가 되어가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당선된 커원저는 일단 제3지대 무소속 후보였지만 민주진보당과 대만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은 후보였다. 그것도 근소한 격차가 아닌, 57%대 40%라는 큰 차이로 승리했다. 2020년 대선에서도 차이잉원이 타이베이에서 53%를 득표하며 승리하였으므로 더 이상 타이베이는 국민당의 텃밭이라고 볼 수 없게 되었다.

 

2014년 지방 선거 참패 이후, 국민당은 "친중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쉽사리 당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혐중 성향이 강한 청년층에서의 지지율이 낮은 것도 하나의 문제이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에서 타이베이 시장직은 큰 차이로 진보 진영에게 넘겨준 것은 국민당의 상징적 패배였다. 국민당이 대승을 거둔 2018년 지선에서도 결국 타이베이 시장직은 탈환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당에게 있어 2022년 지선에서 타이베이 시장직을 탈환하는 것은 국민당에게 있어 단순히 하나의 지자체장을 더 얻는 것의 의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당: 장완안 現 타이베이 3구 국회의원

蔣萬安.jpg

국민당에서 공천한 후보는 장완안이다. 장완안은 2016년 총선에서 타이베이 제3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재선 국회의원이다. 나이 역시 43세로 젊고 잘생긴 얼굴로 유명하다. 여기까지는 큰 특징이 없으나 장완안의 가장 큰 메리트이자 특징은 바로 핏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완안의 할아버지는 대만의 초대 총통을 지낸 장제스(장개석)이며 할아버지는 장제스의 아들이자 마찬가지로 총통을 역임한 장징궈(장경국)이다. 비록 아버지인 장샤오엔은 장징궈의 사생아였다지만 그럼에도 집안 내력 때문에 국민당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키워주고 있는 정치인이다.

 

장완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그의 중도 확장성에 있다. 보통 국민당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화사상을 표방하므로 친중 성향을 띠는 면이 있다.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의 관계는 남북 관계(한 민족, 다른 체제)에 가깝고, 민진당과 공산당의 관계는 한일 관계(다른 민족, 같은 체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대만은 점차 중국과 멀어지고 있고 대만 국민 역시 자신을 중화 문화권의 일부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국민당이 여전히 중국 본토와의 관계에 신경 쓰면서 홍콩 사태와 코로나19로 촉발된 혐중 정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완안은 일국 양 제로의 통일을 거부하며, 홍콩 사태 당시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반중적인 사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대만과 중국이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92공식)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며, 단지 중국이 독재 체제이기 때문에 통일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만을 확실히 하고 있기에 국민당 지지층과 무당층, 민진당 지지층 모두를 일부 만족시킬 수 있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노동조합의 파업 당시 이에 동참하고,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등 중도보수적인 모습을 확실히 하며 국민당 내 대표적인 소장파로 분류되고 있다.

 

 

민진당: 천스중 前 위생복리부 장관

陳時中.jpg

장완안에 대항하는 민주진보당의 후보는 천스중 위생복리부 장관이다. 위생복리부는 한국으로 치면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관직이다. 천스중은 전문적으로 정치를 해온 인물은 아니며, 그보다는 관료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다. 소속 정당만 민진당이었을 뿐 정부에서 계속 보건 정책에 관련된 일을 맡아왔다.

 

그렇기에 인지도는 물론 당내 기반도 전무하였으나 코로나19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위생복리부 장관으로서 코로나19 대책을 진두지휘하며 중국인 입국자를 차단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여 대만인들에게서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대만은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방역 선진국으로 분류되었고 따라서 천스중은 민진당으로부터 정계 입문 제의를 받아 유력한 차기 타이베이 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었다. 천스중은 타이베이에서 태어났고 공직 생활도 오랫동안 타이베이에서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2022년 현재 들어서는 천스중의 액면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자국의 우수한 방역 수준에 자만한 정부는 방심을 거듭했고 결국 이는 2022년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방역 소멸의 상태로 이어지게 된다. 인구가 한국의 절반에 불과한 대만은 2022년 4월 오미크론 확산과, 위드 코로나 정책이라는 천스중의 오판으로 인해 하루 확진자가 8만 명에 이르며 방역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잘한 것이다"라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마땅한 후보군도 없는 상황이기에 천스중 위생장관은 꾸준히 타이베이 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었고, 7월 장관직을 사퇴하고 경선에 출마해 민진당의 타이베이 시장으로 공천되기에 이른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가 주는 시사점

천스중 장완안.jpg

장제스의 증손자와 코로나19 방역의 총책임자 간 대전이라는 유례가 없는 빅매치에는 몇 가지의 시사점이 있다. 국민당 내에서는 대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공안 경찰 출신인 허우여우이 신베이 시장이 가장 유력하지만 지지율이 높지 않다. 국민당의 당 대표 격인 주석을 맡고 있는 주리룬 후보는 비토감이 크다. 민진당과 차이잉원 행정부의 여러 실책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은 이렇다 할 대안 없이 그저 민진당 때리기와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민생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시화된 양안 전쟁의 가능성도 국민당을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중국을 같은 민족으로서 인정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인하여 반대하는 "중도파" 성향인 장완안의 대두는 국민당에게 있어 하나의 돌파구일 수 있다. 국민당은 거듭되는 선거 참패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친중파를 밀어주며 대중의 지지를 상실했지만, 양안 문제는 물론 동성애, 노동 인권 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국민당 주류와 달리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완안이 타이베이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국민당 입장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2024년 대선까지는 아직 2년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대만의 경제 사정은 나쁘고 코로나19도 악화 일색이다. 장완안이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국민당 입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의의는 대만 정치의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다. 장완안은 아직 겨우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장제스의 증손자이긴 하나, 오히려 장제스나 장징궈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양안 관계에서도 한 발짝 물러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천스중의 경우 아예 국회의원 직은커녕 그 어떠한 선출직 공무원조차 지낸 적이 없는 인물이다. 두 명 모두 대만 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안 관계에서는 멀리 떨어진 인물이고, 또한 기성 정치와도 멀리 있으므로 장완안과 천스중의 부상은 대만 정치의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타이베이 시장 선거와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커원저는 스스로 제3지대를 자처했지만, 양안 관계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하였으므로 기성 정치에서 멀다고 할 수 없었다. 2014년과 2018년 대선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했던 롄성원과 딩서우중은 각각 거물 정치인의 아들과, 6선 의원이라는 점에 있어서 그 한계가 분명했다. 게다가 롄성원의 아버지인 롄잔은 대표적인 친중파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타이베이 시장들은 그 지위만큼이나 기성 정치에 가까웠고 양안 관계에서도 입장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 양상이 많이 다르다. 양안 관계보다는 민생과 코로나 문제가 더 집중 받고 있고 양당 후보 역시 중국에 대한 문제보다는 코로나를 두고 더 많이 싸우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타이베이 시장 선거는 고전적으로 양안 관계가 중심이었던 대만의 정치가 보다 더 경제적이고, 실리적이며 보수와 진보의 양당제적인 구도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의 최초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있어 그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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