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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쟁화(戰爭畵)와 화가의 전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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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히토

 

I. 서론

전쟁, 그리고 그것이 일으키는 수많은 파괴와 죽음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물론, 다른 국가에 대한 침공을 주도하거나 전쟁 범죄를 일으킨 전범들은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책임이 오직 그들에게만 국한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것은 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 대한 처벌은 명백한 법적인 전쟁 책임만을 묻는 것일 뿐, 전쟁 책임의 범위를 보다 간접적이고 광범위한 것으로 넓혀 논의하자면 전쟁에 적극적/소극적으로 찬동한 사람들, 전쟁을 일으키고 수행하기 위해서 일한 시민들이나 하급 관리들과 같은 사람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하나하나 책임을 묻고 따지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비교적 책임이 명백하다고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한다면 프로파간다, 즉 선전/선동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때로는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를 동원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적국에 대한 분노와 대결심을 가져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부추기는 것이 선전/선동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현대로 오면서 프로파간다는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군가, 영화, 소설, 논설문, 사진, 그림 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 주목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시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한 것, 다시 말해 그림이다. 물론, 전쟁화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지부터 시작해서, 전쟁화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 지의 문제까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선전 매체로서의 그림에 대한 파악은 쉽지 않다. 시각에 따라서는 전쟁과 선전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파악이 아닌, 군국주의적인 침략에 대한 미화를 목적으로 하여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라는 파괴적이고 범죄적인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전쟁화, 특히 근대 이후의 전쟁화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것을 창작한 사람들의 책임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일본과 전쟁화에 대해서, 일본의 전쟁화가 가진다고 할 수 있는 특수한 점에 대해 살펴보고, 나아가 전쟁화를 그린 화가들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있는지도 논하기로 한다.

 

II. 일본과 전쟁화

근대적인 국민국가가 제국주의적인 정책을 수행하고 국가를 확장함에 있어서, 국민들에게 전쟁에 대해서 홍보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심는 것은 몹시 중요했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전쟁에 대한 책임에 관해 논함에 있어서 전근대와 근대 이후의 전쟁화를 구별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근대의 전쟁화가 업적의 기록, 사실적인 기록, 업적의 칭송과 같이 주로 기록적 매체로서의 역할이 강했다면, 근대의 전쟁화는 선전/선동과 대중에 대한 전시 및 관람을 의식하고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며, 특히 근대 일본의 역사는 보신전쟁, 세이난전쟁,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수 많은 전쟁과 분리해서 파악할 수 없는 것이기에 전쟁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근대적인 전쟁이라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국민으로서 단결하여 전쟁 수행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2). 이것은 전쟁 수행을 위한 노력의 미화와 적에 대한 단결된 대결심에 대한 필요를 만들게 된다.

 

전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쟁화는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오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애국심을 고취함으로써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동기부여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 살펴볼 만한 것은 전쟁화가 천황제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국가와 국가를 위한 전쟁의 중심으로서 천황이 중요시되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천황은 국민들을 단결시키는 상징으로서 구실했기 때문에, 이 점을 통해 전쟁화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전후방에서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寺崎工業의 1905년 작인 「皇風吹遍州春」과 같은 작품에서는 전쟁 수행을 위해 머나먼 타국에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황풍(천황의 덕)으로 만주에 봄이 왔다”고 표현함으로써 천황을 신적인 존재로 격상하는 시각도 드러낸다. 이러한 전장의 모습을 그린 전쟁화를 포함하여 열병식과 관함식 등의 군사적 행사를 포괄하는, 전쟁과 관련된 각종 회화들은 천황의 위엄을 세우고 국민들로 하여금 천황이 신적인 권능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천황과 국가에 충성하게끔 유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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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万歳百撰百笑」의 한 부분. 러일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를 희화화 한 그림.

 

한편, 후자에 대해서는 「日本万歳百撰百笑」 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적국을 야만적인 것,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보다 고전적이고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도 널리 활용되었지만, 일본의 역사/문화적인 전통을 활용한, 다시 말해 high-context에 기반한 전쟁화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자면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의 모습이 드러난 北沢楽天의 1902년 작인 「やまとひめとブリタニア」나 小林古의 1944년 작인 「不動明王」 등은 일본 신화와 불교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역사/문화적 맥락을 기본으로 한 것이다.

 

나아가 임진왜란이나 흑선내항과 같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의 역사/문화적 맥락도 필요하다면 전쟁화에 활용되었고, 이러한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서 비롯된 일본적인 표현’은 은유의 방식을 통하여 일본인들로 하여금 의식/무의식 양면에 보다 효과적으로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인 이데올로기와 적국에 대한 대항심을 심어줄 수 있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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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동맹을 표현한 그림인 「やまとひめとブリタニア」. 일본을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로 표현했다.

 

III. 전쟁화와 화가의 전쟁 책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특히 일본에 있어서, 그리고 일본이 아닌 다른 여러 국가들에 있어서도 전쟁화는 국민들에 대한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널리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쟁화가 가지는 예술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화 역시 동서양의 회화 전통을 계승하여 그려진 그림으로, 비록 그 목적이 정치적이고 옳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심미적인 가치와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시각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화를 그린 화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쟁화는 화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전쟁에 협력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로서의 가치를 추구하거나 건전한 사회 참여를 지향하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국민들에게 보급함과 동시에 나아가 전쟁 수행을 위한 희생과 단결을 부추겼다. 특히,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절정기에 이르면서, 당시 일본 제국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는 ‘황국 신민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침략적인 전쟁에 찬동하는, 프로파간다 목적의 전쟁화가 다수 그려지기도 했다(5).

 

따라서, 창작 의도와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이 국가주의적인 전쟁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화의 창작자인 화가들 역시 전쟁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김용철 (2013), 아시아ㆍ태평양전쟁기 일본 전쟁화의 전후 행방, 「일본비평」, (9), p. 253

(2) 황익구 (2017), 사진그림엽서로 본 러일전쟁과 프로파간다, 「일본문화연구」, 63, p.61

(3) 위의 논문, pp. 67-69

(4) 박순애 (2014), 선취(先取)된 ‘제국’ 일본의 프로파간다, 「한중인문학연구」, 42, pp.318-319

(5) 김용철, (2016),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식민지 조선의 전쟁화와 프로파간다, 「일본학보」, 109, pp. 198,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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