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출처: 동행복권
최근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을 지칭하는 신조어 'MZ세대'가 이미 유행처럼 고루 퍼져 쓰이고 있습니다. 'MZ세대'는 1981년부터 1996년까지의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와 1997년부터 2012년까지의 Z세대(Generation Z)를 뭉뚱그려 나타낸다는 뜻¹으로, 연령별로 치자면 1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에 해당합니다. 'MZ세대'라는 표현은 2018년 11월 주간지 '대학내일'의 '20대연구소'에서 발간한 《트렌드 MZ 2019》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이후 이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진 세대"라 일컫는 것으로 정의가 되었습니다.
언론에서 'MZ세대'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더불어 코로나 시기 비대면 활동을 지칭하는 '언택트(Untact)', 정부의 코로나 방역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K-방역'에서 따온 접두사처럼 뜻을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MZ세대'라 붙은 제목의 기사 대부분은 주로 2·30대의 청년들을 주제로 하지만, 그들이 소비하고 있는 문화, 사회성 등을 살펴보며 이를 기사의 내용으로 삼습니다. 요즘 사회에서도 'MZ세대'라는 말을 자주 접하고, 'MZ세대'를 표현한 매체를 접하는 것을 보면, 고작 청년 세대를 뭉뚱그려 표현했음에도 대중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유행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MZ세대'의 이면에는 신세대에 대한 편견을 기성 세대가 그럴싸하게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합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야 할 청년들이 동시에 윗세대의 강요와 억압에 시달리고,현재진행형인 세대 갈등도 모자랄 판에 사회에 나가야 할, 혹은 사회에 나간 2·30대 청년들을 'MZ'로 불린다는 것은 1970년대에나 쓸 법한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서 언론을 통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말하는 식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MZ세대'로 취급되는 청년들은 용어의 남발과 기성 세대의 시선 때문에 불편함과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3의 장면. 자료 출처: 쿠팡플레이 / 미디어오늘
그래서였을까요? 'MZ세대'에 대한 편견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에서 방영하는 《SNL 코리아》에서는 일명 'MZ세대'의 직장 생활을 다룬 코너에서 능률이 올라간다며 업무 중에 에어팟을 끼거나 브이로그에 몰두하는 등의 묘사로 인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작년 12월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젊은 세대에 대한 접근은 'MZ세대'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책에 썼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의 "MZ세대라는 말은 어딘가 잘못됐다" 기사에서는 무분별한 'MZ세대' 남용은 물론 자극적인 제목과 호기심을 통해 클릭을 유도하는 한국 언론에 대해 비판한 바가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타 언론사의 기사들을 인용해 한국 언론의 'MZ세대' 표현을 다루었고, 인터뷰를 가진 한 대학생은 'MZ세대'라는 단어를 불쾌하게 여기며 언론이 편의에 따라 붙인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해당 기사에서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맡은 한 교수는 "언론이 'MZ세대'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남용하는 것이 문제"이면서 "1·20대에 관한 이야기를 'MZ세대'로 묶는 것은 개념을 오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MZ세대'로 인식되는 연령대는 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출처: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도 'MZ세대'로 인식되는 세대를 'Z세대'라 응답했고, 이 표현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50%, 그렇지 않은 응답이 44%로 나타났습니다. 또 68%가 '밀레니엄과 Z세대는 비슷한 경험이나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고, Z세대의 61%는 'MZ세대'를 지칭하는 것에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밀레니엄 세대는 지칭에 적절하다는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반대 의견은 47%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MZ세대'가 청년들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년들이 받아들이기엔 매우 힘들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인 판국에 인구 절벽까지 맞물리는 상황에서 'MZ세대'는 기업과 정치권, 언론에서 청년을 이용하기 위한 프레임에 가깝지, 청년이 안고 있는 주거 문제나 부의 불평등 같은 사회적 문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MZ세대'는 청년들에게 외면을 받기 쉬우며 결국 이 표현이 청년들을 비꼬기 위해 기성 세대에서 만들어졌거나 대중매체나 정치권, 기업에서 쓰는 표현이란 인식이 박히게 됩니다. 즉, 'MZ세대'는 청년들을 대변할 수 없는 윗세대만의 표현에 불과하죠.
현재 3·40대는 이미 사회와 경제 활동은 물론이고 정치에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최근 1·20대 사이에서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해지며 유교적 전통을 반대하고, 자유분방함을 부르짖으면서 전통과 규범을 추구하는 기성 세대와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는 청년을 위한 세대가 아닌 청년들을 오로지 멋 모르고 사회성 없는 자들로 취급하기 위한 일종의 표현이며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용어 사용에 대한 지양과 존중이 필요합니다. 비록 청년들은 지금까지도 대학교, 회사 같은 곳에서 활동하거나 창업, 취미 생활 등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청년 혐오를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이 기성 세대들의 향후 과제입니다.
¹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를 기준으로 하며, 한국과는 달리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트렌드 MZ 2019》에서는 'MZ세대'를 1980년생에서 2004년생으로 정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