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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헝가리 총선의 결과, 설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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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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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데스 (우익~극우, 보수주의, 친중/친러/반미/반유럽) - 135석, 53.29% (2석 증가)

헝가리를 위한 연합 (중도좌파~중도우파, 자유주의, 반중/반러/친미/친유럽) - 56석, 34.89% (6석 감소)

우리의 조국 운동 (극우, 범투란주의, 친중/친러/반미/반유럽) - 7석, 6.15% (5석 증가)

 

결과: 친중-친러 극우파의 압도적 대승, 단독 개헌선 확보

 


헝가리는 2010년부터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굳이 직역하자면 청년민주동맹)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일당 우위 정당 제의 국가이다. 2018년 총선 결과, 제1당인 피데스는 133석을 얻은 반면, 최대 진보 정당인 사회당은 20석을 얻는데 그쳤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헝가리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도우파 성향의 피데스와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양당제를 이루던 국가였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반전되었다. 사회당 출신의 주르차니 페렌츠 총리는 무리한 긴축 정책을 도입하면서 노인 복지, 청년 복지 등 각종 복지 사업들을 축소시켜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2010년 총선에서 피데스가 압도적 대승을 거두면서 집권할 수 있었고, 피데스는 사회당이 무너트린 복지 제도를 대부분 복원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또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띄는 것도 현 헝가리 여당의 특징이다. 피데스는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파 내지는 중도우파 성향이었지만, 유럽 난민 위기 당시 독일의 일방적인 난민 수용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급격하게 우경화되었다. LGBTQ의 권리를 제한하고, 야당 성향의 언론사를 폐간시키며, 대법원장들을 자신들의 측근으로 갈아끼우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헝가리 정부는 점차적으로 독재를 표방한다는 서구 사회의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 의회 내의 원내교섭단체인 유럽 인민당에서는 피데스를 제명하였고,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은 헝가리를 대상으로 한 제재안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헝가리 정부는 가짜 뉴스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올리지 못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서방으로부터 쏟아지는 엄청난 비판에 헝가리는 강성한 친중, 친러 정책으로 화답하였다. 중국 대학교의 캠퍼스를 부다페스트에 유치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영향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대 헝가리 영향력은 강화되었고, 경제적으로도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일련의 추세는 헝가리가 레드 팀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헝가리가 확실하게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서방 세계는 물론이고 자국의 반러파 시민들에게도 위협감을 주었다.

헝가리 내에서는 동성애자 권리 제한, 반페미니즘, 반민주주의, 반자유주의적 - 즉 반서구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여당에 맞선 야권이 연합을 맺어 여당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이른바 헝가리판 한명숙 민주통합당). 중도좌파 사회당, 중도우파 요빅, 중도파 민주동맹, 중도좌파 헝가리 녹색당 등 6개 정당과 3개 시민단체가 뭉친 야권 연대 "헝가리를 위한 연합"은 야당의 지지율을 모조리 흡수하여 2021년 연말 피데스의 지지율을 추월하면서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서방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야권 연대의 집권 가능성을 점치면서 헝가리 내에서의 정권 교체, 혹은 과반에 근접한 견제 의석 확보는 거의 기정사실화되어있었다. 서방 언론들은 이 선거를 친러파 레드 팀(피데스)과 친미파 블루 팀(야권연대)의 대리전으로 묘사하였다. 푸틴과 젤렌스키의 대리전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상황은 야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고, 마지막으로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야권 연대가 47%, 피데스가 47%로 동률을 기록하며 누가 이 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나 선거 개표 초반부터 피데스가 여유 있게 앞서나가더니, 결과적으로는 야권 연대는 의석을 오히려 잃은 데다가 피데스는 단독 개헌선까지 확보하는 도 압승을 거두게 되었다. 피데스는 실질적으로든, 명분적으로든 모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이에 따라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총선은 서방파와 친러-친중파의 대리전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블루팀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총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I. 기울어진 운동장, 여권으로 쏠린 언론들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언론들이 윤석열 후보의 논란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논란에 더 집중했듯, 헝가리 언론 역시 기본적으로 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이어나가면서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였다. 헝가리의 언론 장악 실태는 2010년 김재철의 MBC도 한수 접게 만드는 수준이다. 앞서 말했듯이 헝가리의 야권 언론들은 오르반 빅토르의 집권 기간 도중 상당수 폐간되거나, 국영화되어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하였고, 얼마 남지 않은 진보파 언론들도 가짜 뉴스 차단을 이유로 권리를 상당히 제한받고 있다.

이렇게 편향된 언론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선거를 여당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가령, 헝가리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선거 운동 보도 시간을 똑같이 설정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하지만 헝가리 언론들은 야당의 선거 운동을 5분 내외로 추려서 짧게 보도한 반면, 여당의 선거 운동은 그보다 더 길게 보도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대외 연설이나 대중 친화적인 행보를 선거 운동 보도가 아닌 일반 시사 보도로 분류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헝가리의 경제난을 부각시켰고, 반대로 러시아의 폭정과 같은 것은 적게 보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헝가리 여권은 대 러시아 제재로 인해 헝가리의 경제가 무너질 수 있음을 주장한 반면, 야권연대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보도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피데스의 외교 정책에 찬동하게 만들었다.

II. 헝가리의 반서방 심리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이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헝가리를 압박한 것이 야권 연대의 패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난데없이 난민을 강제적으로 받으라고 하고, 안 받는다고 했더니 경제 제재를 들먹이니 반발감이 든다는 것이다.

헝가리는 민족주의가 강하여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국민들이 많은 데다가, 전통적인 기독교 윤리관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무리하게 자국의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을 강요하면서 반발감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었다. 이래나 저래 나 서방 국가들이 헝가리를 압박한 것은 오히려 헝가리 국민들이 이 선거에 있어서 강단 있고 민생 챙기는 피데스를 밀어줘야 한다는 반발 심리를 자극하였다.

III. 야권 연대 그 자체의 결함

우리가 2012년에 이미 겪어본 적이 있던 문제다.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박지원, 안철수, 문재인, 한명숙, 유시민, 이정희, 심상정이 모조리 다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연대를 맺었고, 그 결과 야권 연대는 새누리당에 단독 과반을 헌납하면서 패망하였다. 헝가리의 상황도 똑같았다. 일단 헝가리의 야권 연대가 속된 말로 "반 오르반 원툴"이었던 탓에 각 정당의 성향이 너무나도 달랐다. 우익 민족주의 정당인 요빅, 중도좌파 사민주의 정당인 사회당, 중도적인 환경주의를 표방하는 녹색당, 사회당에서 탈당한 리버럴 인사들이 창당한 민주동맹, 그보다 더 중도파에 있는(한국으로 치면 안철수랑 비슷한) 모멘텀 운동, 녹색당보다 더 진보적 환경주의를 표방하는 대화당 등, 아젠다와 정책, 성향이 모두 다른 정당이 오직 오르반 한 명을 잡기 위해 뭉쳤으니 명분도 부족하였고 단합도 잘되지 않았다.

또한 야권 연대에는 스타성 있는 인사가 부족하였다. 야권 연대의 대표는 마르키저이 페테르(Marki-Zay Peter)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인구가 4만 명인 헝가리 남부의 소도시 호드메죄바샤르헤이(Hódmezővásárhely)의 시장이다. 한국으로 치면 제천 시장이 대통령 후보인 것과 비슷하다. 사실 이렇게 된 원인은 일단 최악은 막고 보자는 심리 때문이었다. 마르키저이 페테르에 대항한 인사는 과거 총리였던 주르차니 페렌츠의 아내였다. 헝가리 야권을 망하게 만든 장본인의 친인척 정치는 필패였고 따라서 차악으로 전혀 인지도도, 스타성도 없는 인사를 야권연대 대표로 내세웠다.

더군다나 이 마르키저이 페테르의 선거 전략도 문제였다. 마르키저이 대표는 스스로를 우익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운동 때에는 느닷없이 예수를 좌익 성향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마르키저이 페테르는 기독교인이었지만, 동성혼은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을 바꿨고, 그러면서 오르반 빅토르의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원색적 네거티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본적으로 야권 연대의 성향이 너무 다양했기 때문에 이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정책이나 발언을 계속 갈팡질팡한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반유럽, 민족주의를 내세운 오르반 빅토르에 비해 리더십이 약해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고, 야권 지지자들조차 야권연대의 유효성에 대해 의심하게 만들었다.

IV. 외교보다는 민생이 우선이었던 선거

중요한 점은 이번 선거가 서방 언론들이 집중하는 것과 같은 외교 선거가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헝가리는 이제 막 경제를 발전시켜나가는 개발도상국이다. 성장 동력의 상당수는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투자 받아 발전하는 사업도 상당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무작정 반러시아, 친우크라이나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헝가리의 경제를 무너트릴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초점을 평화 vs 전쟁이 아닌, 경제 vs 혼란으로 잡았다. 야권 연대는 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고 단지 젤렌스키에 호도하는 감정적인 선거 운동을 하면서 자당이 민생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에 실패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값, 식료품 값을 "동결"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2월에는 25세 미만의 청년층의 개인 소득세를 면제하였고, 군인과 경찰관은 10%의 급여 인상을 받았다. 실업자들은 월 270 유로 (약 35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되었다. 또 연금 정책도 연금 수급자들이 유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헝가리 내에서 1월부터 이어진 내적인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경제 위기가 맞물려 발생한 헝가리의 심각한 경제 공황을 대중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야권연대는 이렇다 할 복지 정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야권연대보다는 피데스를 더 경제적으로 신뢰한 감이 있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대러시아 제재의 실효성과, 대러시아 제재로 세계가 입은 막대한 경제적 타격에 처음으로 의문을 표시하게 된 사건이 되었다. 헝가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개발도상국으로, 세계 경제의 경향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헝가리가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극우파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은 유럽 내에서조차 대러시아 제재와 친우크라이나 정책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서방 유력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이미 밑바닥 민심에서는 맹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대러시아 제재에 찬동하는 여론이 굉장히 약화되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번 총선은 푸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젤렌스키가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승전국"처럼 행세하며 비협조적으로 굴고있는데다가, 전쟁이 길어지면서 대러시아 제재에 싫증을 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이 이번 총선을 통해 처음 표출되었다고 본다.

이 네 가지 요인들은 서구 언론들에서 잘 보도하지 않는 것들이라 내가 개인적으로 추측한 요인들이다.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헝가리에서 이런 흐름이 있던 것은 사실이고 이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맞물려서 야권의 선거 참패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번 선거는 외교보다는 민생, 전쟁보다는 안정, 불안한 야당보다는 안전한 여당을 선택한 헝가리인들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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