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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국제관계적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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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참혹한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선제적이고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벌써 개전 6주차가 되었다. 그에 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같은 사실을 두고도 다른 해석을 하며 양국 사이의 매꿀 수 없는 입장차를 보여줬다. 과연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평화를 유지해온 UN은 이번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오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여러가지 국제관계적 물음을 알아볼 것이다.

 

많은 군사학자, 지리정치학자들은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끝날 것이고 결국 러시아가 원하는 소기의 목적; 돈바스와 크림의 완전 병합,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내지 괴뢰국화;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그들의 예측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더 독립을 위한 투쟁에 적극적이었고, 일찍이 항복할 것이라던 그들의 대통령 젤렌스키는 혼란 속에서 굳건히 서있으며, 개전 후 무너질 것이라던 내각은 붕괴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잘 버티고 있으며, 이는 세계의 모든 자유인들이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마치 우리가 현재 맞이한 위기처럼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1962년의 쿠바 위기 이후로 세계인들이 잠시 잊고 지내던 전쟁에 대한 공포를 다시 각인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당사자인 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러시아의 양보불가능한 지정학적 안전보장과 국민국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주권을 가진 국민국가는 자국 영토 내에서 최고의 권력을 갖는 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 것이다. 즉, 후자는 모두가 알 수 있는 자명한 이야기이지만, 전자는 어떨까.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축 이탈 또는 친서방으로의 전환이 러시아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인지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우리는 국제관계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음을 알고있다. 바로 세력균형과 집단안보이다. 세력균형은 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 각국이 하나의 세력에 들어가 서로의 힘을 엇비슷하게 유지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통해 1870년에서 1890년대 초까지의 유럽의 국제질서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말을 알고 있다. 비스마르크의 외교정책은 현명했다. 대륙의 프랑스와 영국을 견제하면서도, 독일이 유럽의 패자가 될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도록 했다. 식민지 확장과 같은 대외적인 충돌을 불러오는 정책보다, 내부 개혁을 우선시하고 산업 수출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그가 무능한 카이저에 의해 물러난 이후 독일은 패배자의 길을 걸었다. 독일은 러시아와의 동맹조약 갱신을 거절했으며, 식민지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영국과 프랑스로 하여금 패권에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특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이탈리아와 함께 삼국동맹을 결성하면서, 그동안 느슨하게 유지되고 있던 유럽 내의 세력균형을 완전히 붕괴시킴으로써 프랑스와 영국이 독일의 유럽패권국으로의 도약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사람들을 세력균형이라는 국제질서에 피로함을 느꼈다. 세력의 균형이 유지되면  평화가 유지될 것으로 보았지만, 그것은 현명한 지도자가 있을 때 가능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이를 대외적으로 선언한 첫 번째 인사였다. 그는 모든 국가가 넘어서는 안될 보편타당한 선이 있음을 주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에 따라 각국의 주권을 일부 양도하여 국제법을 통해 "대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 우리는 이를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1910년대 말은 지금 우리가 헛되다고 생각하는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는 시대였다. 대전쟁으로 2천만 명 이상이 죽었다. 세계의 모든 것이 집중된 유럽은 초토화되었으며,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옮겨갔다. 유럽은 상실의 시대를 걷고 있었으며, 유럽의 모든 사람들은 더 이상의 전쟁은 원하지 않았다. 그 어떤 작은 전쟁이라도. 그래서 집단안보가 탄생했다. 모든 전쟁의 불법화, 그리고 침략국을 다른 모든 비침략국이 연합하여 보복한다. 이것이 집단안보의 논리였다.

 

따라서 모든 동맹은 해체되었다. 협상국과 동맹국과 같은 동맹체제가 바로 군비경쟁과 힘의 균형을 위해 자잘한 전쟁을 치르게한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이는 슐리펜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프랑스에 의해 무너져내렸다. 프랑스는 집단안보를 믿지 않았으며, 영국과 동맹을 통해 유럽 내에서의 확고한 패권을 확립하고 싶어했다. 영국은 집단안보 정신에 위배됨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지만, 프랑스는 폴란드와 구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구성국들과 함께 소협상국을 결성했다. 그리고 또 다시 세력균형에 의한 논리가 시작되었으며, 소련과 독일의 안보심리를 자극했다. 이 이후의 결말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고,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하며 집단안보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추축국의 결성을 통해 끔찍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두 전쟁이 끝나고 창설된 유엔은 국제연맹과는 달라야했다. 어느정도 강제력이 있었으며, 다국적군을 파견할 수 있었고, 독일과 일본 같은 패전국들을 국제사회에서 바로설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80년간 대전쟁 없는 유사 이래 가장 긴 평화의 시대를 이끌며, 그 존재의의를 증명해왔다. 그리고 1931년 만주와 1935년 에티오피아에서의 국제연맹과 같이 2022년 유엔이 우크라이나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여러분은 유엔이 주도하는 집단안보와 NATO 같은 세력균형 중에서 어떤 것이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는가? 그리고 과연 유엔은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 집단안보적 의의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 NATO와 같은 주변국의 안보심리를 자극하는 세력균형 정책은 어느 선까지 유효할까?

 

평소에 잘 생각하기 어려운 이런 물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되짚어보고,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댓글
2
  • ㅇㅇ
    ㅇㅇ
    내댓글
    2022.09.25
    아직 전문을 정독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배웠던 학문에서는 늘 구조주의나 자유주의보다 현실주의적 이론이 더 강세를 보였는데, 그런 비관적인 생각 외로 우크라이나의 선전이 참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미래가 열려있지만 집단안보가 실재한다고 느끼니 마냥 현실은 쉽게 알아먹을 수가 없네요.
  • 용용
    2022.09.25
    결국 우리가 서방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와 자유를 위한 투쟁처럼 생각하지만, 확실히 세계정세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러시아에게도 분명히 많은 고려 부분이 있음은 사실이죠. 정말로 세력균형이 무너지길 바란 것은 미국이 아닐까 싶네요. 결국 이 전쟁으로 러시아는 세계최악의 나라가 되었고, 미국은 좋든 싫든 "악의 나라에 침략당하는 나라를 도운 최고의 우방국"이 된거니까요. (물론 단지 이런 단순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도 수두룩하지만, 뭐가 됐든 러시아가 추락했고 미국이 상승했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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