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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월 혁명과 독일 보수혁명, 1920년대 민족볼셰비즘(Nationalbolschewismus)을 중심으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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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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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은 바야흐로 유럽이 어떠한 이념과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패전국들의 왕정은 붕괴되었으며, 패전국과 이들의 지배를 받던 신생 독립국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전된 자유주의, 자본주의, 의회주의, 공화정 등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야 했다. 예외가 있었는데, 유럽의 동쪽 변방에서 서유럽에 동화되지 않은 채 늘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해온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이번에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서구와 거리를 두었다. 스스로를 중유럽으로 규정하며 서유럽과 거리를 두려했던 독일 보수주의가 러시아 혁명에 주목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니키쉬는 1930년 청년들 앞에서 러시아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러시아는 개인주의적이지도 자유주의적이지 않다. 러시아는 경제보다 정치를 우선시한다. 러시아는 의회주의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문명적이지도 않다. 볼셰비즘은 인본주의와 문명적 가치들에 대한 거부이다.” “저항의 자세는 그 자체로 공산주의적이지도 반공산주의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대안이 더 이상 없다면 공산주의적일 수 있다.” 서구에 대한 저항이 반드시 공산주의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당시로서는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볼셰비즘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니키쉬는 ‘비독일적인’ 자본주의를 공동체를 우선하는 상상의 게르만 전통과 대비시켰다. 그는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를 경멸했다. “개인적인 축재 의지는 타락으로, 안락함에 대한 욕구는 처벌받아 마땅한 문란함으로, 재계 주요 인물들의 무제한적인 주도권은 규율 없는 독단으로 흐르게 된다.” 경제가 ‘절대적인 정치-군사적 지도 아래 있을 때’ 비로소 독일을 겨냥해 전개되고 있는 ‘경제전쟁’은 승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보기에, 소비에트 러시아에서는 나라 전체가 단일한 ‘정치-군사적 지도’ 아래 있으며, 독일은 아직도 이를 실현하지 못한 상태였다.

 

보수혁명과 민족볼셰비즘 연구에 정통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뒤프(Louis Dupeux)는 바이마르 시대의 보수혁명이 문화비관주의에 천착했던 전전(戰前)의 보수주의와 달리 대안 모색에서 적극적이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묄러는 과거 보수주의로부터 전래된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근본적인 가치들에 집중해 국가, 권위, 위계, ‘역할로 분류되지만 결속된 공동체(gebundene und gliederte Gemeinschaft)’ 등에 주목했다. 묄러는 이들을 근본적인 가치라고 여겼기 때문에 “보수주의가 영원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뒤프의 견해이다. 또한 보수혁명은 과거와 달리 근대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근대의 도구적 측면들이 – 근대적 선전방식, 군사적 사회조직 모델, 기계와 기술 등 – 지닌 의미에 주목했다.

 

따라서 적지 않은 독일 보수주의자들이 스탈린 소련에서 나타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구적 유대인’인 트로츠키를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1920-30년대를 거치며 ’붉은 차르(roter Zar)‘로 현현한 스탈린한테서 그들은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진정한 지도자는 농업 집단화와 5개년 계획을 통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것이야말로 특히 경제와 기술에서 모든 권력을 장악한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이었다. 독일과 서구의 자본주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동안, 러시아는 민족볼셰비즘을 수단으로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미국의 대공황과 독일의 경제 위기는 누가보아도 소련의 경제성장과 대조되었으며, 따라서 당시에 독일 보수주의가 시장의 무질서와 우연에 의존하는 서구적 자유방임주의를 거부하고 소비에트 계획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독일 보수주의는 시장이 국가보다 낫다는 증거를 당시는 물론이고 과거에도 찾을 수 없었다. 요아힘젠(Paul Joachimsen)은 종교개혁이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다른 독일의 낭만주의적 국가관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독일의 국가관은 두 가지 점에서 서구와 구분되는데, 독일에서는 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채 생각될 수 없는 국가의 윤리적 특성을 원칙으로 받아들이며, ‘서구적’ 자유개념을 신뢰하지 않는다. 보수적 자유주의자인 트라이치케(Heinrich Treitschke) 역시 초기 저작에서 자유주의 이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연권으로 정당화된 자유 이념을 비판했으며, 또한 모든 사회가 국가에 편입되어있다는 점을 들어 자유주의가 중시하는 독립적인 사회의 존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라이치케는 자연권을 부정함으로써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독일 낭만주의 전통에 서있었다. 낭만주의는 계몽주의적 이성을 비판하면서 종교를 복권시켰다. 종교는 인간의 감성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개인을 윤리적 공동체로 결속시킨다. 그런데 종교의 현실적 의미와 기능은 이 보다 더욱 중요하다. 즉, 인위적으로 전사(前史)를 설정하고 그로부터 ‘기계적으로’ 인간의 절대적 권리를 도출하는 서구의 자연권 사상은 신이 만들어낸 질서와 대비된다.

 

독일에서는 17-18세기에 독특한 국가형태를 갖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프로이센의 계몽 절대주의는 ‘기독교적 경찰국가(christliche Polizeistaat)’로 서구와 전혀 다른 형태의 국가였다. 계몽 절대군주 프리드리히 2세 치하의 프로이센의 성장은 이러한 국가형태의 효율성을 입증함으로써 신성로마제국의 다른 프로테스탄트 국가들도 앞 다투어 이를 받아들였다. 프로이센 국가는 비스마르크를 통해 19세기에도 계속해서 능력을 보여주었다. 독일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프랑스를 제압하고 마침내 통일을 이루었으며, 노동운동은 철저하게 탄압하면서도 유럽에서 최초로 복지 입법을 실시했다.

 

프로이센의 보수주의는 이미 19세기 전반에 산업화의 결과로 나타난 계급사회라는 현실을 직시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복지보수주의 이론으로는 슈타인(Lorenz von Stein)의 복지왕국(das soziale Königtums) 개념, 후버(Victor Aimé Huber)의 노동자의 주택난과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 로트베르투스(Carl Rodbertus)가 제안한 새로운 산업사회의 모델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비스마르크의 재임 후기에 영향을 끼쳐 결국 복지입법이 이루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가사회주의자 바그너(Adolph Wagner)의 세미나에 대한 사회학자 플렝에(Johann Plenge)의 회고는 당시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에 따르면,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념적으로는 사회주의자에서 보수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뒤죽박죽이었지만 공히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의 회고는 당시 19세기 후반 독일 지식인 사회가 이념을 망라해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 출처

 

윤용선, 「러시아 10월 혁명과 독일 보수혁명, 1920년대 민족볼셰비즘(Nationalbolschewismus)을 중심으로」, 『독일연구 - 역사·사회·문화』39(한국독일사학회, 2018), 17-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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