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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눈치오와 피우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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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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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눈치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더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정점을 찍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피우메 사건이다. 연합국의 일원으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이탈리아에 이렇다 할 보상이 전혀 없이 베르사유 평화 조약이 체결되자, 이에 환멸을 느낀 단눈치오는 아직 영유권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은 아드리아 해변의 피우메를 습격했다. 평화 조약에 따르면 이 도시는 유고슬라비아의 영토로 결정되었지만, 이 땅이 이탈리아의 영토임을 단호히 주장하던 단눈치오는 밤의 어둠을 틈타 287명의 자원군을 이끌고 도시를 점령해 버렸다. 18개월 동안 그는 강대국들의 해상 봉쇄와 이탈리아 정부의 적대 정책에 저항하였는데, 혼자서 피우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공해상의 해적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단눈치오는 양측을 부지런히 오가며 도시를 지켰지만 결국 투항하고 말았다. 투항은 동전 던지기로 결정됐다. 투항은 했지만 피우메의 저항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자발적인 반란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였다. 가장 열렬한 지지자는 바로 베니토 무솔리니였는데 그는 피우메 저항군의 복장과 의식, 즉 검은 군복, 해골 배지, 오른팔을 높이 드는 거수 경례법 등을 흉내 냈을 뿐 아니라 1922년 로마에 입성할 때도 이 복장과 의식을 그대로 따랐다.


단눈치오는 ‘시인 공화국 피우메’에서 마치 법 위에 있는 존재처럼 통치했지만, 범죄자들에게 자주 사면을 베풀고 반역자들까지 용서한 인정 많은 독재자였다. 그가 제정한 헌법은 평등주의 헌법으로, 종교와 의사발표, 언론,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고, 여성의 완전한 평등을 법으로 규정했으며, 노동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이 헌법은 최소 임금과 의료 보험 그리고 질병이나 부상, 실업, 노후에 대비한 사회 보장 제도를 제정했다. 고대 로마 때처럼, 비상시에 단기간 독재관을 두는 제도도 있었다. “백성의 문화를 법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은 단눈치오의 헌법은 “도시를 아름답게 유지하고, 시민 축제를 개최하고, 시민들에게 아름다움과 고상함에 대한 인식을 불어넣기” 위해 안찰관 제도도 두었다. “에즈라 파운드가 고쳐 쓴 나폴레옹 법전”같다는 말을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자존심 있는 정부가 다 그렇듯, 피우메는 고유 통화와 우표, 국기도 있었다. 단눈치오 정부의 역사가가 기록한 대로, “그는 르네상스를 낳은 끓어오르는 활기를 재현하고 싶어 했다.”


비록 단눈치오가 ‘파시즘의 음유 시인’으로 불려 지기도 하지만, 그 자신은 결코 파시스트 정당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정당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단눈치오가 파시즘에 동조하지 않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파시즘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자의든 타의든 반(半)파시스트라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유럽 최초의 파시스트 지도자 무솔리니는 이러한 단눈치오를 승리의 영웅으로 맞아들이고,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 그리고 단눈치오에게서 많은 것을 차용했다. 무솔리니는 피우메를 잃고 이탈리아로 돌아온 아르디티Gli Arditi와 그 외 방위사령관의 추종자들뿐만 아니라 단눈치오의 로마군식 경례와 로마식 독수리 문장, 발코니 연설, 군중과의 직접적인 교류, 검은 셔츠와 기타 특유의 복장, 아르디티의 찬가 <젊음 Giovinezza>, 아이네아스의 전투 함성을 비롯한 각종 슬로건을 가져다 썼다.

 

 

 

 

 

-. 출처

 

김효신, 「단눈치오와 무솔리니, 그리고 시적 영웅주의 연구」, 『이탈리아어문학』42(한국이탈리아어문학회, 2014), 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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