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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두 가지 가설과 벤 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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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에서 밝힌 그의 경제학적 업적은 바로 대공황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가 뱅크런(Bankrun)이라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의아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연히 주식시장 폭락과 초과공급, 뱅크런이 대공황의 원인이라고 익히 알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뱅크런과 같은 통화 측면의 요소가 대공황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무려 1980년대 초까지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늘은 대공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두 가지 가설과 그것에 대해 벤 버냉키 의장이 밝혀낸 경제학적 업적을 알아보고자 한다.

 

1931년부터 1933년 초까지, 즉 허버트 후버 행정부는 29년부터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고, 연방준비은행은 긴축통화정책을 실시해 돈을 거두어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황에 돈을 거두어들인다는 발상은 굉장히 무능해보이지만, 당시에는 고위층에서도 지금과 같은 경제학적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세금과 지출을 맞추는 "균형예산"의 달성이 곧 경기불황을 끝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결국 미국은 디플레이션과 20%를 넘는 실업률로 대표되는 대공황을 맞게 된다.

 

대공황을 겪은 경제학자 케인즈(Keynes)는 그의 유명한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대공황의 원인을 지출의 감소로 보았다. 케인즈는 경기가 굉장히 안좋으면 실업자가 과다로 발생하고, 노동이 초과공급된다고 보았다. 또 임금은 계약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품가격처럼 바로바로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생산량의 변동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임금은 변동하지 않으며 생산요소비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물가(P)가 단기적으로 고정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이론은 케인즈주의자인 힉스에 의해 ISLM 모형으로 도식화되었다. 간단히 ISLM 모형은 경제의 총수요를 결정하는 모형으로, IS곡선과 LM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경제의 균형국민소득과 균형이자율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이 모형에 따르면 IS곡선이나 LM곡선 모두 좌측으로 움직이면 총수요는 감소한다. 이 중 IS곡선은 소비(C), 투자(I), 정부지출(G), 순수출(NX)이 줄어들 때 왼쪽으로 이동한다.

 

1929년의 주식시장 붕괴는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부(Wealth)를 축소시켰고, 이는 주식투자자들의 소비를 위축시켰다. 1920년대의 주택 과잉공급은 주택투자를 감소시켰고, 20년대 개정된 이민법은 이민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 주택수요를 줄여 부동산 시장을 경직시켰다. 주식에 투자한 은행 중 하나가 파산하면서 예금자들 사이에 불안이 퍼지면서 뱅크런 현상이 발생해 은행이 연쇄 파산했다. 은행은 예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연쇄 파산은 대부자금 공급을 축소시켰다.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축소시켰다. 결과적으로 주택투자와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며 경제 전체의 투자가 급감하였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 후버 행정부는 긴축재정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세금을 인상하고 정부지출규모를 줄였다. 이는 IS곡선을 구성하는 C, I, G 요소가 모두 급감한 것으로 IS곡선을 급격히 좌측으로 당겼다. 이를 통해 케인즈주의자들은 균형이자율이 폭락하고 균형국민소득이 감소하는 대공황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케인즈의 이런 대공황 설명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으로 대표되는 통화론자들이었다. 통화론자들은 한 나라의 경제에서 통화의 영향은 굉장히 크다고 보았다. 통화론자들로 구성된 시카고학파는 1960년대 대공황의 원인으로 지출의 감소가 아닌 LM곡선의 좌측 이동, 즉 통화량의 감소를 지목했다. 확실히 연방준비제도의 긴축통화정책으로 통화공급이 축소되었고, 통화공급의 축소는 LM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켜 총수요를 줄이고, 균형국민소득을 감소시킴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두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학계에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하나는 IS-LM 모형에 따르면 LM곡선의 좌측 이동시 균형국민소득의 감소와 함께 균형이자율의 상승을 불러와야 하는데, 실제 대공황 당시에는 균형이자율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통화량(M)이 LM곡선에 100%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IS-LM 모형에서 LM곡선은 통화량(M)을 물가(P)로 나눈 실질통화량을 통해 영향이 반영된다. 즉, M이 줄더라도 P가 훨씬 더 빠르게 감소한다면 실질통화량은 오히려 상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공황 당시의 미국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연방준비제도의 통화량 공급 감축분보다, 물가의 하락이 훨씬 빨랐고 1931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의 실질통화량은 증가했다. 결국 LM곡선은 통화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미약하지만 우측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통화량의 감소가 대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통화가설은 학계에서 점차 밀려났다.

 

하지만 1983년대 초 벤 버냉키는 부채-디플레이션 이론을 제시해 통화량의 감소가 대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버냉키의 부채-디플레이션 이론에서 물가(P)의 행태는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왜냐하면 물가의 갑작스러운 변동은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부의 재분배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만약 우리가 3%의 고정이자로 100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하자. 1년이 지나면 우린 103만원을 채권자에게 갚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1년 사이 물가가 10% 상승했다면 어떨까? 1년 뒤의 103만원으로는 현재 내가 1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즉, 채권자에게서 채무자로 부의 이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버냉키는 부의 이전에 굉장한 관심을 기울였다. 대공황 당시 물가는 급락했고, 물가의 폭락은 채무자에서 채권자로의 부의 이전을 불러왔다. 결국 소비가 폭락해 대공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아무리 채무자에게서 채권자로 부의 이전을 불러왔다고 하지만, 채무자가 잃은 부와 채권자가 얻은 부의 크기는 같을 것이다. 그런데 왜 소비가 줄어들까? 채무자가 소비를 줄인 만큼 채권자는 소비를 늘린다면 한 나라에서의 소비는 부의 이전 현상과 관계 없이 일정해야하는 것 아닐까?

 

이것은 바로 채무자 그룹과 채권자 그룹의 소비성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무자란 소득 이상으로 돈을 쓰기 위해 빚을 진다. 반대로 채권자는 소득 이내에서 소비하고 남은 돈을 저축(대출)한다. 즉, 채무자의 소비 성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부의 변동이 있을 때, 채무자의 소비 감소폭이 채권자의 소비 증가폭보다 크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 전체의 소비는 두 변동분의 차 만큼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게 된다면 통화량과의 관계를 전혀 찾아볼 수 없기에 의문이 들게 된다. 그것은 통화량이 바로 이 과정의 전 단계에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바로 통화량의 감소가 물가의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버냉키의 이론은 기존의 ISLM 모형과는 다른 방식의 설명이었다. IS모형은 C, I, G의 영향을 통해 움직이는 것이 이론의 뼈대였는데, 실제로는 M의 변동도 IS곡선을 이동시킬 수 있던 것이다. 버냉키는 이를 통해 통화량(M)의 감소가 대공황의 원인이 아니라는 기존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부정하고 통화가설을 입증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물가와 소비 사이에는 피부 효과라고 하여 역의 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공황에서 물가와 소비 사이의 역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았다. 즉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예단할 수 없고 항상 각종 경제지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버냉키는 자신의 신념, 즉 통화량의 확대가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현실에서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국제적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천문학적인 통화량을 시장에 풀었고, 이는 보기 좋게 먹혀들어 세계인들이 대공황과 같은 경제위기를 다시 겪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당시 뿌린 통화를 전부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수요 충격을 해결하기 위해 대응책으로 후임 의장이 다시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발생한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은 비판받는 점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 버냉키는 경제학에서 굉장히 큰 업적을 남겼음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번 그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어찌보면 예정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Ben Bernanke and Harold James, "The Gold Standard, Deflation, and Financial Crisis in the Great Depression: An International Comparis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Jan. 1991, p.33-68.

댓글
2
  • 용용
    2022.11.23
    근래에 계속 좋은 글을 올려주시는 걸 보니 여유가 생기신듯 싶어서 기쁩니다. 글을 읽었는데, 유난히 사회과학과 그 중에서도 경제가 난제 중의 난제인 것 같습니다. 실물경제라는 건 결국 현실 그 자체이다보니 삶 자체와 직결되니까요.. 대공황이 코앞에 있다라고 사람들이 믿고있는 지금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당장 제 주식은 마이너스 오백만원이니까....................
  • 용용
    모니터링
    작성자
    2022.11.28
    @용용 님에게 보내는 답글
    호호 저도 마이크로소프트 말고는 개같이 마이너스라.. 경제학 전공자도 주식은 못하는 것이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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