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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보는 안철수 현상, 그리고 안철수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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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기현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분명히 여론조사 초반에는 안철수 후보가 앞서나갔지만, 선거일이 점차 다가오자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고 김기현, 천하람, 황교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선거일이 다가오자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마찬가지의 현상이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안철수 현상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경제학적인 분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경제학에는 호텔링 이론(Hotelling's Law)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수직선 상에 두 곳의 편의점 A, B가 위치한다고 하자. A 편의점은 수직선의 25% 지점에, B 편의점은 75% 지점에 위치한다. 이 경우 수직선 상의 고객들은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려고 할 것이며, 두 편의점은 같은 수준의 이익을 얻고 있을 것이다. 이 때 당신이 A편의점의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이 오직 거리만을 기준으로 편의점을 선택하기 때문에, A 편의점의 왼쪽에 있는 고객들은 반드시 A 편의점만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A 편의점과 B 편의점의 사이의 고객들은 어떨까. 두 편의점 사이의 중위 지점을 기준으로 고객이 A와 B로 나뉘어질 것이다. 정확히 중위 지점에 위치하는 사람은 A 편의점이나 B 편의점 어디를 가더라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임의로 편의점을 이용할 것이다.

 

다시 문제로 돌아와서, A 편의점이 위치를 이동할 수 있을 때 이득을 보기 위해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가? 당연하게도 25% 지점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A 편의점 왼쪽의 고객은 반드시 A 편의점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A 편의점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A 편의점의 이익은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B 편의점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두 편의점은 정확히 같은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이 때 수직선상의 모든 고객들은 A 편의점이나 B 편의점 중 어느 편의점을 가더라도 동일한 거리이기 때문에 임의로 갈 편의점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이론은 사업을 시작할 때 최적의 입지를 고려하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도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가구점들이 따로따로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단지를 형성해 위치하고 있는 것이나, 흔히들 백화점 옆에 백화점, 편의점 옆에 편의점, 카페 옆에 카페가 존재하는데 이윤이 남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었던 상황도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이론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으로 재해석한 이론이 있는데, 이것이 중위투표자 이론이다.

 

중위투표자 이론은 호텔링 이론과 기본적인 토대를 공유한다. 정치적 스펙트럼이라는 수직선 상의 두 정당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이해가 쉽도록 한국의 상황에 빗대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하겠다. 민주당이 표방하는 정치적 스펙트럼보다 왼쪽에 있는 유권자는 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표방하는 정치적 스펙트럼보다 오른쪽에 있는 유권자는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투표할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에서 이겨야하는 두 정당의 전략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당연하게도 민주당의 경우에는 우클릭을, 국민의힘의 경우에는 좌클릭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우클릭하는 속도보다 국민의힘이 좌클릭하는 속도가 늦다면, 두 정당 사이의 스펙트럼에 위치하는 유권자는 민주당에 더 많이 투표하게 될 것이다. 결국 두 정당은 선거 직전까지 중도층의 표심을 찹기 위한 우클릭과 좌클릭을 지속하면서, 종국적으로 두 정당의 공약은 거의 차이가 없게 된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약은 대북문제, 한일관계, 한중관계 등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 궤를 달리할 뿐,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연금, 사회복지, 고용, 물가와 같은 정책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동일하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아는 안철수 현상, 다른 말로 제3지대 무용론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선거가 끝나면 각 정당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려고 한다. 지금 정부여당의 지지율과 대선 당시의 득표율을 비교해보라. 지금의 지지율이 훨씬 낮지 않은가? 정당은 선거가 끝나면 원래 표방했던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돌아간다. 이 때 자연스럽게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도 부실해지고, 지지율은 전체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 모형에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을 추가한다고 가정하자. 안철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물었을 때 "중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일 것이다. 선거가 없는 시기, 양 정당이 자신의 스펙트럼을 과시하고 그런 정책을 추진할 때 안철수는 강해진다. 국민의힘이 우클릭을 하고, 민주당이 좌클릭을 하며 극단화될 때 수직선의 가운데에 위치하는 안철수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높아진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며 국민의힘이 좌클릭을 하고, 민주당이 우클릭을 하며 중위로 다가올 때 안철수의 지분은 계속해서 줄어든다. 간단히 수직선 상의 점 A, B, C로 볼 때, 안철수의 위치인 B 점은 잃을 것만 존재한다. 이재명과 윤석열이 가운데로 다가오며 지지층을 확장할 때, 안철수는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저 가만히 기다리며 지지율이 줄어드는 것을 보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아는 안철수 현상이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 또는 "안철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물음이나 비아냥은 잘못되었다. 애초에 안철수의 포지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가장 득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했다. 안철수의 실패는 바로 포지셔닝에 있다.

댓글
1
  • 멛굳님
    2023.03.20
    앞선 호텔링 이론은 결국 집적 경제에 대한 내용이군여. 아니 안철수... 정말 오래전부터 굉장히 신뢰했었는데 참 스스로가 바보가 되어버렸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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