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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주의와 그 한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의 모색: 새로운 전개와 쟁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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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란

볼드체는 본인쟝 강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AI,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노동의 종언과 탈노동(Post-work) 전망이 논의되면서,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이를 적극 수용한 포스트자본주의 담론인 가속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마르크스도 1857-58년 집필한 『정치경제학비판요강』에서 기계화가 극한으로 진행될 경우, 기계에 체화된 일반지성이 생산과정에서 직접적 인간노동을 대체하고 노동과 가치법칙이 지양되는 국면이 도래하는 상황을 묘사했는데, 가속주의는 이러한 상황이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속주의는 자본주의 발전이 자본주의 자신을 해체하는 포스트자본주의 경향을 발아, 발전시키므로, 좌파는 이를 환영하고 촉진 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1) 즉 좌파의 정치적 과제는 자동화와 인간 노동의 대체를 향한 자본주의의 경향을 자본주의적 사회관계가 허용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 열정적으로 가속시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혁명의 진전에 따라 사회적 생산과 사적 영유 간의 자본주의적 적대, 즉 생산력과 생산관계 간의 모순이 격화되면서, 기존의 생산관계는 생산력 발전에 대해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사적 소유 형태가 증대된 지식의 사회화를 수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소유구조는 이러한 사회화를 인클로져(enclosure)하여 기술발전의 동학을 제약하고 있다.2) 이로부터 자본주의의 모순이 격화되면서 포스트자본주의 경향이 현재화된다. 즉 “계급적대의 … 한쪽에는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이자로 먹고 살며 자신들이 축적한 사유재산에 대한 배타적 접근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쪽에는 집단적 지식과 지성 및 사회적 소통 능력, 돌봄 능력, 협력 능력을 통해 사회적 부를 생산하며, 또한 자신들이 생산한 공통적인 것에 대한 자유롭고 열려 있는 접근을 통해 안전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전선은 이렇게 형성되어 있다”. 가속주의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약탈적 금융에 의해 폐허가 된 자본주의에서 포스트자본주의 맹아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속주의는 탈노동의 세계, 탈이윤의 세계, 희소성을 넘어선 세계로서 포스트자본주의를 지향한다. 가속주의에서 포스트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생산 능력의 최신의 발전을 의미하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을 자본주의 자체를 초월하여 질적으로 다른 사회를 지향하도록 이용하는 것이다. 가속주의에 따르면 로보틱스, AI, 빅데이터, 동료(peer-to-peer) 기반 오픈소스 경제, 협력적 생산의 발전에 따른 인간 생산성의 지속적 증대는 경제적 풍요를 향한 결정적인 도약을 가능하게 했으며, 인간을 육체 노동으로부터 해방하고 무상의 재화 공급을 가능하게 하면서 포스트자본주의 이행을 촉진하고 있다.3) 가속주의는 노동시간의 단축 덕분에 확장된 여가시간에 인간은 새로운 수준의 자유와 지식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속주의는 최근 바스타니(A. Bastani)의 ‘완전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FALC)론으로 구체화되었다. FALC에 따르면, AI와 로봇, 그린 에너지 기술, 우주 여행, 3D 프린팅, 유전자 편집, 합성 식품 등에 힘입어 조만간 인류는 희소성을 극복할 것이며, “노동은 소멸하고 희소성은 풍요로 대체되며 노동과 여가가 융합”되며, “모든 사람들의 화려함”을 위한 “풍요의 왕국”이 도래하고 있다.4) 가속주의는 인공적인 희소성에 의거한 자본주의를 초월한 풍요함을 추구한다. 희소성에 의거한 자본주의에 대해 가장 위험한 것은 풍요함으로 넘치는 상황이다.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에 대해 풍요함보다 위험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속주의가 자본주의에 내재한 포스트자본주의 경향을 논증한 것은 중요한 기여이다. 하지만 가속주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가속주의의 기술 낙관주의는 과도하다.5) FALC가 전제하는 완전 자동화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자동화는 인간의 통제 하에 놓여 있을 것이며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 개발과 수선 및 평가는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속주의는 디지털 기술이 노동과 인간의 해방 수단이 아니라 감독과 착취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디지털혁명은 자본과 국가의 개입주의적 권위주의적 거버넌스의 강화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오늘날 중국의 지배계급은 디지털 기술을 디지털 감시와 알고리즘 통제, 이른바 사회적 신용 체제 강화 수단으로서, 즉 디지털 봉건주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6) 실제로 디지털 혁명은 권위주의적 거버넌스가 있는 나라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다. “정보 혁명의 성취는 계급 억압과 착취 강화를 위해 이용되었다. 24시간 감시와 결합된 안면 인식은 정치적으로 전체주의적 통제를 결과시켰다”. 또 돌봄과 교육과 같은 노동까지 자동화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인간적 삶의 모습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가속주의가 옹호하는 포스트휴먼(Posthuman) 공학7)은 기술이 인간 주체를 자동화하는 능력을 과장하는데, 이는 포스트자본주의에서 인간 개성의 전면적 발전을 상정한 마르크스의 구상과 충돌한다.

 

둘째, 가속주의와 FALC가 추구하는 화려함은 생태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물론 공유 경제와 창조적 커먼즈 등에 기반한 정보 경제와 AI의 발전이 풍요한 경제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틀 내에서 그러한 풍요한 경제를 추구할 경우 이는 심각한 생태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가속주의를 통해 포스트자본주의로 이행한다 하더라도 지구온난화와 대량 멸종으로 황폐화된 지구에서 풍요한 사회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속주의의 기술 유토피아 관점의 배후에 있는 아이디어는 물질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가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의 왕국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생각은 토양 고갈, 담수 순환 감소, 해수면 상승을 비롯하여 사실상 모든 면에서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심각한 물질적 제약을 고려할 때 합리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가속주의는 오늘날 심각한 기후위기 국면에서 설득력이 약하다.8) “가속주의에서는 물질대사의 의식적인 제어라는 과제가 자동화나 정보기술에 의한 윤택함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해소되어 버린다. ... 바스타니의 프로메테우스주의는 미래의 기술을 장밋빛으로 묘사해서 현재의 환경위기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다”. 가속주의가 기술진보에 의존한 단순한 물질적 풍요함을 추구하는 반면, 마르크스의 포스트자본주의에서 풍요는 커먼즈를 기초로 한다.

 

셋째, 가속주의는 AI 자본주의에서도 지속되는 착취적 억압적 노동 세계의 현실과 이에 대한 저항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탈노동 경향은 과장한다. 가속주의는 노동이 필요하지 않게 되도록 생산력 발전을 최대한 가속하여 자본주의를 돌파하려 한다. 하지만 오늘날 디지털 혁명과 함께 증대되고 있는 것은 노동의 자율성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자본의 자율성이며, 자본의 노동 지배와 노동 처분 능력이다. 가속주의는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불안정 노동의 현실과 노동의 질 개선이라는 정치적 요청을 회피한다. 실제로 가속주의의 정치는 더 이상 노동의 관점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9) 가속주의의 포스트자본주의 전략에서 핵심적인 것은 싱크탱크이며,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 실리콘밸리 테크노동자들의 저항, 반 감시 운동, 스마트시티 반대투쟁 등의 역할은 무시된다. 가속주의, FALC의 정치는 중도좌파 개혁주의, 생산주의적 반지대주의적 포퓰리즘으로 수렴하며, 실제로 영국의 FALC 논자들 일부는 영국 코빈의 노동당 정책팀에 참여하고 있다.10)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과의 결합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재한 가속주의, FALC는 개혁주의로 수렴하면서,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포스트자본주의가 아니라 AI 자본주의, 플랫폼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기능하고 있다.

 

포스트자본주의의 과제는 탈노동, 즉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노동의 내용 자체를 투쟁의 대상으로 하여 노동의 질적 측면을 발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포스트자본주의의 발전한 국면에서 노동시간은 가속적으로 단축될 것이지만, 노동이 완전히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계속할 것이다. 물론 포스트자본주의의 발전한 국면에서 노동은 고역이 아니라 “매력적 노동”으로 성격이 바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상과 실행의 분리를 극복하고 사회적 분업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즉 노동 그 자체로부터의 해방보다 오히려 노동의 존재방식을 더 충실하게 하고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동화는 그 자체 목적이 아니라 이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원문 각주

  1. 가속주의에는 포스트자본주의 전망을 부정하는 우파 가속주의도 있지만, 포스트자본주의 전망 하에서 가속주의를 주장하는 좌파 가속주의가 대부분이다. 이 논문에서 가속주의는 좌파 가속주의를 가리킨다.

  2. “생산을 발생시키는 협력관계를 봉쇄하고, 생산의 결과인 사회관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사적 소유는 사회적 생산에 점점 더 족쇄로서 나타난다”. 메이슨에 따르면 디지털 혁명은 자본주의가 복합적인 적응체제로 기능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체계적 기능이상을 낳는다: (1)한계비용 제로 효과; (2)노동과 임금을 분리하는 경향; (3)포지티브 네트워크 효과; (4)정보 비대칭성.

  3. 이 점에서 가속주의는 한계비용 제로가 되면서 자본주의는 몰락한다는 리프킨(J. Rifkin)의 주장과 공명한다.

  4. “정보, 노동, 에너지, 자원의 값이 영구적으로 내려가고 일과 낡은 세계의 한계를 넘어서면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용한 것과 아름다운 것을 구분하는 모든 경계를 허문다. 공산주의는 화려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산주의가 아니다”.

  5. 가속주의는 기술 낙관주의이지만, 기술결정론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속주의는 기술발전이 자동적으로 포스트자본주의를 결과시킨다고 주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속주의 논자 중 서르닉은 최근 저작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국면도 아니지만, 최종적 국면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종전의 기술 낙관주의에서도 한 걸음 물러선다.

  6. 트위터가 트럼프의 권력 장악과 유지의 주요 수단이었던 데서 보듯이 기업적 디지털 네트워크는 자본주의 국가권력 강화 도구가 될 수 있다.

  7. 대표적 가속주의 논자인 서르닉과 윌리암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실현되어야 할 진정한 인간적 본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복귀해야 할 조화로운 통일이나, 허위 매개에 의해 가려진 소외되지 않은 인간성, 성취되어야 할 유기적 전체성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포스트자본주의 주체는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의해 가려진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며, 그 대신 새로운 존재 양식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을 선보인다”.

  8. 가속주의는 탈성장 공산주의와는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그린뉴딜과는 양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린뉴딜이 대규모 태양광 풍력 및 재생 에너지 개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에코 근대화 프로젝트로 해석되는 한에서이다. 가속주의의 탈노동 완전자동화 주장과 그린뉴딜의 녹색 일자리 강조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9. FALC 논자인 바스타니는 노동운동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노동 중심 사회에 기반한 노동자 조직형태 및 정치활동을 청산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10. 최근 서르닉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민중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공공 플랫폼”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 출처

 

정성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의 모색: 새로운 전개와 쟁점」, 『사회경제평론』34(2021).

 

 

 

 

 

+ 원문 참고문헌은 옮겨적다가 포기했습니다. 또한, 공유하면서 원문 참고자료와 그에 딸린 내주 텍스트들을 전부 지워버렸다는 것을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원문에서는 가속주의 말고도 포스트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하여 좌파 기본소득, 커먼주의, 디지털 사회주의, 탈성장 공산주의의 대안적 경제체제를 다룹니다. 관심 있는 회원분께서는 찾아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 그리고 이것이 현재로서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속주의에 관해 다룬 거의 유일한 논문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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