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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사태와 시장 참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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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상품은 시대가 지나면서 새로 개발되어 왔다. 1970년대에는 선물과 채권을 결합한 결합금융상품이 생겼다. 이후에도 계속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다가, 최근에는 신종결합상품이 경제신문을 뜨겁게 달궜었다. 이 신종결합상품은 기본적으로 영구채다. 영구채란 만기가 존재하지만 발행회사가 마음대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 없이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번에 이야기할 신종결합상품에는 두 가지 특성이 더해진다.

 

첫째, 이 신종결합상품은 기업 도산시 채무 변제에서 후순위를 가진다. 보통 기업의 자금 조달방식은 두 가지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증권을 구매한 주주는 도산시 앞서 채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들이 기업의 자산을 분할하고도 남은 경우에 잉여를 변제받는다. 즉 기업은 주식에 대해서는 따로 변제 책임을 강제받지 않고, 주주들도 자신의 주식에 대한 투자금을 보호받지 못한다. 이번 신종결합상품은 주식과 같은 잉여 변제 상품으로 리스크가 커 가격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신종결합상품은 신종자본증권으로도 불린다.

 

두 번째로 이 신종결합상품의 표면 만기는 30년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관례적으로 5년마다 만기를 선언하고 새로운 이자율을 적용해 롤 오버(roll over, 연장)했다. 신종결합상품은 5년간 고정이자를 특정 시점마다 지급하고 5년마다 조기상환 이후 변한 이자율에 따라 새 채권을 발행하는 사실상 5년 만기의 이표채(일반채권)인 것이다. 한편 이 상품을 선물시장이라고 보면 발행자가 콜 옵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콜 옵션은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지 안할지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권리는 시장에 발행한 신종결합상품을 다시 매수할 권리를 의미한다. 영구채는 기업이 마음대로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품이므로, 발행자가 콜옵션에 있다. 연장을 할 권리를 행사할지 말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에서 발생한 흥국생명 사태는 흥국생명이 기존 시장의 관례를 깨고 5년 만기 콜옵션 행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콜옵션 행사 거부는 시장에 안좋은 신호를 주게된다. 영구채는 회사의 채무불이행에도 채권자는 어떤 변제도 받지 못할 우려가 크기에 롤오버를 거부하면 신용도가 추락하게된다.

 

아니나다를까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거부한 직후 외국인들은 국내투자를 거둬들이기 위한 대규모 투매 현상을 보였고, 이는 급격한 채권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채권가격과 이자율은 역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금리의 급등은 채무자들의 상환을 어렵게하기 때문에 경제를 위축시키게 된다. 특히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 한미금리역전의 심화, 그로인한 환율 급등으로 이미 경제 침체상태에 접어들었고 거기에 레고랜드 지급보증 거부사태로 지방채와 같은 안전자산의 신용도가 급락해 이미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거부에 대해 분석하는 기자회견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흥국생명이 콜 옵션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회사가 지급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초저금리 시대였던 5년 전 발행한 채권 금리가 2022년 현재 수 배 급등한데다, 환율 급등으로 흥국생명이 콜 옵션을 행사할 경우 막대한 손해를 입기 때문에 경영자적 입장, 즉 이윤극대화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고, 한국 기업의 채권은 만기가 가까운데도 액면가의 70%까지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의 조선업은 굉장히 잘나가고 있었고, 기업들은 평소 매출액이 줄어들어 손해를 볼 위험을 헤지(hedge, 회피)하기 위해 미리 외화를 어느 수준으로 거래할 것인지 계약한다. 이런 선도계약의 경우 특정 시점이 되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이득을 볼 수 있지만, 환율이 반대로 상승하면 선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환율 상승분 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된다. 

 

당시 한진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은 이런 외화선도계약을 필요이상으로 과다하게 체결한 상태였고,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환율이 급등하며 줄줄이 이익이 급락했다. 게다가 각 시중은행에선 자신들의 위험 헤징을 위해 해외에서 달러를 매입했는데 갑작스러운 외환 매입 현상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한국의 기업이 도산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줘 금리를 급등시킨 일도 있었다. 이 당시에도 정부는 은행들의 외환 매입 기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위험 헤징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은 암울했었다.

 

앞선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모두 합리적 판단에 따라 시장 상황을 냉철히 분석해 원인을 파악했다면, 2007년의 외환매입과 2022년의 콜 옵션 행사 거부로 대규모 투매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 내에서의 정보에 둔감하다. 투자자들에게 시장 참여자 하나하나의 행동은 투자를 지속할지를 판단하는 척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으로 일을 벌일 경우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상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조심해야 한다.

 


 

참고문헌

김정선·심준용·이만우(2014). 조선업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환위험 관리의 효과성. 세무와회계저널, 15(6), 한국세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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