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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게이트 -1-

Profile
Korhal

165743536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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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신 녹취록 - 기밀 해제됨*

 

JAN 4, 1989 / 분류코드 - CL1E-89-1-4 A023

전송# 32-11. 지정부호: 폭스트롯

 

다국적군최고사령부(Coalition Force H.Q.) 산하 미합중국 파견대 'TF-103' 최종 보고서

 

1989년 1월 4일, ‘아틀란티스 계’ 샤테네 해 근방에서 벌어진 ‘제국 영방’ 와이번 개체 5기와 드래곤 개체 1기의 교전 당시의 무선통화 기록.

 

‘적색 오벨리스크 작전’ 1단계; 이계 적성 세력권 ‘제국 영방’의 제해권 장악을 통한 해상 봉쇄를 목표로 한 다국적군(Coalition Force)은 ‘제국 영방’에게 통보되는 최종 권고문에서 제국 측에 억류된 미국 국민의 석방 요청을 무시한 것과 자국민에 대한 억압, 주변국의 적법한 주권 활동을 침해한 것과 관련된 13개 사항을 들어 샤테네 해 전체를 UN 산하 관문개발이사회(UNGC)의 영해로 선포할 것을 결의하였으나, 제국 측은 이를 부정하고 국제법상의 영해만 인정하여 샤테네 해상이 분쟁지역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국 측의 ‘북서부 마권 정부’가 와이번 개체 5기와 드래곤 개체 1기를 출격시켜 샤테네 해 요르겐톤 연안에서 초계중인 TF-103 산하 미 해군 파견 기동전단에 대한 불법적인 선제 공격을 시도, 이에 존 F. 케네디 항공모함 제2 항공모함 비행대의 F-14 초계 편대가 이들을 미사일로 격추한 사건이다. 미국은 제국의 이러한 도발을 두고 미국에 대한 도전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다국적군의 투입을 요청하였고, 미국이 정당방위임을 입증하기 위해 UN에 증거를 제출하면서 이를 통해서 교신 기록과 HUD 테이프가 공개되었다.

 

 

호출부호 - CV-67 CVW-2 (CV-67 존 F. 케네디 항공모함 제 2 항공모함 비행대)

 

207P - Gypsy207 조종사

207R - Gypsy207 레이더관제사(RIO)

204P - Gypsy204 조종사

204R - Gypsy204 레이더관제사(RIO)

211P - Gypsy211 조종사

211R - Gypsy211 레이더관제사(RIO)

213P - Gypsy213 조종사

213R - Gypsy213 레이더관제사(RIO)

 

CLOSE - E-2C AEW 항공기 관제사 

 

AB (알파 브라보) - F-14 편대 모함 CV-67 John F. Kennedy 관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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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R - "Gypsy 207 contact at 175, 72 miles, looks like a flight, ‘wyvern’. Angels 10."

(여기는 Gypsy207, 방위각 175도 72마일에서 비행체 발견. ‘와이번’인 것 같다. 고도는 1만피트.)

 

CLOSE - "Closeout concurs, showing 78 miles."

(우리도 같다. 여기서는 78마일로 보인다.)

 

207R - "Throttle back just a little bit here."

(출력을 조금 낮췄다.)

 

CLOSE - "Closeout shows 25 mile seperation for an inbound"

(25nm 분리한 채 접근 중으로 보인다.)

 

211R - "Contacts appear to be heading, ah, 315 now, speed 430, Angels approximately 8,000."

(표적의 비행방향은... 현재 315도, 속도 430노트, 고도는 약 8천피트.)

 

CLOSE - "Roger Ace, take it north."

(알았다. 북쪽으로 온다.)

 

204P - "Looks like we'll have to make a quick loop here."

(여기서 빠르게 루프를 해야 될 것 같다.)

 

204R - "Come starboard, ah I need to give ya collision here. Yeah, come starboard about 40."

(우로 선회하라. 충돌 경로로 가겠다. 우로 약 40도 선회하라.)

 

207R - "207 ah, 61 miles now, bearing 180, Angels 8, heading 330." 

(현재 61마일, 방위각 180, 고도 8천, 비행방향 330도).

 

211R - "Steady up."

(계속 온다.)

 

CLOSE - "Alpha Bravo this is Closeout."

(AB 나와라. 여기는 Closeout.)

 

213R - "Come back port, ah, 20 degrees here, he's jinkin' now."

(다시 좌로 20도 돈다. 저쪽도 돌고 있다.)

 

213R - "Bogies appear to be coming, ah, jinking to the right now, heading north, speed 430, ah, angels 5,000 now in the descent. So lets take her down now, we're goin' down."

(적기는 접근 중으로 보인다... 아 지금은 우측으로 돌고 있다. 북쪽을 향하고 있고 속도는 430노트, 고도는 5천으로 내려갔다. 내려가자. 우리도 내려간다.)

 

CLOSE - "Concur."

(우리가 보기에도 같다.)

 

207R - "Closeout, 53 miles now. Bogies appear to be heading directly at us. I'm coming port. Steady up 150 for 30 degree offset, 50 miles. 49 miles now, speed 450, Angels 9, I'm goin' down to 3."

(Closeout 들어라. 현재 53마일. 적기들이 곧장 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다. 우리는 좌로 선회하고 있다. 적기와 30도 이격하기 위해서 계속 방위각 150도로 가고 있다. 거리는 50마일, 현재 49마일. 속도 450노트, 고도 9천, 나는 3천으로 내려간다.) 

 

"(잡음)"

 

213R - "Roger."

(알았다)

 

204P - "Check."

(확인.)

 

211R - "Roger that, 30 degree offset now. Bogies heading 340, speed 500, lets accelerate."

(알았다. 현재 30도 이격 중. 적기 비행방향 340도, 속도 500. 증속하자.)

 

213P - "Okay, it looks like it is at 9,000 feet now."

(좋다. 목표물은 지금 9천 피트에 있는 것 같다.)

 

207R - "Roger, bogies are jinked back into us now, now lets come starboard 30 degrees the other side."

(알았다. 적기는 다시 우리 쪽으로 돌았다. 반대쪽으로 30도 우선회 하자.)

 

204P - "Coming starboard, say your Angels."

(우선회 중이다. 너의 고도를 말하라.)

 

- "(unintelligible) set up station."

(잡음... 위치로 가는 중.)

 

207R - "Roger, Angels now 11, steady up."

(알았다. 현재 고도 11,000피트. 계속 접근 중.)

 

AB - "Closeout ah, Warning yellow, weapons hold, I repeat, warning yellow, weapons hold. Alpha Bravo out."

(Closeout 들어라. 황색경보. 웨폰 홀드. 반복한다. 황색경보. 웨폰 홀드. 알파브라보 이상.)

 

CLOSE - "Roger, Gypsies, pass up, Alpha Bravo directs warning yellow, weapons hold."

(알았다. 집시 편대에 중계한다. AB가 워닝 옐로우, 웨폰 홀드를 지시했다.)

 

211P - "35 miles here."

(현재 우리로부터 35마일이다.)

 

213R - "Roger that. Bogies have jinked back into me now for the third time. Nose is on at 35 miles, Angels 7"

(그렇다. 목표물이 3번째로 다시 내 쪽으로 돌았다. 정면 상황, 거리 35마일, 고도 7천.)

 

CLOSE - "Alpha Bravo cleared that, did you copy?"

(AB, 확인했다. 들었는가?)

 

207R - "Okay, I am taking another offest, starboard, starboard, ah, 210."

(좋다. 나는 다시 우측으로 이격한다. 방향 210도.)

 

CLOSE - "Guys, I'm locked up here 30 miles, Angels 13,000, he's the trailer"

(나는 거리 30마일 고도 1만3천의 표적에 고정했다. 후속기이다.)

 

211R - "Roger that, level off here, bogie jinked back into me for the 4th time. I'm coming back starboard. I'm back port now. Port 27 miles, bogie is at 7,000 feet."

(알았다. 수평비행으로 전환했다. 와이번이 4번째로 다시 내 쪽을 향했다. 나는 다시 우로 선회한다. 아니.. 지금 좌측으로 다시 선회하고 있다. 좌측이다. 거리 27마일, 고도 7천 피트.)

 

207P - "We're at 5."

(우리는 5시 방향에 있다.)

 

AB - "Watch out, bogies 135-50, Angels 16, heading 340."

(조심하라, 적기는 135도 방향 50마일, 고도 1만6천, 비행방향 340도이다.)

 

207P - "Okay."

(알았다.)

 

CLOSE - "Roger, same bogies."

(알았다. 같은 적기이다.)

 

213P - "Okay, you're in collision now, steering."

(알았다. 지금 충돌 경로에 있다. 선회 중이다.)

 

213R - "Okay, bogies have jinked back at me again for the fifth time. They're on my nose now. Inside of 20 miles"

(알았다. 적기가 5번째로 내 쪽으로 다시 돌았다. 지금 내 정면이다. 20마일 안으로 들어왔다.... [주무장 스위치 켜는 소리])

 

213R - "Master arm on, master arm on"

(마스터 암 온.)

 

* Master Arm On: 주 무장 스위치를 켜서 탑재무장들을 발사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

 

CLOSE - "Okay, good light"

(알았다. 공격을 허가한다.)

 

213P - "Good Light"

(공격을 허가받았다.)

 

213R - "Okay, centering up the T, bogie has jinked back into me again, 16 miles, at the center of the dot."

(좋다. 표적을 중앙에 놓는다. 적기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았다. 거리 16마일, 정확히 충돌 경로이다.)

 

CLOSE - "Say your Angels."

(고도를 말하라.)

 

213R - "I'm at Angels 5, nose up."

(나는 고도 5천 피트에서 상승하고 있다.)

 

CLOSE - "No, his Angels."

(아니, 적기 고도.)

 

213P - "No, wait a minute."

(아니, 잠깐만.)

 

213R - "Angels are at 9!"

(고도는 9천.)

 

207P - "Alpha Bravo from 207."

(AB 나와라 여기는 207호기.)

 

213P - "What the hell is that Dragon?"

(저 망할놈의 드래곤은 뭐야?)

 

211R - "13 miles. Fox 1! Fox 1!"

(13마일. 폭스 1!)

 

* Fox 1: 반능동식 레이더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의미. 이 사건에서는 AIM-7 스패로우(Sparrow) 미사일을 발사했다.

 

204P - "Breaking right."

(우로 급선회한다.)

 

211R - "Roger that, 10 miles, he's back on my nose. Fox 1 again!"

(알았다. 거리 10마일, 적기가 다시 정면을 향했다. 다시 폭스 1!)

 

207P - "Watching 'em up."

(적들을 보고 있다.)

 

211P - "One of them Down."

(한기 격추.)

 

207R - "6 miles, 6 miles."

(6마일!)

 

213R - "Tally 2, Tally 2! Turning into me."

(두 마리를 육안으로 확인했다. 내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07R - "Roger that, 5 miles. . . 4 miles."

(알았다. 5마일... 4마일...)

 

207P - "Okay, he's got a missile off."

(알았다. 미사일이 빗나갔다.)

 

204R - "Breakin' right."

(우측으로 급선회한다.)

 

207P - "Good hit, good hit on one!"

(명중! 한 대 명중했다!)

 

207R - "Roger that, good kill, good kill!"

(그렇다. 잘 했다!)

 

204P - "I've got the other one."

(내가 다른 놈을 쫓는다.)

 

204R - "Select fox 2, select fox 2!!"

(폭스 2를 선택하라!)

 

* Fox 2: 열추적 단거리 미사일. 이 사건에서는 AIM-9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미사일을 사용했다.

 

204P - "I got fox 2."

(폭스 2를 선택했다.)

 

CLOSE - "Keep your eye for the dragon."

(드래곤을 경계하라.)

 

207R - "Comin' hard starboard."

(우로 급선회하고 있다.)

 

211P - "Those fuckin'!"

(이런 젠장!)

 

211R - "Shoot him!"

(쏴!)

 

204P - "I don't got tone."

(미사일 조준음이 안잡힌다.)

 

207R - "Got the second one."

(와이번 두마리를 쫓겠다.)

 

213P - "I've got the second one on my nose right now."

(내가 지금 드래곤를 앞에 놓고 있다.)

 

207R - "Okay, I am high cover on you."

(알았다. 위에서 엄호하겠다.)

 

204P - "Get a fox, get a, lock him up! Lock him up."

(미사일... 저놈을 락온해! 락온해!)

 

204R - "There! Shoot him, fox 2!"

(했어! 쏴! 폭스 2를 쏴!)

 

204P - "I can't! I don't have a fucking tone!"

(안돼! 망할 조준음이 안들린다구!)

 

213P - "Tone's up!"

(조준음 올려!)

 

- [열추적 미사일 조준음 들림]

 

* 이때 AIM-9 미사일 조준음의 볼륨을 죽여 놓고 있어서 락온을 했지만 조준음이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곧 이를 알아차리고는 볼륨을 조정해서 조준음을 확인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211R - "Fox 2."

(폭스 2!)

 

213P - "fuckin'!"

(망할!)

 

213P - "Fox 2! Fox 2!"

(폭스 2! 폭스 2!)

 

213P - "Dragon hits!"

(드래곤이 맞았다!)

 

213R - "Roger that, good kill, good kill!"

(그렇다. 잘 했다!)

 

211P - "Good kill! Good kill!"

(멋진 격추다!)

 

207R - "Okay, good kill."

(그래 멋지다!)

 

207R - "Pilot falling down."

(조종사가 떨어진다.)

 

CLOSE - "The pilot's falling down of the dragon."

(드래곤의 조종사가 떨어진다.)

 

204R - "Okay Chris, lets head north, head north."

(좋다 크리스(207호기 조종사), 북쪽으로 빠지자.)

 

207R - "Okay. Port side high, comin' down hard."

(알았다. 좌측 상방에 있다. 내려가는 중이다.)

 

204R - "Roger."

(알았다.)

 

211R - "Roger that. Just revert. Blowin' north, let's go down low on the decks, unload, 500 knots, lets get out of here."

(알았다. 복귀한다. 북쪽으로 향하고 바닥까지 내려가서 G를 풀고 500노트로 증속해서 여기를 뜨자.)

 

213P - "Okay, one good chutes."

(알았다. 낙하산이 보인다.)

 

CLOSE - "They're showin' one good chutes in the air here, from Chris."

(크리스가 낙하산이 보인다고 한다.)

 

207R - "Roger that, I see the, ah--."

(알았다. 보인다...)

 

207P - "I've got the splash, one splash."

(하나 잡았다.)

 

207R - "One splash."

(하나 잡았다.)

 

204R - "Take that down to, ah, 3,000 here mccowell."

(강하하라 맥코웰, 우리는 3천 피트에 있다.) 

 

CLOSE - "The, ah, splash 160 at 96."

(방위 160, 96마일에서 적기 격추.)

 

204R - "Lets go, Chris down to 3,000 and lets get outta here."

(가자 크리스, 3천 피트로 강하해서 여길 빠져나가자.)

 

211R - "Return now."

(복귀하겠다.)

 

 

 

 

 

(교전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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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전보입니다. 우리 동맹군이 북부 전선에서 적군을 격퇴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적군의 강철전차 사단은 우리 비공정의 군세 앞에 무참히 분쇄되었습니다.

 

동맹군에 입대하십시오. 우리 동맹군은 제국 영방을 수호하기 위해 … ”

 

 

“ 허 참, 북부전선에서 강철전차 사단을 격퇴했다고? 허튼소리! ”

 

허름한 어느 선술집의 공용 테이블에 놓여있는 전보기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리는 소리가 난 직후, 의자에서 신경질적이게 생긴 드워프와 같이 앉아있는 인상적인 붉은 수염이 복실거리는 중년의 사내가 소리친다.

 

“ 그놈들은 절대로 위험한 곳에 먼저 발을 들이지 않아. 제일 먼저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존재하는 모든것이 가루가 되어버리지. 그놈들은 그 다음에 움직여. “

 

붉은 수염의 사내가 아무 죄도 없는 전보기를 향해 푸념하자, 선술집은 그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푸념으로 이어지면서, 급기야는 또 다시 시끄러운 회의장으로 돌변해버린다. 그와 동시에, 궐련 연기를 코로 내뿜는 중년의 남성들이 들어찬 선술집의 모습은 마치 아편굴과 같은 모습이다.

 

“ 그 소식 들었소? 바렌젤에서 놈들이 비공정을 다섯 척이나 부숴버렸다더군요. ”

 

“ 저 선전 매체들이 하는 소리들은 모두 허튼 소리요.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개수작이란 말이오. ”

 

“ 망할 윗대가리들이 차원문을 열어재끼고 다니니까 이 지경이 난거야!

마법석을 이세계에서 채취한다고? 지랄도 가지가지구만! ”

 

 

제국의 어느 중소도시, 변변한 산업 시설마저 없어 미군의 폭격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골 동네의 할일 없는 술꾼들과 퇴역 군인들의 모임장이 되어버린 이 허름한 선술집은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였다.

개전 직후, 제국 정부는 시내에서의 모임 활동을 모조리 중단시켰고, 총동원령을 선포함에 따라 이곳 마을 전체가 전시체제에 돌입했지만, 사실 전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전쟁 기간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 숨죽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일쑤였지만, 그나마 숨통이 틔는 곳은 선술집들이나 극장(대부분의 극장은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기타 교외의 공터 말고는 전무했다.

 

물론 개전 직후 금주령이 선포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그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제국 의회도 국민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쟁에 온 정신이 쏠려있어 단순히 음주를 금지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다행히도 제국 의회의 높으신 분들은 그런 결정은 내리지 않았고 덕분에 내로라 하는 만담꾼들이나 술꾼들은 대부분 술집에 나와서 시간을 죽이곤 할 수 있었다.

 

 

“ 이보시오, 드워프 양반. 카본 토닉으로. ”

 

그 와중, 후줄근한 제국군 군복을 입은 엘프 남성이 들어와 주문을 시킨다. 군인이 들어오자 선술집의 분위기는 잠깐 가라앉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시끄러워진다.

 

“ 알겠소.. 잠깐, 자네, 혹시 요르겐톤 출신인가? “

 

카운터의 땅딸막한 드워프 주인장이 자기 키의 절반 가까이 되는 보조 의자 위에 올라서면서 말한다.

 

“ 맞습니다. ”

 

“ 하하!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엘프 같더라니. 여기서 마주치는구만. 저번에 한번 여기 왔었지?”

 

오랜만에 동향 사람을 본 드워프 주인장의 얼굴이 이내 화색을 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

 

“ 요르겐톤에서 유명했던 선술집을 운영했었다네. 지금은 이렇게 해방촌에서 술장사를 하고 있지만 말일세. ”

 

주인장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 언젠가 한번 가본 것 같습니다. ”

 

“ 요르겐톤 출신이라… 그럼 자네도 그 광경을 봤겠구만. ”

 

드워프 주인장의 대답에, 잠시 둘에게는 정적이 흐른다.

 

 

“ ... 그 드래곤은 부려먹을대로 부려먹은 늙은 종자에 불과했습니다. ”

 

한 손에 깃털 모양의 공수 마크가 그려져 있는 회색 베레모를 만지작거리던 엘프 남성이 대답한다.

 

 

 

 

 

 

 

 

 

어느 날, 북쪽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등장했다.

 

 

제국 중앙정부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전과 같은 보잘것 없는 부족체들의 모임이라고 단정짓고, 차원문의 너머로 넘어온 ‘컨테이너 선’에 타고 있던 미국인들을 모두 납치했다. 그들을 미국으로 하여금 마법석 채취에 협력하게 하려는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카드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그 동안에 마법석 채취라는 명목 하에 열어왔던 차원문 너머의 생물들은 대부분 청동기 시대를 넘어가지 않는 미개한 종족들이거나, 아예 아무도 없거나, 둘중 한 가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은 본격적으로 그들의 제후국들과 함께 해상 병기를 이끌고 제국 영방의 샤테네 해상으로 진출해 미국인들을 모두 석방하라며 무력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회색 빛깔의 거대한 해상 병기들은 그 전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것들이였다.

 

 

페리야가 죽은 것은 평소와 다름없던 일상 속에서였다. 그가 항상 말하던 영광스러운 전투도 아니였고, 모두가 지켜보는 곳에서의 명예로운 임종도 아니였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해상 병기 일부가 요르겐톤의 연안에 출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페리야는 위협비행으로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경고할 것을 제안했다. 과거에 있었던 해적 습격 당시에도, 이런 식의 위협비행은 상당히 효과적이였고, 특히 페리야의 덩치를 보고 놀란 해적들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결정된 위협비행 작전에서, 고작 5마리의 와이번과 연안 초계근무를 나간 지 3시간 만에 특전항공대 시절부터 북서부 마권정부의 요르겐톤 항공대로 발령되면서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드래곤, ‘망할 페리야 영감’이라고 불렀던 나의 전우는 그렇게 변변한 저항도 없이 개죽음을 맞이했다. 

 

 

 

 

 

 

“ 어이! 엘프 양반, 안 들려? 자네가 주문한 카본 토닉이라고. ”

 

" 아.. 예. 감사합니다. "

 

“ 귀머거리같은 놈. ”

 

뒤의 어느 참전용사 그룹에서 그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지만, 엘프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잔을 비운다.

 

“ 저들 말은 무시하게. 워낙 고약한 양반들이니."

 

드워프 주인장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다독여준다.

 

" 별 말씀을. 여기 술삯 가져가시죠. "

 

" 돈은 안내도 좋네. 비록 지금 전황이 어렵다지만, 자네같은 군인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라도 살고 있는거니까 말이지. 항상 고맙다네. ”

 

" … "

 

" 나도 한때는 제국을 위해 봉사하던 군인이였거든. 대부분의 드워프들이 제국이 사람들을 강제로 군대에 끌고간다며 욕을 하곤 하지만, 나는 그게 전혀 가치없는 일이라고는 내가 복무하는 동안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네. 엘프 친구. 항상 신의 가호가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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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신의 가호가 있기를! '

 

선술집에서 나온 라다크는 주인장의 진심어린 호언을 곱씹으면서, 그가 방금 마신 토닉이 그의 두번째 위장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곧장 시내로 향했다.

 

그가 시내로 가는 길거리에는 항상 중무장한 궤도 장갑전차가 한두대씩은 배치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그 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들은 부족한 전선에 기갑장비를 단 한대라도 더 보충하기 위한 명목으로 재배치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오늘은 다른 길목을 지키고 있거나.

 

길거리의 식료품점이나 상가 등은 대부분 문을 닫은 지 오래여서, 길거리에는 항상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이 가득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석보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 뒤로 제국의 거대 선전 판넬이 도로 한가운데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 전 국민이 마력을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계에서 채취한 마법석을 통해 마력 공급 무상화를 이룩할 것이라며 큰소리치던 제국 수뇌부는 이제 이제 국민들에게 배급할 빵 한조각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했다.

전쟁이 점차 장기화되자, 제국 정부는 요충지를 제외한 변방 중소도시들의 배급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배급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 마을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선전물의 마지막 문구의 글자 몇개가 바람에 흔들려 삐걱거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지의 광장에 거의 다다른 라다크는 배급 행렬로 곧장 향하기 시작했다. 도심지의 광장은 전쟁 전에는 문화의 중심지로써 공연, 무도회 등 축제를 위해 쓰였지만, 지금은 추모 공원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항상 밤낮으로 모여있는 노숙자들과 친족을 찾기 위해 피켓을 들고 있는 자들로 붐빈다.

라다크가 광장 한가운데로 가자 배급을 받는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 배급 대열을 찾는건 매우 쉬운 편인데, 뭔가 시끄러운 실랑이 소리와 고함이 오고가는 쪽을 보면 열에 아홉은 배급 대열이다.

 

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운반 차량에서 배급 물자를 전달해주는 병사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그 뒤에서 무언가를 적고 있는 군 장교와 그 주변으로 고향의 가족을 찾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누더기 차림을 하고 있는 하이 엘프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한편, 배급 대열 앞에서 어느 마족 미망인이 배급 대열을 지키는 군인 몇몇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어이! 여긴 마족 출입금지야. 저리 안꺼져? "

 

철모를 깊게 눌러 쓴 어느 엘프 병사가 소리친다.

 

" 제발.. 집에 아이들이 밥을 굶고있습니다. 한번만.. "

 

" 아니면 너희 마왕님한테 울면서 달려가서 뭐라도 해달라지 그래? 하하하! "

 

엘프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지고, 이내 마족 미망인 여성은 울먹이며 엘프 병사들에게 매달린다.

 

" 저번주에도 배급을 받지 못해서, 이번에도 받지 못하면.. "

 

" 저리 꺼지라니깐! "

 

옆에서 같이 떠들던 엘프 병사 한명이 마족 여성을 개머리판으로 밀쳐내 넘어뜨리고, 이내 그녀는 얼굴을 감싸쥐며 울음을 터뜨린다.

 

" 망할 종족차별주의자들. "

 

보다 못한 어느 드워프 시민이 한마디 하자, 이번엔 조롱의 화살이 그에게로 향한다.

 

" 종족차별주의자? 저놈의 족속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아 마땅한 놈들이야. "

 

" 너희 땅딸보들은 배급을 받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라고! "

 

 

 

" 모두 동작 그만! "

 

보다 못한 라다크가 군인들에게 고함치며 다가가 말한다.

 

 

" 자네들은 일말의 양심조차 남아있지 않은 버러지들인가? "

 

" 차.. 차렷! "

 

라다크가 걸친 군복의 계급을 보고 엘프 병사들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진다.

 

 

" 여기 책임자 불러와봐. "

 

" 저.. 하지만.. "

 

" 당장! "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얗게 질린 하이엘프 장교 한명이 뛰어온다. 아까 책자를 넘기면서 딴청을 피우던 그 장교다.

 

" 구..군수장교 보로스탄 대위입니다. "

 

"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 마족에게 2주일치 배급 물자를 즉시 지급하시오. 아니면, 자네를 최전방으로 재배치받게 내가 최대한 노력해 볼 것이니. "

 

 

 

 

 

 

 

 

" .. 비열한 마족 새끼들. "

 

들릴랑 말랑 중얼거리는 엘프 병사들을 뒤로 하고, 라다크는 마족 여성을 일으켜 세워주며 그녀에게 안부를 물어본다.

 

"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친데는.. "

 

" 감사합니다.. 이거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지.. "

 

" 보답은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 자들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제국군이 완벽한 집단은 아니니까요. 항상 신의 가호가 있기를. "

 

"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가녀린 양 손으로 2주치의 배급 물자를 들고 떠나는 마족 여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라다크는 문득 먼저 세상을 떠난 페리야를 생각했다. 만일 그가 있었더라면, 저 엘프 자식들은 박살이 났을 것이다.

 

선술집의 쓰디쓴 카본 토닉이 그의 입가에 여전히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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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역갤에서 썼던 단편임

대충 미국이 이세계에서 걸프전 하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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