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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신 기록 - 2급 군사기밀 *
관리 번호 - H-203-D23
작성 일자 - OCT 13, 1988
분류코드 - D9G3-88-10-20 C301
전송# 63-11. 지정부호: 로미오
미합중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USINDOPACOM) 보고서
1988년 10월 9일 새벽에 발생한 '15만톤급 컨테이너 선 실종'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정체불명의 적에 대한 교전 기록.
1988년 10월 12일, 정체불명의 적은 대형 항공기 13기와 선단 8척으로 하와이에 대한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하였고, 적군 측의 방해 전파로 인한 방공 체계의 혼선으로 NORAD의 하와이 전역에 대한 방공 식별이 지연되면서 미처 아군이 격침하지 못한 일부 적군의 대형 항공기 4기와 대형 전함 2척이 호놀룰루로 진공, 이에 따라 주방위군 59명과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며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미군 전사자와 민간인 사망자는 현재 집계중이며, 병원에 있는 중상자들의 예상 사망자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합중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총 12기의 대형 항공기와 6척의 선박을 격침하였으며, 그 중 1기의 대형 항공기와 2척의 선박은 온전한 상태로 확보되었다.
그 중, 미 해군 타이콘테로가 순양함에 피격된 적 측이 보유한 푸른색 계열의 대형 암석을 선체에 실은 선박의 본래 목적은 방해 전파가 아닌 구동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선체의 일부와 광범위한 연구용 샘플이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 제공되었다.
호출부호
NORAD H.Q. -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NORAD)
USINDOPACOM - 미합중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USINDOPACOM)
GREYHOUND 8 - 미합중국 태평양 함대 사령부 (USPACFLT)
RICKSHAW 4 - 하와이 해군 지역대 TF 예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RICKSHAW 3 - 하와이 해군 지역대 TF 예하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3번
HUNTER 6 - 하와이 주방위군 사령부
HULK 2 - 하와이 주방위군 제29보병연대 (Hawaii 29th Infantry Brigade Combat Team)
BIRD 6 - PACAF 직할대; 히캄 공군기지
BIRD 4 - PACAF 통신대대
SKY CHIEF - 미 공군 AWACS(조기경보통제기)
하와이 주방위군 공군 F-14 편대 -
YANK 38P - YANK 38 조종사
YANK 38R - YANK 38 레이더관제사(RIO)
YANK 39P - YANK 39 조종사
YANK 39R - YANK 39 레이더관제사(RIO)
YANK 40P - YANK 40 조종사
YANK 40R - YANK 40 레이더관제사(RIO)
HPD10 EPU - 하와이 경찰국 경호전담부서(Executive Protection U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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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INDOPACOM : 예하 제대들에게 알린다. 미합중국 대통령의 긴급 명령으로 계엄령에 동원된 하와이 주 방위군 치안 담당 부서를 제외한 전 병력을 포함한 하와이 전역에 대해 데프콘 3으로부터 데프콘 2로 격상되었다. 이것은 훈련 상황이 아니다.
HUNTER 6 (HL) : 주방위군의 대부분은 이미 하와이 전역에 걸쳐 치안 및 경계 작전을 진행중이다. 계획에 따른 주 정부 요인과 1급 연방 정부 요인들에 대한 소개령 또한 선포되었는가?
USINDOPACOM (HL) : 현재 하와이 전역에 비상 대피령이 발효되었으므로, 소개령 또한 발효되었을 것이다.
NORAD H.Q. : BIRD 6, 하와이 주방위군(Hawaii Army National Guard) 측에서는 이미 히캄 공군기지에서 해당 공역으로 편대를 긴급 발진시켰다고 알렸다.
BIRD 6 : 그것은 우리 소속이 아니다, 잠시만.
BIRD 6 : 미안, 잠시 착오가 있었다. YANK 편대는 주방위군 공군 측에서 우리 측으로 지휘권이 인계되어 있는 상태이다.
HULK 2 : HULK 2 알림. 데프콘 2의 발령을 확인했다. 현재 훈련 상황인가?
HUNTER 6 : 하와이 전역이 미상의 적군에게 위협받고 있다. 이것은 망할 훈련 상황이 아니다.
USINDOPACOM : 펜타곤에서는 소련 측의 전면적인 공격을 의심하고 있다. 아직도 하와이 전역에 대한 방공 식별에 문제가 있는가?
NORAD H.Q. : 우리 측 정보에 따르면 현재 모든 권역에서 소련 측에서 넘어오는 항공기는 없다. 또한, 해당 방공 식별구역에서 발생되는 원인 불명의 노이즈로 인해 하와이 전역의 방공 통제에 어려움이 있다.
BIRD 4 (FM) : BIRD 4 알림. 지상 광역 레이더 또한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잡음)
USINDOPACOM (FM) : 현재 원인불명의 노이즈 발생으로 하와이 상공의 정찰위성 또한 작전 지속이 불가능하다. 근방에서 작전중인 AWACS 기체를 통한 방공 식별이 가능한가?
BIRD 6 (FM) : E-2C 1기가 태평양 권역 H-3 공역에서 활동중이다. 보고에 따르면 현재 식별된 항공기는 13기의 폭격기로 보이는 비행선단, 8척의 대형 선박이다. YANK 편대는 관문 200마일 근방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대기중이다. 귀소 측의 식별된 항공기가 레이더에 잡히는가?
SKY CHIEF (FM): 우리 측 레이더 또한 13대의 미상 항공기가 H-4 공역에서 관측되었음을 최종 확인했다. 8척의 선박은 우리 측 레이더에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GREYHOUND 8 (FM) : 8척의 대형 선박 또한 최종 식별하였음을 알림.
YANK 38R (FM) : YANK 38. 방위각 41도, 168마일 근방에 비행체 1기를 식별했다.
SKY CHIEF (FM) : H-4 공역에서 총 4기의 기체가 남동쪽 방향으로 약 60노트의 속도로 이동중이다. 나머지 3대는 식별되지 않는가?
YANK 39R (FM) : 우리 측 레이더에는 보이지 않는다.
YANK 40R (FM) : 100마일 이내로 접근 중.
BIRD 6 (FM) : BIRD 6 알림. YANK 편대 전 제대에 알린다. 황색경보. 웨폰 홀드. 반복한다. 황색경보. 웨폰 홀드. BIRD 6 이상.
YANK 38R (FM) : YANK 38, 수신 완료. YANK 편대에 중계한다. 웨폰 홀드 발령.
YANK 39P (FM) : 수신 완료. (잡음)
USINDOPACOM (FM) : GREYHOUND 8, 하와이 태평양 함대의 중간 보고에 따르면 예하 TF 전단 RICKSHAW가 적 비행체의 이동경로로 예상되는 G-4 지점으로 긴급 파견되었다고 알렸다.
GREYHOUND 8 (FM) : TF가 I-5 근방 해역에서 초계중인 것을 확인했다. 표적의 비행방향을 알 수 있는가?
SKY CHIEF (FM) : 해당 표적은 남동쪽 방향 방위각 169, 속도 약 60노트로 총 2척이다.
GREYHOUND 8 (FM) : 송신 양호.
RICKSHAW 4 (FM) : 여기는 RICKSHAW 4, TF 함대 기함이다. 우리 측 위상배열 레이더가 완전히 먹통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대로 확인 후 교전하겠다.
GREYHOUND 8 (FM) : 귀소 측 전단의 근방 해역으로 2척의 비행선이 접근중이다. 육안 식별으로 보이는가?
RICKSHAW 4 (FM) : 아니,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는다. 노이즈가 잔뜩 껴있다.
GREYHOUND 8 (FM) : 근거리 접근을 최대한 피하라.
RICKSHAW 3 (FM) : 수신 완료.
RICKSHAW 4 (FM) : 사정권 내에 들어왔다.
RICKSHAW 4 (FM) : 로미오 3, 로미오 4.* (SM-2 발사를 뜻하는 콜사인)
GREYHOUND 8 (FM) : 표적이 명중했는가?
RICKSHAW 4 (FM) : 두 발 모두 명중이다. 한 척은 완전히 무력화되었지만, 나머지 한 척은 여전히 기동 중이다.
BIRD 6 (FM) : H-6 공역으로 YANK 편대가 진입중이다, RICKSHAW 4. 나머지 한 척은 그들이 처리 할 것이다.
YANK 38R (FM) : YANK 편대 알림. 고도 9천 피트, 노트 65로 진행하는 총 3척의 적 비행선이 식별되었다.
YANK 39P (FM) : 오, 망할. 저런 엄청난 크기의 비행선은 난생 처음 보는군.
YANK 38R (FM) : YANK 편대에 중계, 폭스 2, 폭스 2.
YANK 40R (FM) : 폭스 2. 폭스 2!
BIRD 6 (FM) : 명중했나?
YANK 39P (FM) : 이런 씨발! (잡음)
YANK 40R (FM) : 전탄 명중, 전탄 명중.
YANK 39R (FM) : YANK 편대에 알림. 대부분의 피닉스는 모두 명중했다. 이미 저 비행선은 끝장난 것으로 보인다.
HULK 2 (FM) : (소음) 통신망 내의 ..(잡음).. 전 제대에 알린다! (폭발음) 하와이 근방까지 놈들이 진격하고 있다!
USINDOPACOM (FM) : HULK 2, 뭐라고? 다시 한번 송신 바란다.
HULK 2 (FM) : (잡음).. 적이 비행선을 이끌고 호놀룰루의 근방까지 밀고 들어왔다! (폭발음).. 맨패즈 가져와!
NORAD (FM) : 하나님 맙소사.
HPD10 EPU (HL) : (소음) BIRD 6, 하와이 경찰국이다. (잡음).. 방금 소개령을 통보받고 주 정부 요인들의 소개를 시작했다. (잡음) 계획된 매뉴얼에 따르면 지정된 C-130 기체는 히캄에 총 3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가용 가능한 기체는 몇대인가?
BIRD 6 (HL) : 주 정부에서 요청한 우리 측에서 가용 가능한 기체는 총 두대이다. 나머지 한 대는 데프콘 2로 격상됨에 따라 소개 계획에서 제외되었다.
HUNTER 6 (FM) : HUNTER 6, 지금 즉시 호놀룰루를 증원해야 한다. 민간인들이 공격받고 있다...
BIRD 6 (FM) : BIRD 6, 가용 가능한 전력을 모두 그쪽으로 돌리겠다.
RICKSHAW 4 (FM) : RICKSHAW 4, 비행선 잔해 근방에 무슨 돌같은 것을 매달고 있는 중형 선박 한척이 식별되었다.
SKY CHIEF (FM) : 우리 또한 보인다.
GREYHOUND 8 (FM) : 그들은 비무장인가?
RICKSHAW 4 : 아니, 그들 또한 무장하고 있다. 우리 측으로 기총 사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ICKSHAW 3 : 로미오 5, 반복한다. 로미오 5. (소음)
GREYHOUND 8 (FM) : 명중 확인.
RICKSHAW 3 : RICKSHAW 3, 육안으로 구명 보트로 보이는 선박이 보인다.
HUNTER 6 (FM) : BIRD 6, 레이더망이 복구되었나?
BIRD 6 (FM) :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SKY CHIEF (FM) : 맙소사, 노이즈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NORAD H.Q. : 방금 전 하와이 전역에 대한 모든 위성망이 복구되었다. 무슨 특이 사항이라도 있었나?
GREYHOUND 8 : 조금 전 피격한 거대한 돌덩이를 싵고 다니는 배 한척을 명중시킨 직후인 것으로 보인다 ... 그 쪽에서 발생한 노이즈였다.
NORAD H.Q. : 확실한 정보인가?
GREYHOUND 8 : 일선 타이콘데로가급의 보고에 따르면, 관문 해역 근방에서의 지속적인 전파방해로 위상배열 레이더가 먹통이라고 했다. 지금 풀린 것으로 보인다.
USINDOPACOM (FM) : 전 제대에 알린다. 방금 전 모든 레이더망과 정보 자산이 복구되었다. 하와이 섬 인근에서 교전중인 적 비행선 4척과 전함 2척을 최우선 목표로 지정하고, 모든 사정거리 내에 있는 적성 세력에 대해 가용 가능한 모든 미사일 전력을 집중하라.
HUNTER 6 (FM) : HUNTER 6, 방금 전 들어온 니하우 섬에 파견된 정찰대대의 보고에 따르면, 불시착한 기체 내 승무원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중 일부는 심각한 중상자로 파악된다.
USINDOPACOM (FM) : HUNTER 6, 그들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하라. 펜타곤에서 그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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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ergency Broadcast System *
이것은 테스트가 아닙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하와이 전역에 공습 경보를 발령합니다.
최근 하와이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대하여, 로널드 레이건 미합중국 대통령은 하와이 전역에 대해 한시적으로 DEFCON 2단계를 발령했습니다.
하와이 전역의 주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지정된 대피소로 질서있게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품목은 비상식량 2회분의 소지품과 백팩 1개로 제한됩니다.
이것은 테스트가 아닙니다.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하와이 전역에 공습 경보를 발령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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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던 날, 갑작스럽게 하와이 주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단숨에 불어난 호놀룰루 시내 길거리의 무장 군인들은 날이 지날수록 그 숫자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예전처럼 친근하게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베트남 전쟁 직후처럼 군인들이 갑자기 많아져서가 분명 아니였다. 그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관문. 우리가 '퍼시픽 게이트'라고 부르는 그 망할놈의 문짝은 말 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생겼다.
미국 전체, 혹은 전 세계가 컨테이너 선의 실종 사건과 그 관문에 대해 온갖 소설들을 쓰고 있을 무렵, 관문 너머의 그들은 어느 순간 우리의 하늘 위에 나타났다.
내가 제인과 함께 집을 나서기로 결심한 그 순간, 우리들의 평범했던 옛 일상은 그렇게 저 너머의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 … 한시적으로 데프콘 2단계를 발령했습니다. 하와이 전역의 주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지정된 대피소로 질서있게 … ”
내가 짐을 분주하게 싸고 나갈 채비를 마치는 동안, 제인은 뭔가 TV가 신경이 쓰이는 듯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 제인, 텔레비전은 신경쓰지 말고, 일단 빨리 캐비넷의 물건부터 챙겨. ”
주지사인지 누군지도 모를 양반이 TV에 갑작스레 나와서 몇분간 떠들더니, TV는 이내 비프음밖에 낼 줄 모르는 고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방금 발표된 대피령으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분주하게 집 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 제인! 빨리 나와! 어차피 그렇게 잔뜩 들고 가져가도 대피소 안으로는 못 들인다고! "
" 하지만... "
제인은 집안의 온갖 물건들을 가져갈 작정이였다. 물론 대피소의 규정을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였다.
“ 세상에, 제인. 지금 그 반지가 중요해? 그래, 중요하긴 하지. 그것보다도, 이럴 시간이 없어. ”
“ 방송에서는 비상 식량도 2회분은 가져오라고 했잖아, 토미. ”
“ 금방 올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돌아오자고. ”
정말로 금방 올지, 아니면 영영 못 돌아올지는 솔직히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난 그저 눈 앞의 그녀를 잠시 안심시키기 위한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 저 TV 좀 누가 꺼버려. 삑삑거리는 그 엿같은 EBS(Emergency Broadcast System)밖에 나오지 않는데 왜 아무도 끄질 않는거야? ”
“ 웨이드, 이 정도면 적당해. ”
“ 좀 닥쳐! ”
우리 집 옆에 살고 있는 이웃 사람들의 고성이 오고간다. 원래는 그냥 그저 그런 터울없는 가족들이였지만, 오늘은 왠지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집을 나와 호놀룰루 시내의 대피소로 향하려던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혼란스러운 거리를 마주했다. 교외 지역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피트니스 클럽의 아줌마라도 있으면 다행이였을 만큼 한적한 거리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미군들이 차량들을 길거리에 이리저리 정차시키고 주민들을 대피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길거리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장갑차 주위로 모여있는 군인들과 시민 여럿이서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건너편의 대로에는 탱크 수 대가 시끄러운 캐터필러 소음을 내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언뜻 저 먼 바다에서 포성 비슷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 당신의 복무에 감사드립니다. 저기, 이 트럭은 대피소로 곧장 가는겁니까? ”
나는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바쁘게 적느라 분주해보이는 어느 흑인 군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 아니오, 선생님. 이 트럭은 호놀룰루 시내로 갈 거요. 대피소로 가는 차량은 저쪽 편에 있습니다. ”
“ 아니, 잭슨. 대피소로 가는 저 트럭도 같은 방향이지 않아? ”
“ 예, 뭐… 선생. 아무튼간에, 저 트럭을 타시면 됩니다. ”
흑인 병사의 어물쩡한 대답을 들은 우리는 일단 사람들이 모여있는 군용 차량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고성이 여기저기 오고가고, 어디선가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상당히 급하게 나온 듯한 사람들 사이에서, 흑인 군인을 포함한 수 십명의 주방위군 병사들은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 토미, 저 사람들, 대피소로 가는 거 맞지? ”
제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 음.. 그럴거야. 지금 갈 곳은 대피소밖엔 없으니까. ”
언제나 ‘하와이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항상 여유로움이 넘쳤고,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의 자랑거리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 대피소로 향하는 미국인들의 얼굴에는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그들의 얼굴에는 막연한 두려움만이 남아 있었다.
“ 토미, 저 쪽에 대피소로 가는 트럭이 모여있나봐. ”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던 제인이 나에게 대로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 방송에서 들으셨겠지만, 개인당 백팩 한개 분량 이상의 개인 물건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
길이 끝나는 대로변에는 주방위군 마크가 그려져있는 미군 트럭 수십대가 우악스럽게 도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어느 키 큰 군인 한명이 확성기를 들고 여러 지시사항을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 놈들이 전파 방해를 하고 있는게 사실이야? ”
“ 아까 들은 무전 내용을 유추해보자면 거의 사실이던데. ”
“ 망할, 정말 소련 놈들이 쳐들어온거 아니야? ”
차량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대로변 한가운데엔 M16 소총을 든 미군 병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군인과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수십대의 군용 트럭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각자의 추억이 담겼거나, 혹은 그저 비상식량 배낭이거나, 어찌되었든 그들만의 소중한 물건들이 담긴 배낭들을 제각각 들쳐맨 채 급하게 군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만류한 덕분에 제인은 정말 그녀가 맨 가방 하나 말고는 눈에 띄는 소지품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 토미, 대피소는 안전하겠지? ”
“ … 그렇겠지. ”
제인과 나는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어지러운 군용 무전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군용 트럭에 몸을 실었다. 트럭에 타고 있는 모두가 심각한 표정이다.
“ 버기 8이 알림. 하파키 대로의 민간인들을 모두 소개했다. 현 시간부로 모두 이곳에서 철수한다. ”
맨 앞쪽에 가장 늦게 탄 군인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시동이 걸려 있던 트럭이 하나 둘 씩 대로변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트럭 사이사이에 어지럽게 널려 있던 장갑차와 군용 차량이 트럭을 뒤따라 오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빠르면 오늘, 늦으면 이번 주 안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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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자작 합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