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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게이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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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h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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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레이건 독트린의 시대.

 

 

경제 호황과 자유주의 열풍이 세계를 휩쓸던 시기이자,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시기로써 지금까지도 세계의 사학가들이 주목하는 시기.

 

미국을 위시한 서방권과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동구권 간의 치열한 군비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점점 녹아내리는 냉전의 끄트머리에서 위태롭게 서있던 인류에게 핵전쟁의 결말 대신 ‘신대륙’이 열린 것은 그저 우연이자, 다르게 말해도 그저 천문학적 그 이상으로 극악의 확률로 벌어진 우연의 일치라고밖엔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순 없었다.

 

 

 

1988년 10월, 이란-이라크 전쟁의 종전과 함께 동방의 어느 나라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으로 세계의 이목이 냉전의 기조 속의 평화를 향해 있을 무렵, 하와이 제도의 니하우 섬에서 불과 313마일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북태평양 한가운데에 말 그대로 ‘관문’이 생겼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긴 ‘관문’, 언론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일명 ‘퍼시픽 게이트’가 열린지 40여 분 만에, 근방 해를 해항중이던 어느 재수 옴 붙은 컨테이너 선 한 척이 실종되었다.

퍼시픽 게이트 너머에 접근 가능한 해상이 존재하고, 또한 지구의 생식과 다른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준 것은 NASA도, 미국 정부도 아닌 그 컨테이너 선이였다.

 

 

 

15만 톤 급 컨테이너 선 센터빌 호의 실종은 사건 직후 언론에 의해 ‘센터빌 호 실종 사건’으로 불리며 원인 불명의 실종 규명에 미국의 정보 수집용 정찰 위성까지 동원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당시 미국은 물론 그 누구도 ‘관문’의 존재를 몰랐고 심지어는 멀리서 관측도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 초기 미국을 포함한 1세계 국가들은 적성국 잠수함에 대한 피격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전의 좌초 사건과 달리 15만 톤 급 컨테이너선의 해상 실종에 대한 의문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대표적으로 좌초 사건은 필연적으로 기름 유출이 벌어지는데 하와이 인근 해상에 기름 유출 정황이 없던 것, 해상에서 흔히 목격되는 잔해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종 직전까지 교신이 원활하게 오고갔던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해상 사고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전담 팀을 구성하여 전수 조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사태 초기에 관문의 존재를 늦게 파악하면서 여러 논란들이 빚어졌는데, 이는 대중들에게 사건에 대한 불확실성만을 키워내는 데 일조하였으며 이후 여러 음모론이 파생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컨테이너 선의 실종 소식: 그것도 미국의 영해 근처에서 발생한 미스테리한 사건은 원인 불명의 ‘버뮤다 삼각지대 식 좌초’ 또는 잠수함에 의한 피격 둘 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린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정치 논객들은 하나 둘씩 의문점을 제기했고, 해양 수색이 늦어지는데 대해 일부 논객들은 미국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센터빌 호의 실종은 소련 잠수함에 의한 획책의 결과이며, 이러한 명령을 내린 ‘악의 축’ 소련에 대해 추가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미국 네오콘들의 주장은 큰 논란을 빛어냈고, 심지어, 사건 발생 직후 설상가상으로 미국 알래스카의 방공식별구역에 소련의 전략폭격기 Tu-95기 1기가 잠시 넘어가 미국 공군이 긴급 출격하는 해프닝마저 벌어지며 미-소 관계는 또 다시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이러한 정국은 미국 해안경비대가 좌초 지역에서 수색을 하던 도중 ‘관문’, 후일 ‘퍼시픽 게이트’로 불리게 될 일종의 ‘웜홀’을 발견하면서 소련 잠수함 피격설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관문에 대한 의혹은 더욱 거세지면서 관문에 대한 여러 추측들과 음모론들이 난무하게 되고, 심지어는 소련이 비밀무기를 통해 하와이를 급습하고 미국을 침공하려 한다는 음모론마저 돌았지만, 이러한 음모론에 대해 소련 정부는 극구 부인한다.

 

레이건 행정부는 이러한 음모론에 대해 먼저 나서서 오히려 적극적인 대응으로 하와이의 일부 지역에 대한 계엄령의 선포와 관련된 행정명령 12753을 발동하며 대중들의 ‘퍼시픽 게이트’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고, 관문 주변의 500마일 근방에 대한 접근 금지령을 선포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하와이 서부 지역에 대한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비밀리에 관문 너머를 수색할 태스크 포스-103, 멀지 않은 미래의 아틀란티스의 ‘남대륙 오가스’에서 맹위를 떨치는 ‘알파 여단’으로 불리게 될 전신 부대인 미합중국 통합군 파견대, ‘TF-103’을 조직하라는 집행 명령을 내린다.

그들의 목표는 관문 너머로 전이된 센터빌 호의 미국인 선원 41명과 영국인 7명, 파나마인 3명과 알제리계 프랑스인 2명, 동승한 한국계 일본인 변호사 등 총 54명의 신변을 확보하고 관문 너머의 세계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긴급 서한이 워싱턴 D.C에 보고되었다. 하와이 제도의 인근 해상에서 미상의 선박 6척과 비행체 13개 선단이 나타나 하와이 제도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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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들이 언제 이 곳에 발을 디뎠냐고? 아주 좋은 질문이야. ”

 

코네토 대위가 특유의 복실거리는 발바닥을 탁자 위에 건방지게 올려놓은 채 대답했다.

 

“ 사실,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뻗은 건 아니야.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나타났지. 뭐, 이미 알 놈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제국 놈들이나 미국 놈들이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말이지. ”

 

“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얘기일세, 코네토. 내가 듣고 싶은것은 자네가 겪은 경험이지, 동네 고철소에서 일하는 엘프 꼬마아이도 아는 얘기를 들으려고 이 먼 곳을 온 건 아니라고. ”

 

갈수록 산으로 가는 듯한 말의 흐름에, 나는 짜증나는 어투로 응수했다.

 

“ 그래, 그렇지. 때는 906년 봄, 아. 이제 서력을 써야되나? 아무튼간에. ”

 

“ 계속 해보게. ”

 

“ 참 좋았던 때였지. 물론 말마따나 제국군이 지겹게 선전하는 그런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한 모험 이야기는 대부분 허풍이지만, 내가 탔던 비공정만큼 대단한 배도 없었다고. ”

 

코네토가 어딘가 슬픈 표정을 지은 채, 군번 표식이 달린 세모난 귀를 앞으로 흔들면서 말을 이어간다.

 

 

 

 

 

 

 

 

 

 

코네토 중위는 어스름한 새벽빛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얼마 되지 않는 쪽잠에서 깨어났다. 짙은 황동색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2급 선실 주변의 침대에 곤히 잠든 요들 한 명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아, 모두들 아마 그 거대한 배를 구경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당직실에서 롤러 게임을 하거나.

 

선실을 걸어서 나온 나는 비공정 선내에 항상 들리는, 중저음의 전석구동계의 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지는 좁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비공정의 내부는 작게 떠들어도 구조상 복도가 크게 울리기 때문에, 시끄럽게 떠드는 같은 방 녀석들을 찾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미개인들 주제에 저런 거대한 선박을 가지고 있다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거 아냐? ”

 

어느 마족 장교가 제국군 정복을 걸치고 팔짱을 낀 채 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 걱정은 집어 치워. 바자로. 6년 전에 열렸던 차원문에서도 엄청나게 큰 황소같은 놈들이 가득했지만, 별 거 아니였잖아. 그것보다도, 왜 여기서 이런 얘기를 하는거야? ”

 

당직실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일당들에게 방해를 받던 드워프 상황장교가 짜증나는 듯이 대답했다.

 

“ 또 마왕한테 이상한 헛소문을 듣고 왔구나, 바자로! ”

 

“ 하나도 재미 없어, 에기스. ”

 

바자로가 뾰족해진 마족 눈을 치켜든 채 응수했다.

 

 

“ 코네토! 일어났구나. 마침 저 배에 대해 얘기하고 있던 중이야. ”

 

“ 제발 좀 닥쳐, 뾰족아. ”

 

신나게 떠들던 다크엘프 에기스가 나를 보며 반긴다. 그녀는 이차원 생태 과학사관이라는 전 군을 통틀어서 몇 없는 직위로, 비공정에 같이 탄 얼마 없는 과학장교들 중 하나다. 보통, 과학장교들이나 민간 과학자들은 연구선에 탑승하는 것이 관례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핀잔을 주는 자는 바자로라는 친구다. 비공정 함대에서 얼마 안되는 마족 장교지만 딱히 그는 출생 신분에 신경쓰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사실, 나는 제국 전반에 걸친 마족 차별이 조금 이해는 된다. 마왕이 죽은지 백년도 넘지 않았고, 한 때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사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차별을 정당화 시켜주진 않는다.

 

“ 바자로, 너 오늘 근무 아니지 않아? ”

 

“ 오늘은 아니지. ”

 

바자로가 특유의 마족눈을 치켜뜬 채 능청맞게 대답한다.

 

“ 작전이 시작되면 바빠질 텐데, 미리 잠이라도 자 두지 그래? ”

 

“ 글쎄, 어차피 죽을 염려도 없고. 그냥 미개인들한테 겁만 주는 연례행사인데, 별 일 있겠어? ”

 

그의 말은 어느정도 맞았다. 여태껏 차원문 월영 작전에서 벌어진 전투는 대개 우리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그 마저도 비공정의 위용 앞에 대부분 꼬리를 내리며 항복을 연신 외쳐대는 일이 잦았기에, 누군가가 중상을 입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그마저도 탄약 운반 도중 미끄러지는 수공병들의 사례가 대부분이였다.

 

“ 그래도 에기스, 너는 한창 바쁠 시기일텐데. ”

 

“ 원래 우리는 잠을 덜 자는 족속들이라. 환기도 안되는 선실 구석에서 자는거나 이렇게 잡담이나 하는거나 둘다 쉬는 건 똑같잖아? ”

 

에기스가 새하얀 단발머리를 쓸어내리며 대답한다.

 

“ 코네토, 너야말로 제일 바쁠 사람인 것 같은데. 남한테 그렇게 권유 할 입장이 아닌 걸. 그것보다도, 얘네들 좀 데리고 선실로 가주면 안될까? ”

 

상황장교 자라트가 짜증나는 얼굴로 특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말한다.

 

“ 자라트, 여기 혼자 앉아서 망망대해나 쳐다보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그나마 우리가 여기서 잡담이라도 해주니까 시간이 더욱 잘 갈것 아니겠어? ”

 

에기스가 자라트의 말에 특유의 뾰족한 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 또 자라트가 화를 냈나 보군, 그렇지? ”

 

자다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요들 라나가 선실로 돌아오는 우리를 보면서 놀린다.

 

“ 자라트는 왜 자꾸 우리한테 화를 내는건지 모르겠어. 내가 거기서 노래를 부른것도 아닌데 말이야. 왜 드워프들은 다들 무뚝뚝할까? ”

 

에기스는 빈 자리의 침대에 누워 불평을 늘어놓았다.

 

“ 너희가 좀 시끄럽긴 했어. 자라트가 화를 내는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복도에까지 다 들릴 정도면 말 다한거 아니야? ”

 

나는 에기스의 어이없는 발언에, 복슬거리는 손을 과장되게 움직이며 대답했다.

 

“ 그나저나, 그 배에 타고 있던 종족들 말이야.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던데? ”

 

바자로가 나를 바라보며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신기하다듯이 말했다.

 

“ 대신 귀가 둥글었어. ”

 

에기스가 자기의 귀를 메만지면서 말한다.

 

“ 이종족들 하루 이틀 보는것도 아니고.. ”

 

“ 근데, 그럼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거야? 원래 있던 세계로 되돌려보내진 않을 거 아냐? ”

 

요들 라나가 궁금하다듯이 물어본다.

 

“ 글쎄..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면, 아마 제국 수도로 압송될 걸? 이차원의 문화도 일단 연구하고 본다는게 제국의 지침이니까, 아마 험하게 대하진 않을 거야. ”

 

에기스가 요들 라나에게 대답한다.

 

“ 아마 그렇겠지. 낮선 땅을 건너온 그들에게 별 탈 없기를. ”

 

 

 

 

 

 

 

 

 

 

 

 

 

 

 

 

“ 우린 강습 작전을 실시한다. ”

 

“ 예? ”

 

아침에 긴급 소집된 상황함교 회의에서 전달된 공정총관의 뜻밖의 명령에, 공정장교들의 반응들 중 가장 먼저 튀어나온 첫 마디는 이거였다.

 

“ 상부에서는 이차원에서 전이한 거대 선박의 합금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강도의 재질인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선박 내부의 수색 결과, 그들의 기술력은 우리의 기술력과 동급, 또는 그것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결론지어졌다. ”

 

“ 그.. 우리의 기술력보다 높은 상대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에기스가 놀란 표정으로 야투르 총관에게 대답한다.

 

“ 말 그대로, 우리보다 질적 수준이 높은 적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들이 가진 기계는 마력 없이도 구동이 된다고 그러더군. ”

 

야투르 총관이 굳은 표정으로 바자로에게 말한다.

 

“ 말도 안됩니다, 총관 각하.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단순히 크기만 큰 놈들이였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력없이 기계가 구동된다니, 조사단이 아마 잘못 알았거나 착각을… ”

 

자라트 중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야투르 총관에게 말한다.

 

“ 그렇다면, 작전 취소를 고려해 봐야 하지 않습니까, 총관 각하? ”

 

요들 라나가 차렷 자세를 한 기계몸체에 탄 채, 다소 냉철한 표정으로 총관에게 질문한다.

 

“ 이미 다른 비공정의 총관들로부터 작전 취소를 상부에 요청했지만, 작전은 그대로 강행된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고 들었다. 아마 내가 그들에게 작전 취소를 요청하더라도,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

 

야투르 총관의 대답이 돌아온 직후,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장교들이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상황함교 내부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 모두 주목! ”

 

야투르 총관이 특유의 중저음으로 고함치자, 상황함교의 내부는 일순간 조용해졌다.

 

 

“ 상부에서 작전을 그대로 강행한다는 것은, 우리와 그들의 기술력이 얼마 차이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은, 이전 작전마다 진행했던 공지포격만으로는 적을 궤멸할 수 없다는 말이지. 다른 비공정들의 총관들과 상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우리는 해상요새의 호위를 받아 강습 작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

 

그는 이어서 말했다.

 

“ 현재 시각을 기점으로, 전 제대는 주어진 시간 4홀 내에 출항 준비에 착수한다. 각 대대의 강습 작전 계획은 예하 제대의 전보기로 하달 될 것이다. 이상, 해산! ”

 

 

 

 

 

 

 

 

태양이 어느 덧 서쪽 하늘의 중앙을 바라볼 무렵, 비공정 내부의 축향기로 출항을 알리는 저음의 차임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선내의 모든 수공병들은 바쁘게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전히 정신없이 복도를 오고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비공정의 출항 소리도 멀리서 울려퍼졌다.

 

“ (잡음) - 아, 아. 선내의 모든 수공병단 및 공정장교들에게 알린다. 발령권자, 야투르 홀례메스 공정총관. 현재 시각 6홀 74메리, 906년 2주기 38일. 제국 영방 총통 각하의 명령에 따라, 우리 헤르메시아급 전광석비공정 제 3호를 포함한 총 13척의 비공정과 해상요새 4척, 그리고 연구선 1척과 전석공급선 1척이 관문 근처의 해상으로 진군해 이차원 도약을 시작한다. ”

 

 

“ 도약 개시 1메리 전. 전 장병은 충격에 대비하고, 진열을 재정비하라. 반복한다. 도약 개시 1메리 전. 전 장병은.. “

 

 

“ 괜찮겠지, 코네토? ”

 

평소의 에기스답지 않은 목소리다. 그녀는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벌벌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있다.

 

“ 아마도, 평소 작전처럼 한가롭지만은 않을 거야. ”

 

자라트가 수염을 메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정신만 차리면 죽지 않을거다. 누구든지 간에. ”

 

떨리는 손으로 전석보총을 부여잡은 채로 대기중인 수공병들을 바라보면서, 바자로는 대답했다.

 

“ 그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만 말이지 ”

 

라나가 그녀가 탑승한 기계몸체의 구동계를 메만지며 그에게 대답했다.

 

 

 

 

비공정의 전석구동계가 힘차게 돌아가는 소음을 뒤로 한 채, 우리 모두는 항상 지겹게 들었던 훈련 내용을 상기하면서 강습선에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작전대로라면 가장 먼저 해상요새들의 포격이 시작될 것이고, 그 뒤로 비공정의 하부 포대들이 지상의 적군에게 공지포격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강습선이 차원문 너머의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의 편을 들어주길 바라면서, 나와 바자로, 에기스, 자라트, 라나, 그리고 나머지 장교들과 주무관을 포함한 113명의 헤르메시아급 전광석비공정 제 3호기 제10수공병대 대대원들은 10호 강습선에 자신들이 가진 모든 운을 맡기며 천천히 강습선의 함교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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