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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메이크라이프 3편
포획

숨막히는 질주.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숨소리. 라디안 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던 것일까. 평화롭던 라디안 제국이... 그녀의 고향이. 불길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들. 자신이 병기임에도 나약해서 지키지 못한 자들의 소리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그녀에겐 지금 눈물 따위를 닦을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 고향을, 제국을 멸망시킨 대륙 최강의 병기가 쫒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나약한 심폐지구력으로는 저 악몽을 떨쳐낼 수도 없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릴 뿐.

" 2군, 위치로! 공주를 포획한다. "

카이저의 명령에 이어 군사들 몇몇이 세실리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창칼을 뽑아든 군사들은 세실리아를 공격했다. 제압이겠지만 살기가 담긴 공격이었다. 세실리아는 본능적으로 창대를 잡고 군사의 손에서 창을 빼앗았다. 가녀린 몸에 비해 긴 창은 군사들을 당황케 하였다. 그녀가 약하다 한들 엄연한 병기었기에, 군사들이 주춤하자 그녀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멍해있던 군사들은 카이저가 정신차리게 하였으며 세실리아를 다시 추격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최소 승리를 바라지 않더라도 도망쳐야 했다. 세실리아는 결국 한 명씩 제압하고자 달리기에 부적합한 창대를 팽개쳤다. 창이 떨어지는 소리에 군사들이 세실리아 쪽으로 몰렸다. 그 순간 한 군사의 팔이 뒤로 꺾였다. 팔을 비틀고 넘어트려 제압하고 세실리아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제압된 군사를 보고 군사들이 놀라움을 주체하지 못할 때 카이저는 그녀의 의도를 깨달았다. 카이저는 세실리아만 추격하기로 했다. 힘들게 달리던 중 세실리아는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 발견.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짧고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카이저는 세실리아의 앞에 있었다. 곧이어서 강력한 펀치가 세실리아에게 적중했다. 힘없이 날아간 세실리아에게 확인사살로 6방의 공격이 더 들어갔다. 줄을 가져와 세실리아를 묶는 카이저.

" 공주 포획. 수도를 점령했으니 점령군을 제외한 전군 퇴각한다. "

카이저는 세실리아를 질질 끌면서 이동했다. 곧이어 소수의 점령군을 제외한 군단 병력들이 다크 베르니드 제국으로 돌아갔다. 베르니드-라디안 통합제국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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