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2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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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길래 여태 한 마디도 안하십니까?"<br>
글쎄.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그런 상황을 목전에서 마주했다면야. 복잡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기엔 아직 안정이 부족하다. 앞자리에선 부관이 그녀를 바라본다. 침묵을 지키는 와중 할 일이 뭐가 있겠나. 그저 운전이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차량은 황궁 시내를 벗어났다. 외지로 뻗어나가는 전철, 요르문이 있는 탑승장이 그 목적지다. 바퀴가 궤적을 그리고 울거진 숲길을 지나자 목적지에 도착한다.
"도착했습니다. 진짜 한 마디도 안할겁니까?"
"담배부터"
"여긴 금연입니다."
"대장부는 사소한 것에 얽매이면 안돼"
"외람되지만 남자도 아니시지 말입니다."
<br>그녀가 그 얘기에 가래를 뱉곤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다.
"깐깐한 성차별은 좋지 않아 부관. 아무리 내 동생님이더라도 말야."
탑승 정류장은 고요했다. 둘이 오가는 덕담 말고는 하나의 잡음도 없다. 그러니 영업도 하지 않는 카페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테다. 본래 이 거리는 대낮이라면 유명할 만큼 번화가지만 두 남매에게 수도란 낯선 오지였을 뿐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녀, 아렌은 입질하듯 담배를 물고 연기를 뿜으며 말한다.<br>
"당분간 이곳에 좀 머물러야 해. 너 먼저 호소니로 가 있어."
"갑자기 말입니까?"
뜸을 들이다가
"이제 내가 군단장이거든."
"?"
부관이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이 나라 행정이 그만큼.. 아니다. 누가 듣겠네."
"젊은 나이에 성공하셨군요."
"그딴소리 하지마라. 죽겠으니까. 이 라인 타는 게 아니었어. 넌 호소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제국의 명예를 위한 성전이라 생각합니다."
"아하. 아첨하는 나랑 똑같은 표정인 걸. 우리 동생님. 나도 동감이야."
둘은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영혼없는 목소리다. 차렷 자세로 한참이나 서있던 부관은 옅은 조명의 가로등을 스윽 보다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끔찍한 짐이지. 왜, 살육할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져?"
"갑자기 왜 반말이신지, 뭐 조금은. 도축업자도 돼지 죽이는 게 취미는 아니잖아."
"비유가 좀 그런 걸."
동생은 철제 테이블에 자신의 군모를 내려놓곤 자신의 담배를 수통의 물로 적신다. 그러자 푸른빛을 내며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불에 지진 담배와 꼭 닮아있다.
"솔직히 신기하지? 데모부르크 산이야. 전선에서 불빛을 안내려고 이런걸 쓴다나봐."
"안 궁금해. 그리고 이런 나라에서 외제를 쓴다니 총살감이군 그래. 그리고 금연구역이라며?"
"남자는 사소한 것에 얽매이면 안된다는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그랬어."<br>
동생의 청산유수에 그녀는 픽 웃어넘긴다.
"내가 잘못했네."
멍하니 거리 저변의 어두운 골목을 보던 동생은 대뜸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항간에 그런 소문이 돌아."
"너무나 궁금하네요. 어떤 소문인지." 그리곤 다시 구름을 내뱉는다.
"호소니에 독립조직이 생긴 모양이야."
"호소니 해방전선은 이미 있잖아. 새삼스레 뭘 이슈라고."
그녀는 별 것 아닌 이야기인 양 일약하곤 코웃음친다. 그럴수록 부관, 동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야기했다.
"조직의 머리가 마법사란 얘기가 있어."
"뭐? 야, 워렛. 너 설마 아직도···"
꼭 동생을 나무랄 때면 '동생님'이 아닌 이름 두 자로 부르곤 했다. 마법사란 한 마디로 동생이 무얼 생각하는지 짐짓 이해한 아렌은 타들어간 한 개비를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잿떨이로 지져넣곤 말했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접촉이고 자시고 절대 하지마. 더군다나 너는 마,"
타이밍이 무섭게 들려온다. 새벽 철도가 달리는 굉음이었다. 그 큰 기계음이 그녀의 목소리를 덮는 순간 동생은 다시 부관이 되어 담배초를 버리곤 군모를 틀어썼다. 그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따라 일어났으나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다시 입을 연 건 마지막으로 배웅을 위해 플랫폼에 발을 딛은 때였다.
"부관. 분명히 말해두지만, 먼저 호소니에 가서 인수인계 외엔 절대 아무것도 하지마. 난 총통의 지시사항이 끝나자마자 요르문이 아니라 비공정을 타서라도 갈 테니까. 헛짓하지 말란거야. 하,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표정좀 해. 그런 태도로 일정 정리하는 척 하지 말고. 알았어?"
"예." 부관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경례한다.
"하나의 눈을 위하여, 아렌 중장님의 무사 귀환을 바랍니다."
"천개의 창으로서, 워렛 경의 무사 귀환을 바랍니다."
그리고 경고문과 함께 철도 요르문의 문이 닫힌다. 그녀는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서 요르문의 마지막 차량을 볼 때 까지 마냥 바라보았다. 부디 아무일 없길 바라며.
동생은 8번 차량으로 들어가 몇 자리를 빼곤 텅텅빈 열차를 살폈다. 사실 인수인계를 생각한다면 시간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기에 그는 자리를 틀어앉고는 곧장 문서를 펴놓았다. 큰 눈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투브릿지를 쓰고 소매를 조금 걷어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집중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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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7일 (화) 12:4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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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로우휠 1편
라이프니츠

"어떤 분이길래 여태 한 마디도 안하십니까?"
글쎄.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그런 상황을 목전에서 마주했다면야. 복잡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기엔 아직 안정이 부족하다. 앞자리에선 부관이 그녀를 바라본다. 침묵을 지키는 와중 할 일이 뭐가 있겠나. 그저 운전이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차량은 황궁 시내를 벗어났다. 외지로 뻗어나가는 전철, 요르문이 있는 탑승장이 그 목적지다. 바퀴가 궤적을 그리고 울거진 숲길을 지나자 목적지에 도착한다.

"도착했습니다. 진짜 한 마디도 안할겁니까?"

"담배부터"

"여긴 금연입니다."

"대장부는 사소한 것에 얽매이면 안돼"

"외람되지만 남자도 아니시지 말입니다."
그녀가 그 얘기에 가래를 뱉곤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다.

"깐깐한 성차별은 좋지 않아 부관. 아무리 내 동생님이더라도 말야."

탑승 정류장은 고요했다. 둘이 오가는 덕담 말고는 하나의 잡음도 없다. 그러니 영업도 하지 않는 카페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테다. 본래 이 거리는 대낮이라면 유명할 만큼 번화가지만 두 남매에게 수도란 낯선 오지였을 뿐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녀, 아렌은 입질하듯 담배를 물고 연기를 뿜으며 말한다.
"당분간 이곳에 좀 머물러야 해. 너 먼저 호소니로 가 있어."

"갑자기 말입니까?"

뜸을 들이다가 "이제 내가 군단장이거든."

"?" 부관이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이 나라 행정이 그만큼.. 아니다. 누가 듣겠네."

"젊은 나이에 성공하셨군요."

"그딴소리 하지마라. 죽겠으니까. 이 라인 타는 게 아니었어. 넌 호소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제국의 명예를 위한 성전이라 생각합니다."

"아하. 아첨하는 나랑 똑같은 표정인 걸. 우리 동생님. 나도 동감이야."

둘은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영혼없는 목소리다. 차렷 자세로 한참이나 서있던 부관은 옅은 조명의 가로등을 스윽 보다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끔찍한 짐이지. 왜, 살육할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져?"

"갑자기 왜 반말이신지, 뭐 조금은. 도축업자도 돼지 죽이는 게 취미는 아니잖아."

"비유가 좀 그런 걸."

동생은 철제 테이블에 자신의 군모를 내려놓곤 자신의 담배를 수통의 물로 적신다. 그러자 푸른빛을 내며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불에 지진 담배와 꼭 닮아있다.

"솔직히 신기하지? 데모부르크 산이야. 전선에서 불빛을 안내려고 이런걸 쓴다나봐."

"안 궁금해. 그리고 이런 나라에서 외제를 쓴다니 총살감이군 그래. 그리고 금연구역이라며?"

"남자는 사소한 것에 얽매이면 안된다는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그랬어."
동생의 청산유수에 그녀는 픽 웃어넘긴다.

"내가 잘못했네."

멍하니 거리 저변의 어두운 골목을 보던 동생은 대뜸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항간에 그런 소문이 돌아."

"너무나 궁금하네요. 어떤 소문인지." 그리곤 다시 구름을 내뱉는다.

"호소니에 독립조직이 생긴 모양이야."

"호소니 해방전선은 이미 있잖아. 새삼스레 뭘 이슈라고."

그녀는 별 것 아닌 이야기인 양 일약하곤 코웃음친다. 그럴수록 부관, 동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야기했다.

"조직의 머리가 마법사란 얘기가 있어."

"뭐? 야, 워렛. 너 설마 아직도···"

꼭 동생을 나무랄 때면 '동생님'이 아닌 이름 두 자로 부르곤 했다. 마법사란 한 마디로 동생이 무얼 생각하는지 짐짓 이해한 아렌은 타들어간 한 개비를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잿떨이로 지져넣곤 말했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접촉이고 자시고 절대 하지마. 더군다나 너는 마,"

타이밍이 무섭게 들려온다. 새벽 철도가 달리는 굉음이었다. 그 큰 기계음이 그녀의 목소리를 덮는 순간 동생은 다시 부관이 되어 담배초를 버리곤 군모를 틀어썼다. 그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따라 일어났으나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다시 입을 연 건 마지막으로 배웅을 위해 플랫폼에 발을 딛은 때였다.

"부관. 분명히 말해두지만, 먼저 호소니에 가서 인수인계 외엔 절대 아무것도 하지마. 난 총통의 지시사항이 끝나자마자 요르문이 아니라 비공정을 타서라도 갈 테니까. 헛짓하지 말란거야. 하,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표정좀 해. 그런 태도로 일정 정리하는 척 하지 말고. 알았어?"

"예." 부관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경례한다.

"하나의 눈을 위하여, 아렌 중장님의 무사 귀환을 바랍니다."

"천개의 창으로서, 워렛 경의 무사 귀환을 바랍니다."

그리고 경고문과 함께 철도 요르문의 문이 닫힌다. 그녀는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서 요르문의 마지막 차량을 볼 때 까지 마냥 바라보았다. 부디 아무일 없길 바라며.

동생은 8번 차량으로 들어가 몇 자리를 빼곤 텅텅빈 열차를 살폈다. 사실 인수인계를 생각한다면 시간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기에 그는 자리를 틀어앉고는 곧장 문서를 펴놓았다. 큰 눈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투브릿지를 쓰고 소매를 조금 걷어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집중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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