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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는 이번엔 전력을 다해서 거부감을 표현했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위험한 곳으로 굳이 돌아가겠는가? | 중사는 이번엔 전력을 다해서 거부감을 표현했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위험한 곳으로 굳이 돌아가겠는가? | ||
반델은 남은 탄약을 탄창에 채워넣고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 반델은 남은 탄약을 탄창에 채워넣고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외부함에 있던 작업용 로프도 꺼내들었다. | ||
"저는 준비됐습니다." | "저는 준비됐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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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겁니다." | "갈겁니다." | ||
아렌은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머리를 | 아렌은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머리를 묶었고, 반델은 방금 찾은 로프를 아렌의 허리춤에 촘촘히 연결했다. 그러다 반델은 뜬금없이 아렌에게 물었다. | ||
"근데 중장님은 사령관이신데 그러다 죽으시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 "근데 중장님은 사령관이신데 그러다 죽으시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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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역할입니다. 살아서 만나면 좋겠습니다." | "필요한 역할입니다. 살아서 만나면 좋겠습니다." | ||
반델과 아렌은 맥거만 중사에게 경례하고, 다시 정비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반델과 아렌은 맥거만 중사에게 경례하고, 다시 정비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번에는 반델이 중간에 찾은 | ||
2022년 6월 10일 (금) 00:14 판
A
그로우휠 5편 | ||
◀ | 면접 | ▶ |
![]() 연이은 총성이 좁은 복도를 뒤집어놓았다. 세 사람은 급한대로 주변에 방으로 피신하긴 했지만, 꼼짝없이 갇힌 형세다. 아렌과 반델은 급한대로 권총을 장전했고 문을 가구로 틀어막았다. 사태파악이 필요했다. 갑작스레 적들이 공격했다지만 이곳은 상공의 덩그러니 뛰어진 비공정이고, 갑판에 있는 포 한 번 쏘지않고 적들이 침입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으니까. "공화파[1] 손님들이 어떻게 무임승차 했을까? 소령" "저도 의아합니다. 그것도 군인들이 잔뜩 탄 배인데도 말입니다." "해군 수준하곤" "저흰 이제 어떻게 합니까?.. 히끅" 그리고 듬직한 사람들 사이로 약간의 모자란 사람이 말했다. 아마도 여전히 술기운이 찬 듯 싶다. 아렌은 바닥에 엎드려 허덕이는 해군 장교를 보고 순간 입술을 깨물었다가, 그나마도 정신을 차려 예의있게 말했다. "일어나시지 말입니다. 직급과 성함이?" "타이즈.. 타이즈 맥거만 중사입니다..." 반델은 그나마 호위라는 명분 하에 소총을 들고 있었기에 권총 한 자루가 남았다. 개의치않은 표정으로 권총을 건네주고, 타이즈 중사는 총을 장전하며 말했다. "술주정 다 부리셨으면 정신 차립시다." "예.. 옙..." 그리고 대답하기 무섭게 총성이 복도를 울렸다. 사실 비공정은 겉만 번지르르하지, 가볍게 만들기 위해 내부에는 합판을 많이 사용했으므로 적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문 부수기는 순식간이었다. 적이 어디서 나타났든 당장 필요한 것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다. 아렌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더듬으며 말했다. "타이즈 맥거만 중사. 길 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나가시겠다는 겁니까...?" "그럼 여기계십시오." "아..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계획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우선 제가 맞대응하겠습니다." "그.. 끅.. 우선, 적들이 나타나기 전에 선내에 충격이 없었습니다. 그건 적들이 처음부터 비공정에 숨어있었단 이야깁니다. 종종 불법으로 적재화물칸에 숨어드는 놈들이 있는데, 공화파놈들이 무슨 계획인진 몰라도 그렇게 숨어든 것 같습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놈들은 도망갈 곳이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나쁘게 얘기하면 죽을 각오란 느낌도 있고. "그럼 선내에 호송중인 공화파 정치인이라던지 그런 건 없습니까? 분명 목적이.." 중사는 얼굴을 한참 찡그리고는 온갖 기억들 사이에서 그럴듯한 근거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하나를 떠올린듯 빠르게 말했다. "아, 그...! 아렌 중장님껜 보고되지 않았지만 기밀사항인 적재화물이 하나 있습니다!" "적재화물...?" "적들이 더 많이 옵니다! 나갈 곳은 없습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비공정 벽면에 정비용 사다리가 있습니다!" "예?" "죽기야 하겠습니까?" "하.. 진짜.. 포로가 나았나 싶기도 한데" 중사는 본인이 얘기했지만 꽤나 고민이 들었다. 안전장치없이 팔의 완력만으로 비공정의 외부에 붙어있는다? 아무리 비공정이 느리고 고도도 높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아렌은 결국 반델과 함께 빠져나갔고, 중사는 눈물을 머금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선외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진작에 세 사람의 군모는 저 멀리 날아가버렸고, 흩날리는 바람 소리가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뒤따라오는 적은! 어쩌려고?" "괜찮습니다!" 반델이 자세를 낮추고 사다리를 타오르던 순간, 수류탄을 하나 더 두고갔는지 한 박자 늦게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불이 붙어서 괜찮을 겁니다!" "허억" 두 번의 폭발로 급기야 화재가 발생했고, 짙은 뭉게구름이 내부에서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중사는 감당이 안되는 장면을 본듯 싶었다. 뭐가 됐든 저 화재가 커지면 공화파보다 훨씬 무서운 재앙이 발생할 테니 말이다. 그나마 반델의 말대로 적들이 추격하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사격을 당하지 않도록 비공정 외벽을 따라 사각지대로 피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총성이 이어졌고, 확실히 공화파의 숫자가 적지는 않아보였다. 아렌은 군모가 있던 자리가 허전해서 헝클어진 머리와 함께 정수리를 더듬었다. 뭔가 쌔한 느낌. 반델과 맥거만 중사가 숨을 고르는 사이, 그녀는 비공정을 내려다보며 이곳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중사, 적재화물 칸은 최하부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럼 결국, 위층이랑 갑판에 있는 병력을 동원해도 적들이 먼저 최하부에 들어서면.." "늦을..까요? 아니 지금 다시 이 밑으로 내려가자는 말씀이십니까? 힘들게 올라왔는데? 한 10분만 더 올라가면 갑판..." 중사는 이번엔 전력을 다해서 거부감을 표현했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위험한 곳으로 굳이 돌아가겠는가? 반델은 남은 탄약을 탄창에 채워넣고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외부함에 있던 작업용 로프도 꺼내들었다. "저는 준비됐습니다." 확실히 그가 보기에 두 사람은 별안간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제가 봤을 때, 적들은 물건을 탈취해서 강하할 생각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시간이 없습니다." 반델은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실제로 머지않아 호소니의 영역이었고, 적들의 선박이 있어도 아군 선박이 막을 수 없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아마도 이 모든 걸 종합해서 작전을 계획했다면 꼭 주먹구구식의 계획은 아니었다. 물론 그들이 타국의 적군이라기보단 국내의 반란군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근데 그 적재화물이란 게 뭡니까? 바빠서 물어보질 못했는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전 그냥 취급주의란 전달만 받아서.. 진짜 가실겁니까?" 맥거만은 완전히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갈겁니다." 아렌은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머리를 묶었고, 반델은 방금 찾은 로프를 아렌의 허리춤에 촘촘히 연결했다. 그러다 반델은 뜬금없이 아렌에게 물었다. "근데 중장님은 사령관이신데 그러다 죽으시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음. 소령. 그건 그런거지. 부하가 다 못미더워서 직접 하는거야" "그럼 저는 믿을 만 하십니까?" "아직. 아직 면접기간." "예예" 반델은 농담따먹기를 관두고 총끈을 멨다. "제가! 사령부를 만나서 전달하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끝끝내 중사는 갈 엄두를 못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필요한 역할입니다. 살아서 만나면 좋겠습니다." 반델과 아렌은 맥거만 중사에게 경례하고, 다시 정비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이번에는 반델이 중간에 찾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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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니츠 제국 내부에서 공화주의적 사상을 주장하는 급진주의파벌. 총통에 의해 정치적으로 매장되자 남부에서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