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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도 인맥도 없는 그가 내심계라는 꿈을 달성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에 절망하고 있을 때, 총력전의 소식이 세란티아까지 다다랐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누가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연방군에 자원했습니다. 당대의 낙관적 풍토가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의무감 때문이었습니다. 그 본인조차도 그것이 왜 본인이 되어야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보르닉스, 카에리온, 오블리바라...그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동료조차도 배반해야했고, 인간성조차 포기해야 승리를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헛된 희망임을 깨달았던 것은, 전선이 그의 고향인 세란티아까지 후퇴한 이후였습니다. 신의 징벌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고향은 불길에 잠겼고, 지각을 꿰뚫는 굉음이 행성을 가득 메웠습니다.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의 집합에서 여동생을 발견했을 때, 그의 희망은 그곳에서 부터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 물론 돈도 인맥도 없는 그가 내심계라는 꿈을 달성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에 절망하고 있을 때, 총력전의 소식이 세란티아까지 다다랐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누가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연방군에 자원했습니다. 당대의 낙관적 풍토가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의무감 때문이었습니다. 그 본인조차도 그것이 왜 본인이 되어야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보르닉스, 카에리온, 오블리바라...그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동료조차도 배반해야했고, 인간성조차 포기해야 승리를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헛된 희망임을 깨달았던 것은, 전선이 그의 고향인 세란티아까지 후퇴한 이후였습니다. 신의 징벌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고향은 불길에 잠겼고, 지각을 꿰뚫는 굉음이 행성을 가득 메웠습니다.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의 집합에서 여동생을 발견했을 때, 그의 희망은 그곳에서 부터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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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죄였습니다. 그는 부상병들과 민간인들을 배반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수송선에 올라탄 장교들에게 총구를 들이밀었고, 다음 수송선이 도착할 3일 동안 요새를 사수했습니다. 군법에 회부되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그의 상관은 그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아들러는 내심계로의 휴가 티켓이라는 배려를 받았습니다. 그것이 아들러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리란 걸 누가 알았을까요? 퇴폐와 향락, 비열한 웃음 소리들과 저급한 말장난들, 자화자찬으로 얼룩진 사탕발림을 목격했을 때, 그는 숨이 막혀올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꿈꾸던 내심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신기루였을까요? 아니요, 아니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인류번영의 중추가 처음부터 존재따위 하지 않았던 썩어빠진 그루터기일리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언제부터? 그 문제의 해답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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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수십년, 총력전은 휴전이라는 어정쩡한 결과물과 함께, 수천억의 목숨을 데리고 단락의 끝을 맺었습니다. 아들러는 그것이 끝임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살아왔던 기간보다, 전장의 진창에서 뒹굴던 기간이 더 길었습니다. 슈툼하펜에서 열린 부대원들의 작은 추도회 날, 무엇이 그를 이끌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사전에 준비한 추도사를 내던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이끄는 그것을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북받쳐오는 감정에 맞춰, 그는 속에 삼켜왔던 감정들을 밖으로 내뱉었습니다. 그의 울분은 누군가의 단말기를 통하여 인터넷으로 퍼져갔고, 그는 순식간에 연방 전역에서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가 됐습니다. 그가 그것을 바랐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것은 운명이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잡아끄는 그것을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인류구원전선을 창당했습니다. 이후 20년, 수 많은 정치인들과 수사기관이 아들러를 모략하고, 그를 끝내려고 했지만, 그 누구도 구실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중상모략에 힘 쏟는 동안 그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류구원전선을 제2정당까지 끌어올렸고, 이제는 새로운 단락의 시작을 열려고 합니다. 이것이 그가 바랐던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대가 그를 바라는 한, 그는 나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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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0일 (화) 01:45 판
AI의 은혜 실험소
하르파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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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한명을 조심하라고?
하늘의 딸들
내가 이카루스가 될게....
Ich frage euch: Wollt ihr den totalen Krieg? Wollt ihr ihn, wenn nötig, totaler und radikaler, als wir ihn uns heute überhaupt noch vorstellen können?
- ↑ 물론 벨브노아는 기형적인 수준으로 증기 기관이 발달한 곳이므로, 흔히들 생각하는 복엽기나 글라이더 보다는 훨씬 진보했다.
- ↑ 더욱이 그들의 주둔지였던 벨락터 기지는 적의 침략 대비를 위해 야전에서 급하게 만들어진 간이 비행장이었으므로, 공습의 후순위 목표였다.
- ↑ 정체가 굉장히 모호한 인물이다. 하늘의 딸들이 에텔란트를 넘어서 벨브노아의 여러 곳을 유랑하며 인원을 모집한 것을 감안해도, 숙사왓은 벨브노아에서 에텔란트의 정반대편 지역의 인종이다. 대체 그녀가 어쩌다 고향 정반대편의 에텔란트 지역까지 와서 하늘의 딸들에 소속되어 싸웠는지는, 하늘의 딸들이 남긴 기록이 거의 전무하므로 알 수 없다. 그나마 구전으로 의존하는 자료조차 생존자가 손에 꼽으니..
- ↑ 사유가 굉장히 골 때린다. 신형 엔진 테스트 중, 엔진이 벨브노아 항공기로는 볼 수 없는 속도의 성능을 내자, 이 속도를 적 항공기로 오인한 지상의 방공부대가 사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