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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나의 새해도 그렇다. | :그리고, 이제 나의 새해도 그렇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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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s: .moving-bg { display: inline-block; width: 350px; padding: 6px; border-radius: 4px; text-align: center; color: #663333; font-family: Noto Serif KR; background: linear-gradient(to right, #ffcc66, #ffcc99, #ffcc66); animation: moving-bg 2s linear infinite; } @keyframes moving-bg { from { background-position: top 0 left 350px; } to { background-position: top 0 left 0; } } }}<div style="margin: 60px 0; text-align: center;"><div class="moving-bg">{{bold|{{++3|당신과 새해를 맞이하는 여우}}}}<br>The Fox Awaits New Year With Me</div><br><span style=" | :{{#css: .moving-bg { display: inline-block; width: 350px; padding: 6px; border-radius: 4px; text-align: center; color: #663333; font-family: Noto Serif KR; background: linear-gradient(to right, #ffcc66, #ffcc99, #ffcc66); animation: moving-bg 2s linear infinite; } @keyframes moving-bg { from { background-position: top 0 left 350px; } to { background-position: top 0 left 0; } } }}<div style="margin: 60px 0; text-align: center;"><div class="moving-bg">{{bold|{{++3|당신과 새해를 맞이하는 여우}}}}<br>The Fox Awaits New Year With Me</div><br><span style="opacity: .5;">{{--2|글 Sinokio / 그림 백팔사미}}</spa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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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련님, 벌써 새해가 다가오네요? 곧 2020년이라구요~{{"|2}} 듣고 보니 그렇다. 지금은 2019년을 장식하는 12월 31일의 어느 깊은 밤. 정확하진 않지만 시각은 대략 오후 11시 몇 분 쯤일 것이다. 사실 새해가 다가오리란 것은 몇 주 전부터 의식하고 있었다. 미미르가 달력을 걸어 준 뒤로 잠에서 깨서 수아와 노는 일상만이 전부였던 내게 달력을 읽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은 없었으니까. 2020년이라 | :{{"|1}}도련님, 벌써 새해가 다가오네요? 곧 2020년이라구요~{{"|2}} 듣고 보니 그렇다. 지금은 2019년을 장식하는 12월 31일의 어느 깊은 밤. 정확하진 않지만 시각은 대략 오후 11시 몇 분 쯤일 것이다. 사실 새해가 다가오리란 것은 몇 주 전부터 의식하고 있었다. 미미르가 달력을 걸어 준 뒤로 잠에서 깨서 수아와 노는 일상만이 전부였던 내게 달력을 읽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은 없었으니까. 2020년이라. 의식은 하고 있지만 막상 다가온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무엇이든 그렇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다른 명절, 특히 추석이 더욱 그렇다. 심지어는 크리스마스까지도. 크리스마스는 별 것 없었다. 수아를 비롯해 모두가 한 데 모여 거대한 트리를 장식하고, 눈싸움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눈이 올 날씨는 아니었지만 수아가 {{"|1}}모처럼인데 분위기라도 내 봐야죠{{"|2}}라며 여우 저택 담벼락 안으로만 흰 눈을 소복이 쌓아 놓았던 게 기억이 난다. 아직은 그로부터 6일밖에 지나지 않은, 몹시도 추운 한겨울이지만 그때의 눈은 이미 다 녹고 없다. 다만 저택 마당 이곳저곳에 눈이 녹고 얼기를 반복하며 생긴 빙판이 눈에 들어올 정도다. 생각 없이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네. ……물론 나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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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두꺼운 기모로 된 티를 입고 수아와 함께 대청마루에 앉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하를 웃돌 만큼 엄청난 강추위가 찾아 왔지만, 적어도 여우 저택에서는 수아 덕분에 그렇게 추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그렇다. 남들은 | :적당히 두꺼운 기모로 된 티를 입고 수아와 함께 대청마루에 앉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하를 웃돌 만큼 엄청난 강추위가 찾아 왔지만, 적어도 여우 저택에서는 수아 덕분에 그렇게 추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그렇다. 남들은 부채를 들고 선풍기를 장착한 채 덥다고 헥헥거리며 바람을 쐬기 바쁘다. 하지만 나는 여름에 긴 팔을 입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지낼 수 있다. 이게 다 수아 덕분이지. 새삼스레 수아에게 감사를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수아도 복장이 크게 다를 것 없다. 오른쪽 옷깃을 어깨 아래로 흘려내린 편안한 분홍빛의 개량 한복. 더없이 어두컴컴한 밤하늘 아래 저택의 조명만이 은은하게 비추고,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은 염두에도 둘 필요 없이, 애시당초 계절이라는 개념을 망각해 버린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그 무엇보다도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 보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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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러게, 벌써 또 1년이 지나는구나.{{"|2}} | :{{"|1}}그러게, 벌써 또 1년이 지나는구나.{{"|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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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새해와 크리스마스는 이렇다 할 것 없이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다가왔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달력도 없었던 때고, 아무도 말해 주거나 챙기려 하지 않았으니까. 나에게는 그저 여름과 겨울의 반복이었다. 그마저도 수아의 온도 조절 덕분에 별 감흥 없이 지나갔다. 이제는 여유를 좀 부려도 되겠지. 아마 수아도 그렇게 생각했을 터다. 올해부터는 암묵적으로 다함께 기념일이나 명절을 챙기는 일이 더러 많아졌다. 그 시작은 나의 생일 ─ 이라고 정했던 | :작년 새해와 크리스마스는 이렇다 할 것 없이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다가왔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달력도 없었던 때고, 아무도 말해 주거나 챙기려 하지 않았으니까. 나에게는 그저 여름과 겨울의 반복이었다. 그마저도 수아의 온도 조절 덕분에 별 감흥 없이 지나갔다. 이제는 여유를 좀 부려도 되겠지. 아마 수아도 그렇게 생각했을 터다. 올해부터는 암묵적으로 다함께 기념일이나 명절을 챙기는 일이 더러 많아졌다. 그 시작은 나의 생일 ─ 이라고 정했던 그날 ─ 을 지나, 9월의 추석. 수아와 유화 두 사람을 제외하면 우리는 서로 만날 가족도 없고 더욱이 제사 지낼 조상님도 없었기 때문에 추석이라고 별 다를 것은 없었다. 오히려 낯선 기분도 들었다. 뭘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6명을 앞에 두고 임금님 수라상에나 나올 법한 진수성찬들이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수아가 솜씨 발휘 좀 했다고 했었지. ……요리는 연습할 필요도 없으면서 왜 연습해 뒀던 거야? 설마 그날을 위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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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는 10월 31일, 할로윈. 고풍스러운 한옥 저택에서 한복을 입은 여우가 왜 서양의 명절을 챙기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할로윈도 크게 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추석보다는 나름 할로윈 느낌이 났던 것 같다. 10월 31일 아침부터 생일 때처럼 서프라이즈랍시고 다들 집 구석구석에 미리 숨어 있다가 놀래키려 튀어나오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긴 했다. 놀란 척도 그럴싸 해야 나오는 거지……. 아, 한 사람만 빼고. 유일하게 선배에게만큼은 소스라치도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프랑켄슈타인 분장이었거든. 선배에겐 죄송하지만 생각보다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아마 누구라도 놀랐으리라 생각했다. 선배의 분장을 맡았었다던 미미르를 제외한 나머지도 그 분장을 처음 보고 놀랐다고 했으니까. 아린이는 기절까지 했다나……. | :그리고 두 번째는 10월 31일, 할로윈. 고풍스러운 한옥 저택에서 한복을 입은 여우가 왜 서양의 명절을 챙기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할로윈도 크게 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추석보다는 나름 할로윈 느낌이 났던 것 같다. 10월 31일 아침부터 생일 때처럼 서프라이즈랍시고 다들 집 구석구석에 미리 숨어 있다가 놀래키려 튀어나오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긴 했다. 놀란 척도 그럴싸 해야 나오는 거지……. 아, 한 사람만 빼고. 유일하게 선배에게만큼은 소스라치도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프랑켄슈타인 분장이었거든. 선배에겐 죄송하지만 생각보다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아마 누구라도 놀랐으리라 생각했다. 선배의 분장을 맡았었다던 미미르를 제외한 나머지도 그 분장을 처음 보고 놀랐다고 했으니까. 아린이는 기절까지 했다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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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응. 2020년의 첫 해네.{{"|2}} | :{{"|1}}응. 2020년의 첫 해네.{{"|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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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밝아지고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면서 해가 뜰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우리는 몇 시간 전 어두운 저택의 대청마루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 손을 마주잡고 앉아 있다. 고마워, 미안해, 힘들었지, 즐거웠고 즐거워, 행복했고 행복해, 좋아해, 사랑해.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마주보는 서로에 대해 서로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말이 오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깨어났을 때의 나를 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너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애써 숨기고 환한 웃음과 장난끼 많은 태도를 일관하며 너는 어땠을까.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기억하지 못해 미안해. 죽어서, 미안해. 어렸던 네게 간을 먹으라고 해서…, 미안해. 생각해 보면 몹쓸 나의 잘못이야. 내가 | :조금씩 밝아지고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면서 해가 뜰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우리는 몇 시간 전 어두운 저택의 대청마루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 손을 마주잡고 앉아 있다. 고마워, 미안해, 힘들었지, 즐거웠고 즐거워, 행복했고 행복해, 좋아해, 사랑해.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마주보는 서로에 대해 서로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말이 오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깨어났을 때의 나를 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너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애써 숨기고 환한 웃음과 장난끼 많은 태도를 일관하며 너는 어땠을까.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기억하지 못해 미안해. 죽어서, 미안해. 어렸던 네게 간을 먹으라고 해서…, 미안해. 생각해 보면 몹쓸 나의 잘못이야. 내가 그날 죽기로 마음 먹고 이 대나무 숲에 오지만 않았다면,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너에게 간을 주지 않았다면, 정을 주지 않았다면…. 너는 나라는 것쯤은 처음부터 모른 채로 이 저택에서 굳건하게 살아 갔을 텐데. 내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나를 그리워 할 필요도 없었을 테고, 불안에 마음을 졸이며 살 필요도 없었을 거야. 나를 위해 애써 주마등에 몸을 던지거나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었겠지. 너의 인생은, 내가 망쳐 놓은 거나 다름 없는 거네. 미안해, 수아야. 정말… 미안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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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고 생각하고 계시죠?{{"|2}} | :{{"|1}}…라고 생각하고 계시죠?{{"|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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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흐흐, 히히. 올해는 꼭 12시 종이 땡 치자마자 새해를 맞이할 거예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실패했으니까, 올해는 꼭!{{"|2}} | :{{"|1}}흐흐, 히히. 올해는 꼭 12시 종이 땡 치자마자 새해를 맞이할 거예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실패했으니까, 올해는 꼭!{{"|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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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는 | :유화는 그날 해가 쨍쨍한 낮에 낮잠도 무려 6시간이나 자면서 각오를 다졌다. 평소 자던 시간인 밤 10시가 되었을 때는 혹시나 몰려올 피로에 대비해 일부러 게임도 찾아서 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단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유화는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에 들어 버렸다. 그리고 일어난 시간은 새벽 3시 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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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 어, 아…. …올해는 꼭 성공할 줄 알았는데!! 왜 실패했던 거죠? 뭐가 잘못이었던 거야? 나는… 제야의 종을 들을 수 없는 운명인 건가요? 대체 왜!!{{"|2}} | :{{"|1}}…아, 어, 아…. …올해는 꼭 성공할 줄 알았는데!! 왜 실패했던 거죠? 뭐가 잘못이었던 거야? 나는… 제야의 종을 들을 수 없는 운명인 건가요? 대체 왜!!{{"|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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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의 치마가 그런 소리를 내며 휘날렸다. 안 그래도 치마가 짧은데, 조금만 올라가도 하반신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수아의, 치마 안쪽은…. 나는 그걸……. | :수아의 치마가 그런 소리를 내며 휘날렸다. 안 그래도 치마가 짧은데, 조금만 올라가도 하반신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수아의, 치마 안쪽은…. 나는 그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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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썼다간 정말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 :…더 이상 썼다간 정말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미미르에게 맞은 공격으로 하루종일을 누워 있어야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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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margin: 600px 0 18px; 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var(--black--white--switcher);"><span style="font-size: 14pt; font-weight: bold;">진짜 完.</span></span></div> | :<div style="margin: 600px 0 18px; text-align: center;"><span style="color: var(--black--white--switcher);"><span style="font-size: 14pt; font-weight: bold;">진짜 完.</span></span></div>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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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8일 (수) 19:1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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