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르트 지식창고 - 안테 네논가
알맹이가 떠돌다 모이는 곳이라는 뜻으로 안테 네논가, 혹은 네논가 정도로 데르트어로 불린다. 레존 북쪽의 카엔데르의 시체, 그러니까 돌무덤과 루덴달로를 끼고 있는 진리지구에는 레존 최대 규모의 탑이 존재한다.
탑은 처음에 작았다. 그저 한 데르트가 쌓아둔 다섯 권의 책 더미에 불과했다. 이 책을 최초의 다섯이라 부른다. 란테르의 필망록, 비명, 이전의 기록, 전능의 서, 흉 해부안내서로 내용도 주제도 제각각인 책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이 다섯권의 데르트라 불리는 이는 책의 페이지들과 여러 지식, 책, 물건들을 바꾸었는데, 그는 자신의 옆에 바꾼 물건들을 쌓아두었고, 그것이 무너져도 다시금 쌓아두었으며 이를 반복해 어마무시한 크기의 탑이 되었다. 단순히 탑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은 복잡했으며 거대했고 끔찍한 무언가였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곳을 자신의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오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지식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간다.
최초의 다섯
란테르의 필망록 - 란테르가 카엔데르와 나눈 대화를 담은 수첩. 그 안에는 데르트가 탄생하게 된 과정과 바다숲의 생물들, 그리고 그의 후회가 담겨있다.
비명 - 카엔데르의 절망사건 당시 일어난 일을 일목요연하게 적은 란테르교 넨네의 일기이다. 그 당시 일어난 일들과 그녀의 아버지 로멘이 저지른 일들이 상세히 적여있다.
이전의 기록 - 한 데르트가 세상을 돌아다니다 찾아낸 자그마한 종이 두루말이. 그 안에는 어떤 언어도 아닌 글이 쓰여저 있으며, 이것을 팔은 인간의 말에 따르면 이 종이 쪽지는 가보로서 대대로 내려온 것이며, 이를 처음 찾은 그의 조상조차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글은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전능의 서 - 한 데르트가 있었다. 그는 지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책을 먹고 살았다. 그는 스스로의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고 스스로가 책이 될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이윽고 책의 형태를 가진 채 원명이 되고나서도 그것은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먹은 책이라면 어떤 책이더라도 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지성은 가지지 못하게 된 채 그것은 거기 존재한다.
흉 해부안내서 - 흉에 대한 연구를 하던 스콜라의 학자가 서술한, 흉을 해체하는 방법에 대한 저서이다. 마법지식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 이 책 한권은 투스에서는 흔해 빠진 책들 중 하나였을지 몰라도 데르트들에게 수많은 실험의 영감을 가져다 준 한 권이었다.
돌 회랑
잘 깎인 기둥들이 서있는 회랑, 누군가는 이 기둥과 건축물을 세우는 대신 책을 가져갔을 것이다. 이 높은 탑에 들어서면 수많은 책들이 쌓인 도서절벽과 뒤로 놓인 계단이 하나 보인다. 이곳에 온 누군가는 자신의 지식을 증명하기 위해 아예 이 회랑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저기에 탐색에 필요한 것들을 파는 돗자리, 그리고 지식을 사고 파는 건축물들이 들어선 회랑은 마치 시장과도 같다. 이 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회랑은 수많은 데르트들의 보금자리이자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실험장이다. 그러나 법이 없이 그저 욕망의 자제라는 도덕만으로 이루어진 데르트 사회에서의 실험은 다른 종족들이 보기에 아마 악몽과도 같을 것이다.
도서절벽
다섯 권의 데르트가 지키고 있는 책과 지식 그리고 연구 물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절벽이다. 다섯 권의 데르트가 회랑과 도서절벽의 출입구 앞을 지키고 있다. 이곳의 입장료는 책 한권이다. 그가 보지 못한 책 한 권. 단 한 권 만으로 그곳에 들어가 물건 하나를 가지고 나올 수 있다. 그 책은 진실을 담은 책이 아니어도 된다. 그는 그러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수집하려 할 것이다. 절벽은 대부분 책들로 쌓여 있으며, 가끔가다 어항이나, 거울등의 잡동사니들도 존재한다. 이 도서절벽은 사실상 탑의 세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위로 높을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존재하는 굴들과 그 안의 미로, 그리고 이를 밝히는 각종 도구들로 혼잡하다. 물론 그 높은 절벽에서 그 누구도 목숨은 책임져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