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없어?"
"전혀 관심 없다니까"
아이는 툴툴대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여자아이는 멋없이 일어나버린 남자애를 보곤 툴툴 거리다가 이번에는 바다를 보며 말했다.
"나도 바다를 건너보고 싶어"
그렇게 말해도 남자애가 반응이 없자, 여자애는 혼잣말을 이어갔다.
"너도 언젠가 어른들처럼 여길 떠나겠지?"
"그런 말 뭐하러 해"
남자애는 등을 지고서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을 건냈다. 어른이 되면 여길 떠나겠다는 말은, 꼭 여자애를 남겨두고 자신만 간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세트랑카의 남자아이는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땅을 벗어나 배를 타야하고, 그리고 배에서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치만 네가 가면 나를 업어줄 사람이 없는 걸"
여자애는 쓸쓸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종아리를 주물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남자애는 여자애에게 위로는 커녕 꿀밤을 한대 쥐어박더니
"그런 말 하지마. 나을거라고 했잖아."
"햐. 때리고 위로해주기 있어?"
곧 울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그래도 둘은 그 순간 만큼은 방긋 웃었다. 속내를 속여가며 말이다. 사실 남자애는 곧 섬을 떠나야 했다. 머지않아 다가오는 나이에 배를 타야했으니까. 그렇지만 차마 이제 섬을 떠나야한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업혀"
"응!"
여자애는 힘껏 남자애의 등에 올라탔다.
"우리 여기 다음에 또 오자! 왔던 곳중에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여자애는 그렇게 말하며 환한 미소를 비추었다. 마치 남자애의 타들어가는 속도 모르듯. 남자애는 무슨 말을 할까 입을 어물쩡거리면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끄덕였다. 죄책감을 덜기 위함이었을까.
"데려와줘서 고마워. 카렐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