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펼치기 · 접기 ]


정렬하여 보기

A

웨이스트랜드 1화
츠치나가 시

"끼이익"

자동차 수 대가 타치아오이 호텔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건 소르다네 제국의 외교부장관 이치노세 마사키와 과학기술부장관 하야세 한, 그리고 그들을 반긴 건 츠치나가 가문의 당주인 츠치나가 히데요시였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치셨을 텐데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 예. 환대 감사합니다."

제국의 높으신 분들이 이런 멀리 떨어진 츠치나가 시에 온 이유는 바로 소르다네와 츠치나가 시의 자원 교류 협정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 협정이라 함은, 츠치나가 가문은 소르다네에게 자원을 팔아 얻은 자금으로 도시를 더 키워 웨이스트랜드 내에서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고, 소르다네는 다른 가문들은 절대 내어주지 않는 웨이스트랜드의 귀중한 자원들을 츠치나가 가문을 통해 손쉽게 확보하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협정이었다.

'다 부질없는 짓이야. 저 자는 어떻게든 우리에게 알랑방귀를 뀌면서 환심을 얻고, 그렇게 소르다네를 뒷배로 삼아 우에스기 가문을 꺾을 심산인가 보지. 하지만 저 권력에 눈이 먼 자는 미처 협정의 허점을 파악하지 못했어. 츠치나가 가문은 소르다네에게 자원만 쪽쪽 빨아먹히고 팽당할 운명이라고.'

하야세 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소르다네의 과기부장관 자리까지 오른 그는 소르다네의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썩어빠진 귀족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끌어내리려 하지, 정부는 가난한 자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조국을 배신한 가문이나 만나면서 웨이스트랜드 장악에만 열을 올리지... 그런 한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도, 그의 의사와는 전혀 관련없이 다른 7부 장관들에 의해 멋대로 정해진 것이었다.

'별 수 있나. 과기부가 원래 권력이 없는 것을... 이해해야지...'

호텔 식당에서 겉만 그럴듯한 회의가 계속 오가는 가운데,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던 한은 저 멀리 사막에서 누군가를 필두로 한 무리가 다가오는 것을 목격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쾅" "콰아앙"

"무슨 일이지?"

"당주님! 큰일입니다! 레지스탕스가 이바라기 가문의 지원을 받아 츠치나가시 외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크윽... 이바라기 그 자들이 기어코! 외교부장관님, 과기부장관님, 일단 피하십시오. 이바라기시가 레지스탕스를 사주해 이쪽을 침공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이럴 때에 교전이 터지는 겁니까? 츠치나가 가문은 다른 가문과의 외교 관리 따위는 전혀 하지 않은 겁니까?"

"잠깐, 이바라기 가문이라면... 칸노 가문과 더불어 강경파 가문 중 하나 아닙니까? 일전에 칸노 가문의 그 사건 이후로 강경파가 세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들이 건재했던 건가요? 역시 제국의 일처리란..."

"후... 일단 지금은 우리 정부가 무능하니 이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닙니다. 한 장관님도 레지스탕스가 얼마나 강한 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는 호위 병력도 별로 없고, 이 도시의 병력만으로 레지스탕스를 막아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일단 자리를 뜹시다. 히데요시 당주, 이번 협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논의하도록 합시다. 츠치나가 가문의 신뢰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 봐야겠소."

"아니, 잠깐... 하아... 알겠습니다. 일단 두 분의 안전이 우선이니, 비상시를 위해 준비된 방탄차로 두 분이 오셨던 후지와라 공항까지 모시겠습니다."

레지스탕스가 츠치나가 가문의 병력에 맞서 도시 외곽에서 교전을 이어가고 있을 때, 그렇게 마사키와 한은 급하게 자리를 떠 공항으로 이동했다.

"장군님, 놈들이 토낍니다!"

"벌써 이렇게 튀어버린다고? 이렇게 된 이상 플랜 B로 변경한다. 아이, 차량은 준비되어 있지?"

"당연히 아까부터 준비되어 있었지. 근데 아리사, 정말 너 하나만으로 괜찮겠어?"

"아이, 내가 누군지 잊었어? 우에스기 가문의 독녀이자 레지스탕스의 떠오르는 혜성인 내가 그깟 제국 놈들 상대로 질리가 없잖아?"

"누가 아리사 아니랄까봐 자뻑은 여전히 심하네... 그래, 그럼 조심히 다녀와. 전에 80대 1의 총격전에서도 이겨봤으니 10명 상대로는 무리도 아니겠지."

"잘 알고 있네. 그럼, 그물을 벗어난 물고기를 잡으러 가 볼까!"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부아앙"

"하여튼 사막 녀석들은 믿을 게 못 돼. 주변 지역 통제도 못해서 강경파 가문들이 막 날뛰기나 하지, 도시 병력은 그깟 레지스탕스 하나도 못 당해내지... 안 그렇습니까, 한 장관님?"

'자신도 아까 레지스탕스가 침공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공포에 떨던 건 매한가지 아니던가...'

"한 장관, 내 말 듣고 있어요?"

"아, 네. 마사키 장관님. 듣고 있습니다."

"암튼 사막 애들 상대로 착한 척 하는 것도 지친다 나는. 아까 무슨 방탄차로 데려다 준다는 것까지 겨우 막았잖아요. 우리 차에 그정도 기능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나? 그리고, 켄지 그 양반이 일부러 이렇게 공을 들여가면서 사막을 천천히 먹으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돼요. 애초에, 그 린 장관이나 시켜서 군대로 모조리 밀어버리면 안 됩니까? 그렇게나 융통성이 없어서는..."

후지와라 공항으로 향하는 길. 그 길을 지나며 마사키가 한에게 잔뜩 푸념을 늘어놓고 있을 때, 갑자기 봉고차 한 대가 마사키와 한이 탄 차량 옆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우왓... 아니, 운전을 왜 저 따위로 해? 죽고 싶어 환장했나?"

갑자기 나타난 봉고차에 놀란 마사키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 차가 평범한 폭주족의 차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끼이익"

그러나 이내, 그 봉고차가 마사키와 한이 탄 차의 앞을 가로막더니, 어느 소녀가 봉고차에서 내렸다.

"겨우 잡았네, 이 쥐새끼 같은 것들."

"저, 저거 뭐하는 짓이야? 어이 경호원, 뭐해? 빨리 따지던가 비키라고 하던가 해봐!"

마사키가 운전하던 경호원에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소녀는 차 앞유리를 향해 총을 발사했고, 그 총알은 앞유리를 뚫고 정확히 운전수의 가슴에 박혔다.

"...!!!"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마사키는 미동도 없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 장관들이 탄 차에서 총성이 울려퍼진 것을 들은 다른 차의 경호원들은 즉시 차에서 내려 그 소녀와 총격전을 시작했으나, 1분도 안돼 모두 소녀의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모든 경호원들이 죽은 것을 파악한 소녀는 장관들에게 다가갔다.

"..."

소녀가 옆유리에 총을 겨눴을 때,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한은 아무 말도 없이 소녀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탕"

이윽고 한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사키는 즉시 차에서 내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소녀에게 다리에 총을 맞고 넘어지고 말았다.

"방탄차라며! 최신 기술 다 넣었다며! 히, 히익! 살려줘!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제발 목숨만은...!"

"..."

"소르다네 정부 사람, 그것만으로도 네 녀석들이 죽을 이유는 충분해."

"망할, 레지스탕스였다니..."

"탕"

"여보세요? 아이, 조무래기들은 모두 처리했어. 하야세 한 과기부장관과 이치노세 마사키 장관의 죽음도 확인했어."

"역시 아리사야. 수고했어, 아까 자뻑 심하다 한 것도 취소할게. 오늘 밤은 파티 한 번 열어보자고."

"풉, 그거 좋네! 바로 돌아갈게."

소르다네의 7부 장관 중 두명이 레지스탕스에 의해 살해된 사건. 이는 츠치나가 시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이즈미 린 국방부장관의 귀에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