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블라디미로비치 불가닌: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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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다.{{V}}{{V}}이런 사실은 지금도 과거에도 존재해 왔다. 국수주의나 종교 근본주의를 외치는 간악한 정치인과 신을 믿는 미치광이들을 내 손으로 처형시켜온 괴물이 내 안에 꿈틀거려 오는 게 느껴진다.{{V}}{{V}}이런 걸 설명하려면, 조금은 흐릿한 내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웃기군. 과거사를 이런 백지에 보고서 형식으로 적으라니!{{V}}{{V}}이렇게 쓰는 것도 내 군인 시절을 생각나게 만든다.{{V}}{{V}}우선 내가 아는 건, ‘1984년 3월 28일 체첸의 그로즈니에서 구소련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사실 밖에 모른다.{{V}}{{V}}군인 집안에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V}}내가 자라면서 구소련의 날개가 꺾이고, 그것으로 인해 민족 갈등이 폭발한 탓에 러시아인이자 군의 장교였던 애꿎은 나의 아버지가 빌어먹을 체첸인에게 살해당했다는 비보로 인해 내 집안은 순식간에 기울어졌다.{{V}}{{V}}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비호가 사라지자마자 여러 곳곳을 다니며 자본을 위해 몸을 혹사하셨고, 난 가난해진 집안에서 갑작스러운 불행을 맞이해야 했다.{{V}}{{V}}다행히 8월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부 측에서 주는 자그마한 보상 덕분에 무너지지는 않았으나, 예전의 그 유복한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식주를 정상적으로 구르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공부라는 거친 절벽을 쉽게 오르는 것에도 힘들 지경이었다.{{V}}{{V}}그래도, 난 이런 집안이나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아버지의 그림자를 따라, 군사학교에 들어가 군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V}}{{V}}가능한 한 빠르게 졸업하여 그 체첸인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지만… 내가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제2차 체첸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버려 복수를 위해 불태웠던 나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V}}{{V}}자연스레 시간이 흘러, 갑작스럽게도 남오세티야 전쟁이 일어나버렸다.{{V}}
비극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다.{{V}}{{V}}이런 사실은 지금도 과거에도 존재해 왔다. 민족이나 신앙을 외치는 간악한 정치인과 신을 믿는 미치광이들을 내 손으로 처형시켜온 괴물이 내 안에 꿈틀거려 오는 게 느껴진다.{{V}}{{V}}이런 걸 설명하려면, 조금은 흐릿한 내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웃기군. 과거사를 이런 백지에 보고서 형식으로 적으라니!{{V}}{{V}}이렇게 쓰는 것도 내 군인 시절을 생각나게 만든다.{{V}}{{V}}우선 내가 아는 건, ‘1984년 3월 28일 체첸의 그로즈니에서 구소련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사실 밖에 모른다.{{V}}{{V}}군인 집안에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V}}내가 자라면서 구소련의 날개가 꺾이고, 그것으로 인해 민족 갈등이 폭발한 탓에 러시아인이자 군의 장교였던 애꿎은 나의 아버지가 빌어먹을 체첸인에게 살해당했다는 비보로 인해 내 집안은 순식간에 기울어졌다.{{V}}{{V}}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비호가 사라지자마자 여러 곳곳을 다니며 자본을 위해 몸을 혹사하셨고, 난 가난해진 집안에서 갑작스러운 불행을 맞이해야 했다.{{V}}{{V}}다행히 8월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부 측에서 주는 자그마한 보상 덕분에 무너지지는 않았으나, 예전의 그 유복한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식주를 갖추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공부라는 거친 절벽을 쉽게 오르는 것에도 힘들 지경이었다.{{V}}{{V}}그래도, 난 이런 집안이나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아버지의 그림자를 따라, 군사학교에 들어가 군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V}}{{V}}가능한 한 빠르게 졸업하여 망할 체첸 놈들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지만… 내가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제2차 체첸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면서 복수를 위해 불태웠던 나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V}}{{V}}자연스레 시간이 흘러, 갑작스럽게도 남오세티야 전쟁이 일어나버렸다.{{V}}
당연히 상부의 명령에 따라, 조지아의 수도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타 부대들과 함께 공세에 투입되었고, 그곳에서 매번 내려져 오는 작전을 수행하였다.{{V}}{{V}}하지만, 한순간 방심을 한 탓에 부대가 괴멸당하여 목숨의 위협을 받는 순간.{{V}}{{V}}어느 누군가 일으킨 검은 파도가 도시의 일부를 휩쓴 덕분에 가까스로 내 목숨을 보전받았다.{{V}}{{V}}내 상태는 말이 아니었고, 엄청난 고통에 눈앞이 흐릿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정확히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V}}{{V}}확실히 기억이 나는 건, 어떤 여자가 내 눈을 바라보며, 잔해에 걸터앉은 채로 나를 아는 듯한 이야기와 러시아와 그 나라의 정치인에 대한 조롱 섞인 말들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V}}{{V}}
나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조지아의 수도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타 부대들과 함께 공세에 투입되었고, 그곳에서 매번 내려져 오는 작전을 수행하였다.{{V}}{{V}}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부대가 괴멸당하며 목숨의 위협을 받는 순간.{{V}}{{V}}어느 누군가 일으킨 검은 파도가 도시의 일부를 휩쓴 덕분에 가까스로 내 목숨을 보전받았다.{{V}}{{V}}내 상태는 말이 아니었고, 엄청난 고통에 눈앞이 흐릿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정확히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V}}{{V}}확실히 기억이 나는 건, 어떤 여자가 내 눈을 바라보며, 잔해에 걸터앉은 채로 나를 아는 듯한 이야기와 러시아와 그 나라의 정치인에 대한 조롱 섞인 말들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V}}{{V}}
''“-이런 불나방 같은 이들이 웃기지 않니?”''{{V}}{{V}}그 파도… 그걸 휘두른 장본인으로 추정되는 그 여자가 비웃으며 한 이 말 한마디가.{{V}}나의 절망과 힘에 대한 굶주림, 국수주의자와 종교 근본주의를 외치는 이들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V}}{{V}}‘아…! 그녀의 말이 맞았다! 더럽고 추악하다는 기분이 내 안에서 끓어오를 줄은!’{{V}}{{V}}그런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기절하고, 막사에서 깨어나 날을 지새워버렸다.{{V}}{{V}}꿈을 꾸었다.{{V}}이전에 읽어왔던 문학의 어느 인물이 아버지를 죽인 그 체첸인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꿈을.{{V}}{{V}}그 꿈을 꾸고 침상에서 일어나니, 무언가 느낌이 달라진 것을 직감했다.{{V}}{{V}}난 독서가로의 각성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운명의 파도가 나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었다!{{V}}{{V}}나는 이것을 상부에 보고하자마자 당시 본국이었던 러시아 쪽으로 소환이 되어 버린 채 상부에 이런 말을 들었다.{{V}}{{V}}‘최근에 문학가 기관에서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너도 합류해 보지 않겠냐‘고.{{V}}난 그곳에 군에 끌려다니기도 싫었고, 전에 느낀 환멸감 때문에 정중히 긴 사유와 함께 자진해서 퇴역하였다.{{V}}{{V}}이후로도 혼자 집으로 짐과 함께 돌아오며 기나긴 참오의 시간을 가졌다.{{V}}{{V}}그 시간과 내 마음속에서는 ‘민족이라는 오물을 절멸시키고, 내 조국이었던 러시아의 모든 것을 모두 갈아엎고 싶다’는 급진적인 충동이 자라나게 된 지 얼마 안 가, ‘청년러시아 동맹’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조직의 홍보를 보게 되었다.{{V}}{{V}}그것에 나는 매력과 느끼고 이끌린 채로 자연스레 합류하게 되었다.{{V}}{{V}}조직의 일원들은 나의 심정을 이해해 주고 같이 활동하도록 도와주었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 내부에서도 하나의 균열이 일어났다.{{V}}{{V}}그때는 너무나도 작은 균열이었기에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점차 내가 속했던 그 조직이 급진적으로 되는 것도 나에게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또다시 며칠이 지나 문학가 연합 소비에트라는 그 조직이 내 조직 쪽으로 싸움을 걸어 격돌하게 되어 점차 문학가 간의 러시아 내전으로 크기를 불려 갔었다.{{V}}{{V}}내 조국이었던 러시아의 이면 아래에서 벌어진 내전을 목도하며 나에게 갑작스러운 의문이 생겨났다.{{V}}{{V}}‘진정 내가 바라던 걸 잊은 게 아닐까?’{{V}}{{V}}이런 생각을 품으려고 해도 상황은 나를 쉬도록 두지 않았으며, 난 살기 위한 발악을 이어가야만 했다.{{V}}{{V}}그럴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속했던 청년러시아 동맹은 내부의 급진파와 친정부파의 분열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 오래였다. 그 짧은 혼란 속에서 내 의문은 급격히 수면 위로 올라와 터지고 말았다.{{V}}{{V}}‘끔찍한 그들과 내가 살아남기 위해 한 짓에서 나온 이념이 그리 다르지 않았단 말인가!’{{V}}{{V}}이런 생각과 함께 충격을 받고, 이내 난 다시는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 않겠다는 짧은 결단을 하였다.{{V}}{{V}}그것을 위해, 난 청년당과 러시아 제국 동맹의 점심을 위한 비싼 숟가락 같은 제안을 모조리 거절하고, 정부에서 건넨 사면 기회를 받아들였다. {{V}}{{V}}이후로 곧장 체코에 이민하여 탈출을 한 채로 긴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V}}그곳에서 난 그런 그들과 어울려 지낸 내가 너무나도 역겨워 변기에서 구토하고, 어지럼증과 몽롱한 느낌을 받으며, 술이나 책, 없던 취미까지 만드는 것으로 1년을 지새웠다.{{V}}{{V}}그런 긴 시간 동안 스트레스에 둘러싸이고, 내 정체성과 철학에 혼란이 올 지경이었다.{{V}}버티기가 힘든 시간을 보내오며, 난 온갖 생각과 고민을 해왔다.{{V}}{{V}}하지만, 어느 날 현실과 구분이 안 되는 몽롱한 상태로 거리를 걷던 때였다.{{V}}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검은 초대장을 건네며 제안을 해왔는데, 이걸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그 초대장과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V}}{{V}}분명… 그것은 어둠의 목소리이자, 받아들이면 안 되는 악의 유혹이었다. 만약 거부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겠지.{{V}}{{V}}아무튼, 난 그걸 들고 집으로 들어와 초대장 봉투를 뜯자, 아주 강렬한 혈향(血香)과 함께 붉은 편지지가 보여졌다. 그곳에 적혀진 내용은 매우 매력적이었다.{{V}}이전의 역겨웠던 그 조직의 홍보물보다 매우 매력적인 제안과 나를 칭찬하는 내용, 그리고 그들이 모이는 장소의 주소가 적혀있었다.{{V}}{{V}}‘카탈리스트’{{V}}난 당시에는 이상한 괴소문 같은 무언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조직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았으나, 나는 막다른 길에 서 있었던 상황이었다.{{V}}{{V}}결국 다음날에 주소에 적힌 대로 그곳으로 찾아가자, 한차례의 검문 식으로 검은 초대장을 요구해왔다.{{V}}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보여주자, 통과를 시켜준 덕분에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V}}{{V}}그곳에 보인 것은 매우 고급스러운 바와 커다란 극장, 무언가를 전시하기 위한 전시관 등 모르고 본다면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볼 수도 있었다.{{V}}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은 있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가 범죄자인 것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V}}{{V}}제대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지만, 난… 그동안 생각과 고민 속에서 자라난 것은 민족주의와 종교가 근본이라 외치는 광신도 놈들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싸움 후엔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법이라 하니, 우선 그들의 생활에 어울리기 시작했다.{{V}}{{V}}처음부터 매우 자극적인 살인 과정이 담긴 것들과 그게 즐겁다는 듯 말하는 살인마들의 방식 등… 보통이라면 강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힘들어해야 했다. 다만 난 거친 과거를 거쳐왔기 때문에 이런 건 별로 느끼지도 않았다. 그런 반응을 보니 주변이 그걸 대단하다고 손뼉을 치며 나를 위한 훈련까지 살인 기계로 만들기 위한 여정의 기간이 장기간 지났었다.{{V}}{{V}}그 뒤로 난 서유럽을 중심으로 암살 의뢰를 받아들여 여러 능력을 활용해 암살을 해왔다. 물론, 내가 혐오해오던 그들만을 죽여왔다. 개인적으로 매우 속이 시원했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암살 의뢰를 완벽히 수행해오자, 그들은 나를 점차 두려워하기 시작했다.{{V}}{{V}}사신이라 불리며 유럽에 피 칠갑으로 물들이게 되니, 그들은 문학가들과 첩보 조직들을 일으켜 나를 쫒게 만들었다. 이 정도는 언급조차 역겨운 청년러시아 동맹 시절에 비하면 첩보전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V}}{{V}}이런 일이 얼마나 통쾌했는가! 난 마음껏 암살 활동과 추적을 모두 따돌리며 유럽을 혼란을 일으키게 만들어 주니, 이내 짧은 유보를 가지게 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V}}{{V}}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보니, 어느새 난 지쳐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들과 달리 광인은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살인 병기이었다.{{V}}{{V}}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아직 커다란 일을 터뜨려야 하지 않는가? 나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암살을 행하기 위해 중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역겨움의 중심지인 그곳에서 내가 경멸하고 발 담갔던 이념의 어둠이자 결과지인 국가주석을 암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V}}{{V}}그를 암살하기 위해 당원으로 위장하여 잠입하였다. 20일 동안 신임을 얻기까지 긴 과정이 흐르고, 큰 노력을 들여왔다. 거짓된 이름으로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게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능력을 몰래 써서 모두가 방심하는 순간에 국가주석을 암살하여 중국 내전을 일으키게 했다.{{V}}{{V}}그리고 그곳에서 난 가짜 신분으로 죽은 척을 하고 몰래 빠져나왔을 때, 그 소식은 전 세계에 퍼져 휩쓴 지 오래였다. 난 사람들에게는 뇌제라는 이름으로 숭상받으며 받들어지고 있었다. 왕이라니, 그때 그런 이명으로 불리게 된 당시에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었다. 어차피 그 이후로는 몸을 숨겨야 할 판이었으니 말이다.{{V}}{{V}}이제 한번 발을 빼서 한 시대의 막을 내린 느낌은 지금도 실감이 난다.{{V}}그래, 그렇겠지. 어린 시절 때 겪은 사회적 혼란, 아버지의 죽음, 군인 시절 때 겪은 전쟁의 참상 등으로 극단적 반민족 주의와 강력한 국가적 통제, 급진적 변화를 바라게 된 나였으니.{{V}}{{V}}나는 지금도 힘에 굶주렸다.{{V}}탈주가가 아닌 독서가로써 강해질 수 있는 한계치까지 강해질 생각이다. 정신 수련은 지금도 하고 있으니-{{V}}{{V}}이 조직도 솔직히 마음에 든다. 살인했다고 손뼉 쳐주는 게 일상인 정신 나간 곳이지만, 내가 큰일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곳이기도 했었으니.{{V}}{{V}}내가 금기를 어디까지 어긴 건 알 수는 없지만, 심연이 나를 품어주는 이상은 그 역겨웠던 청년러시아 동맹 시절보다 더 큰 일을 해내야 한다. 민족주의와 종교 근본주의를 절멸시킬 때까지 난 괴물로 살아야 하니까.{{V}}{{V}}'''боимся, я придём, чтобы вас казним.'''{{V}}''(두려워하라, 내가 너희들을 처형시키러 왔노니.)''</div>
''“-이런 불나방 같은 이들이 웃기지 않니?”''{{V}}{{V}}그 파도… 그걸 휘두른 장본인으로 추정되는 그 여자가 비웃으며 한 이 말 한마디가, 그녀의 눈빛이.{{V}}나는 절망과 힘에 대한 굶주림, 국수주의자와 종교 근본주의를 외치는 이들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V}}{{V}}‘아…! 그녀의 말이 맞았다! 더럽고 추악하다는 기분이 내 안에서 끓어오를 줄은!’{{V}}{{V}}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기절하고, 막사에서 깨어나 날을 지새워버렸다.{{V}}{{V}}꿈을 꾸었다.{{V}}이전에 읽어왔던 문학의 어느 인물이 아버지를 죽인 그 체첸인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꿈을.{{V}}{{V}}그 꿈을 꾸고 침상에서 일어나니, 무언가 달라진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V}}{{V}}난 독서가로의 각성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운명의 파도가 나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었다!{{V}}{{V}}나는 이것을 상부에 보고하자마자 당시 조국이었던 러시아로 소환되어 버린 채 상부에 이런 말을 들었다.{{V}}{{V}}‘최근에 문학가 기관에서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너도 합류해 보지 않겠냐‘고.{{V}}난 그곳에 군에 끌려다니기도 싫었고, 전에 느낀 환멸감 때문에 정중히 긴 사유와 함께 자진해서 퇴역하였다.{{V}}{{V}}이후로도 혼자 집으로 짐과 함께 돌아오며 기나긴 참오의 시간을 가졌다.{{V}}{{V}}그 시간과 내 마음속에서는 ‘민족이라는 오물을 절멸시키고, 내 조국이었던 러시아의 모든 것을 모두 갈아엎고 싶다’는 급진적인 충동이 자라나게 된 지 얼마 안 가, ‘청년러시아 동맹’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조직에 대해 알게 되었다.{{V}}{{V}}그곳에 나는 매력과 느끼고 이끌린 채로 자연스레 합류하게 되었다.{{V}}{{V}}조직의 일원들은 나의 심정을 이해해 주고 같이 활동하도록 도와주었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 내부에서도 하나의 균열이 일어났다.{{V}}{{V}}그때는 너무나도 작은 균열이었기에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점차 내가 속했던 그 조직이 급진적으로 되는 것도 나에게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또다시 며칠이 지나 문학가 연합 소비에트라는 국가기관과 내 조직 간의 마찰이 격화되며 전면전으로 비화되어가자 점차 문학가 간의 러시아 내전으로 크기를 불려 갔었다.{{V}}{{V}}내 조국이었던 러시아의 이면 아래에서 벌어진 내전을 목도하며 나에게 갑작스러운 의문이 생겨났다.{{V}}{{V}}‘진정 내가 바라던 걸 잊은 게 아닐까?’{{V}}{{V}}이런 생각을 품으려고 해도 상황은 나를 쉬도록 두지 않았으며, 난 살기 위한 발악을 이어가야만 했다.{{V}}{{V}}그렇게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속했던 청년러시아 동맹은 내부의 급진 반정부파와 친정부파의 분열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 오래였다. 그 짧은 혼란 속에서 내 의문은 급격히 수면 위로 올라와 터지고 말았다.{{V}}{{V}}‘끔찍한 그들과 내가 살아남기 위해 한 짓에서 나온 이념이 그리 다르지 않았단 말인가!’{{V}}{{V}}이런 생각과 함께 충격을 받고, 이내 난 다시는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 않겠다는 짧은 결단을 하였다.{{V}}{{V}}그것을 위해, 난 친정부파의 청년당과 급진 반정부파의 러시아 제국 동맹이 제시한 점심을 위한 비싼 숟가락 같은 제안을 모조리 거절하고, 정부에서 건넨 사면 기회를 받아들였다. {{V}}{{V}}이후로 곧장 슬로바키아로 이민하여 탈출을 한 채로 긴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V}}그곳에서 난 그런 그들과 어울려 지낸 내가 너무나도 역겨워 변기에서 구토하고, 어지럼증과 몽롱한 느낌을 받으며, 술이나 책, 없던 취미까지 만드는 것으로 1년을 지새웠다.{{V}}{{V}}그런 긴 시간 동안 스트레스에 둘러싸이고, 내 정체성과 철학에 혼란이 올 지경이었다.{{V}}버티기가 힘든 시간을 보내오며, 난 온갖 생각과 고민을 해왔다.{{V}}{{V}}하지만, 어느 날 현실과 구분이 안 되는 몽롱한 상태로 거리를 걷던 때였다.{{V}}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검은 초대장을 건네며 제안을 해왔는데, 이걸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그 초대장과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V}}{{V}}분명… 그것은 어둠의 목소리이자, 받아들이면 안 되는 악의 유혹이었다. 만약 거부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겠지.{{V}}{{V}}아무튼, 난 그걸 들고 집으로 들어와 초대장 봉투를 뜯자, 아주 강렬한 혈향(血香)과 함께 붉은 편지지가 보여졌다. 그곳에 적혀진 내용은 매우 매력적이었다.{{V}}이전의 역겨웠던 그 조직의 소식보다 매우 매력적인 제안과 나를 칭찬하는 내용, 그리고 그들이 모이는 장소의 주소가 적혀있었다.{{V}}{{V}}‘카탈리스트’{{V}}난 당시에는 이상한 괴소문 같은 무언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조직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았으나, 나는 막다른 길에 서 있었던 상황이었다.{{V}}{{V}}결국 다음날에 주소에 적힌 대로 그곳으로 찾아가자, 한차례의 검문 식으로 검은 초대장을 요구해왔다.{{V}}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보여주자, 통과를 시켜준 덕분에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V}}{{V}}그곳에 보인 것은 매우 고급스러운 바와 커다란 극장, 무언가를 전시하기 위한 전시관 등 모르고 본다면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볼 수도 있었다.{{V}}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은 있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가 범죄자인 것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V}}{{V}}제대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지만, 난… 그동안 생각과 고민 속에서 자라난 것은 민족과 종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라고 외치는 광신도 놈들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싸움 후엔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법이라 하니, 우선 그들의 생활에 어울리기 시작했다.{{V}}{{V}}처음부터 매우 자극적인 살인 과정이 담긴 것들과 그게 즐겁다는 듯 말하는 살인마들의 방식 등… 보통이라면 강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힘들어해야 했다. 다만 난 거친 과거를 거쳐왔기 때문에 이런 건 별로 느끼지도 않았다. 그런 반응을 보니 주변이 그걸 대단하다고 손뼉을 치며 나를 위한 훈련까지 살인 기계로 만들기 위한 장기간의 여정이 지나있었다.{{V}}{{V}}그 뒤로 난 서유럽을 중심으로 암살 의뢰를 받아들여 여러 능력을 활용해 암살을 해왔다. 물론, 내가 혐오해오던 이들만을 죽여왔다. 개인적으로 매우 속이 시원했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암살 의뢰를 완벽히 수행해오자, 그들은 나를 점차 두려워하기 시작했다.{{V}}{{V}}사신이라 불리며 유럽에 피 칠갑으로 물들이게 되니, 그들은 문학가들과 첩보 조직들을 일으켜 나를 쫒게 만들었다. 이 정도는 언급조차 역겨운 청년러시아 동맹 시절에 비하면 그들의 어린애같은 첩보전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V}}{{V}}이런 일이 얼마나 통쾌했는가! 난 마음껏 암살 활동과 추적을 모두 따돌리며 유럽을 혼란을 일으키게 만들어 주니, 이내 유렵에 짧은 유보를 가지게 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V}}{{V}}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보니, 어느새 난 지쳐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들과 달리 광인은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살인 병기이었다.{{V}}{{V}}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마지막으로 큰 일을 터뜨려야 하지 않는가? 나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암살을 행하기 위해 중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역겨움의 중심지인 그곳에서 내가 경멸하고 발 담갔던 이념의 어둠이자 결과지나 다름없는 국가주석을 암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V}}{{V}}그를 암살하기 위해 당원으로 위장하여 잠입하였다. 20일 동안 신임을 얻고 자료를 조작하기까지 긴 과정이 흘렀고, 큰 노력을 들여왔다. 거짓된 이름으로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게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능력을 몰래 써서 모두가 방심하는 순간에 국가주석을 암살하자 무너져가던 중국이라는 모래성은 내전 속에 산산조각났다.{{V}}{{V}}그리고 그곳에서 난 가짜 신분으로 죽은 척을 하고 몰래 빠져나왔을 때, 그 소식은 전 세계에 퍼져 휩쓴 지 오래였다. 난 사람들에게는 뇌제라는 이름으로 숭상받으며 받들어지고 있었다. 공포의 왕이라니, 그때 그런 이명으로 불리게 된 당시에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었다. 어차피 그 이후로는 몸을 숨겨야 할 판이었으니 말이다.{{V}}{{V}}이제 한번 발을 빼서 한 시대의 막을 내린 느낌은 지금도 실감이 난다.{{V}}그래, 그렇겠지. 어린 시절 때 겪은 사회적 혼란, 아버지의 죽음, 군인 시절 때 겪은 전쟁의 참상 등으로 극단적 반민족주의와 강력한 국가적 통제, 급진적 변화를 바라게 된 나였으니.{{V}}{{V}}나는 지금도 힘에 굶주렸다.{{V}}탈주가가 아닌 독서가로써 강해질 수 있는 한계치까지 강해질 생각이다. 정신 수련은 지금도 하고 있으니-{{V}}{{V}}이 조직도 솔직히 마음에 든다. 살인했다고 손뼉 쳐주는 게 일상인 정신 나간 곳이지만, 내가 큰일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곳이기도 했었으니.{{V}}{{V}}내가 금기를 어디까지 어긴 건 알 수는 없지만, 심연이 나를 품어주는 이상은 그 역겨웠던 청년러시아 동맹 시절보다 더 큰 일을 해내야 한다. 민족주의와 종교적 광신을 절멸시킬 때까지 난 괴물로 살아야 하니까.{{V}}{{V}}'''боимся, я придём, чтобы вас казним.'''{{V}}''(두려워하라, 내가 너희들을 처형시키러 왔노니.)''</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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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2일 (금) 23:4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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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erchen fantasy
대문 | 인물 | 설정 | 세력 | 국가 | 역사
이미지
업로드 예정
Гро́зный
이반 블라디미로비치 불가닌
"피는 눈물과 비극으로 씻겨내리노라."
[ Кровь смыта слезами и трагедией. ]
성명
이반 블라디미로비치 불가닌
(Иван Владимирович Булга́нин)
이명
뇌제 (Гро́зный)
성별
남성
생년월일
1984년 3월 28일
직업
신장 / 체중 / 혈액형
189CM / 93KG / AB형
병역사항 여부
러시아 공수군 제331근위공수연대[1]
국적
러시아 → 체코슬로바키아[2]
각성일자
2008년 9월 23일[3]
담당 사서
X [4]
소속 독서가 사무소
X [5]
상징색
BLUE-GRAY OF GUN SMOKE[6]

비극은 멀고도 가까운 것이다.
이미지
업로드 예정
<메르헨 판타지>의 인물이자 독서가, 그리고 <죽음의 예술가는 이방인이었다.>의 등장 인물.
상세 내용
외형 내용
 
"인용문 이나 대사" 
 
- 인용 출처
비극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다.
이런 사실은 지금도 과거에도 존재해 왔다. 민족이나 신앙을 외치는 간악한 정치인과 신을 믿는 미치광이들을 내 손으로 처형시켜온 괴물이 내 안에 꿈틀거려 오는 게 느껴진다.
이런 걸 설명하려면, 조금은 흐릿한 내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웃기군. 과거사를 이런 백지에 보고서 형식으로 적으라니!
이렇게 쓰는 것도 내 군인 시절을 생각나게 만든다.
우선 내가 아는 건, ‘1984년 3월 28일 체첸의 그로즈니에서 구소련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사실 밖에 모른다.
군인 집안에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내가 자라면서 구소련의 날개가 꺾이고, 그것으로 인해 민족 갈등이 폭발한 탓에 러시아인이자 군의 장교였던 애꿎은 나의 아버지가 빌어먹을 체첸인에게 살해당했다는 비보로 인해 내 집안은 순식간에 기울어졌다.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비호가 사라지자마자 여러 곳곳을 다니며 자본을 위해 몸을 혹사하셨고, 난 가난해진 집안에서 갑작스러운 불행을 맞이해야 했다.
다행히 8월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부 측에서 주는 자그마한 보상 덕분에 무너지지는 않았으나, 예전의 그 유복한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식주를 갖추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공부라는 거친 절벽을 쉽게 오르는 것에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난 이런 집안이나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아버지의 그림자를 따라, 군사학교에 들어가 군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빠르게 졸업하여 망할 체첸 놈들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지만… 내가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제2차 체첸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면서 복수를 위해 불태웠던 나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레 시간이 흘러, 갑작스럽게도 남오세티야 전쟁이 일어나버렸다.
나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조지아의 수도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타 부대들과 함께 공세에 투입되었고, 그곳에서 매번 내려져 오는 작전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부대가 괴멸당하며 목숨의 위협을 받는 순간.
어느 누군가 일으킨 검은 파도가 도시의 일부를 휩쓴 덕분에 가까스로 내 목숨을 보전받았다.
내 상태는 말이 아니었고, 엄청난 고통에 눈앞이 흐릿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정확히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확실히 기억이 나는 건, 어떤 여자가 내 눈을 바라보며, 잔해에 걸터앉은 채로 나를 아는 듯한 이야기와 러시아와 그 나라의 정치인에 대한 조롱 섞인 말들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불나방 같은 이들이 웃기지 않니?”
그 파도… 그걸 휘두른 장본인으로 추정되는 그 여자가 비웃으며 한 이 말 한마디가, 그녀의 눈빛이.
나는 절망과 힘에 대한 굶주림, 국수주의자와 종교 근본주의를 외치는 이들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말이 맞았다! 더럽고 추악하다는 기분이 내 안에서 끓어오를 줄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기절하고, 막사에서 깨어나 날을 지새워버렸다.
꿈을 꾸었다.
이전에 읽어왔던 문학의 어느 인물이 아버지를 죽인 그 체첸인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꿈을.
그 꿈을 꾸고 침상에서 일어나니, 무언가 달라진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난 독서가로의 각성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운명의 파도가 나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상부에 보고하자마자 당시 조국이었던 러시아로 소환되어 버린 채 상부에 이런 말을 들었다.
‘최근에 문학가 기관에서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너도 합류해 보지 않겠냐‘고.
난 그곳에 군에 끌려다니기도 싫었고, 전에 느낀 환멸감 때문에 정중히 긴 사유와 함께 자진해서 퇴역하였다.
이후로도 혼자 집으로 짐과 함께 돌아오며 기나긴 참오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과 내 마음속에서는 ‘민족이라는 오물을 절멸시키고, 내 조국이었던 러시아의 모든 것을 모두 갈아엎고 싶다’는 급진적인 충동이 자라나게 된 지 얼마 안 가, ‘청년러시아 동맹’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조직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곳에 나는 매력과 느끼고 이끌린 채로 자연스레 합류하게 되었다.
조직의 일원들은 나의 심정을 이해해 주고 같이 활동하도록 도와주었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 내부에서도 하나의 균열이 일어났다.
그때는 너무나도 작은 균열이었기에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점차 내가 속했던 그 조직이 급진적으로 되는 것도 나에게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또다시 며칠이 지나 문학가 연합 소비에트라는 국가기관과 내 조직 간의 마찰이 격화되며 전면전으로 비화되어가자 점차 문학가 간의 러시아 내전으로 크기를 불려 갔었다.
내 조국이었던 러시아의 이면 아래에서 벌어진 내전을 목도하며 나에게 갑작스러운 의문이 생겨났다.
‘진정 내가 바라던 걸 잊은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품으려고 해도 상황은 나를 쉬도록 두지 않았으며, 난 살기 위한 발악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속했던 청년러시아 동맹은 내부의 급진 반정부파와 친정부파의 분열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 오래였다. 그 짧은 혼란 속에서 내 의문은 급격히 수면 위로 올라와 터지고 말았다.
‘끔찍한 그들과 내가 살아남기 위해 한 짓에서 나온 이념이 그리 다르지 않았단 말인가!’
이런 생각과 함께 충격을 받고, 이내 난 다시는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 않겠다는 짧은 결단을 하였다.
그것을 위해, 난 친정부파의 청년당과 급진 반정부파의 러시아 제국 동맹이 제시한 점심을 위한 비싼 숟가락 같은 제안을 모조리 거절하고, 정부에서 건넨 사면 기회를 받아들였다. 
이후로 곧장 슬로바키아로 이민하여 탈출을 한 채로 긴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곳에서 난 그런 그들과 어울려 지낸 내가 너무나도 역겨워 변기에서 구토하고, 어지럼증과 몽롱한 느낌을 받으며, 술이나 책, 없던 취미까지 만드는 것으로 1년을 지새웠다.
그런 긴 시간 동안 스트레스에 둘러싸이고, 내 정체성과 철학에 혼란이 올 지경이었다.
버티기가 힘든 시간을 보내오며, 난 온갖 생각과 고민을 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현실과 구분이 안 되는 몽롱한 상태로 거리를 걷던 때였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검은 초대장을 건네며 제안을 해왔는데, 이걸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그 초대장과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분명… 그것은 어둠의 목소리이자, 받아들이면 안 되는 악의 유혹이었다. 만약 거부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겠지.
아무튼, 난 그걸 들고 집으로 들어와 초대장 봉투를 뜯자, 아주 강렬한 혈향(血香)과 함께 붉은 편지지가 보여졌다. 그곳에 적혀진 내용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전의 역겨웠던 그 조직의 소식보다 매우 매력적인 제안과 나를 칭찬하는 내용, 그리고 그들이 모이는 장소의 주소가 적혀있었다.
‘카탈리스트’
난 당시에는 이상한 괴소문 같은 무언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조직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았으나, 나는 막다른 길에 서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국 다음날에 주소에 적힌 대로 그곳으로 찾아가자, 한차례의 검문 식으로 검은 초대장을 요구해왔다.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보여주자, 통과를 시켜준 덕분에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곳에 보인 것은 매우 고급스러운 바와 커다란 극장, 무언가를 전시하기 위한 전시관 등 모르고 본다면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은 있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가 범죄자인 것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제대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지만, 난… 그동안 생각과 고민 속에서 자라난 것은 민족과 종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라고 외치는 광신도 놈들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싸움 후엔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법이라 하니, 우선 그들의 생활에 어울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매우 자극적인 살인 과정이 담긴 것들과 그게 즐겁다는 듯 말하는 살인마들의 방식 등… 보통이라면 강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힘들어해야 했다. 다만 난 거친 과거를 거쳐왔기 때문에 이런 건 별로 느끼지도 않았다. 그런 반응을 보니 주변이 그걸 대단하다고 손뼉을 치며 나를 위한 훈련까지 살인 기계로 만들기 위한 장기간의 여정이 지나있었다.
그 뒤로 난 서유럽을 중심으로 암살 의뢰를 받아들여 여러 능력을 활용해 암살을 해왔다. 물론, 내가 혐오해오던 이들만을 죽여왔다. 개인적으로 매우 속이 시원했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암살 의뢰를 완벽히 수행해오자, 그들은 나를 점차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사신이라 불리며 유럽에 피 칠갑으로 물들이게 되니, 그들은 문학가들과 첩보 조직들을 일으켜 나를 쫒게 만들었다. 이 정도는 언급조차 역겨운 청년러시아 동맹 시절에 비하면 그들의 어린애같은 첩보전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이런 일이 얼마나 통쾌했는가! 난 마음껏 암살 활동과 추적을 모두 따돌리며 유럽을 혼란을 일으키게 만들어 주니, 이내 유렵에 짧은 유보를 가지게 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보니, 어느새 난 지쳐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들과 달리 광인은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살인 병기이었다.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마지막으로 큰 일을 터뜨려야 하지 않는가? 나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암살을 행하기 위해 중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역겨움의 중심지인 그곳에서 내가 경멸하고 발 담갔던 이념의 어둠이자 결과지나 다름없는 국가주석을 암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를 암살하기 위해 당원으로 위장하여 잠입하였다. 20일 동안 신임을 얻고 자료를 조작하기까지 긴 과정이 흘렀고, 큰 노력을 들여왔다. 거짓된 이름으로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게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능력을 몰래 써서 모두가 방심하는 순간에 국가주석을 암살하자 무너져가던 중국이라는 모래성은 내전 속에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가짜 신분으로 죽은 척을 하고 몰래 빠져나왔을 때, 그 소식은 전 세계에 퍼져 휩쓴 지 오래였다. 난 사람들에게는 뇌제라는 이름으로 숭상받으며 받들어지고 있었다. 공포의 왕이라니, 그때 그런 이명으로 불리게 된 당시에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었다. 어차피 그 이후로는 몸을 숨겨야 할 판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한번 발을 빼서 한 시대의 막을 내린 느낌은 지금도 실감이 난다.
그래, 그렇겠지. 어린 시절 때 겪은 사회적 혼란, 아버지의 죽음, 군인 시절 때 겪은 전쟁의 참상 등으로 극단적 반민족주의와 강력한 국가적 통제, 급진적 변화를 바라게 된 나였으니.
나는 지금도 힘에 굶주렸다.
탈주가가 아닌 독서가로써 강해질 수 있는 한계치까지 강해질 생각이다. 정신 수련은 지금도 하고 있으니-
이 조직도 솔직히 마음에 든다. 살인했다고 손뼉 쳐주는 게 일상인 정신 나간 곳이지만, 내가 큰일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곳이기도 했었으니.
내가 금기를 어디까지 어긴 건 알 수는 없지만, 심연이 나를 품어주는 이상은 그 역겨웠던 청년러시아 동맹 시절보다 더 큰 일을 해내야 한다. 민족주의와 종교적 광신을 절멸시킬 때까지 난 괴물로 살아야 하니까.
боимся, я придём, чтобы вас казним.
(두려워하라, 내가 너희들을 처형시키러 왔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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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거 개인적인 사유로 전역하였다.
  2. 여러 사건상의 이유로 이민을 하였다.
  3. 남오세티야 전쟁 당시에 참전했다가 각성을 하였다.
  4. 모종의 이유로 배치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5. 표면상으로는 없는 무소속 독서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카탈리스트에 소속이 되어있다.
  6. 포연의 청회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