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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세계관 강희제의 214 부수와 관련한 중요 서사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담은 문서이다.
후술할 역사보다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은 이걸 읽고있는 독자가 살고있는 지구의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 이후에 일어나는 몇몇 역사적 사건들은 현실과 비슷하나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8세기
강희자전 편찬(1716)
강희 55년(1716) 1월 13일, 강희제의 칙령으로 현대 한자사전의 조상 격이 되는 《강희자전》이 편찬되었다. 《강희자전》에는 214개의 부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아직 이 당시의 부수는 자아는 커녕 한낱 한자를 배열하기 위한 하나의 개념에 불과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강희제의 승하(1723)
강희 62년(1723) 5월 3일, 천수연(千叟宴)[1]을 벌인 강희제는 얼마 되지 않아 오한과 호흡곤란을 시작으로 이궁(離宮) 창춘원(暢春園)에서 향년 69세의 나이로 승하하였다. (1723)[2]
강희제의 정식 사인은 오한과 호흡곤란이라 하지만, 현대에도 여전히 사인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일설에서는 심한 병세가 아닌 돌연사라고 주장하는 게 그 예시이다. 그리고 《강희제의 214 부수》에서는 미리 현실과의 거리를 두기 위해 사망일이 연기되고 강희제의 사인이 과로로 의한 부담이 신체에 누적되어 발생한 급성 심장 마비로 설정됐다.
그리고⋯
○ 인황제가 돌연히 사라졌다 멀리서 등장하다
⋯⋯⋯
○ 인황제가 이궁 창춘원에서 훙(薨)하다
○ 시신의 미온함이 계속 유지되다
○ 《강희자전》의 부수색인이 뜯긴 채로 발견되다
○ 《강희자전》이 복원되다
⋯⋯⋯
○ 시신이 완전히 차갑게 되다
옹정제 즉위(1723)
다음날인 5월 4일[4], ⋯그 사건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역사는 원래의 방향대로 흘러갔다.
강희제의 넷째 아들 옹정제는 인품이 남들과는 달라 부황인 강희제의 총애를 받게 되고 유조[5]의 내용대로 계승자로 지목받아 청나라의 제5대 황제로 즉위했다.[6]
19세기?
부수적 자각(████)
일개 한자를 사전에서 배열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었던 부수는, 찢어진 사전 조각에서 자아를 얻었다. 그것의 출처는 평범한 사전 따위가 아닌, 《강희자전》 속 부수색인(部首索引)의 일부였다.
초생명체 출현?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방도조차 없었다. 기껏해야 '강희제의 백성을 위해야 하는 원념이 영혼을 나뉘게 해 초생명체인 부수를 탄생시켰다⋯'라든가 '환생 과정을 거치다가 강희제의 업적이 너무 커 여러 조각으로 나눈 뒤 환생한 게 부수를 탄생시키게 했다⋯'같이 부수들 스스로가 세워낸 것에 불과한 가설에 의존해야만 했다.
다시 말해, 부수 스스로도 자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저 강희제와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만 알았다.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고는 육체를 가지지도 못한 채로 자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 뿐이라 한다.
왜 하필 복잡하게 생겨 먹은 한자냐며 자기 정체성에 의심을 품는 자들도 물론 있었다. 이에 몇몇은 "한자는 표어문자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자로 손꼽히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의 명제로 삼는 자들도 몇몇 있었다.
최우선 과업
부수들이 처음부터 자기가 가진 능력을 깨우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육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7]가 필요했지만, 어째선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8]
그렇기에 그들은 충분한 힘을 비축할 때까지만 스스로 동면에 가까운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육체를 얻기 전에는 뭐든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부수로 쓰이는 한자와 관련된 곳을 찾아다니고, 그곳에서 명상같은 자기개발이나 하며 시간을 때울 수 밖에 없었다.[9]
20세기
청의 멸망(1912)
중요한 역사는 반드시 일어난다. 고로 청나라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선통제 3년(1911), 청 왕조를 타도시키고 국민을 위한 근대적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혁명, 일명 신해혁명이 발발했다. 간단히 말하면 산하 정부가 반란을 일으키고, 군대도 이에 동참하자 나라가 개판이 되어 결국 1912년 5월 2일을 청의 마지막 날로 두고 멸망했다는 내용이다. 그냥 딴 데 가서 알아보자. 제작자가 역사와의 거리감이 꽤 있다.[10]
특이하게도 바로 다음에 서술할 일은 청이 멸망한 지 얼마 안 된 날에 일어났다.
부수의 육체적 탄생(1912~2019)
짧으면 수십 년, 길면 수백 년에 걸쳐 한 땀 한 땀 먹물을 모아 육체를 탄생에 가깝게 실체화하는 경지에 도달한 부수들은 반쯤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게 된다. 일부 부수는 영혼에 가까운 상태에서 자신에게 걸맞는 장소를 찾으러 그런 오랜 시간을 떠도는데 중국 본토로부터 멀어지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희자전이 수록된 한자의 부수 빈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먹물과 육체를 손에 넣는 데에 유리하다. 이는 곧 불 화(火)같이 일반인도 알 정도의 흔한 부수한자가 소위 초능력자에 필적하는 존재로 진화할 것이라는 암시로 남을 것이다.
아래의 표에는 부수의 육체적 탄생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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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깨어나 오감을 확고히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된 부수의 표정은 그야말로 무아지경 그 자체였다. 육체가 없으면 오감이 없는 채로 있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11]
그들은 수백 년 동안의 세월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기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는 일을 넘어 현지인처럼 행동하는 것도 문제 없었다. 심지어 누구는 전뇌 공간(cyberspace) 속 유명인이 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활동한 부수는 자신에게 가벼운 이름[12]도 지어주고 먹물을 끌어모으기 유리한 모습으로 몸을 일부 변형하거나 개조했다.[13]
이는 커쿠(苛苦)의 일과를 의미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걸 이미 안 140번째 부수인 풀 초(艸)ㅡ커쿠(苛苦)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뜬 날인 1912년 5월 13일부터 부지런히 도서관에 들러 한자에 관한 고급 도서를 일체 독습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존재가 전부 다 해서 213명이 더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방도가 없으니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대비 뿐이었다.
말만 거창하지 사실 대비라는 건 의외로 간단했다. 그저 대적할 능력이 될 정도 이상의 먹물 에너지를 수집하는 것이 다였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체제가 존재해 다분히 복잡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효율이 떨어질 일이 없었다. 가지각색의 식물ㅡ이른바 꽃(花)이나 풀(草)같은 것들을 입에 계속 넣어 우상향의 결과를 만들며 앞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는 항해(沆瀣)의 여정을 의미한다.
1913년, 아직 형태가 없던 85번째 부수인 물 수(水)ㅡ항해(沆瀣)는 어제까지만 해도 바닷속을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그러다 3월 22일에 대한민국의 한강 심층부에 눈을 뜬 항해는 쉬지 않고 강수(江水)를 마시며 자신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었다. 보통의 생명체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라는 걸 알았기에 그는 모험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평범한(?) 부수라면 곧바로 에너지 착수에 손을 뻗을텐데 물처럼 유연한 관념을 가져서인지 항해는 직접 수영 하나로 전국에 있는 부수 동료를 찾는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정작 자신이 두 번째로 태어난 존재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채로.
1918년에 가는 여행의 목적지는 중국으로, 서울에서 서쪽으로 헤엄쳐 중국의 오른쪽 끝부분에 도달하기로 했다.
이는 계수(械樹)의 주요 양식을 의미한다.
75번째 부수인 나무 목(木)ㅡ계수(械樹)는 1913년 4월 10일에 거목 옆에서 앉은 자세로 눈을 떴다. 그녀는 이 생명력이 충만한 나무를 전부터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육체가 없었을 때 거의 이 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목피만 조금씩 우물거렸으나, 시간이 지나자 아예 기둥째로 베어물기 시작했다. 한쪽만 갉아먹다가 중심이 무너져 나무가 쓰러진 적은 다반수요, 심지어 2년 동안 묘목도 안 심고 너무 먹었는지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14]
결국 한참 나무를 즐기다가 도사(島司)[15]에게 적발되어 한동안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되는 일이지만 제주도는 그녀에게 안정감을 불어주는 섬이었기에 결국 외형을 조금씩 바꾸며 나무를 파먹거나 풀뿌리를 캐먹게 되었다.
이는 아이세에(愛性)의 본성을 의미한다.
1914년 7월 2일, 일본 니시나리구의 한 거리에서 한 존재가 눈을 떴다. 61번째 부수인 마음 심(心)ㅡ아이세에(愛性)였다. 그녀가 있는 곳은 일본에서 알아주는 슬럼가, 아이린 지구(地區)로 지금도 치안이 굉장히 좋지 않은 장소이다.
아이세에의 첫 모습은 지금처럼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닌 숙녀의 모습이었다. 팔방미인의 모습으로 밤중에 몰래 거리를 걸어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거나 욕구을 불러모으는 짓거리를 일삼으며 먹물을 얻는 과정을 반복했다.
업무를 실행 하는중에 미행이 따라붙는 건 기본이고 치한이 접근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그녀의 계획이었다. 그녀의 주요 먹물 수입원은 감정(感情)과 심장(心臟)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심장을 탐해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영리(怜悧)한 그녀였기에 아무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게 점점 표면 연령을 줄여나가면서 진화했다.[16]
이는 칸셴(侃仙)의 인간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을 의미한다.
...
이는 쇄겸(鎖鎌)의 광석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를 의미한다.
...
- ↑ 강희제가 즉위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한 잔치이다.
- ↑ 1661년 2월 5일에 즉위하고 1722년 12월 20일까지 총 61년 308일 동안 재위한 셈이다.
- ↑ 仁皇帝, 강희제의 시호를 대표 글자인 仁을 사용해 줄인 말.
- ↑ 강희제가 탄생한 날이다.
- ↑ 遺詔. 임금의 유언(혹은 유서).
- ↑ 그리고 과로사로 승하하는 날인 1735년 10월 8일까지 총 12년 275일 동안 재위했다.
- ↑ 부수적 에너지인 먹물을 의미한다.
- ↑ 육체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활동을 위해서도 있지만, 먹물을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이유도 있다.
- ↑ 그런데 이는 위험한 도박인데, 육체가 없는 부수가 떠다니려면 자신을 이루는 극소량의 먹물을 에너지 대용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 ↑ 청나라의 실제 마지막 날은 2월 12일이다.
- ↑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게 아니다. 미세한 육감같은 게 반응해 오감을 대체한다.
- ↑ 태명으로 생각하면 된다.
- ↑ 쿼서(括攝)의 등에 숨겨진 다섯 개의 촉수가 그 예시이다.
- ↑ 사람으로 치면 산 중턱에 원형탈모가 심히 진행된 모습으로 보면 된다.(...)
- ↑ 일제강점기 제주도의 작은 총독으로, 1915년에 도제(島制)가 실시됨에 따라 배치됐다.
- ↑ 당시 20세기에는 십대 후반인 청소년의 모습, 본작의 배경이 되는 21세기에는 십대 초중반의 모습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