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본 문서는 문명 죽이기에서 문명이 몰락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시간 순서대로 주요한 사건 위주로 정리되었다.
신경심리공학과 종교 몰락
신경심리공학
2040년대부터 뇌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을 통합하며 인간 심리와 정체성을 신경계 기반으로 완전히 해석하는 신학문, 신경심리공학(Neuropsychological Engineering)이 정식으로 학문 체계화되었다. 신경심리공학은 인간의 사고, 감정, 신념, 윤리, 종교심조차 전기화학적 신경 활동의 산물로 환원 가능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수학적 모델링과 계산적 방법론으로 표현, 예측,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공학 패러다임이었다.
Ai를 기반으로 고차원 벡터화된 심리 알고리즘이 개발되었으며, 이 알고리즘은 개인의 뇌 스캔 및 매핑을 통해 심리 구조를 철저하게 해체 및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 개인의 공리체계, 콤플렉스, 트라우마 반응, 신앙 및 정치 성향, 윤리적 선택 기준과 가치관마저 정밀하게 모델링 및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매우 높은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었기에 개인 단위의 신경심리공학적 분석은 상용화되지 않았으나, 중요한 것은 이제 인간에게 영혼은 없으며 자아와 정체성은 철저하게 해체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신경심리공학은 나아가 심리 현상의 파생물인 다양한 기존 인문학, 철학, 심리학 이론과 더불어 사회, 문화, 경제, 밈을 분석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채택되며, 인간을 철저하게 유물론적인 존재로 환원시켰다.
종교 몰락
신경심리공학은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충격을 유발했고, 기존의 윤리나 도덕, 종교 체계는 그 정당성을 상실했다. 많은 종교 단체들이 해체되거나 급격히 쇠퇴했으며, 일부 극단적 종교 신자들은 신경심리공학을 ‘악마의 학문’으로 규정하고 격렬히 반발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Souls Alive”라는 구호와 함께 종교 시위가 발발했으며, 극단적 종교인의 무력 시위나 개중에는 종교인들이 집단 자살하는 “순교 시위”도 있었다.
종교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 저항의 격류 속에서, 결국 종교 근본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초국가적 테러 조직이 형성되었다.
종교 테러리즘
신경심리공학을 필두로 한 과학문명에 대한 적대감으로 똘똘 뭉친 초국가조직은, 바로 그 과학문명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 전면적인 테러를 자행했다.
기술 기반
테러리스트들은 고성능 3D 프린팅 장비를 통해 자동화 무기와 폭탄을 제작했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생물학 병기를 개발했다. 인공지능을 악용한 사이버 공격, 딥페이크 기반의 정치적 암살 및 명령 체계 교란,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공황 유도 등은 세계 각국의 사회 질서를 급격히 붕괴시켰다. 일부는 신경심리공학을 이용해 밈을 공학적으로 다루며 대중 심리에 종교적 트라우마와 공포를 자극하여 종교의 권위를 복원시키려 하였다.
주요 테러
- 글로벌 공급망 붕괴
해운/항공 기반 물류 네트워크가 반복적인 물리적, 디지털적 테러를 겪으며 국제 교역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무수한 선박은 폭탄이나 생화학 오염으로 인해 실질적인 상품 가치를 상실하거나 아예 소실되었고, 디지털 테러로 인해 무역 회사의 주가가 물결치거나 인트라넷이 파괴되는 등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되었다. - 종말론 추천 알고리즘
종교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알고리즘 구조를 조작하여, 종교적 및 정치적 프로파간다 밈이 알고리즘을 지배하게 되었다.
제3차 세계대전
종교 테러리즘이 심화됨에 따라 국가 기반이 붕괴하였고 전세계적인 빈곤과 범죄, 민족 및 계층갈등이 가속화되었다. 각국의 테러방지대책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앗으며, 각국의 과잉 대응이 격돌하며 책임소재 문제가 발발하였다. 국지적인 무력 분쟁이 빈번히 발발하며, 단 한 달 만에 17개국이 쿠데타, 시민반란, 국경지대 충돌에 빠졋으며, 기존 국제협약과 안전보장 체계는 사실상 붕괴하였다.
이에 따라,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존의 전쟁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고도 정보전
무력충돌은 대부분 무인전투로봇 및 드론으로 이루어졌기에 사상자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AI에 의한 정보전이었다. 사실과 구분할 수 없는 딥페이크, 생성형 AI, 해킹을 이용한 허위정보가 범람하였으며, 전쟁 국가 내에선 각국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SNS를 통한 분열 선동, 허위 정보 확산, 불신과 폭력 유도 등이 신경심리공학적 원리에 따라 매우 정밀하게 이루어졌다. 각국의 군대는 무력충돌이 아닌 정보단절과 내부 무력화로 인해 통제력을 상실하였고, 국경은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졌다.
생화학병기
AI와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생물학 기술 기반을 통해 현대적인 생화학병기가 개발되었다. 정해진 기간에 일제히 작동하는 병균,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뇌염, 검출이 어려운 충동 자극성 마약 등 매우 복잡한 생화학병기가 교묘하게 사용되었다.
경제 전쟁
전쟁은 기존 국제 금융 시스템과 공급망을 완전히 붕괴시켰고, 글로벌 물가는 전례 없이 폭등했다. 식량 보관과 생산 기술이 전쟁 중 파괴되면서, 각국은 국가 단위의 배급 시스템조차 유지하지 못했다. 수억 명이 영양결핍과 질병으로 사망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고도로 자동화된 기술 기반 식품체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전후 복구
제3차 세계대전은 승패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군비의 치명적 부족으로 인해 종료되었다. 전쟁에 참여 및 피해입은 각국은 초국가평화연맹(TLoP, Transnational Leage of Peace)의 전쟁종식규약을 체결하였다. 2년에 가까운 정보전면전에 따라 자원 소진, 기후 기반 농업의 붕괴, 식수 및 전력망의 파괴는 각국을 국가 단위의 생존 위기로 몰아넣었다. 전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생존자는 TLoP이 제공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나 자가 생산식품에 의존하게 되었다.
AI 강력 제재
제3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피해 중 하나는 AI 기술을 이용한 밈 공학적 프로파간다에 있었다. 신경심리공학은 매우 복잡한 뇌신경망 분석을 통해 인간 심리를 모델링하는 것으로, AI 기술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다. TLoP는 딥페이크, 밈 공학, 알고리즘 조작, 해킹, 감정유도형 정보폭탄 등 신경심리공학과 연관하여 국가기반을 파괴할 수 있는 사용처에 대해 AI 기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특히, 공공영역에서의 AI 응용은 전면 금지되었다. AI의 자율학습 기능, 신경언어모델, 추천 알고리즘 등 사회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형태의 AI 시스템을 폐기 및 오프라인화하였다. 이로 인해 전쟁 이전까지 AI에 의존하던 의류, 물류, 교육, 행정 시스템은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해졌으며, 전후 복고 속도는 현저히 저하되었다.
개발도상국 슈퍼푸드 세계화
기술기업 및 기관의 협업과 함께, TLoP는 국제적 재건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식량 보급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과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사용되었던 고효율 단백질 GMO 슈퍼푸드가 전세계적으로 채택되었다. 빠른 대량생산, 열량 대비 단가 최저, 높은 저장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슈퍼푸드는 기존 농업 기반이 붕괴된 인류에게 거의 유일한 식량 대안이 되었다.
진균 공정화
슈퍼푸드의 생산성과 보존성, 영양 및 맛의 극대화를 위해, 고온 내성 및 대사 효소 반응에 최적화된 유전자조작 진균 Aspergillus thermoproteicus가 공정에 공식 도입되었다. 진균은 산업용으로 분류되었으며, 병원성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 과정에서 일부 포자가 미세하게 남아 슈퍼푸드에 잔류하게 되었고, 전세계 인구의 약 70%가 이 포자를 무증상 상태로 폐에 흡입하게 되었다.
인류의 진균 감염
감염은 증상이 전혀 없었기에 어떠한 국가도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일부 지역 의료기록에서는 불명확한 폐결절이 보고되었으나, 전후의 극심한 의료공백과 진단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진균 감염은 인지되지 못한 채 방치되엇다. 감염자는 일반 생존자와 구분되지 않았고, 사회 기반 회복을 위한 각종 활동에 참여하였다. 이로 인해 진균은 비활성 상태로 전 인류 사회에 내재되었다. 후에 진균바이러스가 융합되며, 이 침목 속의 감염이 어떻게 악몽으로 전환되는지를 증명하게 된다.
좀비진균 진화
바이러스 유출 및 전파
전쟁 당시 각국 생태계를 파괴하기 위한 실험적 생화학병기였던 코로나계열 바이러스가 통제되지 않은 채 폐기물 및 잔존 공정 경로를 따라 자연계로 유출되었다. 해당 바이러스는 독자적으로는 전염성이 거의 없었으나, 특정 진균류와 결합했을 때 유전 정보를 사빕하거나 발현 양식을 변형시키는 특성이 있었다. 이 바이러스는 슈퍼푸드 공정라인에 도입된 Aspergillus thermoproteicus에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형태의 병원성 진균이 출현하게 되었다.
좀비 진균
진균바이러스와의 융합은 균류의 유전자군 일부를 재조합하거나 삽입함으로써 병원성 변이를 유도했다. 그 결과, 진균은 숙주의 면역정보를 포자에 각인하는 기능, 피아식별 수용체 활성화, 외부 포자 농도 감지에 따른 비활성/활성 상태 전환 메커니즘, 뇌 신경계를 표적으로 삼는 침투 경로 등을 새롭게 갖추게 되엇다. 숙주 내부에서는 무증상 상태로 장기간 잠복할 수 있었으며, 고립 조건에서만 공격성과 포자 방출을 활성화시키는 치명적 전략을 확보하였다. 이것은 곧 좀비 진균의 발생으로 이어졌다.
좀비 창궐
바이러스 유입 직후 일부 공정 시설에서 이상 활성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전후 혼란기 속에서 해당 사례는 주목받지 못하거나 오진되엇다. 이 시기 최초의 고립성 좀비화 사건들이 발생하였으며, 곧 다른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동일한 행동 이상 사례가 보고되었다. 대다수 지역에서는 이를 초기 정신질환, 스트레스성 폭력, 전염병 휴유증으로 오인했고, 그 사이 진균은 숙주의 사망 이후 자실체를 형성해 포자지대를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병원성 진균은 무증상 감염 -> 고립 -> 포자 확산이라는 독자적 생태전환 사이클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이후 이 병원체는 Mycocognitus insulalis라는 새 학명으로 재분류되며 인류사의 가장 치명적인 감염체로 기록되게 된다.
아포칼립스
전세계 문명 붕괴
AI 제재 이후 대부분의 국가는 좀비 진균의 창궐에 대응할 기술력과 인프라를 잃었고, 완전히 새롭게 국가기반을 재편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슈퍼푸드를 통한 감염과 좀비의 창궐은 각국을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무너뜨렸다.
TLoP의 개입 이전의 기술이 유지되었다면, 자동화 치안시스템이나 드론 병기를 통해 좀비를 진압할 수 있었겠으나, AI 규제로 인해 모든 대응 체계는 오작동하거나 폐기되었다. 또한, 슈퍼푸드를 공급받은 군, 관료 조직이 내부 고립 상태로 대규모 좀비화를 일으켰으며, 포자의 폭발적 확산으로 인해 지휘계통 자체가 붕괴하였다.
인력이 요구되는 도시 기능은 대부분 정지당했으며, 전기나 수도 등 자동화된 시스템만이 남은 도시의 잔재에 의존하는 극단적인 생존 경쟁이 일어났다.
정보 공유
비록 문명이 몰락하였으나, 자동화도시는 여전히 일부 기능하였다. 특히, 전력과 무료 무선인터넷망은 유지되었기에, 네트워크 내에서의 로컬 가상 데이터센터나 연산작업이 중지된 공유컴퓨터를 이용한 그리드컴퓨팅을 통해 다양한 범위의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그리고 좀비 창궐 초기에는 이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며, 생존자 대부분은 바로 이 커뮤니티를 통해 생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언어권과 문화권별 생존자 커뮤니티를 통해 좀비화 조건, 진균 특성, 감염 징후 등 전문적인 정보부터, 독자연구를 통한 생존지침이나, 특정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지식 등이 공유되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허위정보, 공포성 바이럴 밈, 극단적인 주장이나 비논리적 가설이 범람하며 정보의 신뢰성을 온전히 판단할 수 없었고, 집단 내부에서조차 정보 혼란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공동 편집 체계, 평판 기반 인증 등을 도입하여 검증된 생존 정보를 모으는 운동도 벌어졌다. 특히,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VISTA(Verified Information for Survival, Triage, and Action) 같은 단체도 자발적인 활동을 벌였다.
생존지침
정보 정제 운동이 인터넷 내에서 벌어지며, 다수 생존자 집단은 전세계적으로 어느정도 공통된 생존지침을 따르게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고립되지 말 것”과 같은, 캐치프레이즈와 같은 형태로 밈 공학을 활용한 전략이 이용되었다. 그 외에도, 최소 2인 1조 2개조 편성 활동, 심리안정루틴, 식량수급방법, 감염자 격리지침, 약탈 집단 대처방안 등의 구체적인 생존 전략들이 알려졌다.
현황 및 위기 심화
자동화도시 노후화
좀비 창궐 직후, 인류는 자동화도시의 잔존 시스템에 의존하여 생존하였다. 그러나 1년 정도가 경과하면서, 정비되지 않은 자동 시스템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햇다. 전력 시스템은 핵융합로와 그리드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자체적으로 구성되는 중수소 합성은 바닥을 드러냈으며, 태양광과 같은 전력시스템에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 역시 자동유지보수가 한계에 봉착하며, 빈번한 정전이 발생하였다.
또한, 상수도 정화 및 공급 시설 역시 간헐적 정전으로 인해 온전히 기능하지 못했으며, 특히 필터 마모와 펌프 고장 등 지역단위 수도망 와해가 일어났다.
이런 와중, 인터넷과 통신망은 노드 단절, 백업 전력 고갈, 물리적 손상 등으로 인해 일시적 블랙아웃이 반복되었다. 생존자들은 더 이상 자동화 시스템이 영원불멸하지 않음을 인지했으며, 이에 따라 자동화도시의 시설 복구를 위한 전략이나, 시설 일부를 독점 또는 탈취하는 전략도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극소수의 기술자 생존자에게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기후 위기
자동화도시 노후화는 단순히 생존 어려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명 붕괴와 함게, 민간기술기업에 의존하던 기후 안정 기술, 특히 탄소고정 시스템이나 기후 조절 인프라, 해양 정상화 시설 등은 기능을 멈추게 되었다.
자동화도시는 여전히 폐기물 연소, 유기물 처리, 화석연료 소비, 대규모 열배출 등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환경오염이 기후 안정 기술로 완화되지 않기 시작하자 안정화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기수변화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상고온, 장기 폭우, 가뭄, 급작스런 혹한 등 파괴적인 기후가 지역마다 출현했다. 이는 생존자들의 식량 생산, 외부 탐사, 수자원 확보를 극단적으로 어렵게 만들었으며, 일부 도시는 열섬현상이나 홍수 피해로 완전히 폐허화되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고온 환경에 적응한 좀비 진균은 극한 기후조차도 감염 확산을 억제하지 못했다.
생존자 집단 경쟁 심화
1년 간의 자동화 기반 생존은 정체 상태에 이르렀고, 식량, 에너지, 의료, 통신 등 모든 자원의 고갈은 생존자 집단 간의 갈등을 격화시켰다. 오만 경우의 집단이 출현하고, 시설을 독점하거나, 다른 집단에 기생하거나, 약탈하거나, 약탈을 유도하거나… 생존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었고, 멸망한 문명은 더욱 고통스럽게 생존자들을 압박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