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영웅기 | |||
제0장 | ▶ | ||
처음으로 장교로 배치되었을때, 나는 작전실에서 한 반야만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곧은 눈매로 늙은 주름에서까지 눈빛이 강인하게 솟아났는데, 자애로움과 지혜가 깊게 담겨 있었으므로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젊은 애가 들어와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나?" "저희도 늙진 않았습니다." "에라이, 자식들아. 헛소리 하질랑 말고. 너네가 늙었으니까 애가 벌벌 떨지."
"긴장 많이 했을 텐데, 쉬어라."
그러나 내가 만난 그는 그런 인종의 인물이 아니었다. 민족이나 그런 것에 감정이 휘둘릴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히 말하건데 테르만티우스의 혈통은 제국에 속한 지방의 것이었을 뿐더러, 그는 자기 정체성을 제국에 더 두었다. 사관학교에서 겪었던 온갖 정신나간 인간군상에서는 다이모니아의 제1시민들도 많았다. 야만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훌륭한 귀족이라고 자부하는 인물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이렇게 훌륭한 리더십과 또 애정을 겸비하지는 못했다.
"계급은 중요한거야. 급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지."
군단의 군기. 흘러내리는 피. 다쳐 떨어진 내장. 울려 퍼지는 총성. 차가운 검명. 고통스런 비명. 죽음. 약탈. 강간. 협박. 사형. 나는 그 모든 장면에서 도망치지 않고 지켜보았던 테르만티우스를 기억한다. 너무나 오래 되어버린 그적의 군복은, 해지고 찢어져서 당시의 번쩍였던 빛을 잃어버렸으나, 우리들은 그것에서 여전한 광휘를 느낀다. 이러한 연유에 따라, 위대한 야만인을 추모하면서 이 글을 쓴다. 에우케리우스, 가이사릭시아의 수도 카르타에나에서.
|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