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을 연 형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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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명 월기
작품 이셰노이 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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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죽음의 문을 연 형제 이야기
"당신은 나와 아우 중, 누구의 말을 믿겠소?"

 아직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때, 그 너머를 갔다 온 형제가 있었다.
형제 모두 죽음이란 현상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죽음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의 끝에 다다르게 되고, 이 세계를 넘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형제는 동시에 삶의 문턱을 넘는, 죽음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그 문 너머에는 사람같은 형상을 한 거대한 석상이 서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대여섯 배는 커 보였다. 좀 더 다가가 자세히 보니 거대한 석상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 석상 같은 것들은 누가 조각한 것인지 매우 정교했다. 하나는 하얀 돌로 다른 하나는 검은 돌로 조각을 한 듯했다. 그중 하얀 석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어찌 인간이 살아서 이곳에 들어왔는가?”
 형제는 깜짝 놀라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검은 석상도 덧붙였다.
“가만 보니 조금 더 작은 인간은 내 모습을 좀 닮은 것 같군그래.”
 둘은 얼어붙었고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오?”
“나? 나는 악마야. 내 옆에 있는 친구는 천사라고 하지.”
“천사 말고 사신이라 해주겠나? 너랑 비슷하게 생긴 그 친구가 천사라는 말을 싫어해서 말이야.”
“킥킥. 그래그래, 다시 소개하지. 나는 악마, 이쪽은... 사신!”
 이번엔 형이 말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을 깨우쳤소. 당신들은 그 너머에 있는 존재요. 알려주시오, 우리가 왜 여기 오는지 그리고 이곳이 정확히 어딘지 그리고...”
“산 사람은 아는 게 많으면 안 되는 법.”
 질문을 한 형은 사신의 웅장한 목소리에 압도되어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래도 뭔가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살아서 들어온 첫 번째 인간들이잖아.”
“넌 네 아비를 닮아 겉뿐만 아니라 속마음까지 새까맣구나.”
“그 칭찬 고맙군, 형제여.”
“미안하지만 형제는 아니네, 조카여.”
 그들은 둘이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지껄였다. 사신의 마지막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악마가 형제에게 말했다.
“좋아, 난 너희에게 선물을 줄게. 대신 한가지씩만 고를 수 있어.”
 두 형제는 흥분했다. 악마가 쥐고 있던 손을 펴자 푸르게 빛나는 구슬이 하나 있었다.
“이건 너희가 사는 곳이야. 내 손바닥 안에 있지. 너희에게 미래라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어. 다만 어떤 미래인지를 선택해야 해.”
“자네들은 이곳 너머를 볼 수 있는 미래의 눈을 가질 수 있네.”
“근데 그거 말고, 지금 너희가 사는 세상을 볼 수 있는 미래의 눈도 있어! 죽은 다음을 보는 눈을 가지겠어, 아니면 너희가 살아가는 동안을 보여주는 눈을 가지겠어?”
 동생은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저는 죽음을 경험했고 더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눈을 가지겠습니다.”
“너, 그거 아주 좋은 선택이야!”
 바로 이어 형도 대답했다.
“방금 ‘이곳 너머’라고 말씀하셨죠? 그렇다는 얘기는 이 너머도 있다는 뜻이겠군요. 저는 아직 죽음이 두렵습니다. 죽음이라는 곳까지 도달했다곤 하지만 이곳 너머의 무언가를 알지 못한다면 저는 이곳 너머를 보고 싶습니다.”
“음, 그거 조금 아쉽군. 뭐, 너 같은 사람도 있어야 재밌지. 킥킥.”
악마는 그렇게 말하더니 동생의 이마를 그의 검은 손톱으로 지그시 눌렀다.
“이리 가까이 와보게”
 사신은 형을 부르더니 악마가 아우에게 하는 동작과 같이 그의 하얀 손가락으로 형의 이마를 눌렀다. 눈을 뜨지도 못할 만큼의 밝은 빛이 번쩍하여 눈을 감았다가 뜨니 어느새 죽음을 벗어나 형제 모두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하여 동생은 살아있는 동안의 미래를 팔고 다녀 큰 돈을 모았다. 하지만 형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죽음 너머의 사실을 알리고 다녔다. 그러나 대부분 믿어주지 않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형제는 미래를 볼 순 있었지만, 다가오는 죽음을 알고도 막지 못했다. 그들도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었다.
 어느날 형의 귀에 동생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형은 곧장 동생에게 향했다. 형이 도착했을 때, 동생은 아무도 없는 집 안에 혼자 누워있을 뿐이었다. 형제는 잘 지냈냐는 안부도 묻지 않았다. 형은 조용히 동생 옆에 앉았다.
 둘 모두 한참을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수 분 뒤, 병에 걸린 동생이 바닥에 누운 채 형을 바라보았다. 동생은 마른 기침을 뱉으며 형에게 힘겹게 한 마디를 꺼냈다.
“형님, 죽음이란 것이 이리도 무서운 것이었습니까?”
 형은 동생에게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다 아우야,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죽음 너머를 보지 않았느냐. 걱정할 것 하나 없더구나.”
“예, 형님. 먼저 문 앞에 가 기다리겠습니다.”
 동생은 별 다른 유언 없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형의 말에 안심한 듯, 형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형은 축 늘어진 동생을 집 안에 있던 가장 좋은 보자기로 싸, 뒷마당에 묻었다. 그러곤 노쇠한 몸을 일으켜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죽음 너머를 알리는 여정을. 떠나는 길에 그는 어째서인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며칠 뒤 형도 동생과 같은 병으로 죽게 되었다. 그는 하룻밤 빌린 마굿간에서 잠을 자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누구보다 일그러진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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