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 하늘 방공호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프로젝트 스카이》
입주 명단 부서 분류 시설 개요 타임라인 기록 열람
내부 통신 일성 그룹 기념일 핵심 설비 사망자 명단
하늘 방공호 크레딧 │ ⓒ 기여자 · 로시아, 2022
2033.06.30.
F&B부서 김이환 개인기록

이 사진은 방공호 입주로부터 일주일 전에 찍은 사진이다. 서울이 그립다. 방공호에 들어온지는 고작 나흘이다. 정말로 세상이 망할 줄 몰랐고, 그런 말도 안되는 전쟁이 일어날 줄 몰랐다. 방공호에 막 발을 딛고 수속을 밟을 때도, 설마 전쟁이 나겠냐며 금방 며칠이면 다시 세상으로 복귀할 줄 알았다. 부모님은 잘 살아계실까. 어쩌면 전라도라면 핵여파가 안 닿았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아니다.. 잘 모르겠다. 그나마도 전력이 충분해서 가지고 온 노트북이라도 쓸 수 있고, 생각보다 지하라는 것 치고는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분명 계약에서는 1년이라고 명시했는데, 사실상 정말로 방공호 바깥이 방사능으로 뒤덮였으면 계약종료따윈 없다. 이곳에서 노예처럼 살아야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창문도 없는 방에서, 밤인지 낮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시영이도 혁준이도 모두 그렇게 말한다. 세상이 멈춘 것 같다고.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건 아직 모르는 거다. 여기서 얼마나 더 끔찍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2033.07.05.
민간인 여호국 면담 기록, 담당자 보안 1팀 이태우

네. 이제부터 녹음하겠습니다.

말하면 되나요?

잠시. 질문 할테니 대답해주세요.

─뭔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이곳에 방공호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꼭 대답해야 하는 겁니까? 저에게 뭔가.. 나쁜 영향이 있는 건 아닌거죠?

글쎄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랬으면 여기 못 들어오셨겠죠.

뉴스를 보고 들었습니다.

뉴스에는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경위를 정확하게 설명해주세요.

─미세하게 책상이 긁힌 소리

사실 일전에 담원 공사 당시에 참여했었습니다. 하청업체 전기기술자였구요. 보안유지를 약속하긴 했지만.. 죽고 사는 문제 앞에서 그렇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죠. 그래서 위치는 대강 알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날 줄은 몰랐지만요.

좋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데려오신 겁니까?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이곳에 오면 살려줄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주변의 누군가와 속닥거리는 목소리

여호국씨에 대한 방공호 내부에선 특별한 처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아무런 계약없이 입주하신 만큼, 일을 부여받으실 수 있습니다. 동의 하십니까?

여기 있을 수 있다면 동의하겠습니다.

동의 확인했습니다. 이제 2층이 아니라 더 지하로 이동되실 겁니다.

그럼 이제 그곳에서 사는 겁니까?

아마 그럴겁니다.

감사합니다.

─녹음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