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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훈요 12조는 대연국 태조가 지어 후손들에게 전한 것이다. 태조 스스로도 고려 왕조의 태조 왕건이 지은 훈요 10조를 곳곳 묘사한 것으로 보아 많이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본문

종사를 이을 후손에 대한 조상의 강직한 명령문 12조

머리말

왜란과 호란 이래 피폐해진 만백성들의 고혈을 짜 나라를 곤란에 빠트렸던 전조의 패악정치를 심히 경계하건대, 과인이 새 시대의 천명으로 하여금 백성을 위하여 고군분투하여 보위에 오른 지 21년이 지났다. 이 몸 노쇠하여 앞으로를 바라보았는데 이 한 평생 열심하였으나 후손들이 오로지 사욕에 급급하여 백성을 저버리고 천명에게 버림받을까 두렵다. 하여 고려조 태조의 예(例)로 하여금 후손들에 대하여 훈요를 짓노니, 후대에 종사를 이을 자는 만세에 사계절 펼쳐 두루두루 귀감으로 삼기를 바라노라.

제1조

제일조. 한강 이북은 전조의 악한 기운이 남아 있어 나라와 왕실에 부정만을 끼치니, 만세동안 종사를 받드는 자는 한강 이남에 기거하고 한강 이북에는 별궁도 짓지 마라.

제2조

제이조. 전조의 왕들은 개경의 기운이 왕조의 기를 막는다 하여 한강 이북에 궁을 지어 그곳에서 종사를 이어왔으나 말대 왕은 종사를 지키지 못하고 패악한 무리들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겨 스스로 그 기를 쇠하게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허나 과인의 이 뜻을 생각치 아니하고 전조만을 받드는 또 다른 어리석은 자들이 있으매, 이들은 자기 본관인 전주에 사는 전조의 종친들이다. 아직도 전조를 따르는 무리들이 과인의 참된 뜻을 따르지 아니한다면 이는 참으로 슬프고 안쓰러운 일이나, 종사에 어떻게든 변을 일으킬 수 있는 자들이니 신뢰할 수 없다. 이들에 대하여는 적어도 100년 동안 궁에 들이지도 말고 관직에 올리지도 마라.

제3조

제삼조. 세도를 경계하고 왕비의 가문에 결코 권력을 쥐어주지 마라. 더불어 보위를 이을 첫째 아들 이외의 자녀에게도 권력을 주지 마라. 이것들은 모두 세도를 일어나게 하는 무서운 일이다. 매사 너희들이 모든 것을 알고 행할 지 모르겠으나, 왕조의 적통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왕위의 정통함과 강함을 지키기 위해서 더더욱 반복해선 아니되는 불경한 일이다.

제4조

제사조. 언제나 백성들을 심신에 품고 이들을 생각하며, 이들의 의견을 언제나 듣고 고민하며 따르고 매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만백성들은 뼈가 끓는 고통으로 전조에 항거하여 과인과 함께한 충성스러운 자들이다. 백성을 항시 생각하고 이들을 위해 눈물흘리며, 이들을 위해 정치에 임하여 백성이 만세에 걸쳐 태평성대를 누리게 할지어다. 때에 맞게 백성을 부리고 도운다면 백성들은 우리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제5조

제오조. 왕위의 계승은 장남 우선으로 하되, 장남이 대통을 이어받기에 큰 문제가 있다면 능력 있는 다른 왕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하라. 보통은 장남이 종사와 대통을 이어 받는 것이 실로 공정한 마음으로 알고 있으나, 그것이 나라와 종사에 있어 이를 지키고 올바른 치세를 보내기에 문제가 있다면 장남이 보위를 잇는 것만이 정답이 되지는 않으리라.

제6조

제육조. 제아무리 어떤 무리든 관용을 베풀되 지엄한 국법을 무시한다면 엄격하게 처리하라. 국법은 지엄하고 그릇된 이의 권세는 저항하니 왕의 권한으로 하여금 이들을 잠재우는 것만이 호탕한 결말이다. 국법을 이용해 처리하지 않는 것은 조상의 훈요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이는 군자의 자격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제7조

제칠조. 불교는 나라의 근본이니 소홀히 다루지 마라. 불교는 과인이 지난 세월 돌아볼 적부터 언제나 함께해주었다. 한때 전조에 의해 수많은 탄압을 받고도 이들을 원망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관대한가? 불교는 나라의 종교이니 소홀히 대하지 않으매, 더불어 고려조 때와 같이 되는 것은 분명히 막아야 하는 것이다. 다만 유학 역시 내가 배운 덕목이며 공자 선생의 말씀은 대대로 이어가야 한다. 다만 유학에 과하게 의존하지 말고 부처님의 힘에 기대야 할 것이다. 유학은 폐쇄적이여서 장차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제8조

제팔조. 모든 대신 관료의 녹봉은 제도에 맞게 지급해주어라. 옛 고려조의 태조가 자기 후손들에게 훈요를 지을 적 "관직과 작위는 정으로 주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는 모두 참된 말이다. 관료의 임명이나 그 녹봉은 오로지 제도에 의하여만 이루어져야 위와 아래가 모두 편안하다. 예를 하나 열거하겠노라. 하급의 관직이 상급의 관직보다 일을 더 하였다고 해서 녹봉을 더 주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나 제도가 정착되었고 상급 관리 역시 그만큼 노력하였을 때에는 상급 관리에게 그만큼 더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금 관리는 하급 관리의 스승되는 자이며 솔선수범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제9조

제구조. 역사서와 사기는 지금을 비추는 과거의 거울이다. 이 책들을 언제나 가까이 하여 과거에서 알리는 지금의 교훈을 따라 나븐 것은 반면교사삼고, 좋은 것은 그대로 따르라. 그리 한다면 너희들에게 참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조의 실록을 살펴보는 것 역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제10조

제십조. 대외에 대한 넓은 시선을 바탕해라. 조선이 쇠한 것은 또한 대외에 대하여 폐쇄일관하였기 때문이다. 너희 종사를 이을 자들은 시종일관 대외에 적절히 대처하여 광명을 위해 힘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폐쇄적인 눈으로 나라가 쇠해가는 데도 손쓰지 않는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게 어디 있겠는가?

제11조

제십일조. 훈요를 아침 점심 저녁 기거하는 어디에든 크게 붙여 눈만 뜨면 볼 수 있게 배치해라. 조상의 훈요는 너희들에게 어찌 도움이 되지 않으랴? 너희들이 겪는 모든 이들은 이미 조상대에서도 겪은 일이다.

제12조

제십이조. 이 훈요를 진심으로 따르고 실천하며 경거망동 말라. 이 훈요를 따르고 귀감 삼는 자 무궁히 편안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