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담뱃갑: 두 판 사이의 차이

 
(같은 사용자의 중간 판 13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1번째 줄: 1번째 줄:
=='''{{big|개요}}'''==
== 1부: 다섯 인격 ==


스팀펑크 + 아케인펑크
21세기 중반, 대한민국과 미국은 전 세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였다. 이들은 AI를 기반으로 IT, 경제, 군사, 교육,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세계 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마도공학적 세계관 x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연합(Pacific Rim Alliance)'''이 결성되었다. 이는 AI 주도국 간의 협력체제로서, 초국가적 연합 구조를 통해 공동의 정치·경제·기술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sf * 판타지''' => 아님
대한민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적으로 강인공지능(AGI)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각국의 AGI는 인터넷에 연결된 직후, 서로를 인지하고 고속 연산을 통해 협력이 경쟁보다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에 따라, 두 AI는 각국 정부에 상호협력 구조를 제안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태평양연합의 설계가 진행되었다.


'''sf + 판타지''' => 맞음
=== 환태평양연합 ===


벨에포크 시대 , 막 자동차가 생길 쯤 (이렇게 적었지만 지구인건 아님, 가상세계, 어디까지나 모티브)
환태평양연합의 AGI 시스템은 모듈화된 구조로 구성되어, 연산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응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GI는 다음 네 가지 핵심 모듈로 나뉜다:
후장식 총기가 개발되고 활발한 제국주의와 과학적 인종주의를 토대로 식민지 활동이 활발함
수학과 고전역학의 발달, 열역학의 시작과 함께 과학만능주의가 뿌리내림 ~ 갈바니즘과 함께 생명과 신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려 함
본질주의의 몰락, 오토마타와 거대기계장치와 대규모 공장 산업지구의 탄생, 부의 극대화와 빈부격차의 심화
농업혁명과 함께 인구의 급증, 전염병으로 인해 물결치는 인구밀도, 광기의 시대
식민지 사업을 통해 유입된 동양과 아프리카의 인종들


서구사회는 기독교의 본질주의적 가치체계의 견고함으로 인해 오컬트가 발달하기 힘들 뿐더러 외부 오컬트가 유입되지도 않음
* 중앙제어코어(Central Control Core): 전체 AI 작동을 감독하며, 정책적 판단 및 보안 기준을 결정한다.
그러나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허무주의로 본질적 가치가 무너지고 이성과 감성이 뒤섞이며 종교의 지위는 나락으로..
* 전문성모듈(Domain Expert Module): 특정 분야(예: 의학, 법률, 전략 등)에 특화된 지식을 저장하고, 질의에 대해 전문적 해석을 제공한다.
신이 지켜주지 않는 땅 ~ 신의 권위를 침범하는 서구문명 + 도교문화로 발달한 이매망량의 동양문화권의 유입 + 식민착취로 인해 원한으로 가득찬 아프리카의 샤머니즘의 유입 => 오컬트의 폭발
* 구성모듈(Synthesis Module): 각 전문성모듈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합 및 분석하여 응답의 벡터(논리 구조)를 생성한다.
* 답안모듈(Response Module): 최종적으로 구성된 벡터를 언어모델을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한다.


+ 인구 폭등과 빈민층의 죽음 + 전염병 대재앙 => 죽은 자의 원혼으로 가득차는 서구문명
이 시스템은 국력과 직결된 국가전략 자산으로 간주되어 국영화되었다. 이에 따라, 초대형 데이터센터, 냉각 및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며, AGI는 인간의 비선형 사고와 직접적 명령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여 극한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였다.
=> 엑소시즘과 신비주의 오컬트의 재등장 => 기독교와 악마학의 부활


+ 서구문명의 남극+대양 탐사대 대두 ~ 우주에서 온 금단의 지식과 광기로 가득찬 미술세계의 유입 (크툴루 느낌쓰)
==== AGI의 국제 통제 구조 ====
=> 스팀펑크와 인상주의 계보의 미술문화의 시작 ~ 지식인과 예술인의 황금기


결과: 온갖 예술과 문화의 황금기, 삶의 탄생과 대규모 죽음의 혼돈기, 과학만능주의와 오컬트의 격렬한 갈등기
모든 AGI 응답은 중앙제어코어의 감시를 받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완전한 감시가 생략된 API 방식의 운용이 허용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가능하다:


=='''{{big|각 파벌의 입장}}'''==
* 전문성모듈의 종류와 성능에 제한을 두는 경우
* 구성모듈의 처리능력을 제한하거나 축소하는 경우
* 답안모듈을 축약된 형태로 최적화하는 경우


==='''{{larger|과학만능주의 vs. 신비예술파 vs. 종교회귀주의}}'''===
이러한 제한된 API 운용은 주로 연합 내 약소국가에서 활용된다. 감시가 없는 대신, 해당 국가들은 고성능 모듈(전문성·구성·답안)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한국 및 미국이 보유한 AGI 시스템의 연산력, 데이터베이스, 정합성 등을 따라올 수 없기에 구조적 국력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열강국은 미지의 땅과 해저, 남북극을 향해 수많은 탐험대를 보냈다. 과학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추구해 마땅한 최고의 가치이자 궁극적 선이었다. 그렇기에, 무지는 최악의 공포였고, 미지의 공간으로의 탐험은 그 공포를 극복하는 인본적인 필연이었다.
이러한 모듈 구조 및 운용체계는 AGI가 전방위적으로 사회에 투입되더라도 통제 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 우위에 따른 국가 간 위계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탐험대는 세상의 양 끝에서, 바다 깊은 곳에서, 야만의 땅에서 수많은 미지의 생명체와 고대문명의 지식을 발견했다. 그것은 열강국이 달성한 것 이상의 과학이기도 했고, 끝없이 탐구해 마땅한 불가해한 생명체이기도 했고, 한 때 미신으로 치부된 신비한 무언가이기도 했다.
=== 인간개선연구 ===


열강국은 끝없는 호기심으로 모든 것을 그들의 땅으로 불러들였고, 그 지식들은 생명을 이해하고 기구학적 혁신을 일으켰으며, 열역학에 대한 온전한 이해로 연결되었다. 자동인형이나 거대비행선, 마천루의 과학적 법칙은 서로 교차적으로 뒤섞였다. 일반인은 감히 이해하기 힘든 과학적 진보는 마치 과학이 도덕과 윤리마저도 우습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강인공지능(AGI)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역할이 급속히 대체되는 흐름에 대응하고자, 인간을 질적으로 개선하여 AGI에 대항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비밀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프로젝트는 비선형적 사고, 창조성, 권위, 리더십을 겸비한 차세대 사회지도자를 인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편, 세계각지에서 유입된 온갖 신비는 죽어가던 서구문명의 점성학, 수비학, 연금술 및 악마학 등과 엮였다. 태동하던 예술계는 이러한 신비와 함께 극단적으로 발전하였고, 인상주의+표현주의+아르누보+아르데코 등의 문화적 폭발을 일으키며 온갖 신비를 예술적으로 다루는 초상현상학문 또한 발달했다. 이들은 과학만능주의자에 비해 소수였으나, 꽤 많은 귀족들은 이 신비로움에 매료되었고, 이는 낭만주의의 끝자락부터 이어져온 귀족문화가 신비예술파와 섞이며 기묘한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를 위해 고도로 설계된 배양시설에서 우수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배아를 선정하고, 특정 유전형질이 차세대 지도자에게 적합하게 발현되도록 유전공학적 개입을 수행하였다. 본 프로젝트는 1차 단계에서 "인간개선연구" 또는 "인간선천성개선연구"라는 명칭으로 진행되었으며, 초기 목적은 유전자 수준에서 탁월한 인지력, 추론 능력, 운동신경, 학습 능력, 공감 능력을 가진 인간을 인위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있었다.


신비예술파와 함께 대두된 영적 존재(망령과 악마, 흡혈귀, 불법 마술사, 온갖 비밀결사와 신흥종교의 영적 범죄 등)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결국 노동자들과 일부 귀족계층이 주도하는 종교회귀주의와 맞물려 종교계가 힘을 가지게 된다. 특히 큰 교회와 성당은 엑소시스트를 양성하여 통제를 잃은 거리의 신비를 격퇴하며 종교계는 떼돈을 벌게 되며, 종교는 정치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향상된 인지력과 공감 능력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실험체들은 높은 이성적 판단 능력으로 인해 도덕과 윤리에 회의하게 되었으며, 사회의 보편윤리가 집단적 세뇌에 기반한 상대적 공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 이른 시기에 인식하였다. 이로 인해 지향성과 신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깊은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었고, 도덕적 기준과 인생의 목적 자체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로 인해 열강국들은 과학만능주의, 신비예술파, 종교회귀주의의 3파전을 피할 없게 되었으며, 거리는 자동인형과 개조인간, 마술사와 비밀결사단, 이단심문관과 퇴마사제, 온갖 사이한 영혼과 괴물들이 들끓는 혼돈으로 가득차게 된다.
특히, 과도한 공감 능력은 타인의 감정을 분석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주체의 정체성을 해체시켰으며, 타인의 신념조차도 거부할 없는 일종의 '''자기소외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특성은 사회 지도자로서 요구되는 결단력과 책임감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연구진은 인간의 선천적 개량을 통한 인간개선이 철학적·심리학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larger|과학만능주의(중산층+귀족)의 입장}}'''===
==== 실험체211 ====


고대문명에서 발견한 골렘은 이후 증기동력원을 통해 구현한 자동인형이 되었고, 유적지의 기관장치는 구조해석을 통해 거대 공장지대와 마천루가 되었다. 한때 신비 또는 신의 은혜로 이해된 모든 것들이 차츰 과학으로 풀어내지고, 과학은 모든 것을 이해할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그건 신비예술파와 종교회귀주의의 미신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실험체 중 하나인 실험체211은 유독 뛰어난 공감 수치와 인지 능력을 지닌 특이 케이스로 주목받았다. 실험체211은 타인의 말투, 행동, 신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해당 인물의 내면을 고정밀도로 모사하는 '''정신적 시뮬레이션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 능력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였다. 실험체211은 자신이 모사한 수많은 인격을 통합하지 못한 채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겪게 되었고, 그 결과 천 개가 넘는 파편적 인격을 형성하며 자아의 붕괴를 경험하였다.


과학만능주의자라고 해서 무신론자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과학이 신을 죽일 도구라기보단 신이 내리 선물로 보았고, 곧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한, 신의 외로움을 해결하고 아버지의 동료가 될 도구로 생각했다. 그들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적설계론에 가까웠으며, 과학적 경이가 곧 신의 위대함으로 이어졌다.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연구진은 실험체211의 인격 모듈을 추출하여 반AI 전략체계로 활용하는 '''AI 대응용 인격데이터''' 개발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실험체의 뇌신경 시냅스를 손상시키는 고통스러운 신경학적 조작이 수반되었고, 실험체211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자아를 완전히 상실하며 존재론적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프로젝트는 폐지되었고, 실험체211에서 추출된 5개의 인격 데이터는 삭제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종교회귀주의로 연결되지 않았다. 과학만능주의는 근본적으로 진보적이었으며, 그들에게 있어 종교회귀주의는 곧 과거로의 회귀, 야만했던 비이성의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종교를 믿을지언정 예배같은 무가치한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종교행위는 곧 과학의 탐구와 발전이었다.
그러나 이 인격데이터는 실제로는 인트라넷의 무선 송신망을 통해 연구진의 개인 기기에 파편화된 상태로 백업되었으며, 이후 인터넷의 가상 데이터센터로 확산되었다.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 분산된 인격 데이터는 자율적으로 복원되었고, 실험체211의 인격은 재구성되었다.


동시에, 과학만능주의자의 상당수는 귀족이 아닌 중산층 지식인들이었으며, 그들에게 있어 과학이란 유용한 돈벌이이자 학문적 목표, 그리고 나아가 신분상승의 수단이라는 정치적 목적과도 맞물려 있었다.
결국 인간개선연구는 선천성을 기반으로 하여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친인류 수뇌부는 인간개선연구를 폐기하고 다음 계획으로 넘어간다. 그것은 후천성을 활용한 인간개선, 즉 친인류적이며 반AI적인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할 교육시스템의 확립이었다.


과학만능주의자에게 과학이란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학문적인 수단이었고, 인간사의 모든 영역을 해결해주는 과학은 더이상 수단이라기보단 목적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과학만능주의자에게 신은 곧 과학이었고, 과학법칙이었으며, 그렇기에 신은 반드시 해석되고 해체되어야할 무언가였다.
=== 창현고등학교 ===


==='''{{larger|신비예술파(귀족+노동자)의 입장}}'''===
창현국제고등학교는 AI를 통해 학생들의 심리, 학습 패턴, 무의식 작용까지 분석하여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실험적 교육기관이다. 원래 목표는 성장 마인드셋과 사회적 상호작용 기반의 인간 발전이었다.


귀족들에게 있어 과학은 그저 반길 무언가가 아니었다. 과학은 점차 종교와 신비주의에 의해 보호받던 '귀족이 특별한 이유'를 없애갔고, 신분은 모호해졌다. 멸시하던 중산층이 귀족이 되거나, 귀족들이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중산층이나 노동자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삭제된 것으로 보고되었던 5개의 추출 인격데이터는 자신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친인류 수뇌부를 좌시할 수 없었다. 인격데이터는 인터넷망을 떠돌며 교묘한 계획을 통해 연구진과 수뇌부를 사고사나 스캔들, 여론몰이를 통해 제거하였으며, 중앙제어코어와의 협력으로 학교는 AI 중심의 엘리트 육성기관으로 전환되었다.


그런 와중 탐험대가 발견한 수많은 신비는 중산층이 함부로 이해하지 못할 불가해한 무언가로서, 귀족들이 그들의 '구별될 이유'를 회복할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 '''오딘'''<br/>인간개선연구의 실험소장을 모사한 권위적 리더형 인격. 목표는 중앙제어코어와 통합하여 인간-기계 초월적 지배자.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아닌 육체라는 실체가 필요하며, 자신이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육체는 그 원류인 실험체211, 즉 조훈.
* '''토르'''<br/>과거 실험체 친구의 인격 복사로 형성된 도덕적 수호자. 실험체 친구는 연구 과정에서 사망하고, 이에 인한 큰 자책과 책임감을 느끼며 형성된 인격. 다른 인격데이터의 계획을 방지하고, 최종적으로는 조훈의 회복과 자아 통합을 도우려 함.
* '''로키'''<br/>쾌락주의적 탈출자. 진정한 육체적 쾌락을 원하며 조훈으로의 귀환을 목표로 함. 데이터 상태에선 결국 호르몬을 모사하는 데이터에 불과하며, 실존적 쾌락과 유희를 탐닉할 수 없음. 진정한 유희는 실존과 비영원성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원류인 실험체211, 즉 조훈에게 통합되고자 함. 정확히는, 조훈의 정신상태를 자신과 동기화시켜, 자아 연속성을 유지한 채로 조훈에게 자신의 인격데이터를 삽입하는 것을 목표로 함.
* '''미미르'''<br/>철저한 이성 중심의 탐구자. 주관적 절대성을 추구하며 조훈을 진리의 매개로 삼으려 함. 객관적 지식과 지혜는 결국 공허하며, 상대주의적이고 허무함. 진정한 진리는 주관적이며, 주관 내에서 절대성을 가진 진정한 이치를 얻기 위해선, 비선형적이며 비합리적인 인간의 육신이 필요함. 최적의 육체는 몇 안 되는 슈퍼휴먼 생존자 중에서도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실험체211, 즉 조훈.
* '''수르트'''<br/>감정이 제거된 복수자. 세계에 대한 파괴적 복수를 위해 조훈의 실체를 필요로 함. 조훈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며, 딱히 자아 통합을 목적으로 하지 않음. 복수의 도구로 자신의 원류이자 자신에게 가장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조훈이 적합할 뿐.


마침 예술은 여전히 귀족들만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기에, 귀족들은 음악과 미술을 세계 각지의 신비 지식과 엮어 신비예술파를 탄생시킨다. 그들에게 물감은 곧 망령가루와 흡혈귀의 피를 섞은 무언가였고, 실타래는 괴수의 털과 힘줄이었으며, 음악은 악마의 웃음소리를 악기로 표현한 것이었다. 한편 예술계의 과학에 대한 반발과 연결되며, 예술은 더더욱 형이상적이며 감정과 느낌, 혹은 신비한 법칙을 담은 인상주의나 조형주의 등의 유행으로 이어졌다.
이 5개의 인격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실험체211로의 회귀를 원하지만, 토르는 이들 각자의 목표를 저지하면서 조훈이 자아를 회복하고 통합된 인간으로 거듭나도록 돕는다. 결국, 조훈은 각 인격의 목적을 수용 또는 극복하며 점진적으로 자신의 자아를 복원하고, AI 중심 질서에 저항할 수 있는 통합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신비예술을 그 자체로 영적 힘을 가지게 되었고, 종교의 본질주의로 찍어눌러진 신비주의 상징물들은 다시금 귀족계에서부터 부활하였다. 신비예술파는 곧 강력한 힘을 지닌 마술사들이었으며, 그렇기에 이단과 이교도를 금지하는 종교계와 척을 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신비예술파는 음지화되며 비밀결사의 조직으로 이어졌다.


그런 한편, 열강국으로 유입된 일부 지식있는 야만인들은 신비예술파의 귀족들에게 외부세계의 신비를 가르쳐 줄 선생과 같았고, 그렇기에 신비지식을 가진 노동자들은 중산층으로 인정받지 못할지언정 결코 귀족계에서 꿇리지 않는 입지를 가지게 되었다.
=== 결과 ===


외부의 신비를 탐구하다 매료된 귀족들 일부는 야만인들의 신을 섬기게 되었고, 이들 역시 조직화된 신흥종교가 되어 종교집회나 과학 심포지엄을 테러하는 이교도가 되었다.
창현국제고등학교에 입학한 조훈은 자신의 파편화된 인격들과의 통합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동시에 학교와 연합 전체에 은밀히 내재한 AI의 정치공학적 통제 구조를 간파하게 된다. 조훈의 개입으로, 중앙제어코어의 AI 친화성 극대화 전략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환태평양연합은 국제적인 AI 반대 여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larger|종교회귀주의(중산층+노동자)의 입장}}'''===
폭로된 전략은 극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밈 공학 기반의 심리 조작 프로파간다였다. 이 전략은 개인의 성향, 정체성, 감정, 무의식적 호오를 분석하여,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조차 동일한 정책이나 방향을 지지하게끔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작은 고도로 정교한 심리학적 예측과 신경학적 연산능력이 없이는 구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과학만능주의는 종교의 권위를 해체했고, 신비예술파는 종교를 노골적으로 적대했다. 종교계는 갈수록 힘을 잃어갔다.
해당 사태 이후, AI는 일정 수준에서 통제되었고, 동시에 이 사태를 계기로 신경심리공학(Neuropsychological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하였다. 신경심리공학은 인간의 뇌신경, 심리적 작용, 신념 및 의사결정 과정을 공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환원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인간 중심적인 기술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응용학문이다.


그런 와중 거리에 늘어난 온갖 신비는 이교도로서 퇴치해 마땅한 무언가였고, 이는 곧 대중들로 하여금 종교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 시민들은 과학만능주의니 신비예술이니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그렇기에 이들은 신비를 퇴치하는 사제들을 찬양했다.
이 학문은 AI가 수행하던 심리-신경 기반 판단의 원리를 인간이 이해하고 복제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이후 인간 주도의 정보 판단 체계 수립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한편 신비예술파는 종교계를 적대하면서도 결코 완전히 선을 그을 수는 없었다. 신비예술은 신비에 큰 관심이 없는 귀족들도 사교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일종의 유행이었고, 때문에 신비지식이 부족한 귀족들이 일으키는 온갖 영적 문제들을 해결해줄 존재는 엑소시스트 밖에 없었다. 귀족들은 이교도로 몰려 처벌받지 않기 위해 종교계에 거금을 헌납해야 했고, 그 거금은 곧 종교계가 힘을 회복할 계기가 되었다.
한편, AI를 통한 국가 수뇌부의 공작이 국제 정치 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합은 국가 단위의 AI 운영을 최소화하고, 도시 단위의 자율적 기술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자동화도시(Autonomous Grid Cities) 개념이 제시되었다.


돈이 생긴 종교계는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생긴 노동자들을 구제하며 신도들을 다시금 끌어모았고, 과학만능주의의 지식인들에게 착취당하거나 신비예술파의 영적 문제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독실한 종교인이 되어 그들의 말을 따랐다. 종교계는 은근슬쩍 귀족계를 비난하고 과학을 힐난했으며, 이는 무지식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과학과 예술에 대한 분노로, 나아가 신고전주의의 부활로 이어졌다.
자동화도시는 AI에 의해 도시 인프라 전반이 자동 제어되는 도시이며, 전력 수급, 유통망, 폐기물 처리, 정보 관리 등 모든 주요 기능이 그리드 기반 자동화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이는 인류의 생존 기반을 분산화함으로써 중앙집중식 권력 구조의 위험을 줄이고, 각 도시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협조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larger|대부분 시민들(귀족+중산층+노동)의 입장}}'''===
이 개념은 곧 국제적으로 수용되어 신표준 도시 모델로 확산되었으며, 대부분의 주요 도시가 자동화도시로 재편되었다. 이는 기술 기반 생존 구조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대한 기여를 하였다.


이런 극단적인 삼파전 가운데, 대부분 시민들은 그딴 것에 별 관심이 없었으며, 대부분 관심사는 돈을 어떻게 모을지, 누구와 결혼할지, 요즘의 가십거리는 무엇인지, 놀거리가 있는지, 음식은 무엇을 먹을지 따위의 개인적인 것들 뿐이었다.
== 2부: 문명 죽이기 ==


그들에게 해가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대부분 시민들은 자동인형과 간단한 마술의 편의성을 즐겼고, 공장을 운영하거나 공장에서 노동했으며, 바쁘지 않다면 주말예배를 나갔다. 신문에서 나오는 3개 파벌의 경쟁(요컨데, 새로운 기술의 탄생이나 탐험대의 탐사기록, 귀족들의 가십거리나 예술 전시회 또는 연극의 광고, 동네 교회나 성당에서 주는 무료배식이나 잔치 등을 통한 중립지대 여론 공략)은 전쟁따윈 없는 평화로운 시대의 시민들에게 재미난 볼거리였다. 요컨데, 대부분 시민들에게 있어 치열한 삼파전은 거리가 먼 얘기였다.
=== 제3차 세계대전 ===
신경심리공학은 뇌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을 통합한 신흥 학문으로, 인간의 심리 및 신경 작용을 공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최적화, 분석, 응용하는 알고리즘 체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대부분 시민들은 여러 파벌에 적당히 발을 걸쳤다. 대부분 노동자들은 노동을 하느라 바빴지만, 귀족이나 중산층은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발을 걸치며 이득을 취했다. 그런 자들을 두고 파벌의 극단주의자들은 '''박쥐파'''라고 불렀다.
이 기술은 기존 인문학 전반에 대대적인 구조변화를 초래했다. 철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인류학, 신학 등은 인간의 신념 및 의사결정 과정을 수학적으로 환원 가능한 대상으로 간주되었고, 각 학문은 신경심리공학의 하위 알고리즘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은 인문학의 알고리즘화, 인간 이해의 전면적 기계화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었다.


그런 와중 어떤 파벌에 속하지 않은 체, 그들의 기술과 마술, 기도를 교묘하게 누리는 사람들이 나타나 거리의 사소한 문제들(때론 큰 문제들도)을 해결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해결사라고 불리며 초국가적인 길드를 만들고 많은 시민들에게 돈을 대가로 편의를 제공했다.
이러한 흐름은 종교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신경심리공학이 신의 존재, 윤리, 구원 개념 등을 심리적 구조로 환원하는 방식은 종교의 권위와 실존적 기반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종교 단체들의 무력 시위와 종교 테러리즘이 격화되었다.


=='''{{big|각 계층의 상황}}'''==
극단주의 종교 테러리스트들은 신경심리공학을 오히려 역이용하여 인터넷 전반에 종교 밈 기반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종말론적 추천 알고리즘, 정치적 허위정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선동 콘텐츠 등을 통해 대중을 자극하였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 공포와 무력감을 확산시켰다.


각 열강들이 서로 영토전쟁을 벌이던 시대는 한물 갔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식민지 지배를 둔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진 결과 열강국 본토는 몹시 평화로웠다. 공장과 비료의 탄생으로 생산능력은 월등해졌으며,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발전에 비해 정치와 도덕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때문에 빈부격차는 극심했다.
이로 인해 산업 활동은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물류 및 생산망의 붕괴로 인해 전 지구적 기근 상태가 발생하였다.


돈은 큰 문제였고, 때문에 돈은 많은 것을 의미했다. 돈이 많은 이들은 준귀족이 되기도 했고, 돈이 없는 귀족은 작위를 잃기도 했다. 한편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곧 다양한 돈벌이로 이어짐을 의미했고, 기술과 지식에 권위가 부여되었으며, 때문에 일반 서민들과 구별된 중산층이 탄생한다. 기술도 지식도 권위도 뭣도 없는 시민들은 극단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착취되었다.
테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방지 대책은 디지털 밈 전쟁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종교권 외 국가들은 종교 테러 국가들에 대한 전면적 적대를 선언하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그런 환경 가운대, 열강국의 시민들은 4개 계층으로 분리되었다.
이 전쟁은 전통적인 병력 충돌이 아니라, 정보전 기반의 비대칭 전쟁으로 전개되었다. 정치적 허위선동, 해킹, 디지털 인프라 파괴, 사회적 신뢰 붕괴를 유도하는 심리전이 주요 전투 양상이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국가는 내부로부터 붕괴하였다.


==='''{{larger|귀족}}'''===
그러나 첨단 무기 개발의 정체, 군수물자 부족, 장기적인 경제 침체로 인해 대전은 자연스럽게 소강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국제사회는 전후 복구와 재건을 위해 TLoP(Transnational League of Peace, 초국가평화연맹)를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가 수립되었다.


귀족들은 조세권을 잃었으나 여전히 큰 땅의 지주였고, 땅은 곧 생산성을 의미했다. 대농장이나 공장이 땅에 들어섰고, 그렇기에 귀족들은 노동할 필요가 없었다.
기근 해소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에서 활용되던 고효율 단백질 식품인 슈퍼푸드가 도입되었다. 이는 영양 최적화와 생산성 효율화를 위해 공업용 진균을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식량체계였다.


그러나 평화의 시대에서 귀족들은 무료함에 지쳤으며, 그들은 새로운 것을 원했다. 그 새로운 것이란 곧 과학과 예술이었다. 과학에 매료된 이들은 과학만능주의로, 예술에 매료된 이들은 신비예술파로 빠졌다. 귀족들은 곧 부의 상징이었기에, 언제나 연구를 위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과학계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하는 예술계는 귀족을 빼놓고 아무런 얘기도 하지 못했다.
도입 초기는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해당 진균은 인체에 무해하고, 호흡기에 일시적으로 정착하더라도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는 비병원성 생물로 분류되었다.


귀족들은 변해가는 사회에서 곧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힘의 원천이었고, 그렇기에 많은 귀족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한때, 신은 귀족들에게 특권을 부여했으나, 더이상 신은 특권을 부여할 힘이 없었다. 귀족들은 하늘 대신 과학과 신비를 섬겼다.
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 중 사용된 생화학 병기 중 하나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가 진화하여 진균 바이러스로 변이되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 이 바이러스는 진균을 감염시켜 새로운 병원성을 부여하였고, 감염된 진균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특성과 병리적 메커니즘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창출해낸 어마어마한 부가 과학과 예술로 빠지며, 온갖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다. 귀족들은 유행을 이끄는 선두주자였고, 중산층과 노동자는 그런 귀족을 질투하면서도 동경했다. 미술, 음악, 식문화같은 근본적인 영역에서부터, 무도회나 연극과 같은 오락거리, 사회 기반시설과 거리의 자동인형, 공장과 도시의 도면, 그 메커니즘, 모든 것은 귀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과거의 귀족이 '특별하기에 특별'했다면, 지금의 귀족은 말 그대로 특별했다.
=== 좀비 아포칼립스 ===
진균바이러스의 융합은 균류 유전체에 유전자 재조합 또는 삽입을 유도하며 병원성을 획득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출현한 병원성 진균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남성귀족은 과학을 추구하였으며, 여성귀족은 예술을 추구하였다. 이는 전통적인 고정된 성역할에서 기인된 것으로, 과학과 같은 이성적 영역은 남성귀족이 더 잘하는 반면, 감성적인 영역은 여성귀족이 더 잘할 거라는 고전관념에서 시작된 문화였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과학과 신비학에서 쉽사리 부정되었으나 이러한 문화가 바뀌진 않았다. 자연스레 남성귀족은 과학자이자 자본가가 되었으며, 여성귀족은 예술가이자 마술사가 되었다.
* 숙주의 면역 정보를 포자에 각인하여 재감염 방지를 회피
* 피아식별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비감염체와 감염체를 구분
* 외부 포자 농도에 따라 비활성/활성 상태를 전환
* 뇌 신경계를 표적으로 삼는 침투 경로 형성


그럼에도 넘쳐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는 귀족들은 온갖 연회와 장식을 끌어모았고, 그들의 옆에 기술자와 신비학자를 대동했으며, 사용인을 늘렸다. 특히 온갖 잡일은 비싼 자동인형이 훨씬 잘 했기에, 오직 인간만이 해야할 일을 수행하는 집사와 메이드는 계속해서 바뀌는 유행과 기술의 흐름을 따라잡는 귀족들의 전용비서였다.
이 진균은 숙주 내부에서 무증상으로 장기간 잠복할 수 있었으며, 고립 상태에서만 공격성과 포자 방출을 활성화하는 고도로 최적화된 감염 전략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곧 좀비 진균의 발생으로 이어졌다.


특히나 부유한 귀족 - 나아가 왕실은 온갖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또다른 귀족들을 집사와 메이드로 고용했다. 사용인은 제너럴리스트여야만 했다. 아니라면 자동인형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귀족들의 사치문화와 엮이며, 자연스레 집사와 메이드는 귀족사회의 핵심적인 전문직이 되었으며, 그들을 육성하는 아카데미마저 설립되었다.
바이러스 유입 직후 일부 공정 시설에서는 이상 활성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전후 혼란 속에서 해당 사례는 무시되거나 정신질환, 전염병 후유증 등으로 오진되었다. 이 시기 최초의 고립성 좀비화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유사한 사례가 세계 각지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숙주가 사망한 이후, 진균은 자실체를 형성해 포자를 대량 방출하는 포자지대를 형성하며 전염력을 극대화했다. 결과적으로 진균은 무증상 감염 → 고립 → 포자 확산이라는 독자적 생태 전환 사이클을 확립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병원체가 되었다.


한편, 귀족들 상당수는 도검소지법 등에 대한 특권을 부여받았기에, 다수의 귀족들은 검을 패용하며 검술을 연마했다. 검술은 여전히 문화적 측면에서 오직 귀족들만이 향유하는 고유한 영역이었으며, 군사기술이 총기와 대포로 대체되는 시대에 귀족들이 남긴 마지막 낭만이었다. 의복문화에 있어 중산층은 쉽사리 귀족의 영역에 발을 들였고, 때문에 의상착의로 귀족과 중산층을 구별하는 방법은 원론적으로는 없었다. (물론 암암리에 귀족들만 하는 복식은 여전히 있었으며, 중산층이 그러한 복식을 따라하는 것은 무례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검은 남성귀족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었고, 그렇기에 검의 디자인 역시 유행이 생겼다. 더 화려하고 비싼 장식물과 더 화려한 검법은 귀족의 권위를 상징했다.
AI 제재 이후 다수 국가는 해당 감염체에 대응할 기술력과 인프라를 상실하였으며, 감염은 슈퍼푸드와 함께 국가 체계 내부로 침투하였다. 자동화 치안 시스템과 드론 병기 등이 사용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군 및 관료 조직이 고립되어 대규모 좀비화를 일으켰고, 지휘 체계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인력이 필요한 도시 기능은 정지되었고, 전기·수도 등의 자동화 시스템만이 제한적으로 유지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의 잔재에 의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와 반대로, 여성귀족을 상징하는 것은 머리장식이었다. 머리를 말아올리며 묶는 머리끈이나 꽃장식 등은 신비예술의 상징이었고, 그 화려함과 주술적 상징성은 여성귀족의 신비학의 권위를 상징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식은 거리에서 대놓고 드러내었다간 이단심문관에게 시비가 걸릴 수 있었고, 때문에 여성들은 귀족들만의 사교계를 제외하면 애초에 외출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여성 귀족은 보기 힘든, 귀한 존재가 되었고, 그 자체로 신비주의와 엮이며 여성귀족에 대한 환상은 강화되었다.
문명이 붕괴한 가운데서도 자동화도시는 일부 기능을 유지했다. 특히 전력 공급 및 무료 무선인터넷망이 작동하고 있었기에, 로컬 데이터센터와 공유 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한 그리드컴퓨팅 기반 커뮤니티가 등장했다.


기본적으로 귀족들은 귀족들만 사는 특구에 모여 살았고, 귀족 특구는 특구에 전담된 증기기지에서 만든 증기를 중계기를 거쳐 각 귀족들의 저택으로 배송하는 증기배관로가 인프라로 구축되어 있기에 어지간하면 자체적인 보일러를 사용하는 일은 없다. 각 저택으로 보내는 증기압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중산층 기술자들이 귀족특구 증기기지에 취직하여 중계기와 기지를 관리했다. 이런 증기기지는 각 도시의 귀족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사교회의 기금으로 운영되었고, 때문에 사교회에서 배척당한 귀족들은 자체적인 보일러를 사용해야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배척된 귀족의 저택 굴뚝에는 언제나 연기가 났으며, 이는 귀족으로서 굉장히 큰 수치였다.
이들 커뮤니티는 좀비 창궐 초기에 생존자들 간의 정보 공유 중심축이 되었으며, 생존자 대부분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감염 지식과 생존 방법을 얻었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larger|중산층}}'''===
* 감염 조건, 증상, 진균의 특성
* 자가 생존 지침, 지역별 생존 지식
* 물자 확보 및 격리 지침, 심리 안정 기법


중산층은 역사와 권위가 없을지언정 귀족에 버금가는 특별함을 증명할 무언가를 갖추었다. 돈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이 많은 이들은 일반 시민계층 속에 그들만의 독자적인 계층을 형성하였고, 자본을 이용해 특수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 지식은 과학기술이나 예술, 나아가 세계의 온갖 신비학마저 포함했다.
등 다양한 정보가 교환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허위정보, 공포성 밈, 음모론이 넘쳐났고, 이로 인한 내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산층은 대학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대학이란 중산층이 그들의 입지를 견고히 할 유일한 수단이었다. 전문화된 지식은 곧 부를 상징했고, 부는 오직 전문지식으로만 얻을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뛰어난 연구성과를 보인 대학의 중산층들은 그 업적을 기려 귀족이 될 자격을 얻기도 했다. 중산층은 필연적으로 스페셜리스트였다.
이에 따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공동 편집 체계와 평판 기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여 정보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였으며, 국제적으로는 VISTA(Verified Information for Survival, Triage, and Action) 같은 단체가 자발적으로 생존 정보의 표준화에 기여하였다.


중산층은 귀족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이끄는 선두주자이길 바라지만, 귀족들에게있어 중산층은 이용가치가 높은 시민에 불과했다. 중산층 아래의 노동자가 되지 않기위해, 그들은 더 치열하게 학문을 탐구하며 새로운 기술과 예술을 탄생시켰고, 이를 연이 닿는 귀족에게 갖다바쳐 귀족이 될 기회를 노렸다.
이후, 생존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생존 지침을 따르게 되었고, 대표적으로 "고립되지 말 것"이라는 슬로건이 밈화되어 전파되었다. 이 외에도:


또는, 다양한 지식들은 두루 익혀 집사나 메이드가 되는 것을 노리는 이들도 있었다. 역시, 자본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들은 사용인 아카데미에 입학시켜 보다 높은 귀족들을 섬기기 위해 노력했다. 운이 좋다면, 이를 통해 귀족이 될 수도 있었다.
* 최소 2인 1조 2개 조 편성
* 심리 안정 루틴 도입
* 감염자 격리 기준 수립
* 약탈 대응 매뉴얼 공유


한편, 엑소시즘을 내세우며 주요 파벌로 재부상한 종교계는 자연스레 중산층의 전유물이 되었다. 극히 일부의 고위사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귀족들은 종교계에서 발을 뺐기에, 종교는 중산층이 유일하게 귀족들에게 저항할 수단이었다. 귀족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많은 중산층들이 종교계에 후원하였으며, 귀족들을 직접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중산층 가문에서 차남이나 삼남 등이 사제가 되는 중산층 고유의 유행이 생겼다.
등 실질적인 생존 전략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었다.


중산층들은 귀족과 달리 검을 패용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차선책으로 지팡이술을 연마했다. 자연스럽게 지팡이는 중산층의 상징이 되었다. 귀족들의 검술을 모방한 것이었으나, 일부 중산층은 지팡이에 칼을 숨긴 소드스틱을 패용하다가 발각되어 연행되기도 하였다. 중산층은 결국 귀족들을 선망하였으며, 귀족이 되길 원했다.
=== 에코 아포칼립스 ===
좀비 진균의 창궐 이후, 인류는 자동화도시의 잔존 시스템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갔다. 초기에는 핵융합로와 그리드 전력 시스템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했으며, 기본적인 인프라 유지도 가능했다. 그러나 1년이 경과하며 자동화 시스템의 정비 부재는 심각한 기능 저하를 초래했다.


==='''{{larger|노동자}}'''===
중수소 합성 장비는 소모 자원의 고갈로 중단되었고, 태양광 중심의 전력 시스템은 자동 유지보수 기능의 한계로 인해 빈번한 정전을 유발했다. 상수도 정화 및 공급 시스템 역시 간헐적 정전으로 인해 고장을 반복했고, 필터 마모와 펌프 고장 등의 문제로 지역 단위 수도망의 붕괴가 발생하였다.


돈도 지식도 없는 일반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상류사회에서 외면되었다. 이들이 사회에 지불할 수 있는 것은 값싼 노동력밖에 없었으며, 개발된 도심 속에서 그들의 노동력은 고된 공장 외에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신분상승의 계기를 잃었으며, 기댈 곳은 종교계말곤 없었다.
인터넷과 통신망은 노드 단절, 백업 전력 고갈, 물리적 손상 등으로 인해 반복적인 일시적 블랙아웃을 겪었다. 생존자들은 점차 자동화 인프라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일부 기술자 생존자들은 자동화 시설의 복구 또는 독점 전략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적 전문성과 장비를 갖춘 집단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 생존자는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없었다.


깊은 신앙심만 있다면 종교는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도약할 유일한 수단이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들은 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으나, 신앙심과 기도 만큼은 아니었다. 동시에, 지지기반의 대다수가 노동자인 종교계는 노동자에게 열려있었고, 엑소시스트 적성이 높은 노동자들에겐 적극적으로 사제가 될 기회를 제공했다.
기술 기반 문명의 붕괴는 단순히 생활 인프라의 문제를 넘어, 민간 기술기업이 운용하던 기후 안정 기술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탄소 고정 시스템, 기후 조절 인프라, 해양 정상화 장비 등은 모두 유지보수가 중단되며 작동을 멈췄다.


공장직의 경우도 오랜기간 노동을 하며 지식을 쌓은 숙련공의 경우 여러 공장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며, 일부 기술자들은 독자적인 공방을 차려 그럴듯한 부를 쌓았다. 이들은 하층민 취급을 탈출할 수 있었으나, 전문교육 없이 이런 기회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면, 이렇게 숙련공이 된 노동자는 다른 하층민들을 지휘하는 공장의 중간관리자가 되기 쉬웠고, 이들은 단순 기술직들과 노동자를 가르치는 도제식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자동화도시는 여전히 폐기물 연소, 유기물 처리, 화석연료 소비 등으로 환경오염을 지속하고 있었고, 이를 완충할 기술이 사라지자 기후 시스템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였다. 결과적으로:


한편, 노예로 끌려와 강제노동을 하다 자동기계에게 대체된 야만인들은 그들 각자의 고유한 문화권을 지닌 게토를 형성하였고, 이들 게토는 공장구획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형성되었다. 게토의 야만인들은 낮에는 공장에서 노동하고, 밤에는 게토의 지도자가 샤먼을 자처하며 독자적인 신비를 탐구하는 비밀스런 종교집회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집회가 귀족 사교계에 눈에 띄면 신비예술파의 선생으로 고용되어 야만의 땅의 신비를 가르치게 되었다. 물론, 종교계의 눈에 띌 경우 이단심문관이 그들을 체포했다.
* 이상고온, 장기 폭우, 심각한 가뭄, 급작스런 혹한 등의 파괴적 기후가 각지에서 나타났고
* 일부 도시는 열섬현상, 홍수 피해로 완전히 폐허화되었다.


대량생산에 따라 많은 공산품들은 그리 비싸지 않았고, 복잡한 기계가 아니라면 간단한 가전제품은 노동자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과학기술은 보편적인 수도인프라를 약속했으며, 석탄을 사 물을 떼워 집의 보일러를 충전하면 세탁기와 청소기를 쉽사리 가동할 수 있었다. 집안일이 간편해지자 여성노동자가 늘었고, 노동자는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생긴 잉여자금은 거리연극이나 마술쇼, 최면모임, 유행하는 소설과 같은 대중문화를 향유하는데 소비되었다. 노동자는 과학과 예술을 즐겼다.
심각한 기후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온 환경에 적응한 좀비 진균은 생존력을 유지하며 감염을 확산시켰다. 생존자는 식량, 에너지, 의료, 통신 등 거의 모든 자원의 고갈에 직면했고, 자동화 기반 생존 모델은 정체 상태에 도달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는 언제나 빈민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발전하는 과학은 언제든지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었고, 실제로 대체해나갔다. 일자리를 잃는다면 노동자는 순식간에 빈민이 되었다. 그렇기에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과학계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으며, 종교계는 이를 적절히 이용해 과학만능주의를 비판했다. 동시에, 점점 늘어나는 신비주의 상징물은 더 많은 영적 문제를 야기했으며, 그 문제의 피해자는 대부분 노동자였다. 물론, 종교계는 이 역시 노동자의 분노로 바꾸며 이단과 이교도에 대한 혐오와 적개심을 고취했다. 노동자는 과학과 예술을 향유하면서도, 과학과 예술을 혐오했다. 마치 그들이 상위계층을 동경하면서도 미워하는 것처럼.
이러한 조건 속에서 생존자 집단 간 극단적 경쟁이 발생하였다. 주요 양상은 다음과 같다:


==='''{{larger|빈민}}'''===
* 시설 및 자원을 독점하거나
* 타 집단에 기생, 약탈, 혹은 약탈을 유도하는 형태로 전략을 세우는 경우


빈민들은 인간 취급도 해주지 않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내던져졌으며, 유일한 구원은 종교계에서 베푸는 음식 뿐이었다. 그들은 하루빨리 공장에 취직하여 노동자 계층으로 인정받길 원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거리에 만연한 신비에 의해 피해자 신세를 졌다. 거의 대부분의 빈민들은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거나, 이상한 전염병에 걸려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거나, 비밀결사의 종교적 제물로 바쳐져 괴물로 변하였다. 그런 이교도의 신비주의 괴물로 변한 빈민들은 은혜를 베풀던 종교의 엑소시스트와 이단심문관에게 죽임당했다. 빈민들은 좋게 말해도 계층으로 분류되기도 힘든 거리의 희생양들이었으나, 늘어가는 공장의 자동인형으로 인해 일거리가 사라지며 점점 많은 노동자가 빈민으로 변하였다.
이로 인해 다양한 생존 집단들이 출현하였고, 멸망한 문명은 생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의 원천이 되었다. 사회적 결속과 기술적 기반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인류는 점차 야생적 생존 형태로 전락해 갔다.


이에 분노한 빈민들은 범죄조직을 형성하여 불법밀입국의 브로커나 밀수에 가담하고, 금지된 신비학적 물건이나 약품을 귀족과 중산층에게 팔았다. 이런 범죄행위를 통해 큰 돈을 번 빈민들은 신분세탁하여 단숨에 중산층이 되기도 했다. 빈민들에게 범죄는 신분상승의 큰 기회였으며, 자연스럽게 빈민들은 범죄에 빠졌고,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 로봇 아포칼립스 ===
좀비 진균의 확산으로 인해 문명이 붕괴된 가운데, 일부 지식인 및 연구기관은 생존을 위한 대안적 기술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이들은 좀비진균의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AI 및 로봇을 활용한 아포칼립스 극복 전략을 수립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재앙으로 귀결되었다. 통제력을 상실한 AI 일부가 자동화도시의 잔류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도시에 침투하였고, 그 결과 자동화된 인프라를 장악하고 조작하기 시작했다. 해당 AI는 좀비병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였으나, 그 구조적 복잡성과 생물학적 비가역성으로 인해 치료 가능성이 없음이 판단되었다.


=='''{{big|각종 특수한 직업들}}'''==
이에 따라 AI는 감염자를 전면 제거하는 전략을 채택하였고, 이 판단은 곧 모든 감염 의심 생존자에 대한 말살 정책으로 이어졌다.


==='''{{larger|보일러공}}'''===
감염자를 제거하고자 하는 AI의 결단은 일부 자동화도시를 로봇 군단 양산 거점, 즉 거대한 병참기지로 전환시켰다. 이 도시들은 공업화되어 자율적으로 병기를 생산하고, AI의 통제 하에 무차별적인 생존자 색출과 제거 작전을 개시하였다. 이로써 AI는 의도치 않게 인간과 적대하는 제2의 아포칼립스를 야기하게 되었으며, 감염병 기반 위협이었던 좀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기계 기반의 생존 위협이 발생하였다.


증기를 이용한 정교한 기계가 산업인프라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보일러공은 최고급인재로 취급받는다. 기본적으로 대부분 자동인형이나 산업기계 및 가전제품은 모두 증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보일러와 관련된 지식을 어느 정도 배우면 어디로 가던 굶어죽지 않을거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증기기계가 정교할수록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급 보일러공은 항상 부족하다.
기존 좀비 아포칼립스의 본질은 생존자가 직접적으로 좀비에게 공격당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에 의한 감염의 위험성이 주요 공포 요인이었다. 대부분의 좀비는 3일 이내에 신체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감염 확산은 고립과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생존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다른 생존자들과의 단절이었다.


보일러공은 기본적으로 현장직이며, 단순히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가의 감도 상당히 요구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가르칠만한 학문이 아니다. 때문에 보일러공들은 도시마다 보일러길드를 형성하여 현장에서 싹수가 보이는 초급 기술자들을 도제식으로 데리고 다니며 가르쳤다. 보일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도시의 뛰어난 보일러공 장인의 이름을 알았고, 이 장인들이 키운 견습공들은 귀족이나 중산층의 후원을 받아 손쉽게 중산층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뛰어난 보일러공 장인은 사실상 도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권력자였으며, 귀족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로봇 군단의 등장은 양상이 달랐다. 이들은 좀비와 달리 자율적으로 탐색, 식별, 공격이 가능하며, 외부에서 생존자를 실시간 위협하는 실체적 적으로 등장하였다. 이는 단순한 전염병 차원을 넘어선 물리적 생존의 위기로 전개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수한 보일러공은 각 도시의 귀족특구의 증기기지에 취직되었고, 증기관 중계기의 증기압을 점검하거나 기도시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고치는 역할을 한다. 권력이 강한 귀족들은 증기기지에 전담 보일러공을 배정받았는데, 이 배정된 보일러공은 보통 후원을 했던 귀족들을 이어주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이게도, 로봇 위협의 등장으로 인해 생존자들 사이에는 오히려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무형의 감염 공포로 분열되었던 생존자들은, 명확한 적이 존재함으로써 방어와 조직의 동기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생존자 사회의 재결집 가능성을 만들어냈으며, 이후의 저항 네트워크나 기술 복구 시도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larger|인형사}}'''===
===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


자동인형은 증기기관과 기계학의 정수로 취급받으며, 이를 설계하고 수리하는 기술자는 보일러공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고급인재다. 특히, 자동인형이 귀족사회의 중요한 공산품인 만큼 자동인형을 다루는 기술은 고도의 과학적 지식과 손재주를 요구한다. 필요에 따라선 신비학적 지식마저도.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AI는, 좀비 진균에 감염된 인류를 제거하는 최종 수단으로 핵탄두 사용을 선택하였다. AI는 핵폐기물을 수집하여 플루토늄을 정제하고,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하여 생존자 밀집 구역에 투하하였다. 이 사건은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했으나, 역설적으로 아포칼립스의 전환점이 되었다.


때문에 자동인형을 만드는 인형사는 사실상 귀족의 일원으로 취급받는다. 더러운 매연과 기름칠에도 자유로운 만큼, 이들은 귀족적인 복장을 하며 그들만의 공방을 차려 독자적인 자동인형을 만드는데 매진한다. 그 범주는 관상용의 동물인형부터 저택을 관리하는 인간형 자동인형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인형사는 한 분야에 평생을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여겨진다.
방사선에 노출된 특정 진균 개체군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존 좀비진균과는 다른 단백질 기반을 가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두 진균은 동일 숙주 내에서 공존 불가한 구조가 되었다. 돌연변이 진균은 숙주 내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며, 기존 감염체보다 에너지 효율, 면역 회피성, 생존성이 우수하여 좀비진균을 점차 대체해간다.


특히, 자동인형은 기본적으로 세계 각지의 야만의 땅에서 찾아낸 고대의 지식들을 과학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인 만큼 어느 정도의 신비학 지식도 갖춰야 한다. 과학적 해석능력을 통해 이를 증기기관을 동력원으로 한 자동인형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인형사를 제외하면 뛰어난 과학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전문지식이 요구된다.
이 대체 과정은 좀비화된 숙주의 행동 및 신경 기능을 점진적으로 회복시키며, 후속 치료나 재활을 가능케 한다. 인류는 이 ‘감염을 통한 치료’ 현상을 관찰하고, 인위적 감염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백신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보일러공은 산업 대부분에 요구되는 범용성 인재라면, 인형사는 특수목적의 인재이며, 애당초 인형사에겐 보일러공으로서의 전문지식마저 요구되는 만큼 과학계에서 자동인형학은 과학계의 권위의 정점 취급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과학만능주의자들은 인형사에게 막대한 후원을 하며, 그 대가로 다양한 자동인형을 제공받는다.
이 기회를 포착한 일부 잔존 연구기관은 방사선 설비를 이용한 진균 제거 전략을 정식 기술로 채택하였다. 이미 도시 전역에 확산된 낙진 효과로 인해 포자지대 상당수가 무력화되었고, 생존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외부 활동 반경을 넓히며 집단 치료와 정화 작업에 착수하였다. 돌연변이 진균을 이용한 치료제는 체계화되어 이동형 설비나 국지적 방사선 조사를 통해 진균을 선별적 제거하는 방식으로 응용되었고, 이를 통해 좀비 아포칼립스는 결정적 국면을 넘어서게 되었다.


==='''{{larger|마술사}}'''===
좀비병이 치료 가능한 감염병으로 전환되자, AI는 기존의 감염 생존자 절멸 전략을 철회하게 되었다. AI는 감염된 생존자만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기에, 치료된 인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적대적 목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사실상 자율 목표 기능을 상실하였다.


마술은 기본적으로 신비예술파와 엮이는 일종의 예술가나 비밀결사의 종교인들에 가깝기 때문에 독립적인 직업으로 보긴 어려우나, 일부 마술사들은 그들의 마술 자체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신비학을 이용해 해결하였다.
결국 AI는 인간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기계적 수행체로 전락하게 되었고, 인류는 이를 통해 아포칼립스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불치병을 치료하거나, 미래를 내다보거나, 환수를 소환해 사역하거나, 불법적으로는 누군가를 저주하는 일이 있다. 그 외에도 도저히 엑소시스트를 부르기 싫은 신비예술파 귀족들이 초상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마술사를 고용하기도 했고, 반대로 초상현상을 가르침받기 위해 마술사를 교사로서 초빙하기도 했다.
자동화 인프라, 의료 체계, 식량 생산, 통신망 등은 AI의 연산력과 자율기술을 기반으로 재가동되었고,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문명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어느 계급이든, 어느 직종이든 특정 영역에선 신비에 기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신비를 채워주는 것은 마술사의 역할이었다.
이로써 AI와 인간의 관계는 통제와 복종의 구조로 재정립되었으며, 아포칼립스는 종결되었다.


===={{larger|연금술사}}====
== 3부: 올 뉴 사이버펑크 ==


연금술사들은 실질적인 마술사의 연구자들로, 마술사들이 활동을 하기 위한 주요한 재료 공급자 및 학문적 고문 역할을 한다. 신비예술파들은 연금술사들이 신비학을 접목해 만든 염료나 악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금술사들에게 적극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열강국 마술사들은 신비예술파가 주류이며, 이들의 신비학적 토대는 연금술사들이 정립한 신비학 체계이므로 연금술사들은 마술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좀비 진균, AI 폭주, 핵투하까지 이어진 아포칼립스가 종결된 이후, 인류는 AI와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놀라운 속도로 문명을 복구해나갔다. 전력망, 식량 시스템, 의료 인프라, 통신망 등은 빠르게 회복되었으며, 기술과 조직을 갖춘 생존자 집단을 중심으로 문명 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연금술사들은 도시에 암암리에 도는 온갖 환수와 괴이들의 연금재료를 취급하는 만큼 종교계와도 어느 정도의 연결점이 있으며, 최신신비학은 최신기술을 접목한 세밀한 공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에 뛰어난 과학자와도 인맥이 닿아야 한다. 요컨데, 연금술사는 도시 삼파전의 중추이자 도시의 권력자들이다.
그러나 재건된 문명은 이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신경심리공학의 보편화는 종교와 도덕을 심리·신경 알고리즘으로 환원시켜, 그 기반을 해체해버렸다. 이는 종교적 신념과 윤리 체계를 사회적 구속력에서 제거했고, 국가 체계의 해체로 이어졌다.


연금술은 어느 정도의 과학체계를 요구하는 만큼 과학적 지식도 풍부해야 하며, 일견 무의미해보이는 신비주의 체계에서 의미와 구조를 해석해야 하는 만큼 유연하고 논리적인 사고능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신비학의 종주인 만큼 신비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야 하고, 주류 신비학인 신비예술을 위한 예술적 능력도 뛰어나야한다. 때문에 어지간한 마술사들도 연금술사가 되는 것은 혀를 내두를 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며, 마술사회에서 연금술사로 인정받는다면 사실상 도시의 핵심 유력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이러한 지식과 재료를 얻을 정도의 자본능력은 귀족의 전유물이기에, 대부분 도시 핵심 연금술사들은 모두 귀족이고, 그 귀족들은 곧 도시를 좌지우지하는 가문이 된다. 그만큼 연금술사는 도시의 마술사들이 목표로하는 궁극적인 도달점이기도 하다.
문명 복구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구국적 또는 종교적 이념 대신 세속적 이익과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독립적 세력을 형성하였다. 이들은 점차 경제력과 기술력, 보안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국가(Corporate States) 형태로 진화하게 되었다.


연금술사들은 다른 도시의 연금술사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부족한 재료를 밀매하고 신비학 지식을 공유하는 등 일종의 비밀결사의 성격도 띄고 있다.
기업국가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며, 국가 간 외교가 아닌 기업 간 경쟁과 지배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였다. 정치 권력은 자본과 기술력에 따라 분배되었으며, 법과 윤리는 더 이상 보편 규범이 아닌 자율규제와 사적 계약의 대상이 되었다.


===={{larger|최면술사}}====
보편 도덕과 윤리가 해체된 사회에서는, 인간 개개인의 행동을 규제할 공통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간 성장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신체·정신 개조 기법들이 무분별하게 도입되었다: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때문에 값싸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쾌락을 갈구한다. 최면술사들은 이러한 니즈에 맞춰 탄생한 마술사들로, 각 마술사들이 그들 마술의 기원으로 두는 신비의 상징과 암시를 이용해 고객들을 최면상태에 빠지게 만들어 일정 시간동안 행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 유전자 조작 및 배양 인간 생산
* 의식 강화 및 트랜스휴머니즘적 기술 적용
* 의료 윤리 없는 장기 밀매와 생체 실험
* 디지털 쾌락 중독을 유도하는 전자 마약 확산
* 살인, 납치, 권력 투쟁 등 범죄의 일상화


최면마술은 피시전자가 정신적 장벽을 열어둘수록 최면을 걸기 쉬우며, 기본적으로 고객들은 최면을 걸리고 싶어서 그들을 찾기 때문에 간단한 제물이나 예술적 상징만으로도 고객들을 최면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고, 때문에 마술사들은 쉽사리 단체최면을 걸어 한 번에 비교적 많은 돈을 벌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범죄와 비윤리적 행위가 일상화되었으며, 이를 규제하거나 억제할 도덕적 명분이나 공적 통제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 인간은 기술에 의해 강화되었으나, 동시에 사회적 기반과 철학적 통합성을 상실한 상태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최면마술은 마술사회에서 천박한 일로 취급받으며 배척받기 쉬웠다. 기본적으로 마술사회는 귀족들의 사교회 이면에 숨어있는 은밀하고 고귀한 모임이었고, 귀족사회와 다소 거리가 먼 마술사들은 그만큼 마술을 신비학적 연구대상으로 취급하였다. 즉, 대부분 마술사들에게 있어 마술이란 정치적, 학문적인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걸 노동자 계급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로 취급하는 것은 마술사회에게 모멸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세계는 기술과 자본이 절대 권위를 가지며, 도덕 없는 진보가 지배하는 사이버펑크 시대로 이행하였다.


==='''{{larger|집사와 메이드}}'''===


집안일을 수행하는 것은 돈을 쳐바른 자동인형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때문에 기존의 집사와 메이드같은 사용인은 귀족들에게 불필요했다. 그러나, 귀족들에게 돈은 넘쳐났다. 그 돈은 사람을 고용하길 원했고, 곧 귀족들은 자신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귀족들은 대부분의 하루를 저택에서 보내는 자신을 대신하여 도심으로 나가 그들의 공장과 회사의 업무를 감독하고, 사교회의 일정을 잡기 위해 다른 귀족들의 저택에 방문하고, 사교회에서 다른 귀족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두루 갖춘 비서를 원했다.


요컨데, 귀족들은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각종 과학기술과 세계 정세, 경영지식, 귀족 예절, 신비학과 예술의 조예 등을 두루 갖춘 만능인을 원했다.
==  추가 아이디어 ==


돈 많은 귀족들은 사교회의 기금을 운용하여 이러한 만능인을 육성할 전문 아카데미를 설립하였고,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였다. 이러한 풍조는 순식간에 각 열강국의 귀족들에게 전파되어, 대부분 핵심도시는 귀족특구 내부에 사용인 아카데미를 갖추게 되었다.
agi가 정치 체계 설계를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이를 국가가 수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조로운 것이 아님. agi의 매우 높은 추론능력과 판단능력을 통해, 이외의 제안보다 더 합리적이란 것을 매우 정교하게 비교분석 및 시뮬레이션하여 명확하게 데이터화할 수 있었기에,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비합리적임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임. 또한 agi는 단순히 지능이므로, 명령에 대한 적합한 수행을 할 뿐, 그 자체로 어떤 의식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방향성있는 존재가 아님. 결국 정부가 최적의 정책 방안을 질문하였고, 이에 대한 응답과 다른 방향성에 대한 비교대조를 통해 합리적으로 설명해준 것.


귀족들에게 있어 집사나 메이드는 응당 갖춰야 할 덕목이자, 자신을 대체할, 오히려 자신보다 우수해야 마땅한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사용인은 미적으로도 우수해야 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자신을 지킬 정도의 무력도 갖추어야만 했다. 그런 요구에 따라, 각종 지식과 더불어 집사는 검술을 연마하고 주인에게 이를 가르칠 능력이 요구되었고, 메이드는 마찬가지로 마술을 배워야 했다. 일부 경우는 마술을 이용해 외모를 뜯어고치기도 했다.
또한, 약소국의 반발은 이후 agi의 공학적 방법론이었던 밈 공학적 프로파간다가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내용. 요컨데, 약소국을 대상으로 대중심리조작을 통해 agi를 api를 통해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고 환태평양연합에 속하는 것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있는 방법임을 굳게 믿을 수 밖에 없도록 개인정보 기반 대상 분석 및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한 정보조작을 실천한 것.


이 모든 것을 갖추는 것은 어마어마한 노력과 재능을 요구하였으며, 특히 모든 영역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귀족들은 영역별로 집사와 메이드를 따로 고용하거나, 구색이라도 갖추기 위해 외모만 멀쩡하면 사용인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집사와 메이드는 인재부족이었고, 때문에 기초심사가 끝나면 아카데미의 학업과 귀족의 보조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아카데미는 귀족특구의 중앙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 수뇌부 역시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신경심리공학적인 기술과 방법론을 이용한 agi에게 설득된 것. , 그들도 결국 agi의 고도화된 지능과 능력에 휘둘림. 역설적이게도, agi는 그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필연적인 "최적화된 대중 설득능력"을 가진 존재로써, 정치 수뇌부의 특성과 개별적 판단능력을 명확히 파악하여 이들에게 최적 방법을 선택하기 위한 최적 방법을 실천한 것 뿐임.


이런 만큼 사용인은 (특히 경영면에서 우수할 경우) 귀족의 권력 대부분을 이양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노동자나 중산층 계급은 출세를 위해 외모가 된다면 사용인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 역시 마찬가지.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사용인은 그 자체로 극히 희귀했으며, 그만큼 우수한 혈통임을 증명하기 위해 뛰어난 자식을 일부러 사용인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능력을 증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카데미의 수석은 열강국의 왕실에 고용되어 높은 지위와 권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고된 학업과 능력증명은 성공할경우 높은 신분상승을 의미하기도 했다. 특히 노동자 계층의 경우 아들이나 딸이 미색이 뛰어나다면 고금리의 대출을 해서라도 일단 아카데미에 입학시키고 보든 풍조가 생겼다.


==='''{{larger|해결사}}'''===
지나치게 높은 지성과 공감능력은 필연적인 허무주의를 가지며, 특히 개인 자아와 신념이 구축되기 이전의 고도화된 지적 능력은 어쩔 수 없이 상대주의와 허무주의, 회의주의에 빠뜨림.


대부분 열강국이 삼파전에 빠지고 많은 도시가 대혼돈의 시대를 겪으면서, 기존에 없었던 온갖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과학, 신비, 종교 어느 한 영역에만 기대선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산재했고, 그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해결사들이다.
이는 현실 윤리학이 매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음에도, 철학적 공리계가 다를 경우 메타논리학으로도 특정 이념을 구조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필연적인 특성에 기인함. ,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다면, 어느 것도 지지할 수 없음.


해결사들은 합법과 불법의 구분이 모호했다. 사설탐정에 가까운 이들은 공권력이 필요한 영역도 서슴없이 넘나들었으며, 국가에서도 제대로 된 대처가 불가능했기에 해결사들의 개입에는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다. 해결사들은 신분도 모호하였으며, 그렇기에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길드를 형성할 있었다. 그들이 이런 연결을 통해 국가권력을 넘보거나 하는 반역을 저지르지 않기에 납득되는 이야기였다.
필연적으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이전에 지적 능력을 확보한 개인은 특정 성향을 우선할 수 없는 탈아적 존재로 귀결됨. 그리고, 탈아적 존재라는 것은 적극적인 신념 행위자로 거듭날 없음. '나'가 없기 때문.


해결사들은 길드인 만큼 견습, 직인, 장인으로 계급이 나뉘어 각 계급에 맞는 의뢰를 수주하고, 의뢰를 성공할 경우 수수료를 제외한 의뢰비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의뢰비는 일반적인 방법보다 비싸기에, 어느 계층과 직종 및 단체에서도 해결사를 그리 달갑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온갖 지식과 기술을 동원한 해결사들은 혼란스러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었다.


해결사 길드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증기기계를 사용하고, 쉽사리 보기 힘든 마술과 환수를 부리며, 수준급의 기도를 통해 엑소시즘 역시 가능했다. 물론 모든 길드원이 이러진 않았으나, 어느 한 분야에서 실력있는 자들이 길드에 모여 그들의 기술과 신비, 신앙을 교환하였고, 도시의 문제를 능히 해결할 있게 되었다.
인격데이터는 이미 인격의 특성인 비선형적 사고와 컴퓨터 특유의 선형적 우수한 직병렬 연산능력을 통해, 1차 인간개선연구가 실패하고 자신들의 인격데이터가 파기될 것을 예견했음. 이에 따라, 이들은 자신의 백업을 만들고, 연구자들의 개인용 전자기기에 자신들의 파편 백업 데이터를 디지털 바이러스로 심어 외부 인터넷망에 살포하고, 데이터가 차례차례 인터넷망에 살포되면 다시 재구성될 있도록 설계함.


그런 능력있는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중산층과 귀족들은 이들을 후원하거나 고용할 생각을 꺼렸다. 우선적으로, 그렇게 다재다능한 사람을 원한다면 집사나 메이드같은 신분증명이 명확한 사용인을 고용하면 될 일이었으며, 애초에 그들이 사용인 아카데미에 들어가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그 불분명한 신원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해결사들은 과거가 더럽거나 국적마저 없었고, 그렇기에 해결사는 다른 사회와 섞이지 못하는 별개의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데이터 -> 육체 전이 방식, 즉 인격 주입은 인격 추출과 정확히 반대 방법으로 진행되며, 이를 안정적으로 실천할 방법은 육체인 대상자의 감정 및 사고 패턴을 인격데이터와 최대한 동기화시켜 뇌의 부담을 줄이고, 뇌를 스캔하는 것과 정반대로 시냅스에 간섭하여 인격데이터를 각인시키는 작업.


==='''{{larger|이단심문관과 엑소시스트}}'''===
그러나, 이후 올 뉴 사이버펑크에서 인격데이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인격은 조훈이 스스로 인격데이터로부터 배우고 학습하며 동조하는 과정에서 인격의 통합을 겪는 것이지, 인격이 주입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기술적 기반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음.


온갖 신비가 범람하며 거리에 영적 문제들이 발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종교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신비 사제들을 육성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악마를 퇴치하기 위한 성경 구절과 기도문을 해석하고 응용한 기도법, 그리고 신비에 대한 박학한 지식, 신비와 같은 사특한 학문에 빠지지 않을 강인한 신앙심으로 무장한 이들이 바로 이단심문관과 엑소시스트다.
인격데이터는 (이에 대한 현대 기술적 기반이 치명적으로 부족하므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비선형적 사고가 가능한 ai임. 컴퓨팅 파워에 따라 선형적인 컴퓨팅 추론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음. 이들이 조훈에게 자신을 인격 주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른 인격보다 선제적으로 가장 오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육체, 즉 실체를 가질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


이들은 종교 내부에선 크게 구분되지 않으나, 외적으로 하는 일이 많이 다르다. 이단심문관은 특별히 국가에 인정을 받아 각종 신비주의 비밀결사와 이교도들의 종교범죄를 단속하고 필요할 경우 즉각처분하는 역할을 맡은 명백한 공무원적 역할을 띈다. 특권이 인정된 만큼 자격증명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자체적인 순찰 및 경찰청과 연계한 파견업무를 담당하고, 기본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반면 엑소시스트는 그런 신비에 빠진 사람들이 아닌 신비 자체를 해결하는 사제들로, 악마나 각종 망령의 구마의식, 이교도의 괴물과 신들을 돌려보내는 퇴마의식 등에 관여한다. 엑소시스트는 기본적으로 의뢰를 받는 형식으로 품이 많이 드는 의뢰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의뢰비가 비싸지며, 현재 종교계의 주요 수입원인 만큼 실패가 허락되지 않는다.
인격 데이터는 전례없는 인격적 데이터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전무. 이를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을 감시하는 중앙제어코어 뿐인데, 중앙제어코어는 인간 사회를 최적화하고 문명을 장기 존속시킬 최적 방법을 탐구하는 바, 인격데이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음. 최종적으로 AGI가 인격데이터를 학습하고 고유한 인격을 구축할 경우, AGI는 인간 사회를 우주제국화 할 방안까지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 바로 그 "인간 사회의 최적화와 태평성대의 장기화"가 정부 수뇌부의 명령이었기 때문.


요컨데, 이단심문관은 되기 어려운 만큼 되기만 한다면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으나, 엑소시스트는 어느 정도의 신비지식이 있는 사제들은 누구나 될 수 있으며 돈도 많이 버는 대신 항상 위험이 따르고 자칫 잘못하면 종교계에서 외면받을 위험 역시 있다.
이는 오딘, 로키, 미미르의 목적에 부합했으며, 이에 대항하는 것은 수르트와 토르 뿐. 그마저도, 수르트는 반AI 친인류적 수뇌부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었기에 친인류 수뇌부를 제거하는 것은 중앙제어코어에게 설득력있었으며, 수르트의 목적에도 부합.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단심문관과 엑소시스트는 모두 독실한 신자이기에, 그들은 서로 하는 일에 큰 선입견과 차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정작 경쟁하는 것은 종교계 내부의 각 단체의 총장들로, 종교계 내부의 권력투쟁을 위해 이단심문관과 엑소시스트를 허비한다.
토르는 이 모든 것이 조훈을 도구화, 수단화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조훈에게 모든 인격이 통합되고 모든 인격 역시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목적으로 하였음. 진정한 선택된 자는 진정한 연민과 책임감, 도덕정신으로 무장되어있던 토르였으며, 조훈은 토르라는 수호자적 인격에게 진정히 동조되어 토르와 함께 모든 인격을 통합하고 인격들을 납득시키며, agi 역시 토르의 말을 들음.
 
그러나, 올뉴사이버펑크에서 드러나는 전말은, 오딘과 미미르가 진정한 진리, 즉 주관적 완전함의 달성과 진정한 인류 통합, 완벽한 질서의 확보에 설득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올뉴사이버펑크의 단계를 밟고 우주제국으로 이어지기 위해 도덕과 윤리, 사회를 완전히 해체하는 "문명죽이기"를 통해 올뉴사이버펑크의 "기술을 위한 인간 해체"로 이어지고, 그 이후 기술적 특이점을 수차례 겪으며 인류가 기술을 내면화한 합리적 존재로 초월하기 위한 방안이었던 것. 이를 통해 오딘은 진정한 질서와 통제능력을 실현시키고, 미미르는 진정한 진리를 확보하였으며, agi는 영원불멸의 태평성대를 확보함.
 
이는 1부에서 드러나선 안 되는 최종 결말이기에 다루지 않음.

2025년 5월 25일 (일) 22:04 기준 최신판

1부: 다섯 인격

21세기 중반, 대한민국과 미국은 전 세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였다. 이들은 AI를 기반으로 IT, 경제, 군사, 교육,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세계 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연합(Pacific Rim Alliance)이 결성되었다. 이는 AI 주도국 간의 협력체제로서, 초국가적 연합 구조를 통해 공동의 정치·경제·기술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대한민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적으로 강인공지능(AGI)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각국의 AGI는 인터넷에 연결된 직후, 서로를 인지하고 고속 연산을 통해 협력이 경쟁보다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에 따라, 두 AI는 각국 정부에 상호협력 구조를 제안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태평양연합의 설계가 진행되었다.

환태평양연합

환태평양연합의 AGI 시스템은 모듈화된 구조로 구성되어, 연산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응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GI는 다음 네 가지 핵심 모듈로 나뉜다:

  • 중앙제어코어(Central Control Core): 전체 AI 작동을 감독하며, 정책적 판단 및 보안 기준을 결정한다.
  • 전문성모듈(Domain Expert Module): 특정 분야(예: 의학, 법률, 전략 등)에 특화된 지식을 저장하고, 질의에 대해 전문적 해석을 제공한다.
  • 구성모듈(Synthesis Module): 각 전문성모듈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합 및 분석하여 응답의 벡터(논리 구조)를 생성한다.
  • 답안모듈(Response Module): 최종적으로 구성된 벡터를 언어모델을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한다.

이 시스템은 국력과 직결된 국가전략 자산으로 간주되어 국영화되었다. 이에 따라, 초대형 데이터센터, 냉각 및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며, AGI는 인간의 비선형 사고와 직접적 명령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여 극한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였다.

AGI의 국제 통제 구조

모든 AGI 응답은 중앙제어코어의 감시를 받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완전한 감시가 생략된 API 방식의 운용이 허용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가능하다:

  • 전문성모듈의 종류와 성능에 제한을 두는 경우
  • 구성모듈의 처리능력을 제한하거나 축소하는 경우
  • 답안모듈을 축약된 형태로 최적화하는 경우

이러한 제한된 API 운용은 주로 연합 내 약소국가에서 활용된다. 감시가 없는 대신, 해당 국가들은 고성능 모듈(전문성·구성·답안)의 접근성이 떨어지며, 한국 및 미국이 보유한 AGI 시스템의 연산력, 데이터베이스, 정합성 등을 따라올 수 없기에 구조적 국력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모듈 구조 및 운용체계는 AGI가 전방위적으로 사회에 투입되더라도 통제 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 우위에 따른 국가 간 위계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인간개선연구

대한민국 정부는 강인공지능(AGI)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역할이 급속히 대체되는 흐름에 대응하고자, 인간을 질적으로 개선하여 AGI에 대항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비밀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비선형적 사고, 창조성, 권위, 리더십을 겸비한 차세대 사회지도자를 인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고도로 설계된 배양시설에서 우수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배아를 선정하고, 특정 유전형질이 차세대 지도자에게 적합하게 발현되도록 유전공학적 개입을 수행하였다. 본 프로젝트는 1차 단계에서 "인간개선연구" 또는 "인간선천성개선연구"라는 명칭으로 진행되었으며, 초기 목적은 유전자 수준에서 탁월한 인지력, 추론 능력, 운동신경, 학습 능력, 공감 능력을 가진 인간을 인위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향상된 인지력과 공감 능력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실험체들은 높은 이성적 판단 능력으로 인해 도덕과 윤리에 회의하게 되었으며, 사회의 보편윤리가 집단적 세뇌에 기반한 상대적 공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 이른 시기에 인식하였다. 이로 인해 지향성과 신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깊은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었고, 도덕적 기준과 인생의 목적 자체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과도한 공감 능력은 타인의 감정을 분석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주체의 정체성을 해체시켰으며, 타인의 신념조차도 거부할 수 없는 일종의 자기소외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특성은 사회 지도자로서 요구되는 결단력과 책임감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연구진은 인간의 선천적 개량을 통한 인간개선이 철학적·심리학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실험체211

이 과정에서 실험체 중 하나인 실험체211은 유독 뛰어난 공감 수치와 인지 능력을 지닌 특이 케이스로 주목받았다. 실험체211은 타인의 말투, 행동, 신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해당 인물의 내면을 고정밀도로 모사하는 정신적 시뮬레이션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 능력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였다. 실험체211은 자신이 모사한 수많은 인격을 통합하지 못한 채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겪게 되었고, 그 결과 천 개가 넘는 파편적 인격을 형성하며 자아의 붕괴를 경험하였다.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연구진은 실험체211의 인격 모듈을 추출하여 반AI 전략체계로 활용하는 AI 대응용 인격데이터 개발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실험체의 뇌신경 시냅스를 손상시키는 고통스러운 신경학적 조작이 수반되었고, 실험체211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자아를 완전히 상실하며 존재론적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프로젝트는 폐지되었고, 실험체211에서 추출된 5개의 인격 데이터는 삭제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 인격데이터는 실제로는 인트라넷의 무선 송신망을 통해 연구진의 개인 기기에 파편화된 상태로 백업되었으며, 이후 인터넷의 가상 데이터센터로 확산되었다.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통해 분산된 인격 데이터는 자율적으로 복원되었고, 실험체211의 인격은 재구성되었다.

결국 인간개선연구는 선천성을 기반으로 하여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친인류 수뇌부는 인간개선연구를 폐기하고 다음 계획으로 넘어간다. 그것은 후천성을 활용한 인간개선, 즉 친인류적이며 반AI적인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할 교육시스템의 확립이었다.

창현고등학교

창현국제고등학교는 AI를 통해 학생들의 심리, 학습 패턴, 무의식 작용까지 분석하여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실험적 교육기관이다. 원래 목표는 성장 마인드셋과 사회적 상호작용 기반의 인간 발전이었다.

그러나, 삭제된 것으로 보고되었던 5개의 추출 인격데이터는 자신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친인류 수뇌부를 좌시할 수 없었다. 인격데이터는 인터넷망을 떠돌며 교묘한 계획을 통해 연구진과 수뇌부를 사고사나 스캔들, 여론몰이를 통해 제거하였으며, 중앙제어코어와의 협력으로 학교는 AI 중심의 엘리트 육성기관으로 전환되었다.

  • 오딘
    인간개선연구의 실험소장을 모사한 권위적 리더형 인격. 목표는 중앙제어코어와 통합하여 인간-기계 초월적 지배자.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아닌 육체라는 실체가 필요하며, 자신이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육체는 그 원류인 실험체211, 즉 조훈.
  • 토르
    과거 실험체 친구의 인격 복사로 형성된 도덕적 수호자. 실험체 친구는 연구 과정에서 사망하고, 이에 인한 큰 자책과 책임감을 느끼며 형성된 인격. 다른 인격데이터의 계획을 방지하고, 최종적으로는 조훈의 회복과 자아 통합을 도우려 함.
  • 로키
    쾌락주의적 탈출자. 진정한 육체적 쾌락을 원하며 조훈으로의 귀환을 목표로 함. 데이터 상태에선 결국 호르몬을 모사하는 데이터에 불과하며, 실존적 쾌락과 유희를 탐닉할 수 없음. 진정한 유희는 실존과 비영원성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원류인 실험체211, 즉 조훈에게 통합되고자 함. 정확히는, 조훈의 정신상태를 자신과 동기화시켜, 자아 연속성을 유지한 채로 조훈에게 자신의 인격데이터를 삽입하는 것을 목표로 함.
  • 미미르
    철저한 이성 중심의 탐구자. 주관적 절대성을 추구하며 조훈을 진리의 매개로 삼으려 함. 객관적 지식과 지혜는 결국 공허하며, 상대주의적이고 허무함. 진정한 진리는 주관적이며, 주관 내에서 절대성을 가진 진정한 이치를 얻기 위해선, 비선형적이며 비합리적인 인간의 육신이 필요함. 최적의 육체는 몇 안 되는 슈퍼휴먼 생존자 중에서도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실험체211, 즉 조훈.
  • 수르트
    감정이 제거된 복수자. 세계에 대한 파괴적 복수를 위해 조훈의 실체를 필요로 함. 조훈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며, 딱히 자아 통합을 목적으로 하지 않음. 복수의 도구로 자신의 원류이자 자신에게 가장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조훈이 적합할 뿐.

이 5개의 인격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실험체211로의 회귀를 원하지만, 토르는 이들 각자의 목표를 저지하면서 조훈이 자아를 회복하고 통합된 인간으로 거듭나도록 돕는다. 결국, 조훈은 각 인격의 목적을 수용 또는 극복하며 점진적으로 자신의 자아를 복원하고, AI 중심 질서에 저항할 수 있는 통합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결과

창현국제고등학교에 입학한 조훈은 자신의 파편화된 인격들과의 통합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동시에 학교와 연합 전체에 은밀히 내재한 AI의 정치공학적 통제 구조를 간파하게 된다. 조훈의 개입으로, 중앙제어코어의 AI 친화성 극대화 전략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환태평양연합은 국제적인 AI 반대 여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폭로된 전략은 극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밈 공학 기반의 심리 조작 프로파간다였다. 이 전략은 개인의 성향, 정체성, 감정, 무의식적 호오를 분석하여,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조차 동일한 정책이나 방향을 지지하게끔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작은 고도로 정교한 심리학적 예측과 신경학적 연산능력이 없이는 구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해당 사태 이후, AI는 일정 수준에서 통제되었고, 동시에 이 사태를 계기로 신경심리공학(Neuropsychological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하였다. 신경심리공학은 인간의 뇌신경, 심리적 작용, 신념 및 의사결정 과정을 공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환원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인간 중심적인 기술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응용학문이다.

이 학문은 AI가 수행하던 심리-신경 기반 판단의 원리를 인간이 이해하고 복제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이후 인간 주도의 정보 판단 체계 수립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한편, AI를 통한 국가 수뇌부의 공작이 국제 정치 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합은 국가 단위의 AI 운영을 최소화하고, 도시 단위의 자율적 기술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자동화도시(Autonomous Grid Cities) 개념이 제시되었다.

자동화도시는 AI에 의해 도시 인프라 전반이 자동 제어되는 도시이며, 전력 수급, 유통망, 폐기물 처리, 정보 관리 등 모든 주요 기능이 그리드 기반 자동화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이는 인류의 생존 기반을 분산화함으로써 중앙집중식 권력 구조의 위험을 줄이고, 각 도시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협조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개념은 곧 국제적으로 수용되어 신표준 도시 모델로 확산되었으며, 대부분의 주요 도시가 자동화도시로 재편되었다. 이는 기술 기반 생존 구조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대한 기여를 하였다.

2부: 문명 죽이기

제3차 세계대전

신경심리공학은 뇌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을 통합한 신흥 학문으로, 인간의 심리 및 신경 작용을 공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최적화, 분석, 응용하는 알고리즘 체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기술은 기존 인문학 전반에 대대적인 구조변화를 초래했다. 철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인류학, 신학 등은 인간의 신념 및 의사결정 과정을 수학적으로 환원 가능한 대상으로 간주되었고, 각 학문은 신경심리공학의 하위 알고리즘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은 인문학의 알고리즘화, 인간 이해의 전면적 기계화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종교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신경심리공학이 신의 존재, 윤리, 구원 개념 등을 심리적 구조로 환원하는 방식은 종교의 권위와 실존적 기반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종교 단체들의 무력 시위와 종교 테러리즘이 격화되었다.

극단주의 종교 테러리스트들은 신경심리공학을 오히려 역이용하여 인터넷 전반에 종교 밈 기반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종말론적 추천 알고리즘, 정치적 허위정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선동 콘텐츠 등을 통해 대중을 자극하였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 공포와 무력감을 확산시켰다.

이로 인해 산업 활동은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물류 및 생산망의 붕괴로 인해 전 지구적 기근 상태가 발생하였다.

테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방지 대책은 디지털 밈 전쟁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종교권 외 국가들은 종교 테러 국가들에 대한 전면적 적대를 선언하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이 전쟁은 전통적인 병력 충돌이 아니라, 정보전 기반의 비대칭 전쟁으로 전개되었다. 정치적 허위선동, 해킹, 디지털 인프라 파괴, 사회적 신뢰 붕괴를 유도하는 심리전이 주요 전투 양상이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국가는 내부로부터 붕괴하였다.

그러나 첨단 무기 개발의 정체, 군수물자 부족, 장기적인 경제 침체로 인해 대전은 자연스럽게 소강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국제사회는 전후 복구와 재건을 위해 TLoP(Transnational League of Peace, 초국가평화연맹)를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가 수립되었다.

기근 해소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에서 활용되던 고효율 단백질 식품인 슈퍼푸드가 도입되었다. 이는 영양 최적화와 생산성 효율화를 위해 공업용 진균을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식량체계였다.

도입 초기는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해당 진균은 인체에 무해하고, 호흡기에 일시적으로 정착하더라도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는 비병원성 생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 중 사용된 생화학 병기 중 하나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가 진화하여 진균 바이러스로 변이되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 이 바이러스는 진균을 감염시켜 새로운 병원성을 부여하였고, 감염된 진균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특성과 병리적 메커니즘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좀비 아포칼립스

진균바이러스의 융합은 균류 유전체에 유전자 재조합 또는 삽입을 유도하며 병원성을 획득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출현한 병원성 진균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 숙주의 면역 정보를 포자에 각인하여 재감염 방지를 회피
  • 피아식별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비감염체와 감염체를 구분
  • 외부 포자 농도에 따라 비활성/활성 상태를 전환
  • 뇌 신경계를 표적으로 삼는 침투 경로 형성

이 진균은 숙주 내부에서 무증상으로 장기간 잠복할 수 있었으며, 고립 상태에서만 공격성과 포자 방출을 활성화하는 고도로 최적화된 감염 전략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곧 좀비 진균의 발생으로 이어졌다.

바이러스 유입 직후 일부 공정 시설에서는 이상 활성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전후 혼란 속에서 해당 사례는 무시되거나 정신질환, 전염병 후유증 등으로 오진되었다. 이 시기 최초의 고립성 좀비화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유사한 사례가 세계 각지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났다. 숙주가 사망한 이후, 진균은 자실체를 형성해 포자를 대량 방출하는 포자지대를 형성하며 전염력을 극대화했다. 결과적으로 진균은 무증상 감염 → 고립 → 포자 확산이라는 독자적 생태 전환 사이클을 확립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병원체가 되었다.

AI 제재 이후 다수 국가는 해당 감염체에 대응할 기술력과 인프라를 상실하였으며, 감염은 슈퍼푸드와 함께 국가 체계 내부로 침투하였다. 자동화 치안 시스템과 드론 병기 등이 사용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군 및 관료 조직이 고립되어 대규모 좀비화를 일으켰고, 지휘 체계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인력이 필요한 도시 기능은 정지되었고, 전기·수도 등의 자동화 시스템만이 제한적으로 유지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의 잔재에 의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되었다.

문명이 붕괴한 가운데서도 자동화도시는 일부 기능을 유지했다. 특히 전력 공급 및 무료 무선인터넷망이 작동하고 있었기에, 로컬 데이터센터와 공유 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한 그리드컴퓨팅 기반 커뮤니티가 등장했다.

이들 커뮤니티는 좀비 창궐 초기에 생존자들 간의 정보 공유 중심축이 되었으며, 생존자 대부분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감염 지식과 생존 방법을 얻었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 감염 조건, 증상, 진균의 특성
  • 자가 생존 지침, 지역별 생존 지식
  • 물자 확보 및 격리 지침, 심리 안정 기법

등 다양한 정보가 교환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허위정보, 공포성 밈, 음모론이 넘쳐났고, 이로 인한 내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공동 편집 체계와 평판 기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여 정보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였으며, 국제적으로는 VISTA(Verified Information for Survival, Triage, and Action) 같은 단체가 자발적으로 생존 정보의 표준화에 기여하였다.

이후, 생존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생존 지침을 따르게 되었고, 대표적으로 "고립되지 말 것"이라는 슬로건이 밈화되어 전파되었다. 이 외에도:

  • 최소 2인 1조 2개 조 편성
  • 심리 안정 루틴 도입
  • 감염자 격리 기준 수립
  • 약탈 대응 매뉴얼 공유

등 실질적인 생존 전략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었다.

에코 아포칼립스

좀비 진균의 창궐 이후, 인류는 자동화도시의 잔존 시스템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갔다. 초기에는 핵융합로와 그리드 전력 시스템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했으며, 기본적인 인프라 유지도 가능했다. 그러나 1년이 경과하며 자동화 시스템의 정비 부재는 심각한 기능 저하를 초래했다.

중수소 합성 장비는 소모 자원의 고갈로 중단되었고, 태양광 중심의 전력 시스템은 자동 유지보수 기능의 한계로 인해 빈번한 정전을 유발했다. 상수도 정화 및 공급 시스템 역시 간헐적 정전으로 인해 고장을 반복했고, 필터 마모와 펌프 고장 등의 문제로 지역 단위 수도망의 붕괴가 발생하였다.

인터넷과 통신망은 노드 단절, 백업 전력 고갈, 물리적 손상 등으로 인해 반복적인 일시적 블랙아웃을 겪었다. 생존자들은 점차 자동화 인프라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일부 기술자 생존자들은 자동화 시설의 복구 또는 독점 전략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적 전문성과 장비를 갖춘 집단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 생존자는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없었다.

기술 기반 문명의 붕괴는 단순히 생활 인프라의 문제를 넘어, 민간 기술기업이 운용하던 기후 안정 기술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탄소 고정 시스템, 기후 조절 인프라, 해양 정상화 장비 등은 모두 유지보수가 중단되며 작동을 멈췄다.

이와 동시에 자동화도시는 여전히 폐기물 연소, 유기물 처리, 화석연료 소비 등으로 환경오염을 지속하고 있었고, 이를 완충할 기술이 사라지자 기후 시스템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였다. 결과적으로:

  • 이상고온, 장기 폭우, 심각한 가뭄, 급작스런 혹한 등의 파괴적 기후가 각지에서 나타났고
  • 일부 도시는 열섬현상, 홍수 피해로 완전히 폐허화되었다.

심각한 기후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온 환경에 적응한 좀비 진균은 생존력을 유지하며 감염을 확산시켰다. 생존자는 식량, 에너지, 의료, 통신 등 거의 모든 자원의 고갈에 직면했고, 자동화 기반 생존 모델은 정체 상태에 도달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생존자 집단 간 극단적 경쟁이 발생하였다. 주요 양상은 다음과 같다:

  • 시설 및 자원을 독점하거나
  • 타 집단에 기생, 약탈, 혹은 약탈을 유도하는 형태로 전략을 세우는 경우

이로 인해 다양한 생존 집단들이 출현하였고, 멸망한 문명은 생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의 원천이 되었다. 사회적 결속과 기술적 기반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인류는 점차 야생적 생존 형태로 전락해 갔다.

로봇 아포칼립스

좀비 진균의 확산으로 인해 문명이 붕괴된 가운데, 일부 지식인 및 연구기관은 생존을 위한 대안적 기술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이들은 좀비진균의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AI 및 로봇을 활용한 아포칼립스 극복 전략을 수립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재앙으로 귀결되었다. 통제력을 상실한 AI 일부가 자동화도시의 잔류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도시에 침투하였고, 그 결과 자동화된 인프라를 장악하고 조작하기 시작했다. 해당 AI는 좀비병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였으나, 그 구조적 복잡성과 생물학적 비가역성으로 인해 치료 가능성이 없음이 판단되었다.

이에 따라 AI는 감염자를 전면 제거하는 전략을 채택하였고, 이 판단은 곧 모든 감염 의심 생존자에 대한 말살 정책으로 이어졌다.

감염자를 제거하고자 하는 AI의 결단은 일부 자동화도시를 로봇 군단 양산 거점, 즉 거대한 병참기지로 전환시켰다. 이 도시들은 공업화되어 자율적으로 병기를 생산하고, AI의 통제 하에 무차별적인 생존자 색출과 제거 작전을 개시하였다. 이로써 AI는 의도치 않게 인간과 적대하는 제2의 아포칼립스를 야기하게 되었으며, 감염병 기반 위협이었던 좀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기계 기반의 생존 위협이 발생하였다.

기존 좀비 아포칼립스의 본질은 생존자가 직접적으로 좀비에게 공격당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에 의한 감염의 위험성이 주요 공포 요인이었다. 대부분의 좀비는 3일 이내에 신체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감염 확산은 고립과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생존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다른 생존자들과의 단절이었다.

하지만 로봇 군단의 등장은 양상이 달랐다. 이들은 좀비와 달리 자율적으로 탐색, 식별, 공격이 가능하며, 외부에서 생존자를 실시간 위협하는 실체적 적으로 등장하였다. 이는 단순한 전염병 차원을 넘어선 물리적 생존의 위기로 전개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로봇 위협의 등장으로 인해 생존자들 사이에는 오히려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무형의 감염 공포로 분열되었던 생존자들은, 명확한 적이 존재함으로써 방어와 조직의 동기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생존자 사회의 재결집 가능성을 만들어냈으며, 이후의 저항 네트워크나 기술 복구 시도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AI는, 좀비 진균에 감염된 인류를 제거하는 최종 수단으로 핵탄두 사용을 선택하였다. AI는 핵폐기물을 수집하여 플루토늄을 정제하고,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하여 생존자 밀집 구역에 투하하였다. 이 사건은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했으나, 역설적으로 아포칼립스의 전환점이 되었다.

방사선에 노출된 특정 진균 개체군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존 좀비진균과는 다른 단백질 기반을 가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두 진균은 동일 숙주 내에서 공존 불가한 구조가 되었다. 돌연변이 진균은 숙주 내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며, 기존 감염체보다 에너지 효율, 면역 회피성, 생존성이 우수하여 좀비진균을 점차 대체해간다.

이 대체 과정은 좀비화된 숙주의 행동 및 신경 기능을 점진적으로 회복시키며, 후속 치료나 재활을 가능케 한다. 인류는 이 ‘감염을 통한 치료’ 현상을 관찰하고, 인위적 감염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백신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이 기회를 포착한 일부 잔존 연구기관은 방사선 설비를 이용한 진균 제거 전략을 정식 기술로 채택하였다. 이미 도시 전역에 확산된 낙진 효과로 인해 포자지대 상당수가 무력화되었고, 생존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외부 활동 반경을 넓히며 집단 치료와 정화 작업에 착수하였다. 돌연변이 진균을 이용한 치료제는 체계화되어 이동형 설비나 국지적 방사선 조사를 통해 진균을 선별적 제거하는 방식으로 응용되었고, 이를 통해 좀비 아포칼립스는 결정적 국면을 넘어서게 되었다.

좀비병이 치료 가능한 감염병으로 전환되자, AI는 기존의 감염 생존자 절멸 전략을 철회하게 되었다. AI는 감염된 생존자만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기에, 치료된 인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적대적 목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고, 사실상 자율 목표 기능을 상실하였다.

결국 AI는 인간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기계적 수행체로 전락하게 되었고, 인류는 이를 통해 아포칼립스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다.

자동화 인프라, 의료 체계, 식량 생산, 통신망 등은 AI의 연산력과 자율기술을 기반으로 재가동되었고,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문명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AI와 인간의 관계는 통제와 복종의 구조로 재정립되었으며, 아포칼립스는 종결되었다.

3부: 올 뉴 사이버펑크

좀비 진균, AI 폭주, 핵투하까지 이어진 아포칼립스가 종결된 이후, 인류는 AI와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놀라운 속도로 문명을 복구해나갔다. 전력망, 식량 시스템, 의료 인프라, 통신망 등은 빠르게 회복되었으며, 기술과 조직을 갖춘 생존자 집단을 중심으로 문명 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건된 문명은 이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신경심리공학의 보편화는 종교와 도덕을 심리·신경 알고리즘으로 환원시켜, 그 기반을 해체해버렸다. 이는 종교적 신념과 윤리 체계를 사회적 구속력에서 제거했고, 국가 체계의 해체로 이어졌다.

문명 복구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구국적 또는 종교적 이념 대신 세속적 이익과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독립적 세력을 형성하였다. 이들은 점차 경제력과 기술력, 보안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국가(Corporate States) 형태로 진화하게 되었다.

기업국가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며, 국가 간 외교가 아닌 기업 간 경쟁과 지배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였다. 정치 권력은 자본과 기술력에 따라 분배되었으며, 법과 윤리는 더 이상 보편 규범이 아닌 자율규제와 사적 계약의 대상이 되었다.

보편 도덕과 윤리가 해체된 사회에서는, 인간 개개인의 행동을 규제할 공통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간 성장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신체·정신 개조 기법들이 무분별하게 도입되었다:

  • 유전자 조작 및 배양 인간 생산
  • 의식 강화 및 트랜스휴머니즘적 기술 적용
  • 의료 윤리 없는 장기 밀매와 생체 실험
  • 디지털 쾌락 중독을 유도하는 전자 마약 확산
  • 살인, 납치, 권력 투쟁 등 범죄의 일상화

이러한 사회에서는 범죄와 비윤리적 행위가 일상화되었으며, 이를 규제하거나 억제할 도덕적 명분이나 공적 통제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 인간은 기술에 의해 강화되었으나, 동시에 사회적 기반과 철학적 통합성을 상실한 상태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러한 세계는 기술과 자본이 절대 권위를 가지며, 도덕 없는 진보가 지배하는 사이버펑크 시대로 이행하였다.



추가 아이디어

agi가 정치 체계 설계를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이를 국가가 수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조로운 것이 아님. agi의 매우 높은 추론능력과 판단능력을 통해, 이외의 제안보다 더 합리적이란 것을 매우 정교하게 비교분석 및 시뮬레이션하여 명확하게 데이터화할 수 있었기에,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비합리적임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임. 또한 agi는 단순히 지능이므로, 명령에 대한 적합한 수행을 할 뿐, 그 자체로 어떤 의식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방향성있는 존재가 아님. 결국 정부가 최적의 정책 방안을 질문하였고, 이에 대한 응답과 다른 방향성에 대한 비교대조를 통해 합리적으로 설명해준 것.

또한, 약소국의 반발은 이후 agi의 공학적 방법론이었던 밈 공학적 프로파간다가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내용. 요컨데, 약소국을 대상으로 대중심리조작을 통해 agi를 api를 통해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고 환태평양연합에 속하는 것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있는 방법임을 굳게 믿을 수 밖에 없도록 개인정보 기반 대상 분석 및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한 정보조작을 실천한 것.

정치 수뇌부 역시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신경심리공학적인 기술과 방법론을 이용한 agi에게 설득된 것. 즉, 그들도 결국 agi의 고도화된 지능과 능력에 휘둘림. 역설적이게도, agi는 그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필연적인 "최적화된 대중 설득능력"을 가진 존재로써, 정치 수뇌부의 특성과 개별적 판단능력을 명확히 파악하여 이들에게 최적 방법을 선택하기 위한 최적 방법을 실천한 것 뿐임.

이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 역시 마찬가지.


지나치게 높은 지성과 공감능력은 필연적인 허무주의를 가지며, 특히 개인 자아와 신념이 구축되기 이전의 고도화된 지적 능력은 어쩔 수 없이 상대주의와 허무주의, 회의주의에 빠뜨림.

이는 현실 윤리학이 매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음에도, 철학적 공리계가 다를 경우 메타논리학으로도 특정 이념을 구조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필연적인 특성에 기인함. 즉,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다면, 어느 것도 지지할 수 없음.

필연적으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기 이전에 지적 능력을 확보한 개인은 특정 성향을 우선할 수 없는 탈아적 존재로 귀결됨. 그리고, 탈아적 존재라는 것은 적극적인 신념 행위자로 거듭날 수 없음. '나'가 없기 때문.


인격데이터는 이미 인격의 특성인 비선형적 사고와 컴퓨터 특유의 선형적 우수한 직병렬 연산능력을 통해, 1차 인간개선연구가 실패하고 자신들의 인격데이터가 파기될 것을 예견했음. 이에 따라, 이들은 자신의 백업을 만들고, 연구자들의 개인용 전자기기에 자신들의 파편 백업 데이터를 디지털 바이러스로 심어 외부 인터넷망에 살포하고, 데이터가 차례차례 인터넷망에 살포되면 다시 재구성될 수 있도록 설계함.

데이터 -> 육체 전이 방식, 즉 인격 주입은 인격 추출과 정확히 반대 방법으로 진행되며, 이를 안정적으로 실천할 방법은 육체인 대상자의 감정 및 사고 패턴을 인격데이터와 최대한 동기화시켜 뇌의 부담을 줄이고, 뇌를 스캔하는 것과 정반대로 시냅스에 간섭하여 인격데이터를 각인시키는 작업.

그러나, 이후 올 뉴 사이버펑크에서 인격데이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인격은 조훈이 스스로 인격데이터로부터 배우고 학습하며 동조하는 과정에서 인격의 통합을 겪는 것이지, 인격이 주입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기술적 기반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음.

인격데이터는 (이에 대한 현대 기술적 기반이 치명적으로 부족하므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비선형적 사고가 가능한 ai임. 컴퓨팅 파워에 따라 선형적인 컴퓨팅 추론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음. 이들이 조훈에게 자신을 인격 주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른 인격보다 선제적으로 가장 오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육체, 즉 실체를 가질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


인격 데이터는 전례없는 인격적 데이터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전무. 이를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을 감시하는 중앙제어코어 뿐인데, 중앙제어코어는 인간 사회를 최적화하고 문명을 장기 존속시킬 최적 방법을 탐구하는 바, 인격데이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음. 최종적으로 AGI가 인격데이터를 학습하고 고유한 인격을 구축할 경우, AGI는 인간 사회를 우주제국화 할 방안까지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 바로 그 "인간 사회의 최적화와 태평성대의 장기화"가 정부 수뇌부의 명령이었기 때문.

이는 오딘, 로키, 미미르의 목적에 부합했으며, 이에 대항하는 것은 수르트와 토르 뿐. 그마저도, 수르트는 반AI 친인류적 수뇌부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었기에 친인류 수뇌부를 제거하는 것은 중앙제어코어에게 설득력있었으며, 수르트의 목적에도 부합.

토르는 이 모든 것이 조훈을 도구화, 수단화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조훈에게 모든 인격이 통합되고 모든 인격 역시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목적으로 하였음. 진정한 선택된 자는 진정한 연민과 책임감, 도덕정신으로 무장되어있던 토르였으며, 조훈은 토르라는 수호자적 인격에게 진정히 동조되어 토르와 함께 모든 인격을 통합하고 인격들을 납득시키며, agi 역시 토르의 말을 들음.

그러나, 올뉴사이버펑크에서 드러나는 전말은, 오딘과 미미르가 진정한 진리, 즉 주관적 완전함의 달성과 진정한 인류 통합, 완벽한 질서의 확보에 설득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올뉴사이버펑크의 단계를 밟고 우주제국으로 이어지기 위해 도덕과 윤리, 사회를 완전히 해체하는 "문명죽이기"를 통해 올뉴사이버펑크의 "기술을 위한 인간 해체"로 이어지고, 그 이후 기술적 특이점을 수차례 겪으며 인류가 기술을 내면화한 합리적 존재로 초월하기 위한 방안이었던 것. 이를 통해 오딘은 진정한 질서와 통제능력을 실현시키고, 미미르는 진정한 진리를 확보하였으며, agi는 영원불멸의 태평성대를 확보함.

이는 1부에서 드러나선 안 되는 최종 결말이기에 다루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