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물건을 찾아서
나는 책이 제시한 ‘잃어버린 탐험가의 나침반’을 찾으러 나서기로 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모든 일이 믿기지 않았다. 말하는 책? 신기한 물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혹시 이 책이 내 인생을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늘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과거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당했고, 그 기억은 여전히 나를 옭아맸다.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도 집중이 안 되고,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서쪽 숲으로
나는 곧바로 서쪽 숲으로 향했다. 책이 말한 붉은 바위를 찾기 위해서였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었고,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게 내 인생을 바꿀 첫걸음일까?*
책이 갑자기 중얼거렸다.
"뭘 가로막는다고?"
나는 책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갔다. 그러다 마침내 붉은 바위를 발견했다. 바위 아래를 살펴보려던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멈춰라."
수호자와의 만남
나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바위 위에는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이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너는 누구지? 이 나침반을 찾으러 온 건가?"
나는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침반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네가 정말로 길을 찾을 준비가 되었는지 시험해 보겠다."
그가 손을 뻗자, 주변의 공기가 흔들리는 듯했다. 갑자기 내 앞에 두 개의 길이 나타났다. 하나는 밝고 평온한 길, 다른 하나는 어두운 숲속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쉬운 길을 가고 싶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늘 피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고 싶었다. 이 책을 손에 넣은 순간부터,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원했다.
나는 책을 꽉 쥔 채 어두운 길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책이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는 어두운 길 속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갔다.
어둠 속에서
나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주변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축축한 흙냄새가 느껴졌다. 온몸이 긴장했다.
책이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돌아간다면, 나는 또다시 현실에 갇혀버릴 것이다. 취업 준비라는 이름 아래 방 안에 틀어박혀 책을 보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바보라고 불리던 기억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 하는 나로 남을 것이다.
"아니, 계속 갈 거야."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책이 킬킬 웃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순간, 바닥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끼인가? 아니, 이상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으악!"
바닥이 꺼졌다. 나는 중심을 잃고 아래로 떨어졌다.
미궁 속의 그림자
몸이 허공을 가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충격은 크지 않았다. 나는 습한 땅 위로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이 거대한 돌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이었다. 미로처럼 보였다.
나는 책을 노려보았다.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왜 미리 말 안 해준 거야?"
책은 낄낄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살폈다. 돌벽에는 희미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누군가 남긴 듯한 희미한 발자국들이 있었다.
"이곳을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책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나는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길을 잃으면 영원히 갇힐 수도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벽의 문양을 살폈다. 그리고 문양 중 하나가 미묘하게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문양을 눌렀다.
그 순간, 벽이 천천히 열리며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그런데…
통로 끝에서, 붉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책도 당황한 듯 목소리를 낮췄다.
나는 발걸음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며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눈의 존재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벽이 막혀 있었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붉은 눈이 천천히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짐승처럼 보였지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몸은 가죽처럼 검은 그림자로 덮여 있었고, 발톱은 날카롭게 빛났다.
낮고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 누구야?"
그 존재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나는 숨을 삼켰다. 싸워야 한다고? 무슨 수로? 나는 검도 활도 다룰 줄 모른다. 싸움이라면 언제나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던 기억뿐이었다.
"말도 안 돼… 나는 싸울 수 없어."
그 존재가 손을 뻗었다. 검은 그림자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봐! 너 바보야? 이렇게 끝낼 거야?"
책이 갑자기 소리쳤다. 나는 움찔했다.
"나는… 나는 싸울 수 없어. 예전에도…"
나는 어릴 적 친구들에게 맞고, 비웃음을 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게 뭐란 말인가?
하지만—
책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맞다. 나는 여기까지 왔다. 스스로 선택해서, 스스로 걸어왔다.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두 손을 움켜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두려움을 떨쳐야 했다.
그 순간, 책이 환하게 빛나더니 스스로 펼쳐졌다. 그리고 새로운 글자가 떠올랐다.
"빛의 나침반 - 길을 잃은 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유물."
그 순간, 내 손에 빛나는 나침반이 나타났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쥐고, 붉은 눈의 존재를 향해 내밀었다.
순간,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존재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 틈을 타 앞으로 나아갔다. 빛이 통로를 비추었고, 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어서 나가자!"
나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빛이 앞을 밝히며, 길을 안내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미궁의 출구에 도착했다.
새로운 길
나는 숨을 헐떡이며 바깥으로 나왔다. 하늘이 보였다. 새벽빛이 퍼지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든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해냈어…"
책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는 할 수 있다.
이제, 진짜 모험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