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팬픽: 생일: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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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지나가던개 님의 비주얼 노벨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및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花>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잇는 작품입니다.
* 본 작품은 지나가던개 님의 비주얼 노벨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및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花>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잇는 작품입니다.
* 본 작품은 지나가던개 님의 공식 작품과는 철저히 개별인 2차 창작품임을 밝힙니다.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모든 설정은 개인 해석입니다.
* 본 작품은 지나가던개 님의 공식 작품과는 철저히 개별인 2차 창작품임을 밝힙니다.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모든 설정은 개인 해석입니다.

2024년 4월 25일 (목) 22:34 기준 최신판

  • 본 작품은 지나가던개 님의 비주얼 노벨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및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花>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잇는 작품입니다.
  • 본 작품은 지나가던개 님의 공식 작품과는 철저히 개별인 2차 창작품임을 밝힙니다.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모든 설정은 개인 해석입니다.

비주얼 노벨이나 시놉시스 형식이 아닌 단편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작성했기 때문에 글이 좀 깁니다...

생일(Birthday)제목을 누르면 닫힌 창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종달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알람 삼아 눈을 떴다. 여느 때와 똑같은 아침이다. 창문 틈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 내 몸을 받치기에 적당히 푹신한 침대와 포근한 이불. …여담이지만, 이 침대와 이불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이것도 여우의 기능이겠지. 아무튼, 그런 흔하디 흔한 것들 사이에서 나는 눈을 떴다. 자는 동안 수아가… 내 얼굴을 보러 몰래 들어 오지만 않았다면…… 응, 평소와 똑같은 아침이다. ……아니, 수아가 들어 오는 편이 더 평소와 같을까? 요새 들어 가끔 수아가 밤에 몰래 내 방에 들어 오는 바람에 잠을 깨곤 한다. 자기 딴에는 기척을 완전히 숨긴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인간인 나라도 몇 날이나 반복되면 익숙해진다고……. 잠을 깰 때마다 마주하는 당황하는 수아의 얼굴도 좋은 볼 거리가 되어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들어 와서 얼굴만 보고 가 주는 것만으로도 장하지. 옛날엔, 아예……. …그만 생각하자.
아마 전날 밤에는 수아가 들어 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잠에서 깨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다 개월 간의 여우 저택에서의 삶으로 다져 온 인간의 직감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다. …그래, 분명 그럴 터인데.
그 뿐만이 아니라, 여우 저택에 전체적으로 누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수아는커녕 수아의 분신들도, 이따금 놀러 오는 미미르와 아린이도, 이제는 거의 여우 저택에 살다시피 하는 유화도, 아린이가 올 때마다 세트로 함께 오시는 선배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안에 있는 화수, …연화도 자고 있는 건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냥 착각일까? 우선은 몸을 일으키자. 씻고 나서… 모두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찾아 보는 거야.
‘도련님~’
‘도령~’
‘세, 세은아……!’
‘인간아.’
‘친구야!’
몸을 씻고 나오면 그렇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올 것처럼 온갖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샤워기 소리에 섞여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씻고 나니 몸도 머리도 한층 맑아진 느낌이다. 보통 이 타이밍이면 아린이가 튀어 나와서 횡설수설하며 모두의 행방을 말해 주었었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없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정말, 어쩌면 처음으로 내가 모두를 찾아야 한다.
…수아부터 찾는 게 좋겠지?
“수아야! 수아야! 수아 분신이라도 좋으니까 있으면 대답 좀 해봐!”
그렇게 약 10분 동안 온 저택을 돌아 다니며 이름을 불러댄 것 같다. 아직 마당과 정원까지는 나가 보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불렀는데도 나오지 않는다면 나가서 찾아 본다 한들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이번엔 골고루 불러 보자. 수아만 부른 탓에 삐쳐서 숨은 채 안 나오는 걸지도 몰라.
“미미르! 아린아! 유화야! 선배! 다들 나 혼자 두고 어디 간 거야!”
종종 수아의 이름을 섞어 그렇게 총 다섯 명의 이름을 연신 불러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넓은 저택에서 혼자 그런 짓을 하고 있자니 점점 창피함과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귀찮음과 포기하고자 하는 의지도 피어 올랐다. 그래, 어차피 모두 때가 되면 돌아 올 텐데. 그런 안일한 생각을 했다. 영 그러다가 할 것이 없어 대청마루에 다리를 걸치고 양팔을 옆으로 뻗어 대 자로 누웠다. 아, 심심해라. 홀로 보내는 삶은 이렇게나 지루한 거구나. …수아는, 내가 그 대나무 숲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 얼마나의 세월을 그렇게 혼자……. 문득 눈을 감고 지난 날을 떠 올려 보았다. 지난 날이라 해 봤자 여우 저택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지금 내겐 그런 것밖에 할 것이 없다. 나는 강한 영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공무원인 것도 아니니까. 하늘을 날아 다니며 수련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 눈을 감고. 지난 날들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는 대나무 숲 한가운데서 아무것도 모른 채 눈을 떴다. 그러다가 수아를 만나고, 기억을 찾는 여정에서 미미르를 만나고, 아린이를 만나 죽을 뻔하고……. 수아가 나를 위해 죽으려던 적도 있었지. 그리고 반대로 내가 수아대신 죽으려던 적도 있었다. 미미르와 아린이의 도움, 그리고 수아의 마음 덕분에 모두가 죽지 않고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을 수 있는 거겠지만.
“……그래, 분명 다같이 행복해야 할 평소와 같은 날에 전부 나 빼고 어딜 가 버린 거냐고!”
유화가 있는 여우 본가를 찾아 가자니 그 곳에서 나를 달갑게 맞이해 줄 리가 없고 애초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계에는 없다고 하니……. 여우문을 통해 저승 기차역에 가 보자니 그 곳에 가도 아린이가 있다는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미미르 하우스에는 진작에 가 봤다. 미미르는커녕 아린이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다. 수아는 보다시피 일어났을 때부터 집에 없고.
벌써 해가 중천에 올랐다가 슬슬 내려 가고 있다. 아침 먹을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일어났는데,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여우 저택에 오고 이 정도로 오래 혼자 있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수아, 미미르, 아린이 중 한 명은 꼭 나타나 나의 휴식을 방해하곤 했다. 그때는 그런 방해가 얼마나 달가운 일인지 상상도 못했지. 이제는 그렇게라도, 아니 더 심해도 좋으니까 얼마든지 어디서든 튀어 나와 나를 있는 힘껏 방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생각보다 훨씬 이곳에 많이 의지하고 있었구나.
마룻바닥에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누워서 생각만 해 봤자 역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 탓에 누워서 눈을 감고 생각만 하자니 잠이 쏟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할 수 있고 그 중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말도 없이 급하게 사라질 만한 이유를 고상해 본다. 갑작스러운 여우 본가나 저승에서의 습격? 그렇다면 나를 지키는 이 아무도 없이 나를 저택에 혼자 두고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애초에 여우 본가나 저승이라면 이곳 여우 저택을 가장 먼저 찾아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다같이 보러 갔다거나? 나를 깨우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나를 혼자 두고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울 리도 없다. 신발을 신고 대문 쪽으로 나선다. 문을 여니 평범하게 활엽수림이 나타난다. 머릿속을 정리하고 비울 겸 산책이나 좀 해 둘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어느 정도 산책을 하며 홀로 공상하고 집에 돌아 오면 모두가 이미 돌아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침에는 종달새가 울더니, 해가 쨍쨍한 대낮에는 온갖 새들이 함께 합창을 해댄다. 솔직히 듣기 좋은 편은 아니었다. 주로 몸집이 작고 소리가 높은 새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이따금 귀가 아파 본능적으로 귀를 몇 번 막기도 했었으니까. 그것을 제외하면 산책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 넓디 넓은 활엽수들 틈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 아름다운 곡조를 자아내는 바람 소리,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까지. 이런 날에 소풍이나 피크닉을 간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덧붙인다. 그러니까 그 소풍을 같이 갈 사람, …여우들과 산신령과 저승사자들이 없다는 말이지! 하아, 어쩔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말도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었다. 때로는 막무가내 흐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럼 어떡해, 보고 싶은데.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온 지도 오래 되었고 활엽수림도 내 집 앞마당처럼 돌아 다녔으니 이제 길 정도는 웬만해선 외우고 있다. ……응? 그러고 보니까 이곳에 오고 며칠 후부터는 날짜를 제대로 센 적이 없다. 오늘로 이곳에 온 지 며칠째지? 오늘은…… 몇 월 며칠이지?
…….
어느새 땅거미가 져 간다. 정확히는 그 직전이다. 태양빛이 하늘 위에서 차츰 사그라 들기 시작하려 할 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주황빛. 나는 이 노을을 수아와 함께 춤을 추며 바라 본 적이 있다. 노을에 비친 수아의 얼굴이 참 예뻤는데. 지금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와 함께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곧 해도 질 텐데…… 하루종일 다들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소녀 여기 있사와요, 도련님~”
……?? 내가 잘못 들었나?
“허이고, 도령. 그렇게 우리가 보고 싶어서 어떡해?”
아니, 이건 분명 잘못 들은 게 아니야.
“세, 세은아! 기다, …렸어?”
이건…… 아린이 목소리고.
“인간아, 언제까지 그렇게 넋 놓고만 있을 건가요?”
유화의 투덜 섞인 목소리도 들려 온다.
“친구야, 이제 기분 좀 풀어! 우리가 널 위해서 이렇게 케이크도 준비해 왔는걸?”
이건 선배의 목소리…… 잠깐, 케이크라고?
“어?”
그제서야 나는 지고 있는 노을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또 그리움에 의한 환청이겠거니 했는데, 이번엔 유난히도 귓가를 때리는 명확한 울림이었다. 그래, 환청따위가 아니라 정말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케이크라니, 갑자기 무슨?
고개를 돌려 마루 쪽을 바라보자 어느새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던 수아, 미미르, 아린이, 유화, 선배가 생딸기 여덟 개가 올려진 생크림 케이크 하나를 내 쪽으로 내밀며 웃으며 인사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수아가 있었고, 양 옆을 미미르와 선배가 들어찼다. 아린이는 다른 네 사람보다 조금 더 뒤에 있었던 게 눈에 띈다. 뭔가, 정성이 정말 갸륵하긴 하지만……. 한 편으론 속상하기도 했던 것 같다.
“대체 이깟 케이크가 뭐길래 하루종일 보이지도 않은 거야…….”
대충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마음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속상함이 밀어 버려서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그 뒤로 웃음 소리가 들려 온다. 비웃음은 아닌 듯하고, 어딘지 모르게 미안함도 섞인 듯한 그런 웃음 소리가.
“도령, 여기 온 이후로 쭉~ 날짜도 안 세고 지냈지?”
확실히 그렇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커녕 달력조차 하나도 달려 있지 않은 여우 저택이니까. 그래서 날짜를 세는 건 빠르게 포기한 참이었다.
“오늘, 도련님이 이곳에 오신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에요. 소녀는 도련님의 생일을 알 턱이 없으니, 도련님께서 이곳에서 다시 눈을 뜨신 날을 도련님의 생일로 정하기로 한 거랍니다. 우후훗~”
“응! 그러니까, 오, 오늘이 세은이 생일인 거야!”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각자 나름대로 미안함과 축하함이 적절하게 섞인 애매한 표정들을 짓고, 내 앞에 케이크를 들이밀며,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미미르가 내 볼을 한 차례 꼬집어 줄 때까지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했으리라.
“아야얏……!”
“그렇게 벙쪄 있지만 말고 반응을 좀 보이라고~”
“……오늘 일은 미안했어요, 인간아. 이 서프라이즈, 솔직히 난 찬성 안 했는데, 수아 언니야가 그렇게 부탁했던 거 있죠?”
“맞아, 맞아. 여기 대부분 다 저 여우가 불러 모은 사람들일걸? 케이크는 다같이 준비했지만!”
“그,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어! 서툴지만… 다같이 열심히 만들었어. 같이 먹자, 세은아!”
글쎄,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긴 힘들다. 벌써 여기 온 지도 1년이 지났구나. 그리고 수아는 그걸 세고 있었고, 이렇게 서프라이즈까지 준비해 주다니…….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그래도 서프라이즈를 구실로 하루종일 말도 없이 혼자 두게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얼마나 걱정했는데! 게다가 생일이라며!
…….
그 날 밤은 유난히도 보름달이 풍요롭게 밝았던 밤이었다. 흘러넘치는 달빛 아래에서 우리는 밤새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앞으로는 여우 저택에도 미미르 하우스에도 달력을 달아 놓겠다는 얘기, 서프라이즈는 감격스러웠지만 걱정은 시키지 말라는 얘기 등. 달도 별도 피곤해 잠이 들었을 때 우리는 겨우 지친 몸을 기절하듯이 뉘일 수 있었다. 내 방이 아닌 마루에서 잠에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다같이. 아침에 일어났을 땐 수아인지 모를 누군가가 행객들을 모두 돌려 보내고 나를 다시 방 안에 눕혔는지 내 방 침대 위에서 눈을 떴지만 말이다.
내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내 방 벽 한 쪽에 걸린 달력에 어제 자 날짜를 빨갛게 표시해 놓는 일이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