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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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흡혈귀의 키스


개요

흡혈귀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며 생물의 피를 빠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하나의 종을 이루지 않고 존재를 역병처럼 퍼뜨린다. 모든 흡혈귀가 악한 것은 아니나 흡혈귀의 본능은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악하지 않은 흡혈귀들은 자신의 본능을 수행으로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상세

흡혈귀는 밤에 활동하며 생물의 정기를 일반적으로는 혈액의 형태로 빨아 먹는 존재로, 그 발상지는 루마니아 지방으로 추측된다. 루마니아에서는 흡혈귀를 스트리고이(Strigoi)라고 부르며 그리스에서는 브리콜라카스(Βρυκόλακας)라고 부른다. 발칸 반도와 동유럽의 다른 국가들에서는 대개 루마니아어 밤피르(Vampir)에서 파생된 말을 사용한다.

흡혈귀에 대한 발칸·동유럽의 다른 명칭으로는 세르비아어, 불가리아어, 마케도니아어의 밤피르(Вампир), 크로아티아어의 뱀피르(Vampir),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의 우피르(Upír), 폴란드어의 바피에르츠(Wąpierz),  우피오르(Upiór), 우크라이나어의 우피르(Упир), 러시아어의 우프르(Упырь), 벨라루스어의 우프르(Упыр), 고대 동슬라브어군의 우피르(Упирь)가 있다.

영어로 흡혈귀를 칭하는 뱀파이어(Vampire)역시 루마니아어 밤피르(Vampir)에서 왔다고 추측된다. 서유럽에서 '뱀파이어'라는 단어는 18세기 초까지 대중화되지 않았는데, 18세기 이전에는 흡혈귀 전설이 발칸 반도와 동유럽으로부터 서유럽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흡혈귀는 크게 두 분파로 나뉘어 있다. 루마니아-몰도바-불가리아의 온건파 흡혈귀와 헝가리-세르비아-슬로베니아의 강경파 흡혈귀이다. 온건파 흡혈귀는 흡혈귀가 되었어도 무분별한 흡혈을 자행하지 않고 문명인으로서 이면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는 이들이며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를 중심으로 '용의 혈맹'을 조직하여 강경파 흡혈귀에 맞선다. 반면 강경파 흡혈귀는 흡혈귀로서의 본능에 충실하여 인간을 공격해 흡혈하는 것을 즐기며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밤에 걷는 자들'을 조직하여 온건파 흡혈귀와 흡혈귀 사냥꾼들을 절멸시키려고 한다.

역사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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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사실 "밤피르"라는 현생 인류였다.

이들이 자신들을 칭하던 말은 밤(Noapte)과 사람(Om)이 결합된 단어인 노압톰(Noaptom)이었고, 대외적으로는 보통 밤피르로 불렸다. 이들은 늑대인간과 조상을 같이 하는 현생인류였으며 흑해 연안에서 발상하여 다키아 지방을 중심으로 동유럽과 남유럽 전체에 퍼져 있었다. 원래 이들은 딱히 피를 마셔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었으며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활동하고, 번식하고, 죽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들은 죽지도, 살지도 않은 존재가 되었으며 '생물 다키엔시스'는 완전히 멸종한 셈이 되었다.

밤피라 주술과 초기 역사

피를 빨아 먹고 은을 두려워하는, 밤에 주로 나타나는 괴물 혹은 귀신에 대한 기록은 4세기 경 슬라브 민족의 전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압톰, 혹은 밤피르에게 흡혈귀란 그런 괴물로 변하는 대신 강대한 힘을 손에 넣는 위험천만한 주술의 일종이었다. 이른바 '밤피라 주술(Incantație de Vampira)'로 불리는 이 주술은 평범한 인류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게 하는 대신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가 되어 영원히 피를 갈구하게 된다는 아주 큰 단점이 있었다. 심지어는 가끔 발생하는 주술 부작용에 따라 이성을 잃게 되거나 모습이 흉측해지는 일도 있었다.

밤피르 주술사들은 수 세기에 걸쳐 이 주술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영원히 흡혈 괴물로 살아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리스크만 없앨 수 있다면 밤피라 주술은 힘과 영생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주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밤피르 주술사들이 밤피라 주술을 제대로 개량하기도 전에 그리스도교가 발칸 북부와 동유럽으로 전파된다. 밤피라 주술을 악마의 가르침이라고 여긴 교회에 의해 밤피라 주술과 밤피르는 친척인 늑대인간들과 함께 배척 받고 사냥 당했다.

본래 자연과 가까이 살던 늑대인간들은 인간을 피해 숲과 산으로 숨어들었으나, 밤피르는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문명 사회를 하루아침에 다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밤피르는  인간, 그리고 교회와의 타협을 통해 밤피라 주술을 잃고 사실상 송곳니가 조금 뾰족할 뿐인 인간이나 다를 바 없게 되었다. 이러한 커다란 포기에도 불구하고 밤피르는 인간 정부와 교회에 의해 마녀로 몰리거나 음지에서 사냥 당했으며 이들의 용모가 보편적으로 아름다웠으므로 노예로 팔려나가는 일도 잦았다.

밤피라 주술의 복원

수모를 겪던 밤피르가 다시금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11세기, 가장 유명한 늑대인간인 폴로츠크 공 우샤슬라우 덕분이었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밤피르와 늑대인간은 어느 정도 동질감을 갖고 있었는데, 늑대인간이면서도 그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한 국가의 군주로 명성을 떨치는 우샤슬라우의 이야기는 루마니아와 세르비아의 밤피르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밤피르 역시 로마 제국의 정복 이전에 다키아 왕국을 세워 부레비스타나 데케발루스 같은 위인을 배출한 역사가 있었기에 우샤슬라우의 행적은 밤피르들을 고무 할 만 했다.

결국 밤피르 고위층들은 실전 된 밤피라 주술을 복원하기로 한다. 한 번 상실한 주술을 복원하는 데에는 수 세기가 걸렸지만, 많은 희생을 통해 결국 주술 복원에 성공해냈다. 밤피르들은 밤피라 주술을 통해 인간 정부와 교회에 대항했고 트란실바니아, 발라히아, 몰다비아의 지배권을 잡아낸다.

밤피르가 다키아 지방의 통치권을 회복하고 안정 된 이후, 밤피르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서 큰 대립이 일어났다. 강경파들은 다키아 지방과 그 주변 밤피르 생활권에서 인간들을 전부 쓸어버리고자 했고, 온건파는 인간들이 자신들에게 했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간과 공존할 방법을 강구했다. 끝내 중립점을 찾아내지 못 한 밤피르 온건파와 강경파는 내부적으로 분열하기 시작했으며, 강경파는 다시금 밤피라로 활동하여 중세 흡혈귀 전설을 만들기 시작했고 온건파는 인간들에게 밤피라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오스만 전쟁과 재앙

밤피라 주술 남용을 경계하며 인간과의 공존을 꾀하던 온건파 조차 모두 '밤피라' 화 되어 밤피르가 생물학적으로 멸종하게 된 시대가 도래하고야 만다. 바로 발라히아 공국과 오스만 제국 사이의 전쟁. 블라드 3세 가시공의 시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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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공사를 맞이하는 블라드 3세 가시공


본래 온건파 밤피르였던 블라드 3세는 오스만의 침공에 맞서 발라히아를 수 차례 지켜냈으나 배은망덕한 귀족들의 반란과 동생 라두를 앞세운 오스만 제국의 3차 원정군에게 패배하여 헝가리로 피신했다. 헝가리 피신 이후 블라드 3세는 피나는 노력 끝에 헝가리와 몰다비아의 지원과 발라히아 귀족들 일부의 협력을 얻어 당시의 공작 바사랍 3세를 물리치고 다시 발라히아 공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서기 1476년 12월. 또는 1477년 1월 경으로 전해지는 때에 블라드 3세는 오스만 제국과 최후의 전쟁을 맞이하게 된다.

부쿠레슈티와 지우르지우 사이의 전장에서 블라드 3세와 그가 이끄는 밤피라 군대는 '인간'인 오스만 제국에게 산산이 부서졌고 자신의 사망이 곧 발라히아의 멸망과 밤피르의 재노예화를 의미한다고 판단한 블라드 3세는 오스만 제국을 물아내기 위해 밤피라 주술을 사용한다. 이때, 블라드 3세와 그의 군대, 오스만에 의해 가족을 잃어 복수에 찬 수많은 사람들이 연달아 주술을 사용했다. 분노, 공포, 절규로 뒤덮인 수십 만 명의 주술은 커다란 공명을 일으켰다. 지금껏 있던 적 없던 강력한 주술 파동의 여파에 살아있는 거의 모든 밤피르가 밤피라 주술에 휘말리게 되어 하나 둘 씩 밤피라로 변모하게 되었다.

밤피라 주술을 목도한 오스만 병사들은 블라드 가시공과 그의 동포들이 '구울(Gulyabani)'이 되었다며 두려워 했고. 이후에는 이들을 우브르(Ubır), 즉 '흡혈귀'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발라히아는 패망했고 이후 역사에서 블라드 3세 가시공의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야화에 따르면 오스만군이 블라드 3세를 간신히 제압했고, 그의 시체에서 머리를 잘라내 꿀에 절여서 코스탄티니예까지 가지고 갔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신빙성이 크지 않은 말 그대로의 야화일 뿐이다.

가시공 시대 이후 흡혈귀들은 루마니아 흡혈귀와 헝가리 흡혈귀 둘로 나뉘었다. 인간과 흡혈귀 양쪽 모두에게 추앙받는 블라드 3세의 조국 루마니아에 머무르고 있는 흡혈귀들은 온건파의 후손들로, 블라드 3세의 별명인 용의 아들[1]에서 따온 '용의 혈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오스만과 직접 대치했던 군인 출신의 흡혈귀들과 강경파들은 헝가리와 세르비아로 넘어가 '밤에 걷는 자들'을 조직했으며, 현재까지도 인간을 사냥하고 살해하고 있다.

생존한 다키엔시스?

보통 이면 사회의 인류학에서는 '호모 사피엔스 다키엔시스는 모두 흡혈귀화 되어 멸종했다.'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절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밤피르가 멸종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가 전 종족의 흡혈귀화는 아니다. 가시공과 수십 만 밤피르의 밤피라 주술이 밤피르 전체를 덮쳤을 때 흡혈귀화 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어 밤피라 주술로부터 거룩하게 보호 받은 밤피르들이었다.

유럽 동부에서 교세를 떨치고 있는 정교회는 서부 유럽의 가톨릭과는 달리 기혼자도 교구 성직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2] 동족 대부분이 흡혈귀가 되자 이들은 살아남은 동족과 혼인하여 자손을 남기고자 했다. 그러나 성직자나 수도자가 아닌 모든 밤피르는 흡혈귀화 되었기 때문에 흡혈귀화 되지 않은 여성 밤피르는 수녀들 뿐이었고[3], 미혼인 상태로 사제가 된 남성 밤피르들도 정교회 교리에 따라 서품 후 혼인은 불가능했다. 이들 중 일부는 환속하여 자식을 보기도 했으나 밤피르라는 종족 전체를 다시 부흥시키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도 미미했다.

결국 흡혈귀화 이후에 태어난 밤피르들은 혼인 할 상대가 충분치 않아 차선책으로 인간이나 늑대인간과의 사이에서라도 자손을 보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 피가 점점 옅어져 현대에는 호모 사피엔스 다키엔시스로 부를 수 있는 순혈 아종이 남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밤피르의 피를 짙게 물려받은 후손은 가시공의 형인 블라드 4세 수도공의 핏줄인데[4], 그마저도 몹시 미미한 수준으로 이미 인간과의 통혼이 수 세기 동안 지속되어 사실상 인간과 큰 차이가 없게 되어버렸다.


  1. 드라쿨레아
  2. 수도자는 혼인하지 못한다.
  3. 정교회와 가톨릭에서 사제는 거룩하게 세례받은 남성만이 될 수 있다. 수녀는 수도자이므로 혼인할 수 없다.
  4. 블라드 4세는 수도공이라는 별칭처럼 본래 파코메(Pacôme)라는 수도명을 지닌 수도자였으나, 환속하여 발라히아 공으로 즉위함으로써 혼인하고 자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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