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단편/필터/1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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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단편선</big>'''
'''<big>단편선</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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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 ==
''"브리핑─ 분류코드:ONE, THREE, TWO, SIX"''<BR>
''"브리핑─ 분류코드:ONE, THREE, TWO, SIX"''<BR>
주인은 집에 들인 적도 없는 가구로부터 복잡한 기계음성이 들려왔다. 조너선은 몸을 일으켜 자신이 들은 숫자를 돌이켰다. 1, 3, 2, 6. 출동 준비를 의미한다.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한숨을 몰아쉬고는 자연스레 침대 앞 세면대에 섰고, 거울 아래 스위치를 눌러 앞에 꼿꼿이 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BR>
주인은 집에 들인 적도 없는 가구로부터 복잡한 기계음성이 들려왔다. 조너선은 몸을 일으켜 자신이 들은 숫자를 돌이켰다. 1, 3, 2, 6. 출동 준비를 의미한다.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한숨을 몰아쉬고는 자연스레 침대 앞 세면대에 섰고, 거울 아래 스위치를 눌러 앞에 꼿꼿이 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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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BR>
"좋은 아침입니다."<BR>
"..."<BR>
"..."<BR>
웃으며 인사하는 램프와 과묵한 볼코브. 엠마와 조너선까지. 이곳은 네 사람을 위한 일종의 기숙시설이었다.<BR>
웃으며 인사하는 램프와 과묵한 볼코브. 엠마와 조너선까지. 이곳은 네 사람을 위한 일종의 기숙시설이었다.<BR> 이들은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특수 기동대 4팀이다.<BR>
{| class="wikitable" style="max-width:350px; text-align: justify; line-height:170%; border: 2px solid #fff;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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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span="4" width="100%;"style="text-align:center;line-height:110%;"|[[파일:200-SP1.png|55px|link=|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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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span="4" width="100%;"style="text-align:center;line-height:110%;"|лошадь<br><small>로-샤트</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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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span="1"style="text-align:center;"|[[파일:200-SHOTGUN.png|35px|link=]]
|colspan="2"|HAMMER(볼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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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span="1"style="text-align:center;"|[[파일:200-SMG2.png|35px|link=]]
|colspan="3"|CIGAR(조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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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span="3"|HANGMAN(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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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span="1"style="text-align:center;"|[[파일:200-SMG.png|35px|link=]]
|colspan="3"|FOX(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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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 ==
네 사람이 함께 탄 엘리베이터는 8인승이었지만, 각자의 분위기 탓에 비어있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모퉁에 기대 한참을 내려갔고, 마침내 1층에 도달하며 문이 열렸다.<BR>
그곳엔 먼저 도착한 나머지 팀들이 식사 중이었고, 조너선을 본 이들도 그에게 인사했다.<BR>
"늙다리가 왔군"<BR>
"다물고 밥이나 처먹어 엘라보."<BR>
조너선은 자신의 팀인 '4팀' 뿐만 아니라, 해당 구역 전체에서 가장 선임이었다. 기동대는 서른이면 전역이기에 29살이란 그 무게가 사뭇 달랐던 탓이다. 특히나 조너선의 나이를 떠나 그는 교육원에서 나와 18살이 되는 해에 일반 보안 기동대가 되었으니 더욱 그랬다.<BR>
곧 팀원들은 조식을 위해 접시를 올리고 식사를 담기 시작했다.<BR>
"팀장, 얘기 들었습니까?"<BR>
접시에 쌀밥을 올리던 조너선은 그다지 램프의 잡담에 관심이 없었지만, 램프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BR>
"경계지역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난리입니다. 이미 캠프 내에서도 다들 그 얘기로 꽉 찼어요."<BR>
"그래 들었어. 그거 참 무섭네."<BR>
역시나 무미건조한 반응이다.<BR>
"근데, 그게 외부 침입이라는 얘기가 있는데.."<BR>
그 순간 조너선은 멈춰 섰다.<BR>
"램프. 괜한 말 하지마."<BR>
"캠프에서 이미 공공연한 얘깁니다 팀장님."<BR>
조너선은 램프에게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말을 삼키곤, 충고하듯 다른 말로 우회했다.<BR>
"네 CS 깎아먹을 일이야."<BR>
"저희가 무슨 베타입니까?"<BR>
"핵심은 휘둘리지 말라는거지."<BR>
왼쪽에서 이야기를 듣고있던 엠마가 말했다.<BR>
"브리핑 받은 내용 이외에 대해서는 믿지말 것. 이런거잖아"<BR>
"맞긴하지만, 궁금하지 않습니까."<BR>
"멈추라 이거지, 결국 그게 잘못된 망상이 된다니까."<BR>
네 사람은 각자 접시에 음식을 담고 흰색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볼코브가 과묵하게 음식을 우적우적 입에 넣는 동안 엠마와 램프는 대화를 이어갔고, 조너선은 한입 한입 밥을 먹으며 램프의 말을 곱씹었다. 그 이윤 자신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자.. 이방인을 만난 기억이 말이다.<BR>
"바깥에 사람이 살고있다거나.."<BR>
"그 방사능 가득한 곳에?"<BR>
엠마는 기어코 도를 넘는 램프의 상상에 혀를 내두르곤, 조너선에게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BR>
"늙다리 팀장님. 이런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BR>
"그 이방인들 동네로 보내버려야지"<BR>
그 말에 밥을 다 먹고 멍하니 있던 볼코브가 미세하게 웃었다.<BR>
"백날 너랑 논의해봐야.. 됐다. 네가 교육원 우수생이란 것도 의심스러워."<BR>
램프가 반박하려들자, 조너선이 이제 시끄럽다며 이야기를 끝냈고 네 사람은 식사 후 다시 복도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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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7일 (토) 09:09 기준 최신판

단편선


기상

"브리핑─ 분류코드:ONE, THREE, TWO, SIX"
주인은 집에 들인 적도 없는 가구로부터 복잡한 기계음성이 들려왔다. 조너선은 몸을 일으켜 자신이 들은 숫자를 돌이켰다. 1, 3, 2, 6. 출동 준비를 의미한다.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한숨을 몰아쉬고는 자연스레 침대 앞 세면대에 섰고, 거울 아래 스위치를 눌러 앞에 꼿꼿이 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
"환영합니다. 조너선. 당신은 현재, 178cm, 87kg, 80-120mmHg, BF5%, 수면패턴 정상입니다. 당신의 SC는 긍정적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화면이 꺼졌다. 이것은 절차였다.
그가 정상적인 수면활동 후 하루를 시작했다는 증빙. 마치 챙겨주기라도 하는듯 사근사근한 말투.. 실상은 체크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SC를 절감하는 교도관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좋은 아침. 조너선"
열려있는 문 너머로 알몸의 여성이 보였다. 옆방의 엠마였다. 사실상 성별만 제외하면 조너선과 다르지 않은 몸이다. 5%의 체지방률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울긋불긋하게 퍼진 온 몸의 혈관은 징그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오늘도 하루가 좆같아보이네 늙은 조너선씨."
"엠마, 거울이라도 봤나봐?"
조너선은 수도꼭지를 열고 세수하며 말했다.
"난 고작 1년이면 전역인데. 너보다야 행복하지"
옆에 서있던 엠마는 피식 웃고 다시 복도를 지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조너선은 몸을 씻고는 제복을 차려입었고, 복도로 나갔다. 그곳엔 방 앞으로 나와있는 엠마 외 2사람이 더 서 있다.
"좋은 아침입니다."
"..."
웃으며 인사하는 램프와 과묵한 볼코브. 엠마와 조너선까지. 이곳은 네 사람을 위한 일종의 기숙시설이었다.
이들은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특수 기동대 4팀이다.

лошадь
로-샤트
HAMMER(볼코브)
CIGAR(조너선)
HANGMAN(램프)
FOX(엠마)

이동

네 사람이 함께 탄 엘리베이터는 8인승이었지만, 각자의 분위기 탓에 비어있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모퉁에 기대 한참을 내려갔고, 마침내 1층에 도달하며 문이 열렸다.
그곳엔 먼저 도착한 나머지 팀들이 식사 중이었고, 조너선을 본 이들도 그에게 인사했다.
"늙다리가 왔군"
"다물고 밥이나 처먹어 엘라보."
조너선은 자신의 팀인 '4팀' 뿐만 아니라, 해당 구역 전체에서 가장 선임이었다. 기동대는 서른이면 전역이기에 29살이란 그 무게가 사뭇 달랐던 탓이다. 특히나 조너선의 나이를 떠나 그는 교육원에서 나와 18살이 되는 해에 일반 보안 기동대가 되었으니 더욱 그랬다.
곧 팀원들은 조식을 위해 접시를 올리고 식사를 담기 시작했다.
"팀장, 얘기 들었습니까?"
접시에 쌀밥을 올리던 조너선은 그다지 램프의 잡담에 관심이 없었지만, 램프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경계지역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난리입니다. 이미 캠프 내에서도 다들 그 얘기로 꽉 찼어요."
"그래 들었어. 그거 참 무섭네."
역시나 무미건조한 반응이다.
"근데, 그게 외부 침입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순간 조너선은 멈춰 섰다.
"램프. 괜한 말 하지마."
"캠프에서 이미 공공연한 얘깁니다 팀장님."
조너선은 램프에게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말을 삼키곤, 충고하듯 다른 말로 우회했다.
"네 CS 깎아먹을 일이야."
"저희가 무슨 베타입니까?"
"핵심은 휘둘리지 말라는거지."
왼쪽에서 이야기를 듣고있던 엠마가 말했다.
"브리핑 받은 내용 이외에 대해서는 믿지말 것. 이런거잖아"
"맞긴하지만, 궁금하지 않습니까."
"멈추라 이거지, 결국 그게 잘못된 망상이 된다니까."
네 사람은 각자 접시에 음식을 담고 흰색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볼코브가 과묵하게 음식을 우적우적 입에 넣는 동안 엠마와 램프는 대화를 이어갔고, 조너선은 한입 한입 밥을 먹으며 램프의 말을 곱씹었다. 그 이윤 자신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자.. 이방인을 만난 기억이 말이다.
"바깥에 사람이 살고있다거나.."
"그 방사능 가득한 곳에?"
엠마는 기어코 도를 넘는 램프의 상상에 혀를 내두르곤, 조너선에게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늙다리 팀장님. 이런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이방인들 동네로 보내버려야지"
그 말에 밥을 다 먹고 멍하니 있던 볼코브가 미세하게 웃었다.
"백날 너랑 논의해봐야.. 됐다. 네가 교육원 우수생이란 것도 의심스러워."
램프가 반박하려들자, 조너선이 이제 시끄럽다며 이야기를 끝냈고 네 사람은 식사 후 다시 복도를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