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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C3, A3, C6.." | "A1, C3, A3, C6.." | ||
벨라리티 구호의 일부. 뜻은 반복해라.<BR> | 벨라리티 구호의 일부. 뜻은 반복해라.<BR> | ||
반복, 지겹도록 반복. 미치도록 반복. 유한한 인간의 삶을 좀먹는, 영원하지 못할 모순의 반복.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의도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다른 곳에 신경쓰지 못하게 하려고. 그저 눈 앞에 선 고통에만 집중시켜서, 그것 외에는 부차하다고 생각토록 유도하려고. | 반복, 지겹도록 반복. 미치도록 반복. 유한한 인간의 삶을 좀먹는, 영원하지 못할 모순의 반복.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의도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다른 곳에 신경쓰지 못하게 하려고. 그저 눈 앞에 선 고통에만 집중시켜서, 그것 외에는 부차하다고 생각토록 유도하려고.<BR> | ||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 |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BR> | ||
"알거 없어"<BR> | |||
"뭐라고? 웃긴 새끼네 이거"<BR> | |||
"A1, C3, A3, C6.."<BR> | |||
습관처럼 입에 중얼거리게 된다. 사회교육원 시절, 룸메이트랑 같이 담을 넘어서 도망갔을 때 우리가 받은 처벌이 바로 벨라리티였다. 머리를 너무 강하게 맞은 탓인지, 아니면 룸메이트가 죽은 충격인지. 나는 수시로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다. 왜 나는 교육원에 갇혀있어야 할까. 왜 태어난 모든 인간은 평가받아야 할까. 내 룸메이트는 왜 죽었어야 할까. 답은 명료하다. 이 사회.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BR> | |||
"B613, 제발 닥쳐"<BR> | |||
보다못한 기동대가 내게 말한다. 내가 닥치길 바라는 모양이다. 맞다. 사회는 내게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이 호송차에 끌려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 형편없는 크레딧이 내 가치를 형편없게 만드니까. 반사회적인 내가 누구 하나라도 살해한다면, 사회 전체의 손실이란 논리일 것이다. 난 그게 좋다. 차라리 그걸 바란다. 그렇기에 난 약도 먹지 않고, 스스로를 좀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모두 망했으면 좋겠다고.<BR> | |||
"씨발. 씨발. 씨발."<BR> | |||
격렬한 감정이 솟구친다. 답답한 세상에서 더 좁은 답답한 감옥으로. 악에서 최악으로. 좋은 게 없다. 나아질 것이 없다. 그래. 씨발.<BR> | |||
"마지막 경고다 B613 그..."<BR> | |||
난 내앞을 얼쩡거리는 기동대에게 달려들었다. 손이 묶여있으나, 오히려 좋다. 손목을 강하게 묶고있는 쇠수갑으로 기동대의 얼굴을 내리찍었고, 그 옆에 있던 수감자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통제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한 재고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난 마침내 문을 박차고 나올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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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 목표는 20대 남성 1인. B613, 쑹장 출신. 신종약물인 CA33 주입 후 폭력 행동으로 체포되었고, 2차 이감 중 탈출하였습니다."''<br> | |||
"워우. CA33. 아주 익숙한데."<br> | |||
굵직한 목소리의 반응. 해머의 말투였다.<br> | |||
"나도 들어본 적 있지. CA33. 카탈로그잖아."<br> | |||
"카탈로그?"<br> | |||
"그래. 카탈로그. 도시 바깥에서 무료로 유통된다는 약"<br> | |||
"대단하네. 살아남는 것도 용한데, 약도 만든다?"<br> | |||
"도시가 좆되길 바란다. 뭐 이런거 아니겠어? 그래서 카탈로그인거지. 우리 수준을 봐라. 말 그대로 우린 멀쩡하고, 이런 약도 공급할 수 있다. 도시 바깥으로 나와라. 행복을 찾아라.."<br> | |||
"존나 뜻깊으시네"<br> | |||
''"브리핑─. 목적지에 3분 내로 도착합니다. 옥상 진입 예정."''<br> | |||
"이제 도착한다."<br> | |||
"확인"<br> | |||
모두 방독면을 뒤집어써 목소리로 분간하기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한 팀의 구성은 4명이었다. 간단한 3급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파되는 [[보호기동대|특수기동대]]. 그리고 4번팀인 네 사람의 코드네임은 각각 해머, 폭스, 행맨, 시가. 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특수기동대는 도시 내에서도 치안 핵심의 주축이었다.<br> | |||
"이제 사담은 금지."<BR> | |||
"확인"<BR> | |||
팀장을 필두로 드론에서 하차한 4팀은, 작전을 시작한다.<br> | |||
"4팀. 작전 개시<small>(Zhàndòu zhǐhuī)</small>한다."<br> | |||
''"입감한다.<small>(Yǔnxǔ zhàndòu)</small> 식별레벨 3급, 목표처우 사살가능.<small>(Yǔnxǔ wánquán yìzhì)</small>"''<br> | |||
"사살가능 여부 확인. 현재 목표의 위치가 특정되지 않으며, 구형 건물인 탓에 메타데이터가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실내로 직접 진입한다. 우리는 하향식(top-down), 3팀은 상향식(bottom-up) 전개다. 해머, 앞으로"<br> | |||
"앞으로."<br> | |||
해머는 대열 가장 앞에 섰다. 그 뒤로 팀을 이끌 팀장(시가), 중심을 맡는 행맨, 후미는 폭스. 3안 야간투시경을 낀채 어둠 속으로 진입한 4팀은 늘 그렇듯 작은 소리 하나에도 집중하며 조심히 이동하였다.<BR> | |||
''"브리핑─. 건물 내 미식별자가 확인되었습니다. 처우, 안전주의."''<BR> | |||
그 말은 즉슨 목표 외에도 민간인이 잔류하고 있다는 의미다.<BR> | |||
그때 막 진입한 13층의 복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가 그 소리를 예의주시한다. 선두인 해머는 총구를 머리삼아 소리의 진원지로 차츰 접근했다. 콰당. 다시 한 번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확인된다. 문 너머였다. 팀은 문 하나를 기준으로 양옆에 두 명씩 나란히 벽에 섰다.<BR> | |||
해머는 뒤를 흘깃 처다보며 팀장에게 신호를 주었고, 팀장은 확신한듯 대상을 향해 말했다.<BR> | |||
"우리는 보호기동대다. 미식별자는 즉시 신원을 밝혀라."<br> |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BR> | |||
"마지막 경고다. 신원을 밝히지 않을경우, 완전제압조치하겠다."<BR> | |||
완전제압조치<small>(完全壓制措施)</small>. 도시에서의 완전이란 말 그대로 '끝'을 의미한다. 사살해도 좋다는 의미였다. 그 말을 듣자 문 너머로부터 대상이 말하기 시작했다.<BR> | |||
"씨발. 들어오지마! 죽여버릴거야!"<BR> | |||
"살.. 살려주세요.."<BR> | |||
아마도 누군가를 인질로 잡고있는 듯 했다.<BR> | |||
"4팀 보고. 대상이 인질을 잡고있다."<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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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목) 15:19 기준 최신판
단편선 "A1, C3, A3, C6.."
벨라리티 구호의 일부. 뜻은 반복해라. "브리핑─. 목표는 20대 남성 1인. B613, 쑹장 출신. 신종약물인 CA33 주입 후 폭력 행동으로 체포되었고, 2차 이감 중 탈출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