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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의 끝 - 프롤로그
평양행 KTX

2019년(소흥 14년) 11월 28일
용산역
전태영


평양행 KTX 도착 안내방송이 역사에 울렸다. 나는 식당에서 평양이란 단어가 들리자 김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김밥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내 입속으로 들어갔다. 입안에서 양배추와 소시지, 김과 밥이 한 뭉텅이가 되어 도저히 식도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국물을 마시고 겨우 김밥을 뱃속으로 내려보냈다. 아뿔싸, 김밥이 남았다.
평양행 열차가 용산역으로 도착하기까지 4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고민할 겨를은 없었다. 나는 다짜고짜 손을 들고 저기요. 를 외쳤다. 머리를 땋은 젊은 여자 알바생이 내게 다가왔다. 허리를 약간 숙이자 알바생이 입고 있던 식당의 검은 앞치마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포장. 아니, 그냥 계산할게요.” 남은 김밥이 아까워 포장하려 했지만, 열차 내에서 먹기엔 곤란했다. 나는 카운터로 향한 알바생의 뒤를 따라 카드를 긁었다. 그리고 평양행 열차가 들어오는 3번 게이트를 향해 잰걸음으로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앞지르며 몸을 비틀고, ‘잠시만요’를 속삭였다. 게이트로 내려가며 용산역에 진입하는 평양행 KTX의 상판을 보았다. 나는 열차가 출발하기 1분을 남겨두고 평양행 KTX에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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