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아이들/초상

나는 봤어... 정말이야, 난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망상증 환자도 아니야. 씨발, 그래. 내가 술을 몇잔 마신건 나도 알아, 그런데 취하지는 않았다고. 단지, 단지. 내가 본 걸 말하려면 술 몇잔을 들이키지 않고서는 씨부리는 것 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야. 씨발, 난 봤어. 그 빌어먹을 소문 말이야, 새볔에 나타난다는 몰 가(家)의 흡혈귀... 그걸 봤다고, 내 두 눈으로. 빌어먹을 세 눈의 까마귀에게 맹세해. 뒷골목의 창부인지 아낙네인지 뭔지 모를 여자의 목에 이빨을 박고선, 무슨 굶주린 이리마냥 그걸 빨아대고 있었다고.내가 너무 놀라서 들고 가던 짐을 떨어트리니까 내 쪽을 돌아보는데... 아주 지독한 피비린내부터, 자욱한 안개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새빨간 눈동자. 잊을래도 잊을수가 없다고, 그냥. 그걸 보자마자 짐이고 뭐고 당장 존나게 뛰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냅다 뛰었지, 한 오분쯤 뛰었나. 폐가 너무 아파서 더 뛰지도 못할 정도로 달리니까 그... 것이 안 보이더라고. 그쪽 골목으로 앞으로는 코빼기도 비칠 생각 없어, 금화 10개를 준다고 해도 안 가, 그러니까 자네들도 조심하라고. 그 흡혈귀 소문은 진짜니까, 안 믿어도 상관 없어. 내가 본건 헛것이 절대 아니야... 젠장, 한잔 더 마셔야겠어.
뒷골목의 헛소문

개요

초상(超常)이란 일반적인 상태를 벗어난 것. 즉, 현재까지의 과학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이러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현상을 우리는 Paranormal초상현상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초상현상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인간이 아직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의 영역을 일컫는 단어는 아닙니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자연이라는 톱니 안에서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과 같은 필멸자들이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지요.

초상현상은 명백히 현실의 물리법칙으로는 불가능한 원리로 인해 발현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죽은 자가 살아나는 것, 생명체가 자신의 신체를 빠르게 재구성하는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므로 명백한 초상현상입니다. 반면 주변의 기온을 빠르게 낮추거나 생명체의 신체 일부분을 없애는 행위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그 행위의 원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초상현상입니다.

필멸자의 가장 원시적인 시대부터 전쟁 이후 인간의 문명이 파멸해가기 시작한 현재까지, 초상은 언제나 필멸자들과 함께 해 왔습니다. 조잡한 수준의 주술이 점점 고도화되고 제도, 의식화되며 필멸자들이 행할 수 있는 초상현상의 폭은 넓어져 왔고 이는 초상을 다룰 수 없는 대부분의 평범한 필멸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소수의 의지행사자들은 그들을 두려워한 평범한 이들에게 사냥했으며, 대다수는 스스로가 불러온 재앙으로 인해 파멸했습니다.

초상은 이제 그림자 속에 가려진 신비한 비밀이 아닙니다, 전쟁은 필멸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끔 만들었고. 초상 또한 누군가를 파멸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인간의 이성은 초상세계의 원리 또한 합리성으로 해석하려 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리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게 옳은 일일까요? 어쩌면 인류는 그들이 다룰 수 없는 위험한 불씨를 오만하게 휘두르려 하고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 불씨가 자신들에게 튈 지도 모르는 채로.

초상학

초상학이라 불리는 학문은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그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주술사의 조잡한 주술부터 점성술, 그리고 체계화된 현대의 응용초상학 모두 초상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초상의 역사를 다루는 초상사학, 형이상학적 철학에 대해 연구하는 초상철학, 초상성을 가진 생물을 연구하는 초상생물학 등 다양한 하위 학문들 또한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적학

기적이란 손에 쥔 망치와 끌이요, 현실은 암석과 바위이노라. 내 의지 아래 현실이 개벽하니 이몸이 아니라면 누가 신이겠는가?
'참칭자' 알 하쉬

초상체

'초상체'는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는 초상현상을 의미합니다. 초상현상을 발현하는 물건부터 인간을 능가하는 초지능을 가진 괴물들까지, 초상체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 중 초상성을 발휘하는 모든 것입니다.

초상성

'초상성'이란 초상적인 존재나 현상이 가진 통상적인 특징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초상현상을 연구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대상의 초상성이 어떠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세계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초상현상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몇가지의 초상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이 가진 특징을 알 수 있다면 그것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래는 주로 알려진 초상성에 대한 목록입니다.

  • 변칙적 신체구조 · 능력
    대부분의 초상체들은 크던 작던 필멸자의 합리성을 벗어나는 괴이한 신체구조를 보입니다, 이러한 변칙[1]적인 신체구조는 신체의 각 부위에 뿔이나 아가미, 지느러미가 달리는 것부터 다중 안구를 지니고 있거나 경화된 근섬유와 손 · 발톱을 지녀 신체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칙적 신체능력은 강화의체 시술을 받은 이들과 유사해 보이는 면도 있기에 의체 시술을 받은 인간을 초상체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2]그렇기에 변칙적 신체구조는 너무 명확하게 평범한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기괴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초상체를 규정하는 확실한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 자가수복능력
    평범한 인간은 파괴 · 결손된 신체부분을 빠르게 재수복할 수 없습니다, 기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팔이나 다리가 절단되는 상해는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일부 초상체들은 뛰어난 자가수복능력을 가지고 있어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피해를 받고서도 멀쩡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자가수복능력의 범주는 꽤나 넓은 편인데, 신체세포가 끊임없이 재수복되며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거나 기존의 세포가 죽어감과 동시에 그것보다 더 많은 세포가 생성되며 사실상의 재생능력을 가지기도 합니다. 또한 절단된 신체를 붙일수는 있어도 다시 만들어낼수는 없는 수준부터 손가락 하나에서 나머지 신체를 전부 수복해내는 엄청난 수복능력을 가진 초상체 또한 존재합니다.
  • 발광
    3시대의 초상학자 볼커 뵈벤은 모든 초상체들이 경중은 있을지언정 모두 기이한 빛을 내뿜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빛을 내뿜는다는 것이 가끔은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생존 · 사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초상체들이 서식하는 황무지는 심해처럼 빛이 없는 어두운 지대도 아닐 뿐더러 빛을 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적대적인 존재에게 목표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일련의 실험과 연구 후에 볼커 뵈벤은 초상체들의 세포 조직이나 구조에 포함된 변칙적인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뵈벤 입자Böven particle라고 명명된 이 물질은 초상체가 초상적 능력을 발휘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희미한 빛을 발광합니다. 피부가 얇은 등의 이유로 신체 자체가 발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홍체에 함유된 뵈벤 입자가 빛을 발해 안광을 뿜어내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 반 귀정성[3]
    모든 초상체들은 귀정성 단계가 낮을수록 현실 세계에서 더욱 활력을 띕니다, 반대로 귀정성 수치가 높아지면 힘을 잃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존재 자체가 지워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초상체는 본능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자신이 존재하는 지역의 귀정성 단계를 낮추려 하거나 귀정성 수치가 높다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등의 행동을 보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땅을 오염시키거나 정상성 단계를 높이는 원인을 제거하려고 하는 등의 예시가 있으며, 이러한 특징 덕분에 인간은 귀정성을 가진 도구를 이용해 초상체에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초상체들은 귀정성을 가진 도구 자체에게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변칙적 온도 변화
    현실에서도 갑작스럽게 온도가 변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강설이 내리는 등의 경우가 그러한 것이지요, 하지만 일부 초상체들이 가진 변칙적 온도 변화는 그것과는 특성이 다릅니다. 방 안에 난롯불이 강하게 타고 있는데도 주변 공기가 쌀쌀해지거나, 영문모를 섬뜩함을 느끼거나 주변 공기가 타오르듯 뜨거워진다면 주변에 초상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대표적인 초상체로는 사령Wraith이 있으며, 일부 초상체는 온도 변화를 통해 주변의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생명활동에 지장이 생기기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상생물

초상생물Paranormal creature은 섭식활동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생물 중에서도 초상성을 지닌 것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후천적으로 오염과 잠식을 통해 초상성을 얻게 된 야생동물도 초상생물이라 불리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흔히 속어로 괴물이라 불리는 기괴하고 끔찍한 혐오체를 의미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초상생물은 인간을 비롯한 필멸자에게 적대적이며, 야생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많은 수의 초상생물들이 황무지Badlands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모래폭풍과 폐허 속에 몸을 숨긴 것들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수는 대놓고 황무지를 활보합니다.

작은 부락의 주민들은 밤마다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숨죽여 떨고는 합니다, 영지의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영주라면 토벌대를 파견하겠지만 미봉책일 뿐이지요, 음산한 기운이 맴도는 황무지의 어둠 속에는 기묘한 안광이 비추고는 하며... 그 속에서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사지들이 살아있는것은 무엇이든 잡아먹고 파괴합니다. 몇몇 초상생물의 장기와 부속지들은 비싼 값에 거래되고는 하기에 용감한 무법자들- 혹은 절박한 부랑자들이 제 발로 황무지로 걸어들어가고는 하지만 가장 뛰어난 몇몇이 아니라면 그 짧은 생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끔찍했던 긴 전쟁 이전에도 초상생물이라 불릴만한 것들은 존재해 왔습니다. 대지를 거닐던 장대한 거인과 몽환적인 요정들, 필멸자는 환상을 이야기와 이야기로 전해왔고 어른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속삭이는 동화 속 초상생물들은 신비로웠고, 때로는 인간과 거래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 모랫빛 황무지 속에 도사리는 그 것들은 순수한 악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닻 군도의 상인들은 인간을 괴물로 바꾸어내는 끔찍한 실험을 속삭이며, 실제로 몇몇 초상생물들은 인간이라기엔 너무 끔찍하고, 인간이 아니라기엔 너무 닮았지요. 진실이 무엇이든, 이 괴물들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납탄을 머리에 박아주는 겁니다.

알려진 초상생물

  • 혈귀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도망치는 자는 나약한 이 뿐이라, 나는 나 자신의 의지로 야수임을 선택하노라.
인간성과 야수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불쌍한 피조물, 그것이 바로 혈귀입니다.
혈귀들은 피를 탐하는 밤의 야수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아주 아름답고 매혹적인데다가 강력하기까지 하지만 이들을 옭아매는 저주는 아주 강력하기에 피라는 그들의 원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피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정기적으로 혈액을 공급받기 위해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복잡한 골목길에서 암약하고는 합니다, 그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아버지에서 아들을, 아들에서 손자를 연기하며 음침하고 소름돋는... 무성한 소문을 가진 변경지의 영주가 되기도 하지요. 아만에서 흡혈귀는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며, 강력한 왕조의 봉신과 재무관, 이름난 창부나 음유시인으로써 필멸자들의 사이에 섞여 살아왔습니다. 이들은 매우 강하고, 거의 영생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야수성은 이들의 인간성에 가장 큰 오점을 남겼고... 빠르든 느리든 이들 모두는 결국 야수성에 굴복할 것입니다.

특징

  • 피의 근원 : 혈귀의 모든 생명활동은 피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혈액만 충분하다면 손상된 신체를 재수복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으며, 신체의 노화도 오지 않는데다가 수면도 섭식활동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신체의 한계 이상으로 근력을 사용해도 끊어진 근섬유를 순식간에 회복함으로써 인간 이상의 괴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젖산이 근육에 쌓임으로써 오는 피로감에서도 자유롭기에 지구력 또한 월등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혈귀를 인간보다도 훨씬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 갈망 : 혈귀는 피에 대한 엄청난 갈망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들의 생명활동에 피가 필요하다는 점을 차지하고서라도 혈귀는 단순히 피를 마시기 위해 인간을 살해할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한 욕망에 휩싸이지요.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의 흐르는 피는 혈귀의 내재된 강력한 본성인 야수성Beast을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혈귀의 야수성은 공포와 분노, 절망과 같은 강렬한 감정에 의해 촉진되기도 하지만 피를 흡혈하는 행위는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본성을 자극해 내면의 야수를 드러냅니다. 야수성이 이성을 누르게 되면 혈귀는 살아있는 생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하고 죽을 때 까지 피를 빨아먹는 끔찍한 짓을 저지릅니다. 당연하게도 이는 혈귀들에게 격렬히 기피되는 상태이며 이들은 스스로의 자제력으로 야수성을 억누르고 가라앉히려고 노력합니다.
  • 공해증 : 이들은 태양빛에 대한 초자연적인 공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혈귀는 병에 걸리지 않는 완전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태양빛을 쬐는 것 만으로도 강력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이들의 공해증은 심각하지요. 이는 가장 첫번째 혈귀이자 모든 혈귀의 시조로 불리는 에멧이 반야의 여자에게 추방당할 때 그 내용이 다시는 태양빛 아래에서 살 수 없으리라 소리쳤기 때문입니다. 그 저주가 사실이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에멧이 느낀 태양빛에 대한 강렬한 공포는 그의 자손에게도 각인되어 지금의 공해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다만 공해증은 단순히 태양빛을 열렬히 무서워하는 혈귀의 본능적인 공포일 뿐 저주와 같은 제약은 아니기에 강력한 정신력을 지닌 혈귀라면 태양 아래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 저주 : 모든 혈귀는 저주의 낙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낙인은 혈귀의 피 속에 흐르는 것이기에 어떠한 방법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것이지요. 첫번째 혈귀의 도시인 놋이 무너지던 날, 에멧과 그의 직계 혈족인 혈귀들은 마지막까지 놋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일부 3세대 혈귀는 놋을 탈출해 아만 대륙 전역으로 도망쳤습니다, 이를 바라보던 에멧은 이들을 배역자라 부르며 저주했고, 이것이 바로 각 혈족들에게 내려오는 저주의 낙인이 되었습니다. 각 혈족들은 서로 다른 저주를 지니고 있으며, 해당 혈족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혈족

혈귀의 사회는 혈족이라는 친족중심의 소규모 집단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문화와 전통, 역사를 지니며 하나의 시조에서 내려온 피의 유지를 잇는다는 점에서 혈족Bloodkin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모든 혈귀는 에멧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전설로만 내려저 오는 신화속의 인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같은 선조를 두고, 같은 피가 흐르는 그들의 혈족은 보다 가깝고 밀접한 존재이지요. 모든 혈귀는 하나의 혈족에 속해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격자라 불리며 배척당합니다. 이들은 혈족의 보호아래 있을 수 없으니 어디선가 비참하게 죽거나 야수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혈족은 혈귀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선이며,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뵈레드Voiled
    보라, 그들은 두 자루 칼을 들었으니, 하나는 폭력이며 하나는 갈망이로다. 허나 이미 수많은 피들이 차가운 대지 아래 잠들었으니, 용의 피는 메말랐음이라.
뵈다예프 예니트리체의 죽음과 함께 한때 뇌브랑기아의 땅을 지배했던 용의 피 또한 쇠약해졌습니다.
  • 누더기
    왜 누더기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아? 그놈들은 지가 죽인 희생자를 손톱으로 난도질을 해놓거든.
    찢는 원숭이Dilacerant simia 라는 학명으로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들은 인간의 광기어린 변주곡이자 추악한 결말입니다. 최초의 누더기는 80년 전쟁 당시 동군과 서군 모두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생체 병기로 추정됩니다, 연금술사들의 끔찍한 실험으로 탄생한 이 괴물들은 경화된 피부와 칼날같은 손톱을 지니고 적진을 찢어발겼습니다. 전쟁이 양측 모두의 패배로 끝난 후, 이러한 생체병기를 전쟁에 사용하는 것은 솔테콸렌 회담Sol'tekaln cnventions[4] 이후로 금지되었지만 전쟁의 잔여물인 누더기는 그 폐허에 방치되었지요. 누더기들은 자체적인 생식 능력이 없다고 여겨졌던데다가 황무지에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유기물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들이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여겼으나 이들은 멸종하기는 커녕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누더기에 대한 정보는 이들의 사냥 습성과 서식지를 제외하면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들은 전형적인 포식자의 본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둠 속에서 희생자를 습격하는 것을 즐기고 그것을 전시하려는 듯 난도질한 상태로 만들어 놓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그 수를 불리는지, 어떻게 황무지의 극단적인 생태계에 적응했는지는 수수께끼입니다...
  • 오염자
    오염되어 얼룩덜룩한 피부, 껍질이 벗겨져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는 팔다리. 비타민 부족으로 인해 이빨이 빠져나가 그 잔해만을 남긴 잇몸이 얼굴 위에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희끄무래하게 비치는 안광이 불길한 기운을 더하며 검붉게 늘러붙은 피 색갈을 띄는 낡은 농기구로 무장한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거리며 당신을 지켜봅니다...
    황무지에도 인간이 살기는 합니다, 그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 황무지의 유독성 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된 인간은 빠르던 늦던 그 영향을 받아 오염됩니다. 고통에 무감각해지며, 도덕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마비되고 폭력성은 더욱 강화되지요. 이런 이들을 아웃러너[5]들은 오염자라 부릅니다. 다른 부류의 적대적 초상체와는 다르게 이들과는 제한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이해타산이 맞다면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동행은 보통 얼마 가지 않아 배신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들은 명백히 악한 존재이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손님의 뒤통수를 후려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염자들은 대부분 황무지에서도 그나마 살만한 지역에 부락을 건설하고 소규모 집단으로 모여 살아갑니다, 이들은 주변에서 사냥할만한 생명체를 사냥해 도축하고, 오염된 작물을 재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생계 유지 수단은 바로 황무지를 건너는 상단이나 여행자를 습격해 쓸만한 물건을 전부 털고 나머지는 죽여버리는 것입니다. 당장 생존에 필요한 생필품은 이들이 사용하고, 이들에게 필요치 않은 귀금속이나 기타 교역품들은 그들과 비슷한 무법자들에게 팔아넘기기도 하지요. 오염자들은 황무지에서 그나마 무역활동과 비스무리한 것을 하는 유일한 집단이지만 이들을 너무 믿지는 마십시오, 접대의 관습은 염두에도 두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가능한 한 빠르게 볼 일을 보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세요.
  1. 원칙에서 벗어나, 변하여 달라진 법칙.
  2. 다만 강화의체 시술이라는 것 자체가 기적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기에 강화의체를 지닌 인간도 초상체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학계에 존재한다.
  3. 기준 수치를 벗어난 정상성 단계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 혹은 그러한 현상
  4. 80년 전쟁의 종전 이후 진행된 평화회담.
  5. 황무지를 탐험하고, 폐허에서 귀중품을 찾아내거나 도망친 범죄자를 사냥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무법자들.